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⑦그녀가 삼킨 이슈들

큰일 많은데…블랙홀에 빠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최순실’ 이름 석 자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행적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심지어 그녀의 신발 브랜드, 검찰 수사 중 먹은 식사 메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다. 정부가 최순실의 치마폭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이 드러날수록 그녀의 치마폭 뒤로 수많은 이슈들이 묻히고 있다.

작은 사건이 정부와 대통령이 연루된 게이트로 번지면서 최순실은 몇 달 새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달 31일, 검찰 출두 당시 최순실의 벗겨진 신발을 찍기 위해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댈 정도로 그녀는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오고, 관련자들의 말이 바뀐다.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 외부인의 손을 탄 사업 및 정책, 대통령의 대응 등에 국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 사이 정치, 사회, 민생 등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대형이슈 틈타
요금 기습인상

먼저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사라졌다. 개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야뿐만 아니라 제3지대 원외인사들이 단골처럼 언급하던 단어다. 심지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논의서 한발자국 물러서 있던 박근혜 대통령조차 국회 시정연설서 이를 언급했다.

대선주자들은 “대통령 4년 중임제”(문재인, 유승민), “분권형 대통령제”(김부겸), “시기상조”(안철수) 등 개헌에 대한 저마다의 입장을 내놓고 내년 대선을 위한 판짜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권이 패닉에 빠지면서 개헌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대통령 탄핵, 하야 요구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대통령 검찰 수사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병준 후보자가 그동안 꾸준히 개헌을 언급해온 개헌론자라는 점에서 작은 불씨가 남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는 개헌 방향으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해 왔다.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논의도 자취를 감췄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가 지난 9월25일 사망했다. 백남기 농민 사태를 두고 유족, 야당,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공권력 남용이 현 상황을 촉발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경찰은 불법시위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논란은 사망 이후에도 이어졌다.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기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백 교수의 스승으로 알려진 서울대병원 백남기사건특별조사위원회 이윤성 위원장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면서 제자의 사망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족 측과 이 위원장, 서울대 의대 재학생 등은 모두 ‘외인사’라는 입장이다.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재신청 끝에 부검 영장을 발부받았다.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부검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영장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유족과 시민들의 강력 반발로 철수했다.

이후 경찰은 영장 만료 기한이었던 지난달 25일 또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경찰은 영장 재신청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백남기 농민의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유족과 투쟁본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주민 의원 등은 백남기 농민 사태와 관련해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지 않는 한 이에 대한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문화·스포츠·민생 몽땅 빨아들여
대신 신발·식사…최씨 일거수일투족 관심

문화계를 발칵 뒤집은 성추문 사건도 최순실 게이트로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나온 블랙리스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문화계는 성추문 사태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세월호 시국선언,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등 문화계 인사 9400여명의 이름이 거론된 블랙리스트가 현 정권의 탄압에 맞선다는 이미지를 준 것에 반해, 성추문 사태는 문화계의 추악한 이면을 들췄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박범신 작가, 박진성 시인,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큐레이터 등은 SNS에 불거진 성추행 의혹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배용제 시인이 미성년 습작생들을 성폭행하고 반강제로 돈을 빌렸다는 폭로가 쏟아지기도 했다.

배 시인은 “단 한 번의 자기 성찰도 하려하지 않은 채 많은 일을 저질러 왔다”며 “이 일로 큰 상처를 받고 힘들고 아파했을 아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속죄를 하며 용서를 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문화계에선 성추문 사태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보다는 이미 고착된 갑을관계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갑’에 위치에 있는 권력자가 행한 폭력에 대한 ‘을’의 폭로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것.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안을 공론화하고 일부 폐쇄적으로 진행되던 등단 제도 등을 손봐야 한다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국이 어지러워지면서 피해자의 고발에 따른 가해자의 사과 및 활동중단 수준에서 사안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방패 아래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 역시 슬그머니 조용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 시국을 타개할 대책으로 내각 개편에 나선 사이 올 시즌 프로야구가 마무리됐다.

개헌·백남기
순식간 사라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는 내리 4연승을 거둔 두산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두산은 지난해 우승 이후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고, 21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NC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NC의 무기력한 패배는 선발진 가운데 한 명인 이재학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재학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의혹이 계속되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서 제외됐다. NC는 이재학 없이도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선발진의 열세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NC 소속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NC는 지난 7월, 투수 이태양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나 계약을 해지했다. 2013년 우선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던 롯데 투수 이성민 선수의 2014년 승부조작 가담 혐의도 있다.

경찰은 지난 10월, NC구단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이재학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생각했지만 이성민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

이성민은 NC서 KT로, 2015년 5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NC로서는 경찰 수사 결과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경찰의 압수수색에서 구단이 이성민의 승부조작 연루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구단 차원에서 은폐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KBO규약에 따르면 구단이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한 경우에는 총재가 경고, 1억원 이상 제재금 부과, 제명까지 징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야신’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선수 혹사, 인권 침해 논란도 야구계에선 뜨거운 감자지만 조용히 묻히고 있다.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한 이후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있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 권혁은 지난달 20일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고 앞서 같은 달 11일에는 투수 송창식이 일본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송창식은 두 번째, 권혁은 세 번째 수술이다.

두 선수는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2년 동안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송창식은 지난 4월14일 두산과 홈경기서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90개의 공을 던졌다. 이 과정서 송창식은 홈런 4개를 맞는 등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송창식이 12실점을 할 때까지 마운드서 내리지 않았다. 송창식은 바로 전날에도 구원투수로 등판해 15개의 공을 뿌렸고, 앞서 9일에는 선발 등판해 69개의 공을 던졌다. 당시 많은 야구팬들은 송창식의 계속된 투구가 김 감독의 벌투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비판했다.

경기 중계진이 “너무 가혹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성추문·조작
조용히 묻혔다

2군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최근에 불거져 나왔다. 스포츠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화 2군 숙소에 전달된 지시사항에는 ‘한 달에 한 번 휴식일 외박 가능’ ‘선수단 휴일 외박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구단 2군 내규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가혹한 규제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가혹한 2군 규제는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권혁이 2군 숙소로 내려간 시기에 내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감독이 권혁에게 무통 주사를 맞으며 1군에서 던질 것을 요구했는데, 권혁이 난색을 표하자 이 같이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어 권혁이 수술과 재활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김 감독이 자비로 수술 받을 것을 요구했다는 추가 폭로가 터져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결론적으론 구단이 수술비를 지원했지만 감독이 부상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구단과 감독은 최근 논란에 대해 “부풀려진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자비 수술’은 감독이 푸념하듯이 말한 게 외부에 이상하게 전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김성근 OUT’을 외치며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구단은 지난 3일 내년에도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겠다며 유임을 공식화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일도 있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6.1% 인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전국 1660만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요금은 기존 3만2427원에서 3만4185원으로 1758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 사용요금 역시 4.7% 오른다. 월 평균 가구당 2214원의 난방비 상승이 예상돼 겨울철 서민 삶을 팍팍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요금 인상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비용이 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연탄값도 7년 만에 15%가 뛰었다. 2020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연탄업계 지원금이 줄어든 탓이다.

공장 연탄 가격은 장당 446.75원으로 19.6% 인상됐고, 소비자가격은 489원서 573원으로 올랐다. 연탄값이 오르면서 기부의 손길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맥주값도 올랐다. 맥주값 인상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등 국산 맥주 전 제품의 출고가를 6%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 출고가가 1081.99원서 1147.00원으로 65.01원 올랐다.

“최순실 치마폭에 싸여있다”
대한민국 지금 무슨 일이?

오비맥주는 빈병 취급 수수료 인상, 할당관세 폐지 등 원가 상승 요인과 판매관리비 등의 증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맥주업계에선 타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리는 도미노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주의 경우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가격을 인상한 후 후발 주자들이 줄지어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코카콜라와 환타 가격도 평균 5% 인상된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달 31일 업소용 제품을 제외한 일반 소매 판매용 코카콜라와 환타 등 2개 브랜드 15개 품목의 출고가를 5%가량 올린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음료는 유가와 원당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비와 판매 관리비가 상승했다며 출고가 인상 이유를 전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입 대두 직배 공급 가격을 현행 1㎏당 1020원서 1100원으로 7.8% 인상했다. 이에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수입 대두 공급 가격 인상 철회를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수입 대두 공급 가격의 대폭 인상은 대부분 영세한 대두 식품 가공업계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청와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절히 호소해 왔다”며 “극심한 경기 침체로 1997년 IMF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정권 말기에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기 때문에 식품업계로서는 지금 시기가 가격 인상의 적기다. 게다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전 국민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어서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됐다는 말도 있다.
 

안전 문제 역시 뒷전이 됐다. 지난 9월12일 경북 경주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으로 한반도가 뒤흔들렸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진이 감지되는 등 지진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하루에만 경주에서 규모 2.1, 규모 2.3, 규모 2.3의 여진이 세 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지진 이후 지난 3일 오후 5시까지 총 512회의 여진이 일어났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주와 인근 주민들은 갑자기 늘어난 여진에 또 다시 불안에 떨었다.

민생도 올스톱
지진대책 전무

9월 지진 당시 정부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마비, 재난 문자메시지 통보 지연 등으로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진 발생으로 원전에 대한 공포도 높아졌다.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지난달 24일에는 부산·경주·울산·경남 등에서 학부모들이 일제히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날 ‘잘가라 핵발전소’ ‘원전 반대’ ‘안전은 나몰라라’ 등 손수 피켓을 만들어온 학부모들은 정부 당국의 무대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2일에도 경북 경주 학부모 행동과 탈핵경주시민 공동행동 등 두 단체는 “경주시와 시의회는 9‧12 지진 이후 여전히 불안해 하는 시민을 위해 지진-원전 재난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어선도 최순실에 ‘꿀꺽’
'여전히 불법조업과의 전쟁'

최순실 게이트로 외교 문제도 ‘깜깜’해졌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는 대중 외교의 고질적 걸림돌이었다. 최근 몇 년 간 꽃게철만 되면 서해는 중국 어선으로 새카맣게 뒤덮였다. 7∼8월 금어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꽃게잡이에 나서는 우리 어민들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하루 평균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2013년 92척에서 지난해 152척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꽃게철만 되면 서해안에서 불법 중국 어선과 해양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그 수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단속 중인 해경 고속단정을 일부러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첫 공용화기 사용에도 ‘조용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에 정부는 같은 달 11일 “폭력 사용 등 공무집행 방해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공용화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해경은 지난 1일 인천시 옹진군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중국 어선 30여척이 몰려들어 저항하자 M60 기관총 600여발을 발사했다.

중국 언론은 해경의 공용화기 사용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어민들이 불법 조업 때문에 한국 해경에 죽임을 당하면 중국인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무너지면 한국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중국 어선 불법조업 근절 대책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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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