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환불’ 건국대 속사정

내부잡음 막으려 여론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진행된 온라인수업으로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며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건국대가 고지서 감면 방식으로 사실상 등록금을 환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갑작스런 건국대의 결정에 타 대학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부가 시끄러운 건국대가 ‘시선 돌리기’용으로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 최근 온라인수업에 따른 학습권 침해로 등록금 환불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건국대서 환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타 대학들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양새다. ⓒ고성준 기자

대학가 역시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대학들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학기 수업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서 집단 커닝 사태가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대면 시험을 치른 대학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대학 VS 학생

최근에는 등록금 환불 이슈가 불거졌다.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됐으니 대학에선 등록금을 일부 환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실기·실습이 많아 비대면 수업이 불가능한 예술대학 등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등록금 환불 요구는 대학이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한 순간부터 제기됐다. 지난 4월21일 27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은 ‘등록금 반환 및 대학생 경제대책 마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전대넷은 전국 203개 대학 학생 2만1784명 중 99.2%에 달하는 2만1607명이 ‘코로나19로 인한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결과를 전했다.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는 ‘원격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답변이 82%로 가장 높았으며 학교시설 이용 불가능(78.6%), 경제적 부담(37.4%) 순이었다. 등록금 반환 형태를 묻는 질문에는 ‘납부 등록금에 대한 반환·환급’(87.4%)이 가장 많았다. 학교별 상황에 따라 학생 형편에 맞는 장학금 지급에 대해선 11%만이 동의했다. 

전대넷은 “설문조사 결과는 곧 학생들의 우려에 아무런 답변과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교육부와 대학을 향한 강한 질타”라며 “침해된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행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등록금 반환 ▲등록금 반환 학생 요구안 수용 ▲교육부-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학생 3자 협의회 개최 등을 촉구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진행
“학습권 침해” 주장 계속 나와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 이슈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대학들도 등록금 환불에는 난색을 표하면서 이슈가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건국대서 등록금 환불 이슈를 다시 끄집어냈다. 건국대는 2학기 등록금 중 일부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실질적 환불에 나섰다. 

건국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학습권 침해를 당한 것을 지원한다는 개념”이라며 “재원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2학기 등록금 고지서에서 일정비율을 감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건국대의 결정으로 등록금 환불에 미온적이던 다른 대학의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건국대의 이번 결정이 내부 환기용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재 건국대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임대보증금 393억원 문제가 국민권익위원회를 거쳐 검찰로 넘어가 있고, 총장 선출 과정서 잡음도 들려온다. 


지난 15일 건국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학교법인에 ‘제21대 총장후보자 선출과정 부당개입 의혹 답변 요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는 75명의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전영재 화학과 교수가 21대 신임총장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 등록금 반환 집회 갖는 학생들

건국대 교협이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은 법인이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는 3배수에 포함하고자 일부 총선위원에게 특정 후보 투표를 종용했다는 것.

건국대 교협은 “앞선 수차례 총장선거서도 법인의 부당한 선거개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명확한 입장 한 번 밝힌 적이 없다”며 “이번 총장선거서도 법인이 총선위원들에게 특정 후보 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다수 구성원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국대 측은 교협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등록금 환불 이슈로 내부 잡음을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사실 건국대서도 등록금 환불 문제를 외부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 취재 과정서 드러나게 된 것”이라며 “임대보증금이나 총장 선거 등은 학교법인과 관련 있는 문제고, 등록금 환불 문제와는 궤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건국대의 사정과는 별개로 등록금 환불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실제 건국대가 실질적인 등록금 환불 결정을 내리면서 타 대학 학생들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건대, 처음으로 실질적 환불
교협, 총장선거 “문제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부 학교 학생들이 ‘혈서’를 올리면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 중이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한양대 커뮤니티에는 ‘등록금 반환 대신 혈서가 필요하다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양대 재학생으로 알려진 글쓴이는 혈서를 올리며 ‘지금이라도 학교는 각성하고 대안을 세워라. 무책임, 무소통 반성하고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에도 혈서가 등장했다. 연세대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이 학생은 ‘연세대 10만원’이라고 쓴 혈서를 올리며 ‘소통해야 한다’고 학교를 비판했다. 앞서 연세대 학생복지처장은 등록금 반환과 학점 부여 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이 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등록금을 깎아달라 하면 되나. 학생들이 10만원씩 더 내자는 말은 왜 못하나”라고 발언해 논란을 산 바 있다.  

전대넷 등 대학생 단체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세종정부청사 교육부서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5박6일 릴레이 행진을 진행했다. 전대넷은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환불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현재 전국 70개 이상 대학서 2100여명의 학생이 소송인단에 참여했다”며 “오는 26일 소송인단 모집을 마감하고 다음달 1일쯤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대학과 학생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현금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학생에 대한 현금 지원은 못한다는 원칙은 처음부터 발표했다”고 선을 그었다. 

“현금은 NO”

교육부는 각 대학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살펴보고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에게 등록금을 환불해주는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등록금 반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거나 기존 예산의 용도 제한을 완화해주는 방식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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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