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③검찰이 풀어야 할 난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08 09:09:12
  • 호수 10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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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게이트’의 공이 드디어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공언하면서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땅에 떨어진 검찰 신뢰는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비선실세 의혹 규명의 칼을 쥔 검찰의 대국민 숙제를 살펴봤다.

검찰은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를 지난달 31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최씨가 각종 혐의에 대해 부인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이미 국외로 도피한 사실이 있는 데다 도망의 우려가 있어 긴급체포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가 극도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출하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최대한 약하게
봐주기 속셈?

체포된 최순실씨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사기미수 등이다. 검찰 수사 지휘부는 이날 영장 청구 직전까지 적용 혐의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16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하고, K스포츠재단을 통해 45억원을 출연한 롯데그룹을 압박 70억원을 추가로 받아낸 혐의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가 연구용역 수행이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K스포츠재단에 7억원의 용역을 제안한 점을 들어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은 수사 실무에선 가장 나중에 고려하는 죄목”이라며 “현재로써는 구속영장을 받기 위해 직권남용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겠지만, 수사가 초기인 만큼 앞으로 혐의가 바뀌거나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순실씨와 함께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지난 2일 긴급체포했다. 수사본부는 “주요 혐의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출석 전 핵심 참고인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며 체포 사유를 밝혔다.

또 “최순실씨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을 고려할 때 정범인 피의자를 체포하지 않을 경우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안종범 게이트’로 축소하는 일종의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격 수사 착수…석연찮은 온정 수사
‘의문의 31시간’ 검이 비상구 터줬나

검찰은 최씨가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관행적으로 직권남용은 교사범이 아닌 공모공동정범을 적용하기 때문에 ‘직권남용 공범’이라는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이 과정서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일은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박 대통령 수사가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최씨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문제는 이렇게 흘러갈 경우 박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혐의도 적용할 수 없게 돼 자연스럽게 꼬리자르기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전까지 검찰은 수사를 차일피일 미뤄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9월29일 시민단체가 최순실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고 각종 의혹과 관련 증거가 나오는 상황에서조차 검찰은 수사속도를 내지 않았다. 재단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자금 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불법행위가 있으면 엄정 처벌하라”는 발언이 나온 후에야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 달 가까이 검찰이 청와대의 ‘명’만 기다린 셈이다. 결국 최씨가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귀국한 최씨는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하루 동안 검찰 출석을 미뤘다. 귀국부터 출석까지 31시간 동안 최씨는 은행을 방문해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출두를 앞둔 31시간 동안 최씨는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최씨가 자유롭게 현금을 출금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이 최씨의 계좌를 압수수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인 최씨는 배제한 채 차인택씨의 법인 및 계좌만 압수수색했다.

야당은 최씨를 31시간 동안 풀어준 검찰을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31시간은 어떤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검찰은 최순실씨가 31시간 동안 어디서 누구와 왜 무엇을 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검찰 수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석연치 않은 온정을 보며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최씨가 저지른 국정농단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국민은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많은 의혹들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빙산의 일각이다. 검찰수사는 사건의 전모를 확인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공항서 안잡고…
청 수사하나?

검찰이 최씨과 안 전 수석을 체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과연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서도 "최씨의 국정농단을 수사한다는 검찰이 아직도 주변만 맴돌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씨의 국정문건 유출 부분에 해당하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치 않은 부분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한 최씨의 혐의 일부를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상태인 만큼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최씨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죄 적용이 대통령 수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찰이 미적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특정할 경우 박 대통령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범죄 혐의가 특정되기 때문이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최씨가 직접 혐의 당사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안 전 수석 등의 공무기밀 누설 행위에 최씨가 공조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공범 혹은 교사범 등으로 규율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이 이번 의혹 최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겨눌 수 있을 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하자 이틀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검찰이 다시 압수수색을 하자 7상자 분량의 자료를 임의제출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31일 “지난달 30일 청와대로부터 상자 7개 분량의 압수물을 임의 제출받았다”며 “향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더 건네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으로 갔다간…
청와대 조사 딜레마

이 자료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서류와 최순실씨 관련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변은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청와대 압수수색 재개를 촉구했다.

민변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적 공분에 맞서 증거를 인멸하고 진실을 감추려는 추악한 시도의 일환”이라며 “형사소송법 취지와 문언에 합당하게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를 방패삼아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진실 은폐라는 시각이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수사 중인 만큼 정치권에선 검찰의 대통령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서 “국민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고 검찰수사를 받는 것이 선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도 “박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성역 없는 특검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서도 비박계 중진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에 직접 수사 수용을 요청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그대로 밝히고 사죄드리고, 특검이든 검찰이든 모든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자청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이 원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청와대 수사를 촉구하는 분위기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 상황을 보고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라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했던 김현웅 법무부장관도 “수사진행에 따라 박 대통령 수사 필요성을 건의하겠다”고 말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수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의 의지와 법해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의 재직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의거, 수사가 가능한 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현직 대통령을 수사한 전례 등 종합적 검토도 불가피하다. 보는 눈이 많은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 수사를 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신뢰
회복 방법은?

검찰이 본격적으로 비선실세 의혹에 들어갔지만 특검을 구성치 않은 검찰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일반적으로 특수부에 배당하는데, 이는 이번 사건을 형사부가 맡을 경우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다.

검찰이 특수부 체제로 ‘얼마나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숙제다. 일각에선 성역 없는 수사만이 ‘봐주기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특수부가 독립적으로 수사해 검찰총장에게 수사결과만을 보고토록 해 외압 없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이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야3당이 특검을 주장하고 있어 검찰의 입장은 다소 난처해진 상황이다.

야3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들은 여야 합의로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별도 특검’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여야가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상설특검’으로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짜맞추기와 은폐 부분들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별법에 의한 별도 특검만이 국민적 요구에 화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정부와 검찰을 동시에 압박했다.

이 같은 야권의 압박에 검찰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계속해서 특검 카드를 고수할 경우 20명에 달하는 참고인 소환과 더불어 특수부 설치까지 한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무조건 특검으로 간다고 해서 더 나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 능력은 검찰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도입되면 ‘봐주기 수사’ ‘정권 거수기’라는 비판 외에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여론이 커질 가능성도 점쳐져 검찰이 난데없는 개혁 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법조계서도 최순실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신뢰를 잃어버린 검찰의 ‘마지막 기회’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전직 검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특수부에 맡겨서 했어야지 형사부에 보냈다가 지금 와서 인원을 늘리고 하면 누가 검찰을 신뢰하겠나”라며 “요즘은 검찰이 100점짜리 수사를 해도 신뢰를 안 하는 판인데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꼬리 자르기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검찰이 최순실 개인 비리로 이 문제를 잘라버리면 검찰은 문 닫아야 된다”며 “재단 설립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가 있을 수 있고, 연설문과 관련해서도 있을 수 있다. 청와대도 사활을 걸겠지만 검찰이 거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기회
“마음 비워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한 방송서 “최재경 민정수석 아래서 검찰이 최순실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는 질문에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들이 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날뛰는 놈들을 죽이라고 국민이 빌려준 것”이라며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을 제대로 하라”고 당부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민주가 본 검찰개혁은?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14일 국회서 “정치검찰의 타락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다”며 “민주당을 가볍게 보지 말라. 검찰을 근본적으로 재수술할 때”라고 검찰개혁에 운을 띄웠다.

실제로 더민주는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관장하기 위해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두는 내용의 공수처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독점주의를 일부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백혜련 의원은 “공수처 법안이 가장 중요한데 여러 현안에 묻혀 있었는데 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며 “국회에 검찰 개혁 특위를 강력하게 띄워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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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