짠 내 나는 군소 후보 선거운동 실상

인기 없는 것도 서러운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보통 현대전에서 군사력은 나라의 경제력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력이 강할수록 군사력은 커지고, 경제력이 약할수록 군사력은 하락한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선거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선에 나온 후보들은 선거기간 동안 선거사무실 운영을 위해, 후보 광고를 위해, 선거운동원의 인건비 지급을 위해, 또 공탁금 등을 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대선후보는 적어도 수억에서 많게는 수백억까지 선거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돈이 없는 사람은 선거도 못 치르는 걸까? 중앙선거관리 위원회는 돈 없는 대선후보들의 피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선거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돈이 문제

지난 16일 발표한 중앙선관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약 465억원이 각 대선후보에게 지급됐다. 465억원은 선거권자 총수에 보조금 계상단가(올해 기준 1058원)를 곱해 나온 총액이다.

단, 이 금액은 모든 후보들에게 똑같이 돌아가지 않는다. 선관위는 소속 정당의 의원 수, 득표수 비율 등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선거비용을 차등 지급한다.

우선 총액의 절반은 교섭단체(의원 20명)를 구성한 정당들에 균등하게 분배한다. 이번 국회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뿐이어서 232억원의 절반인 약 166억원이 두 정당에게 우선 분배됐다.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전체의 약 5%가 분배된다. 정의당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정의당은 465억원의 5%인 23억원을 이번 대선에서 우선 분배받았다.

5석 미만이고 특정 요건을 충족한 정당에는 전체의 2%인 약 9억원이 분배되고, 여기에는 국민의당이 해당됐다.

우선 분배가 끝나면 중앙선관위는 나머지 금액(약 201억원)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계산을 시작한다. 201억원은 국회 의석 수와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의 득표율에 따라 분배되는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순으로 가장 많은 선거보조금이 책정됐고, 우선 배분받은 금액에 더해 총액이 계산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더불어민주당은 약 224억원, 국민의힘은 약 194억원, 정의당은 약 31억원, 국민의당은 약 14억원, 기본소득당은 약 3500만원을 각각의 대선 보조금으로 지원받았다.

허경영 대선후보를 내세운 국가혁명당이나 김동연 대선후보를 내세운 새로운물결, 통일한국당의 이경희 후보 등 다수의 군소 후보는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득표한 일이 없어서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렇게 받은 보조금을 후보들은 대부분 어디다 사용할까. 제19대 대선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은 평균 400억가량의 금액을 사용했다.

그중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건 역시 더불어민주당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였다. 그는 선거비용으로만 약 48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이중 절반가량이 신문과 방송광고 등 홍보 비용으로 쓰였고 나머지는 인건비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는 SNS(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홍보물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가고 있어 홍보 비용 부분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보 비용은 어느 정당에서나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TV 광고에는 100억원에서 15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SNS 홍보 비용도 50억원에서 80억원가량 소모된다.

그 외 선거사무실과 선거차량 임대 비용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주로 정당들은 국회의사당 앞인 여의도에 선거 캠프를 꾸리곤 하는데, 한 달 월세가 억 가까이 지출된다고 알려졌다.  

경선 기간 직후부터 계산하더라도 약 5개월간 정당은 임대료로만 수억원을 지불한다.

TV광고에 150억 길거리 유세에 매일 수천만원
‘억소리’ 나는 대선…인건비도 모자라 ‘곡소리’

지방과 각 도시에 퍼져있는 선거사무실 임대 비용까지 계산하면 이 비용은 수십억원으로 불어난다. 홍보 차량 대여 시 확성기와 대형 LED 화면이 장착된 1톤 유세 차량 기준으로 2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선거운동에 동원된 선거 인력에 들어가는 인건비도 상당하다. <일요시사>가 만난 길거리 유세 동원 인력들은 하루에 8만~10만원을 받고 일한다고 답했다.

선거차량에 선거운동원을 모두 합하면 하루에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셈인데, 정당은 길거리 유세에 매일 이 정도의 금액을 사용하고 있다.

선관위로부터 수백억 단위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대선후보 펀딩으로 300억원 이상 모은 거대 정당들이야 비용에 대한 걱정이 덜 하겠지만, 중앙선관위에서 한 푼도 받지 못했거나 미미한 수준의 비용만 지급받은 군소 정당들은 그야말로 곡소리 나는 대선을 치르는 중이다. 

약 3500만원만 지원받은 오준호 대선후보의 기본소득당 측 인사는 “선관위에서 받은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라 ‘유의미한’ 도움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커서 사실 우리 당이 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며 “방송 광고나 방송 연설은 꿈도 못 꿨고, 공보물도 다른 곳이 16페이지 내는 반면, 저희는 4페이지밖에 내지 못했다. (돈에서 오는)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대선에서 당비 등 합쳐서 10억가량 사용할 계획이었던 기본소득당은 후보 기탁금과 공보물 제작 및 배포에 이 비용 대부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김동연 대선후보의 새로운물결 측은 그마저의 비용(3500만원)도 지원받지 못했다. 지난 10월에 창당한 신생정당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번에 보조금과 펀딩금액 대신 일반 시민의 후원금으로만 대선을 치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일반 시민 후원금은 약 25억까지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물결 측은 지금까지 모인 약 20억원을 이번 선거에 사용할 계획이라 전했다. 

새로운물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다. 유세 차량을 전혀 안쓰고, 현수막도 최소한으로 걸어놓고 있다”며 “저희 선거운동원들도 한 푼도 받지 않은 자원봉사자들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전했다.

봉사로 채워

새로운물결 측은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하루하루 기적 같은 경험을 하며 즐겁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군소후보들의 ‘짠내’ 나는 선거는 다음달 9일까지 쭉 이어질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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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