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④잠룡들 셈법

박근혜 때리면 지지율 오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둔 잠룡들의 속셈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여야 잠룡들 모두 한 목소리로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내년 대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최순실 사태의 최대 수혜자다. 지난달 중순까지 송민순 회고록 이슈가 불거지면서 문 전 대표는 여권의 총공세에 시달렸다. 색깔론이라며 반박했지만 북한과 내통했다는 프레임에 서서히 갇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반기문 직격탄

하지만 최순실 비선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송민순 회고록 파문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자취를 감췄다. 아울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밀려 지지율 순위 2위에 머물렀던 그는 1위를 탈환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3자 대결서도 선두다. 정치권은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여론 불신의 반사이익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호재 속에 문 전 대표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는 “지금 상황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상황의 엄중함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며 “여전히 아주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공동책임이 있는 주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를 질타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난 초반에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해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순실 사태에 방관자로 머물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슈를 선점해 대선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박근혜정부가 야권서 활발히 논의된 거국중립내각과는 별개로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책임총리’로 내세우면서 거국중립내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문 전 대표가 존재감 부각에 방점을 찍는 동안 안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물러나라”고 하야를 촉구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께 헌법파괴 사건의 죄를 고백하고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버젓이 총리를 지명했다”며 “이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술책’ ‘범죄’ ‘폭거’ 라는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해 박근혜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안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여권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존재감 부각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가 대통령 하야를 요청한 날 박원순 서울시장도 박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주장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서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조작권을 행사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며 “국가 위기사태를 악화시키는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의 농단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여당과 대통령이 주도하는 모든 수습방안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근본을 바꾸라는 국민 명령에 따르고 평화 집회가 안전하고 질서 있게 진행되도록 서울시가 모든 행정편의를 지원하겠다”고 말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권의 유력주자들이 날선 비판을 가한 배경에는 거각중립내각이 있다. 각 주자들은 정국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치적 스탠스를 취했다. 안 전 대표는 거국 내각이 자칫 권력 나눠먹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여야합의 총리를 주장했다. 박 시장은 거국중립내각을 통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대통령의 힘을 빼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지명하자 야권 잠룡들은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장서서 정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여 혼란한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고공행진 안철수·박원순 전면등장
친박들 우왕좌왕…김무성이 주도권 재탈환?

여권 잠룡들도 최순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김무성·오세훈 등 여권 잠룡 5인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긴급 회동을 가졌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5인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 그 길을 향한 첫걸음은 현 지도부의 사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른바 비박(비 박근혜) 비주류로 친박계가 득세할 때는 몸을 낮추고 있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자 친박 중심의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본격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싸움에 돌입한 셈이다. 우선 김 전 대표의 부상이 눈에 띈다. 지난 4·13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잠행했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서 열린 ‘격차 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 세미나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정권의 차원을 넘어 나라와 국민으로, 국민의 허탈감과 상실감을 하루빨리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여당 내 친박과 중진들이 함구하고 있던 사이 “최순실을 하루빨리 귀국시켜 철저히 조사하고 다른 관련자의 조사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대해서도 여당 내부에서 가장 먼저 찬성 입장을 밝혀 당내 주요 이슈를 이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박 좌장으로서 당적 쇄신을 강조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내년 대선 주도권을 획득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최순실 게이트로 대권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오 전 시장은 비박 잠룡들과 회동 이전인 지난달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실패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고 말해 검찰과 청와대를 압박했다.

지난 총선 전만 하더라도 오 전 시장은 여권의 유력대권주자로 손꼽혔다. 하지만 지난 4·13총선서 당시 정세균 더민주 후보(현 국회의장)에 밀려 낙마해 대권주자로서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최순실 파문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져 친박이 계획한 반 총장 카드도 힘을 잃었다. 오 전 시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당내 입지를 다지면서 다시 한번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존재감 부각


이처럼 여야 잠룡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와 새누리당 지도부를 겨냥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순실 비선 실세 논란으로 잠룡들의 행보가 대중의 관심서 묻히고 있지만 저마다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는 분위기”이라며 “정국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자신의 색깔에 맞춘 민생·정책행보를 이어가며 내공을 쌓을 것”이라고 전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랬다 저랬다’ 문재인 왜?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야당은 “지금은 최순실 사건 진실 규명이 먼저”라며 “새누리당이 거국내각을 주도하겠다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를 덮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입장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여야합의로 총리부터 임명해야 한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당 내 분위기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후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에 집중포화를 맞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전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문 전 대표는 마치 지금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착각하면서 이런 말을 하지 않는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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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