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방위 금품 살포' 의혹 수산업자 김씨

사기 친 검은돈으로 재벌 행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중견급 검사와 서장급 경찰, 유력 신문사 논설위원, 방송사 앵커. 한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의 면면이다. 이들에게 금품을 바친 사업가는 과거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가 하면, 현재는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상습사기범을 둘러싼 ‘검·경·언’ 게이트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나 기타 정치 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을 두고 게이트라고 한다. 1972년 6월 발생한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Watergate Affair)에서 유래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재선을 위해 비밀 공작반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되며 하야했다. 당시 ‘게이트’라는 용어는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따온 것이다. 

드러나는
유착 관계

이후 국내에서는 정치 권력과 관련돼 일어나는 대형 스캔들을 말할 때 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박동선이 미국 의회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이 사건은 ‘코리아게이트’라고 불린다. 이후에도 이용호, 정현준, 진승현 등 게이트라는 이름의 여러 비리 의혹이 있었다. 

그리고 2021년 7월, 현직 부장검사와 경찰 고위 인사, 유력 언론인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모(43)씨 사건이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김씨는 검·경·언의 유력인사들과 유착 관계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정치권 인사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수 백억원대 사기행각도 벌인 것으로 밝혀져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검사는 지난달 서울남부지검 소속 이모 부장검사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이 수산업자 김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혐의를 조사하다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부장검사의 문자메시지를 발견해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보낸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를 금품수수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니 이 부장검사가 금품을 받은 정황이 뚜렷했다는 것.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검찰 내부의 목소리다. 

이 부장검사는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근무하면서 김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 초반에는 이 부장검사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자 명품 시계, 고가의 식품, 자녀의 학원비 등 2000~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가 선물했다고 밝힌 시계는 ‘IWC’로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경찰의 압수수색 이틀 뒤 고검검사급 검사(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 이 부장검사를 부부장검사로 강등 발령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이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부장검사는 경찰 수사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이 이 부장검사가 받은 금품의 대가성을 확인한다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전환해 공수처에 이첩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뇌물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달리 공수처법이 규정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해서다.

‘뇌물 고리’ 검·경·언 강타
거물 정치인 연루설도 돌아

다만 현시점에서는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근거가 불명확하다.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대한 수사를 진행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경찰로서는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될 경우 성과가 공수처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첩시키지 않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이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이 전 논설위원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 측 대변인에 선임되고 열흘 뒤인 지난달 20일 돌연 사임했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당시 그는 사퇴 이유를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만 밝혔다.

현재까지 이 전 논설위원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또 엄성섭 TV조선 앵커와 일간지 기자 2명의 금품수수 혐의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엄 앵커는 중고차를 두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이 자리는 이상목 앵커가 대신 맡아 진행했다. 그는 2017년 4월부터 전날까지 해당 방송을 해 왔다.

엄 앵커는 개인 유튜브 ‘엄튜브’ 커뮤니티에도 “오늘 방송은 쉬어가게 됐다”고만 간략히 밝혔다. MBC에 따르면 엄 앵커는 기자들의 전화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산하의 언론인이 뇌물 금품 사건에 연루된 것에 언론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이 전 논설위원과 엄 앵커의 입건 사실을 다루지 않고 있어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논평을 내고 “<조선일보> 그룹에서 언론인의 비리 사건이 5년간 3차례 있었지만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않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줘왔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 거짓”
가짜 경력


<조선일보> 소속원들이 뇌물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송희영 주필은 기사 청탁 대가로 대우조선해양에서 금품·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냈고, 이듬해 기소됐다. 2019년 언론사 간부들이 기업 로비스트인 홍보대행사 대표와 기사를 대가로 금품·향응·자녀취업 등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박수환 문자 사건’에 부장급 이상 8명이 연루됐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반복된 악의적 보도 행태를 비롯해 기자 등 언론인 일탈과 불법행위 연루 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인 비리와 불법에 관대한 구시대적 관행이 낳은 적폐의 결과”라고 짚었다.

김씨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은 건 경찰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품수수 관련 내사를 받던 배 총경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경찰은 증거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금품의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확인되면 이 부장검사에겐 뇌물수수 혐의를, 민간인인 언론인에겐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마치 자신이 1000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고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일대에서 어선 수십대로 사업을 하며 인근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재력을 과시했다.


그는 “선박 운용사업에 투자하면 선주가 되게 해주겠다” “선동 오징어 매매사업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로 수익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7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이 116억원에 달했다. 

그는 여러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지만, 수산업체로 소개한 회사 주소는 그가 어릴 적 살았던 포항 구룡포읍 빈집으로 드러났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실제로 자신의 정관계 인맥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렇게 쌓은 인맥과 대외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수차례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김씨는 서울과 대구, 포항 등을 오가면서 피해자들을 만나 사기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 피해자는 김씨가 어선을 정박해놨다는 구룡포항에서 김씨를 직접 만난 뒤 투자하기도 했다. 이 피해자는 34회에 걸쳐 86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보냈다.

유령직 6개
행적 보니…

피해자 가운데는 김무성 전 국회의원의 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고향인 포항 구룡포리 주민들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오징어를 말려 팔던 것을 보고, 김씨가 가짜 수산물업체를 차려 사기를 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의 사기 행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씨는 법률사무소 사무장 등으로 신분을 속이고 사기 행각을 벌여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안동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17년 12월 특별사면되기도 했다.

평소 자신을 1000억원대 유산을 상속받은 재력가·사회활동가로 꾸며 정계·언론계 등 인맥을 과시한 김씨는 특정 인사와 안면을 트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고위층 인사를 소개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믿음의 벨트’를 이용한 것.

김씨는 이렇게 속아 넘긴 유력인들에게 활발한 로비활동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들은 검찰과 경찰, 언론 등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김씨가 3대3 농구 사업을 하는 A 사단법인 생활체육단체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여야 인사들이 축사를 보냈다. 취임식에는 이 전 논설위원과 엄 앵커도 참석했으며, 엄 앵커는 축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엄 앵커는 “김 회장 취임 이전과 김 회장 치임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감히 단언 말씀드립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A 법인은 지난해 5월 김씨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으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김씨가 등재돼있지 않았으며, A 단체의 활동도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단체의 임원은 2019년에 만들어진 이후 김씨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수산물 업체 대표, 인터넷언론사 부회장, 한국언론재단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상임위원, 유니세프 경북지회 후원회장, 한국다문화가족협회 대구경북후원회장, 몽골스포츠교류재단 상임부회장 등을 맡은 것으로 언론에 소개됐다.

전방위 로비 ‘게이트’로 번지나
휴대폰 상납 리스트 확보 수사 중

하지만 모두 등기 임원이 아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단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언론재단과 유니세프, 한국다문화가족협회 관계자들은 모두 “김씨가 속했다는 관련 위원회·단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계·정계·체육계 등 인사들과 교류한 정황이 나오면서 금품수수 의혹이 어디까지 확산될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금품 수수 사건에 정치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난감한 입장이다. 이 전 논설위원이 대변인을 맡았다가 열흘 만에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50분경 대선 출마 선언 후 첫날 일정으로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찾아 기자실마다 돌며 기자들과 인사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소통관 프레스라운지(간이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통해 언론의 협조를 부탁하는 인사말을 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이 사퇴한 배경이 부장검사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이 아니냐, 금품 수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를 알고 있었느냐. 이것이 사퇴의 배경이 된 게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본인의 신상에 대한 개인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뭐 거기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본인의 신상 문제라서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겠다고 해서 서로 간에 양해했다”고 답했다.

“사전에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냐” “사퇴 전에 모르셨다는 것이냐” “이 전 대변인이 사퇴 전에 이 사실을 보고했느냐” 등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윤 전 총장은 아무런 답변하지 않은 채 프레스라운지에서 빠져나왔다. 

취재진이 재차 “사퇴할 때 이 전 대변인이 총장께 말씀드렸냐”고 물었지만 “본인의 개인 신상에 관한 거니까”라는 말만 반복하고 입을 닫았다. 취재진은 윤 전 총장을 따라다니면서 “인사 실패라는 평가는 어떻게 보느냐, 처음 열흘밖에 안 된 상태에서 그만둔 것은 인사 실패 아니냐”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윤 전 총장은 대선 행보 첫날부터 삐끄덕했다는 평가다. 본인 의혹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으나 속 시원히 답변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다는 데 정치권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불똥 튄 
정치권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의 말을 전한 사람의 범죄 의혹에 대해서 무작정 몰랐다는 말로 넘어가는 것은 부족하다”며 “유력 대권주자의 인사 문제는 주요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일컬어진다. 이동훈 전 대변인의 금품수수 관련 보도로 인해 국민은 윤석열 캠프에 대한 신뢰도 의혹의 눈초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 헌법기관이란다.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