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④잠룡들 셈법

박근혜 때리면 지지율 오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둔 잠룡들의 속셈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여야 잠룡들 모두 한 목소리로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내년 대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최순실 사태의 최대 수혜자다. 지난달 중순까지 송민순 회고록 이슈가 불거지면서 문 전 대표는 여권의 총공세에 시달렸다. 색깔론이라며 반박했지만 북한과 내통했다는 프레임에 서서히 갇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반기문 직격탄

하지만 최순실 비선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송민순 회고록 파문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자취를 감췄다. 아울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밀려 지지율 순위 2위에 머물렀던 그는 1위를 탈환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3자 대결서도 선두다. 정치권은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여론 불신의 반사이익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호재 속에 문 전 대표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는 “지금 상황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상황의 엄중함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며 “여전히 아주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공동책임이 있는 주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를 질타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난 초반에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해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순실 사태에 방관자로 머물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슈를 선점해 대선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박근혜정부가 야권서 활발히 논의된 거국중립내각과는 별개로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책임총리’로 내세우면서 거국중립내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문 전 대표가 존재감 부각에 방점을 찍는 동안 안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물러나라”고 하야를 촉구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께 헌법파괴 사건의 죄를 고백하고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버젓이 총리를 지명했다”며 “이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술책’ ‘범죄’ ‘폭거’ 라는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해 박근혜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안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여권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존재감 부각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가 대통령 하야를 요청한 날 박원순 서울시장도 박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주장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서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조작권을 행사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며 “국가 위기사태를 악화시키는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의 농단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여당과 대통령이 주도하는 모든 수습방안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근본을 바꾸라는 국민 명령에 따르고 평화 집회가 안전하고 질서 있게 진행되도록 서울시가 모든 행정편의를 지원하겠다”고 말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권의 유력주자들이 날선 비판을 가한 배경에는 거각중립내각이 있다. 각 주자들은 정국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치적 스탠스를 취했다. 안 전 대표는 거국 내각이 자칫 권력 나눠먹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여야합의 총리를 주장했다. 박 시장은 거국중립내각을 통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대통령의 힘을 빼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지명하자 야권 잠룡들은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장서서 정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여 혼란한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고공행진 안철수·박원순 전면등장
친박들 우왕좌왕…김무성이 주도권 재탈환?

여권 잠룡들도 최순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김무성·오세훈 등 여권 잠룡 5인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긴급 회동을 가졌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5인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 그 길을 향한 첫걸음은 현 지도부의 사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른바 비박(비 박근혜) 비주류로 친박계가 득세할 때는 몸을 낮추고 있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자 친박 중심의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본격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싸움에 돌입한 셈이다. 우선 김 전 대표의 부상이 눈에 띈다. 지난 4·13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잠행했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서 열린 ‘격차 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 세미나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정권의 차원을 넘어 나라와 국민으로, 국민의 허탈감과 상실감을 하루빨리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여당 내 친박과 중진들이 함구하고 있던 사이 “최순실을 하루빨리 귀국시켜 철저히 조사하고 다른 관련자의 조사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대해서도 여당 내부에서 가장 먼저 찬성 입장을 밝혀 당내 주요 이슈를 이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박 좌장으로서 당적 쇄신을 강조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내년 대선 주도권을 획득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최순실 게이트로 대권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오 전 시장은 비박 잠룡들과 회동 이전인 지난달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실패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고 말해 검찰과 청와대를 압박했다.

지난 총선 전만 하더라도 오 전 시장은 여권의 유력대권주자로 손꼽혔다. 하지만 지난 4·13총선서 당시 정세균 더민주 후보(현 국회의장)에 밀려 낙마해 대권주자로서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최순실 파문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져 친박이 계획한 반 총장 카드도 힘을 잃었다. 오 전 시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당내 입지를 다지면서 다시 한번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존재감 부각


이처럼 여야 잠룡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와 새누리당 지도부를 겨냥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순실 비선 실세 논란으로 잠룡들의 행보가 대중의 관심서 묻히고 있지만 저마다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는 분위기”이라며 “정국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자신의 색깔에 맞춘 민생·정책행보를 이어가며 내공을 쌓을 것”이라고 전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랬다 저랬다’ 문재인 왜?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야당은 “지금은 최순실 사건 진실 규명이 먼저”라며 “새누리당이 거국내각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를 덮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입장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여야합의로 총리부터 임명해야 한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당 내 분위기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후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에 집중포화를 맞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전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문 전 대표는 마치 지금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착각하면서 이런 말을 하지 않는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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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