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뒤통수 친 기업들 백태

알고도 모른척…외국계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던 몇몇 기업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소비자를 기만한 것도 모자라 정부의 지침마저 철저히 무시했던 정황이 연이어 드러나는 형국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이들의 행태 때문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코웨이, 옥시, 코스트코, 폭스바겐, 이케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근래에 달갑지 않은 구설로 대중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피하고자 꼼수를 부리는 건 예사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정황도 심심치 않게 드러났다.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술수쯤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모르쇠 일관
연이은 사기

국내 정수기 시장 1위인 코웨이가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1년간 소비자에게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7월부터 시중에서 수거한 얼음정수기 29개 제품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제품에서 정수기 내부에서 얼음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 벗겨지면서 금속가루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금속가루 중에는 대표적인 중금속인 니켈이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벗겨진 니켈이 얼음을 모아두는 곳에 떨어졌기 때문에 정수기 물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동현 코웨이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가 된 정수기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설치된 얼음정수기 중 일부로 제품교환 등 개선조치를 취해왔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정수기 사용자들에게 렌탈비 전액 환불까지 검토 중이다.

그러나 사태가 수습되길 바라는 코웨이의 의중과 상관 없이 이번 사태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코웨이 정수기의 니켈 검출 논란’에 대응하기로 한 까닭이다. 지난 6일 정부부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와 환경부, 한국소비자원은 앞으로 니켈이 검출된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결함 여부와 위해성을 조사해 발표할 계획이다. 


부처 합동 대응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산업부와 환경부의 소관법률이 다르기 때문에 부처별 조사가 원칙이다. 정수기만 놓고 보면 현행법상 정수기 물의 유해성은 환경부가, 정수기의 부품 결합은 산자부가 관리해왔다. 정부가 이번 사안을 크게 받아들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조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학술적 연구나 제도적 기준이 없는 니켈의 함유량을 밝혀내는 게 조사의 관건이다.  

외국계 기업
윤리성 도마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의 몰지각한 행태가 외국계 기업에서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외면하거나 사태가 커진 이후에나 보여주기 식으로 처리에 나서는 등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가 대표적이다.

검찰이 5년 만에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가습기살균제 기업 관계자를 잇달아 소환하기 시작한 게 옥시에게는 치명타였다. 옥시는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PHMG인산염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지난 2001년부터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유해 가능성'에 대한 회사 내외부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보고서까지 조작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를 통해 “생활 화학제품 안전 관리에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서 미진한 부분은 조속히 보완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관심을 보이자 가습기살균제 최대 가해 업체로 지목된 옥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 앞에 섰다. 지난 5월2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5년 만의 늦은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5년이나 늦어진 옥시의 사과는 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코웨이 정수기 중금속 검출 파장
‘깔보나’ 우습게 보고 무시 지적

옥시 측은 이달 안에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고, 1·2등급 판정을 받은 옥시 사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013년에 내놓은 기금 50억원과 4월22일 발표했던 사과문에서 약속한 기금 50억원은 3·4등급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사태에 대한 진화작업으로 옥시가 발표한 보상 방법이다.

그러나 옥시는 사태를 해결하기 전부터 이중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 수습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상호를 변경한 과정에서부터 의도적인 술수가 드러났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수다.

옥시는 2011년 말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2014년에는 사명에서 옥시를 완전히 빼고 레킷벤키저의 앞글자만 딴 RB코리아로 바꿨다. 기존 법인을 해산하고 주주와 임원, 상호를 모두 넘겨받은 채 새로운 법인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파산했을 때 주주와 사원의 책임이 제한되는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및 공시 의무에서 벗어난다. 주식회사보다 폐쇄적인 성격을 띄며 조직 변경 사실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옥시가 조직 변경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트코홀세일의 경우 옥시사태의 역풍을 맞은 경우다. 옥시 사태가 한창 부각되던 지난 5월 외국계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는 한동안 관련 제품을 판매해 빈축을 샀다. 당시 코스트코는 옥시 제품에 대한 할인행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온라인몰에서도 다수의 옥시 관련 제품을 판매했다.

대다수 유통체인에서 옥시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과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대형마트에 이어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백화점, 홈쇼핑, 편의점까지 국내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옥시 전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심지어 약사들까지 개비스콘, 스트렙실 등 옥시의 일반의약품을 팔지 않겠다고 나서 묘한 대조를 이뤘다.

문제의 코스트코는 <포춘>이 선정한 2014년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12위에 오른 기업이다. 코스트코가 국내 소비자들로 부터 거둬들인 지난해 매출액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외국계 기업이 국내 소비자 정서를 무시한 채 영업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나중에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

폭스바겐이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 역시 옥시 못지않다. 폭스바겐은 자사 차량에 대한 연비조작 사건(디젤게이트)이 터진 이후 미국에서 대규모 피해 보상책을 내놓고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차량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환경부는 티구안 유로5 차량 등에서 일정조건에 이르렀을 경우 EGR 장치가 고의적으로 작동 중단되도록 조작(임의설정)됐다고 결론 내렸다. EGR 작동이 중단되는 조건은 급가속 및 에어컨 가동, 핸들조작 여부 등이다.

이들 조건은 실내인증 과정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기능들이다. 이 점에 주목해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처음부터 주행연비를 높일 의도를 갖고 실내인증기준만 통과되도록 EGR 장치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환경부는 폭스바겐코리아에 리콜을 명령하면서 계획서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문구를 삽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폭스바겐이 계속 거절하면서 리콜은 차질을 빚었고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계획안은 벌써 3차례나 반려됐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의 고의적인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가 드러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5년 전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과다 배출이 적발돼 개선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실이 밝혀진 후 신문광고, 인터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리콜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으며 구체적인 보상계획도 아직까지 세워지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폭스바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법에 임의설정에 대한 뚜렷한 제재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임의설정 혐의로 과징금 부과 조치를 내린 폭스바겐 차량만 12만5522대(15개 차종)에 달하지만 관련법에 임의설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이 차종당 10억원으로 제한돼 총액은 141억원에 불과하다. 리콜 명령을 지키지 않은 채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같은 혐의로 추궁당하는 폭스바겐은 피해자 구제와 배상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할 예정인데 유독 국내에서는 고자세를 취한다”며 “처벌 수위가 느슨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옥시·이케아·폭스바겐…
한국 고객만 ‘봉’ 취급


이케아는 모호한 리콜 기준을 앞세우다 된서리를 맞은 케이스다. 특히 미국에서 어린이 안전사고의 논란에 중심에 섰던 ‘말름(MALM) 서랍장’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와는 달리 국내에서 리콜 계획을 밝히지 않아 지탄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미국에서 아이 2명이 사망하는 사고의 발단이 됐던 제품이다. 최근에도 아이 1명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서랍장 사고가 계속 발생되는 것은 서랍장이 벽에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이 제품에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서랍장 구매고객에게 벽고정 ‘키트’를 제공하는 대안을 내놨지만 다시 사고가 이어지면서 결국 제품 리콜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서랍장으로 인한 사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에 따라 차별화를 적용한 리콜 조치가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게 됐고 결국 국내에서도 뒤늦게나마 환불 조치를 결정했다.
 

지난 6일 이케아코리아는 “말름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케아코리아는 이번 조치가 공식 리콜이 아니라며 환불 가능 여부를 홈페이지에 공지하거나 국내 판매량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원의 리콜 권고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성 조사 착수로 여론이 나빠지자 이케아가 조용히 환불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가구를 고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서랍장이 안전하게 고정된 경우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고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발뺌 급급하다
몰래 사태수습

문제는 제아무리 여론이 들끓어도 솜방망이 처벌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매번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소비자가 우습게 여긴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옥시와 폭스바겐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정부는 외국 업체에 유독 약한 모습이다. 부실조사에 늑장대응, 책임 떠넘기기가 단골 메뉴다. 옥시 건은 환경부의 독성물질 유해검사가 부실했고 질병당국의 대처도 늦었다. 연루기업에 대한 처벌은 허위광고 과징금 5200만원이 전부였다.

폭스바겐도 마찬가지였다. 소관부처인 환경부는 일이 벌어진 지 2개월 뒤에야 리콜 명령을 내리고 대표 고발도 한참 뒤에야 했다. 심지어 폭스바겐은 리콜 계획서를 두 번이나 엉터리로 제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K는 토종? 외국계?

코웨이를 비롯해 굵직한 기업들을 손에 쥐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종종 외국계 사모펀드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토종 사모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국내법인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K파트너스가 소위 말하는 외국계 먹튀자본 쯤으로 인식되는 건 MBK파트너스의 자금 원천이 대부분 외국계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시선이 곱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설립 당시 “진짜 아시아계라 말할 수 있는 첫 기업인수합병(buyout) 펀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BK파트너스가 반 외자정서로 한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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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