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국대 임대보증금 ‘5각 커넥션’ 추적

경찰, 권익위, 교육부…393억 둘러싼 콜라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문제가 국민권익위원회를 거쳐 검찰로 넘어갔다. 2017년 감사원이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에서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미예치 문제를 지적한 지 3년 만이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 문제는 20173월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교육부는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임대보증금에 대한 현황 파악이나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 사이 학교법인들은 교육부의 허가 없이 임대보증금을 마구잡이로 사용했다.

보관용 돈
펑펑 썼다

20106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학교법인에 통보한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한 후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상환에 전액 사용해야 한다.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학교법인서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건국대는 그 규모가 다른 대학들을 압도했다. 건국대가 더클래식500과 건국AMC 등 수익성 부동산을 임대해 얻은 임대보증금 7566억원 중 금융기관에 예치된 돈은 495억원(6.5%)에 불과했다. 7071억원(93.5%)이 다른 곳에 쓰였다는 의미다. 그중 393억원(법인운영비 330억원+기타 62억원)은 건국대가 사용처를 증빙하지 못한 임의 사용액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건국대에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액 393억원을 보전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건국대는 법인운영 수익, 재산매각 등의 방법으로 201731억원·201883억원·201989억원·202092억원·202196억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조치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건국대 설립자유가족, 교수협의회 등에서 건국대와 교육부의 조치에 반발했다. 이들은 임의 사용액 393억원뿐만 아니라 건국대가 다른 용도로 쓴 임대보증금 7071억원 전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국대학교개혁추진협의회(이하 개혁추진협의회)감사원이 확인한 임대보증금 7071억원의 사용처, 특히 393억원의 사용처는 건국대가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나온 결과다.

관련 계약서나 금융거래 내역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임대보증금을 사용하는 과정서 당시 이사장 김경희가 개인적으로 소비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된다.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3월 감사원 감사서 지적
7566억원 중 7071억원 써버렸다

유현경 개혁추진협의회 설립자유가족 대표는 20196월 국회 도서관서 열린 사립대학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임대보증금 임의 사용에 따른 배임 및 횡령 교비전출금 명목 횡령 예치금 미환수에 따른 횡령 및 뇌물 혐의 등을 제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주도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대학 내부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전국서 몰려든 공익제보자들의 성토장이 됐다. 건국대 등 10개 대학의 공익제보자들은 현장서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공익제보를 직접 접수했다.

권익위에 접수된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 문제는 지난 12일 대검찰청으로 송부됐다. 문제는 이 과정서 드러난 경찰, 권익위, 교육부의 행태다. 수사기관은 수사를, 관리·감독기관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 6개월 넘게 문제를 들여다본 권익위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발견됐다.
 

▲ 대학법인 규탄 기자회견 갖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계자들

경찰 내사종결’= 권익위는 20191217일 개혁추진협의회가 신고한 사립대학 전 이사장의 임대보증금 횡령 의혹 등(2019부패492)’ 사건을 경찰청으로 송부했다. 광진경찰서로 넘어간 사건은 지난 1월말 경 내사종결처리됐다.

권익위에 따르면 광진경찰서는 조사결과 피신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참고인 이○○임대보증금 횡령 의심 관련은 절대 있을 수 없고, 일부 횡령했다면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에서 이미 적발됐을 것이라는 진술을 언급했다. 임의 사용액 393억원에 대해서도 감사원에서 교육부에 단지 보전조치하도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광진경찰서는 신고인은 물론 피신고인에 대한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처리 했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우리 경찰서에서는 수사한 게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마무리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내용과 똑같아 수사한 게 없다고 밝혔다.

수사 없이 
종결 처리

이어 “(권익위서 송부된 사건이)지수대서 수사한 사건 내용과 같다고 보고 받았다고 거듭 말하면서도 해당 사건 내용에 서로 다른 점이 있는지 기자에게 오히려 반문했다. 지수대서 종결한 사건과 다른 점이 있어야 수사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이하 지수대)201810월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 문제 등 비리 의혹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 하지만 지수대 역시 올해 1월 유 대표와 건국대 전 동문회장을 각각 불러 조사한 이후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유 대표가 또 다른 제보자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고 연락처까지 건넸지만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수대 관계자는 제보자가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다고 지목한 관계자도 제보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출석을 거부했다교육부의 회신, 제보자가 지목한 관계자의 진술 등을 볼 때 횡령 등의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정식수사나 강제수사로 전환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서 내사종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유 대표가 언급한 관계자는 지수대의 연락을 계속 기다렸지만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수대 관계자는 제보자가 언급한 관계자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진경찰서에서 지수대의 내사종결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이쪽(지수대)서 입장을 밝힐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권익위 석연치 않은 문서’= 광진경찰서의 내사종결 소식을 들은 개혁추진협의회는 권익위를 찾아 자초지종을 물었다.

개혁추진협의회 관계자는 광진경찰서 내사종결에 대해 묻는 과정서 A 조사관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어 자료를 중심으로 설명해줬다설명을 다 들은 A 조사관은 제보 내용을 다시 검토해 대검에 송부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개혁추진협의회에 따르면 A 조사관은 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대신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액 393억원에 대해서만 다시 권익위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혁추진협의회는 지난 210일 제보서와 관련 자료를 첨부해 권익위 부패심사과로 우편을 보냈다. 우편은 211일 권익위에 도착했고, 개혁추진협의회 관계자는 A 조사관이 자료를 받은 사실을 유선을 통해 확인했다.

권익위 3건
제보자 2건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부패심사과로 보낸 제보가 심사기획과서 종결 처리된 것. 권익위에 따르면 심사기획과는 제보 내용이 형식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판단하고 제보 내용에 따라 각 과로 전달하는 부서다.

개혁추진협의회는 213, 212일 날짜로 사건이 종결처리 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우편으로 받았다. 우편으로 제보 내용을 보내고 하루 만에 엉뚱한 곳에서 사건을 끝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제보 내용을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했던 A 조사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공문에는 귀하가 우리 위원회에 우편으로 제출한 신고사항을 검토한 결과, 감사원서 감사 후 처분요구를 한 사항이라고 쓰여 있다. 감사원서 처분 요구를 한 사항이니 만큼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감사원에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 문제는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 과정서 제기된 것으로, 감사원은 건국대에 직접적으로 처분 요구를 한 내용이 없다. 보전조치를 통보한 것은 교육부였다.

권익위 대변인실 홍보담당관은 제보가 3차례에 걸쳐 권익위에 접수됐다고 해명했다. 20196월 박용진 의원실을 통해 한번, 올해 2월에 우편을 통해 심사기획과에 한번, 324일에 부패심사과에 한번, 총 세 번의 제보가 들어갔다는 것.
 

그러면서 심사기획과서 종결처리한 것은 형식적 요건을 일단 확인하고, 감사원서 처분한 사항이니까 우리(권익위)가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부패심사과서 이 문제를 대검으로 송부한 것에 대해서는 서류가 보완돼서 접수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같은 의혹을 두고 어느 부서가 제보 내용을 들여다봤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개혁추진협의회는 권익위에 제보한 것은 두 번뿐이라고 못 박았다. 20196월 사학비리 정책토론회 당시 직접 접수한 것과 올해 2A 조사관의 요청으로 우편으로 접수한 게 전부라는 주장이다. 또 권익위서 언급한 324일에는 권익위에 그 어떤 제보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요시사>서 입수한 해당 공문은 개혁추진협의회가 그동안 받았던 권익위 공문과는 사뭇 달랐다. 먼저 컬러가 아니라 복사본처럼 흑백 처리돼있고, 수신 부분에도 이전 공문에서는 미기재 귀하라고 한 것과는 달리 유현경’(개혁추진협의회 대표)이라는 이름이 수기로 쓰여 있다. 그 옆에는 유 대표의 것으로 보이는 주소도 적혀 있다.

지난해 의원실 통해 권익위 접수
우여곡절 끝에 대검으로 넘어가

교육부 여전히 부실한 관리’= 일각에선 건국대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교육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을 꼽는다. 교육부는 20173월 감사원의 기관운영 감사 이전 20144대학 교육역량 강화시책 추진실태특정감사서도 건국대 임대보증금 문제로 주의조치를 받은 바 있다.

교육부는 20102월 건국대서 신청한 골프장 건설 자금 용도의 기채를 허가했다. 건국대는 850억원 상당의 기채 허가를 신청하면서 수익용 기본재산의 임대보증금으로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임대보증금은 추후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할 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건국대의 기채 신청을 허가했다.

당시 건국대의 부채비율은 276%로 재무구조가 열악했지만 교육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개혁추진협의회는 교육부는 2017년 감사 과정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도 건국대에 관대한 처분을 하고 있다. 허술한 임대보증금 보전조치 계획을 승인해주는가 하면 보전조치에 대한 관리·감독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육부는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액 보전조치에 대해 금액만 확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멍난 임대보증금을 메꾸기 위한 학교법인의 재원마련 방법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건국대서 보전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액수의 통장내역 등만 확인한다”며 어떤 방식으로 보전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2019618일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사학비리 현황에 따르면 293개 사립대학이 개교 이래 교육부나 감사원에 적발된 비리 건수는 총 1367, 비위 금액은 2624억원에 이른다. 박 의원은 이는 최소한으로 조사된 금액이라며 이 자료는 교육부가 각 대학으로부터 자진해서 받은 자료이기 때문에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비위 실태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돈만 맞추면
상관없다고?

실제 건국대는 박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서 393억원에 대한 언급 없이 비위 사실이 없다고 말해 허위 제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 건국대 교수는 학교는 문제가 생기면 덮는 데만 급급하다. 임대보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학교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이럴수록 학교는 점점 더 망가져 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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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