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 수산업자' 연결고리 김경희 인맥 아지트 정체

‘김씨 게이트’ 몸통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 언론계, 정치권 인사들이 두루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건국대’라는 교집합이 드러난 것. 그 중심에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언급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김 전 이사장의 행적을 쫓았다.

서울 한낮의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지난달 27일.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다. 햇볕을 피해 정류장 근처 그늘에 서 있던 사람들은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역에서 성북동 주민센터, 성북동 성당 방향으로 걸어가자 거짓말처럼 인적이 줄어들었다. 

인적 드문
주택가 사이

도보로 약 1㎞, 검정 외관의 2층 건물이 보였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성북동 레스토랑’ N이었다. N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자주 찾는 단골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셰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박영수 특검도 자주 N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도로가에 있는 N의 입구에서 건물까지 나무 계단이 놓여 있었다. 한동안 조경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잡초가 눈에 띄었다. 무슨 용도였는지 모를 매트가 건물 입구에 겹겹이 쌓여 있는 등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N은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1층 내부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전시장 같은 느낌을 풍겼다. 갖가지 옷과 넥타이가 내부 곳곳에 놓인 채였다. 당초 N은 1층을 박물관으로, 2층을 레스토랑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방문 당시 2층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입구에 ‘뮤지컬 박정희’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붙여놨다. 눈길을 끈 건 내부에 CCTV가 10대가량 설치돼있다는 점이다. 건물로 들어가니 A 대표가 직접 손님을 반겼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다른 손님도, 종업원도 없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갈 때까지 추가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개된 사진 속 장소가 한 눈에 들어왔다. 김 전 이사장, 김씨, 건국대 교수들, 현직 검사 등이 지난해 10월31일 ‘핼러윈 파티’를 한 곳이다. 당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만찬을 즐겼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건국대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검찰‧언론계‧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폭로로 시작됐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투자를 미끼로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등 7명에게서 116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북동 음식점 ‘N’ 단골
박영수 특검도 자주 갔다

사건 초기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투자한 모 사립대’ 정도로 언급됐다. 하지만 김씨의 인간관계 등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중심으로 오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김 전 이사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이사장은 2017년 4월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건국대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딸인 유자은 현 건국대 이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건국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10회 이상의 개인전, 300여회의 그룹전을 개최한 중견 서양화가라는 본업(?)으로 돌아간 듯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전적 에세이 <희망으로 꽃을 피워>를 출간하는 등 김 전 이사장의 이름은 언론의 ‘문화 섹션’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짜 수산업자의 등장으로 김 전 이사장이 건국대 관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장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건국대와 관련 있다. 김씨 인맥의 핵심이자 구치소 동기로 알려진 송모씨는 건국대 특임교수 출신이다. 박영수 특검도 건국대 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낸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김 전 이사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할 무렵 교수로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의 최근 행적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분은 ‘골프장’과 ‘성북동 음식점 N’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건국대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스마트KU파빌리온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성북동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김 전 이사장이 가짜 수산업자 김씨 등과 골프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지난해 8월15일과 10월31일. 성북동 음식점이 언급된 건 지난해 10월31일이다. 두 차례에 걸친 회동에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 건국대 교수, 언론인, 김씨의 소개로 참석한 현직 검사 등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뗀 줄
알았더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날 모임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당시 건국대는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 등 김 전 이사장과 유 이사장이 연루된 의혹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각각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대검찰청에 송부하고,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들로 모두 서울동부지검에서 담당했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두 사건에서 검찰의 논리는 거의 같다. 검찰은 임대보증금 393억원과 건국대가 수익사업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을 재원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의 성격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2일 김 전 이사장의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에 대한 ‘송부 사건 조사 결과’를 건국대 창학자 유석창 선생의 유가족 대표인 유현경 여사에게 보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해 5월 유 여사 측의 제보를 검토한 뒤 대검으로 송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진경찰서 등 경찰은 이 사건을 모두 내사종결한 바 있다. 

통지문에 따르면 검찰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5조가 기본재산에 해당하는 재산을 열거하고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이 이에 해당하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부동산의 변형물로 보아 이를 수익용 기본재산이라 보기 어렵고, 교육부 내부지침을 근거로 임대보증금을 사립학교법상 기본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돈의 성격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돈의 사용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이나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5월27일 검찰은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던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수익용 재산?
보통 재산?

교육부는 이 사건이 지난해 8월말 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 지부 등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자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며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분류된 재산을 투자할 경우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관할청인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기본재산에 속하지 않는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투자 시 관할청의 허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감사원이나 교육부의 판단과도 상반된다. 임대보증금 393억원 논란은 2017년 3월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중 393억원을 ‘임의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지출을 증명하는 영수증이 없이 돈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건국대가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도록 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최근 교육부와 건국대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건국대가 “현장조사 결과 내려진 처분사항 조치 등을 취소해달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감사원·법원과 다른 검찰 판단
골프치고 밥 먹으며 무슨 얘기?

교육부는 유 이사장과 최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 외에도 ▲이사장과 법인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 추진 ▲이사 5명 경고 조치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징계·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 중징계 요구 ▲건국대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처분했다. 

건국대는 교육부에 현장조사 결과 처분을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2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은 사용 시 이사회와 교육부 승인이 필요 없는 보통재산인데 교육부가 임대보증금을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기본재산이라고 잘못 해석해 징계했다는 건국대 주장에 “건국대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같은 투자에는 교육부와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학교가 재산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수익 사업은 교육부 승인이 필요한 의무부담행위이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사건 불기소 처분 논리와 상반된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관련 질의에 “사립학교법 위반사항이 있어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과 교육부, 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린 검찰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전 이사장의 행적과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판단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전 이사장이 주선한 골프 회동과 N에서의 식사 자리가 ‘은밀한 부탁’이 오간 자리였다는 의혹이다.

김 전 이사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은 박영수 특검이나 가짜 수산업자, 현직 검사, 교수 등의 이름만 나오는데, 실제 N에 드나들었던 인물들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인사들이 상당하다. N은 김 전 이사장의 아방궁이자 아지트였다”고 주장했다.

N의 A 대표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도 “최근 행정법원 판결을 보면 ‘수익용 기본재산은 아니지만’이라고 판단한 부분이 있다. 기본재산과 관련해서는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건국대 혼자 수익용 기본재산을 아니라고 우기면서, 로비를 통해 이를 뒤집었다고 의심받고 있어 조금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무혐의
배경 의문

김 전 이사장의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전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인맥이나 활동한 것들이 지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전임 이사장이 그 사람들하고 회동한 이유나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학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며 “다만(언론에서 전임 이사장의 행적과) 옵티머스 수사 무마를 연관 짓고 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알고 있다. 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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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