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국대-중앙약품판매 수상한 동업 추적

법 빈틈 파고든 케이팜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립대학 학교법인과 의약품 납품업체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직영도매업체는 양쪽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이를 통해 학교법인은 배당수익을, 납품업체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불투명한 설립 과정, 리베이트 의혹 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의료기관 직영도매업체 논란은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1990년대부터 30여년간 이어진 해묵은 주제다. 의약품 유통업계는 ‘불법 리베이트’ 가능성을 들어 직영도매업체 설립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직영도매업체 설립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현행법상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서는 중이다.

지분 49%
허점 노려

약사법 제47조4항은 ‘의약품 도매상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직접 또는 다른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도매상이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해당 법인의 총출연금액·총발행주식·총출자지분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출연 또는 소유하는 자 및 해당 법인의 임원 구성이나 사업운영 등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논란은 ‘총출자지분의 100분의 50을 초과’ 부분에서 불거진다. 사립대학 학교법인이 현행법의 빈틈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직영도매업체의 지분 49%를 확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


의약품 유통업계는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20대 국회에서도 회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2018년 유명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직영도매업체 설립 움직임이 포착됐다. 1991년부터 시작된 의약품 유통업계와 직영도매업체 간의 전쟁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2019년 교육부는 학교법인의 직영도매업체 설립에 대한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된 점을 들어 부속병원을 가진 전국 사립대학 36곳을 대상으로 의약품 납품업체 거래실태를 조사하기에 이른다. 

김경희 전 이사장-김장열 회장
학교법인-의약품 납품업체 합작

건국대병원을 산하에 둔 건국대 법인 역시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 당시 건국대 법인은 2019년 6월에 설립된 의약품 도매업체 ‘케이팜’에 49%의 지분을 투자한 상태였다. 나머지 51%의 지분은 의약품 도매업체 중앙약품판매(35.7%)와 의약품 도매업체 제이팜코리아(15.3%)가 투자했다.

케이팜은 2019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건국대병원에 약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3개월 만인 2019년 12월 케이팜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케이팜이 건국대병원 지하 창고를 사용하면서 임대료로 월 6000만원을 내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인데 1년이면 7억2000만원 수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변 시세와 비교해 20~30배는 비싼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는 셈이었다. 

당장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다. 업체가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조건으로 고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일종의 우회 리베이트 의혹이다. 당시 건국대 법인은 임대료가 적정 수준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잠잠해지나 했던 케이팜 논란은 최근 그 설립 배경을 두고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특히 건국대 법인이 3억원을 출자해 100% 지분을 소유한 ㈜건국파트너십컴퍼니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건국파트너십컴퍼니는 건국대 법인이 2019년 4월 설립한 별도의 자회사다. 건국대 법인은 사립학교법 6조(사업)에 근거해 이사회 의결, 교육부 승인을 거쳐 건국파트너십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업체들 손절
한 곳만 남겨

사립학교법 6조는 ‘학교법인은 그가 설치한 사립학교의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그 수익을 사립학교의 경영에 충당하기 위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국대 법인은 출자금 3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세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전액 출자해 영리내국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5% 초과부분을 취득하는 데 사용한 재산의 가액을 증여가액으로 해 증여세가 과세된다. 

건국대 법인이 증여세를 납부하면서까지 건국파트너십컴퍼니를 만든 배경을 두고 케이팜 설립을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두 회사는 각각 2019년 4월17일(건국파트너십컴퍼니)과 2019년 6월18일(케이팜) 등 2개월 간격으로 설립됐다. 

건국대 법인은 “건국파트너십컴퍼니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확대를 위해 설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1명의 중증 장애인 직원을 고용해 교내의 2개 카페에서 비장애인과 근무하고 있다”며 “케이팜은 학교법인이 설립한 기관이 아니라 단지 건국파트너십컴퍼니가 지분 일부를 투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건국파트너십컴퍼니의 대표이사는 건국대 법인 경영기획실장인 A씨가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전략과장인 B씨는 사내이사로 등록돼있다. 흥미로운 점은 건국파트너십컴퍼니가 주식회사 임에도 불구하고 A씨와 B씨가 급여를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은 학교법인을 통해서만 급여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경우 경영상 책임 소재는 대표이사로 향한다. 가령 회사에서 횡령‧배임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경우 대표이사는 피해갈 방법이 많지 않다.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도의적인 부분에서라도 책임론이 불거지는 게 대표이사 자리다.

‘직영도매업체’ 해묵은 논쟁
 건국대, 2019년 뛰어 들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돈을 전혀 받지 않은 채 건국파트너십컴퍼니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건국대 법인은 “(A씨와 B씨는) 건국대 정관과 사립학교법 복무 관련 조항에 의거해 겸직 허가를 승인받아 무급 비상근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본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고, 개인 영리추구가 아닌 대학 전출금 수익 마련을 위해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또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그 자리(경영기획실장)에서 근무했던 분들이 건국파트너십컴퍼니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다”며 “그들에게도 급여가 지급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케이팜 설립 과정에서 의구심을 자아내는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초 건국대병원은 5~6개의 도매업체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건국파트너십컴퍼니와 함께 케이팜에 지분투자를 한 업체는 ㈜중앙약품판매 한 곳에 불과하다.

한 건국대 관계자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중앙약품판매만 남겼다”고 귀띔했다. 

다시 말해 건국대 법인의 출자를 통해 만들어진 건국파트너십컴퍼니는 설립 직후 중앙약품판매와 함께 지분을 투자해 케이팜을 출범시켰다. 이후 케이팜은 중앙약품판매로부터 사들인 의약품을 건국대병원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독점 공급하고 있다.

케이팜 설립 과정에서부터 건국대 법인과 중앙약품판매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케이팜에 지분을 투자한 또 다른 업체인 제이팜코리아는 김장열 중앙약품판매 회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해당 인물은 케이팜에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둔 상태다. 중앙약품판매, 제이팜 코리아, 케이팜은 사무실 호수만 다를 뿐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급여 없는
대표이사


케이팜의 지난해 매출은 518억원에 이른다. 이 중 거의 대부분의 매출이 건국대병원에서 나왔다. 2019년 매출 166억원 중 건국대병원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99.9%(16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518억원의 매출 중 93.3%인 483억원이 건국대병원에서 나왔다.

케이팜이 건국대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업체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케이팜의 배당성향을 통해 더 뚜렷하게 확인된다. 케이팜은 배당에 있어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지난해 케이팜의 당기순이익은 12억원. 이 중 케이팜은 11억원을 배당했다. 지분대로면 건국파트너십컴퍼니는 5억5000만원가량을 배당금으로 받은 셈이다. 

앞서 2019년에도 케이팜은 당기순이익 3억3000만원 중 3억원을 배당했다. 2019년과 지난해 각각 배당성향은 88.9%, 91.1%로 고배당이 이뤄졌다. 100원을 벌었다면 90원을 주주에게 돌려준 셈이다. 이로써 건국파트너십컴퍼니는 케이팜 설립 2년 만에 출자금을 전부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케이팜은 중앙약품판매 매출 향상에도 기여 중이다. 케이팜은 지난해 중앙약품판매로부터 238억원가량의 의약품을 매입했다. 지난해 중앙약품판매 총매출의 31%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 중앙약품판매는 2019년 621억원에서 지난해 758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매출이 137억원 늘어나는 동안 매출총이익은 56억원에서 49억원으로 되레 줄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도 12억원에서 1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판매비와 관리비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1.9%에서 1.4%로 감소한 것이다.

납품업체는 매출 늘고
학교법인은 배당 받고

이 대목에서 중앙약품판매가 케이팜에 의약품을 싸게 공급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케이팜의 지분구조는 2019년 건국파트너십컴퍼니(49%), 중앙약품판매(35.7%), 제이팜코리아(15.3%)에서 지난해 건국파트너십컴퍼니(49%), 제이팜코리아(35.3%), 중앙약품판매(15.7%)로 바뀌었다. 중앙약품판매가 갖고 있던 주식 1만주가 제이팜코리아로 이동했다. 김 회장의 ‘아들 회사 챙기기’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케이팜에 지분을 투자한 세 업체는 완벽한 ‘윈윈’ 상태의 계약을 맺은 셈이 됐다. 건국대 법인은 배당 수익, 중앙약품판매와 제이팜코리아는 고정적인 수익 통로를 확보한 것은 물론 배당 수익도 확보했다. 업체 모두 안정적 수익이 보장된 모양새다. 

하지만 케이팜에 지급하는 고액 임대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임대료를 통한 우회 리베이트 의혹은 아직 불식되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케이팜의 지급임차료는 6억7000만원에 달한다. 중앙빌딩 창고 임차료로 추정되는 1억2900만원을 제외하면 건국대병원 창고사용료로 5억4000만원가량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 계산으로 월 4500만원 수준이다. 

2019년 12월 ‘월세 6000만원’ 논란과 비교하면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다는 게 중론이다. 건국대 법인은 “케이팜에서 사용하는 창고는 한 군데가 아니고, 당시 논란이 된 이후 임대료 조정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건국대 법인과 중앙약품판매 계열 업체들의 합작으로 탄생한 케이팜은 양측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과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배경으로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과 김장열 중앙약품판매 회장의 친분이 거론된다.

중앙약품판매는 1991년 설립 이래 건국대병원이 민중병원일 때부터 약을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이사장은 2001년 1월 이사장에 취임해 2017년 4월 학교를 떠나기까지 15년 넘게 건국대 법인을 이끌었다. 한 건국대 관계자는 “두 사람은 법인 이사장과 병원 납품업체 회장으로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는
진한 인연?

건국대 법인은 “케이팜 설립은 2019년 상반기며, 김 전 이사장의 임기와는 무관하다”며 “지분투자 역시 김 전 이사장이나 김 회장과는 전혀 별개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 5월에도 김 전 이사장의 단골 음식점인 서울 성북동 레스토랑에서 만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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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