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국대 교수의 이상한 투잡

처형이 운영하고 아내가 직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의 한 교수가 학교 부속기관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교수는 최근 건국대 총장 선거에서 후보자선정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 건국대학교 전경 ⓒ고성준 기자

건국대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최근 임대보증금 393억원 문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내에서는 총장 선거를 두고 내홍이 불거졌다.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등에서 총장 선거의 절차와 결과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총학생회
사퇴 요구

건국대는 지난달 14일 제21대 총장에 전영재 이과대학 화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취임은 9월1일, 임기는 4년이다. 전 교수는 “교육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교육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건국대를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 교수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내서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건국대 교수협의회는 “법인이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 위원들에게 특정 후보 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다수 구성원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며 “즉각적이고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 거짓 해명이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앞서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이하 총선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걸었다. 이 과정에서 총선위원장인 남모 교수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총학은 남 교수가 자신을 총선위원장에 셀프 추천했으며 총장 선출 규칙조차 숙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개인 사업으로 부당 이득 의혹
총선위원장일 때도 잡음 나와

또 운영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의결 과정에서도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총학은 남 교수가 총선위원장서 사퇴할 것을, 총선위원들은 불거진 문제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총선위 운영위원회 측은 총학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는 선에서 사안을 봉합하려 했다.

총학 관계자는 “총학의 지적 사항에 대해 일부 운영위원들은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사퇴와 사과 등의 요구에 대해서도 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총선위원장과 총선위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 고성준 기자

그러던 중 총선위원장을 맡았던 남 교수에 대한 의혹이 나왔다. 남 교수가 학교 부속기관인 미래지식교육원(이하 미지원)과 남 교수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학원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교육부에서 금지한 유학 프로그램을 변형해 개인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는 민원도 건국대와 교육부 등에 제기됐다. 

지난 2012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국내 일부 사립대서 운영하는 ‘1+3 유학프로그램’에 대해 폐쇄를 통보했다. 1+3 유학 프로그램은 1년 동안 국내서 교양 과정과 영어 과정을 이수한 후 국제교류 협정을 맺은 외국 대학의 2학년으로 진학하는 제도다.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당시 교육부는 “1+3 유학 프로그램은 국내 학위와 무관해 고등교육법이 규정한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폐쇄 사유를 들었다. 국내 대학이 외국대학 학생을 모집·운영하는 사실상 외국 교육기관의 기능을 수행해 외국교육특별법에도 위반되며, 평생교육원을 통해 운영하더라도 평생교육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건국대도 2010년 9월 미지원과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커머스가 공동으로 ‘KU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년 동안 미지원서 교양수업과 어학과정을 이수한 뒤, 텍사스 A&M 커머스 2학년 과정으로 입학해 3년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2011년 2월부터 첫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다. 

남 교수는 2011년 1학기부터 2012년 2학기까지 건국대 미지원서 ‘Backpacking and Camp’ ‘TAMUC’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US-business and professional speaking’ 등의 과목을 맡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가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은 남 교수의 주도하에 진행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문제는 교육부가 1+3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규정한 이후에도 변종·신종 1+3 프로그램이 기승을 부렸다는 점이다. 당시 교육부는 “일부 유학원들이 미국 입학사정관을 통해 고교 내신과 면접만으로 미국 명문 주립대 입학이 가능하다고 광고하며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이를 방관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돼 필요한 조사와 조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지원 원장
그때도 했나?

남 교수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한 A교수는 그가 교육부서 지적한 것처럼 일종의 변종 1+3 프로그램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 교육부서 1+3 프로그램을 문제 삼자 학교 이름만 뺐을 뿐 똑같은 방식으로 텍사스 A&M 커머스로 편입할 학생들을 모집했다는 것. 

A 교수에 따르면 건국대 미지원에서 맡았던 (1+3 프로그램에서) 1의 역할을 미지원과 건국대 인근에 위치한 T 어학원이 양분하고 있다. 미지원서 텍사스 A&M 커머스 편입에 필요한 학점을 딸 수 있는 과목을 수강하고, 어학과정은 T 어학원을 통해 수강하는 시스템이다. A 교수는 “남 교수가 모집한 텍사스 A&M커머스 유학생들이 미지원 교양수업을 들으며 실제 T 어학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폭로했다. 
 

▲ 대자보

T 어학원은 이른바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인 ‘텍사스 주립 대학교 토플면제 입학 특별전형’을 운영했다. 먼저 6개월 동안 텍사스 주립대 한국교육원서 ‘토플면제 ESL 대학 준비 영어과정’을 이수한 후 토플을 면제받는다. 이후 학점은행제를 포함한 국내 대학서 12학점을 취득하면 편입생이 돼 고교 내신을 면제받을 수 있다. 

문제는 T 어학원과 남 교수의 연관성이다. 건국대 감사실은 “남 교수에게 확인 결과, T 어학원과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해보면 남 교수는 T 어학원과 상당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서 금지한 프로그램
약간만 변형해 사업에 이용?

먼저 T 어학원은 남 교수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국대 감사실은 A 교수의 문제 제기에 답하는 과정서 “남 교수가 T 어학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면서도 “남 교수의 처형이 T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2017년 초 이미 인사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또 T 어학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홍모씨는 남 교수의 아내라는 의혹이 나왔다. T 어학원 홈페이지서 홍씨는 ‘텍사스 A&M 커머스 교육대학서 영어 교육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이면서 ‘텍사스 A&M 커머스 내 글로벌 센터서 코디네이터를 맡아 한국 학생들의 학업상담, 취업 상담 등을 하고 있다’고 기재돼있다. 

이뿐만 아니라 T 어학원 홈페이지나 블로그, 유학 사이트서도 텍사스 A&M 커머스 입학 설명과 관련해 남 교수의 이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T 어학원서 올려놓은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ppt’ 자료에는 건국대 학점은행제에 대한 설명과 남 교수 이름이 자문교수로 기재돼있다.
 


앞서 남 교수는 2014년 12월 한 미술학원서 열린 텍사스 주립대 입학설명회 자리에도 참석했다. 당시 남 교수는 건국대 미지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2018년 1월 한 유학 사이트에 올라온 글에는 남 교수의 이름이 일반전공의 문과 담당과 미술 전공의 심층면접관으로 기재돼 있다. A 교수는 “남 교수는 미지원 원장이 된 직후부터 학점은행제가 아닌 텍사스 유학생 모집에 열을 올렸다”며 “학교 기관을 불법 사업에 이용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다시 전화”
연락 안 돼

A 교수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건국대 감사실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면 추가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는 A 교수의 민원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남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끝내 연락을 주지 않았다. 이후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여러 차례 남겼지만 결국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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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