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04 08:26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어릴 적부터 예술에 재능을 보이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김건희는 무려 10살 차이를 극복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현재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랐다. 개명하기 전 이름인 김명신의 과거 행적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녹취록 공개 파장에 무속 논란으로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의혹이 빗발치자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으나 이를 까먹은 듯 광폭 행보를 이어 나가는 중이다. 김건희는 지난 1972년 9월2일 경기도 양평군서 아버지 고 김광섭, 어머니 최은순 사이서 셋째로 태어났다. 서울 남동부로 이주해 지금의 송파구에 살며 잠동초등학교, 잠실중학교를 졸업하고 강동구로 이사한 후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이름은 김명신이다. 예술 두각 숱한 경력 김건희가 15세 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최은순이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부친 김광섭은 양평군청 공무원으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987년 작고했다. 김건희는 어린 시절 오래된 골동품이나 예술품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연스레 그림과 예술에 관심이 커진 김건희는 향후 문화예술 사업에 뛰어든다. 서울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기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서양화 전공)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던 그는 이 시기부터 예술적 재능을 발휘했다. 지난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서 입선을 차지하는 등 주목받는 작품을 선보였다. 대학 졸업 후 다양한 교육과 업무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로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교육 분야서 전문성을 증명했다. 이후 2001년 영락여자상업고등학교서 미술 강사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고, 한림성심대서도 강단에 섰다. 서일대학교와 서울정보기능대학교서도 강의를 맡으며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 전문 지식을 공유했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인문학 과정(AFP)과 글로벌 리더 과정(GLA)을 이수하며 지식을 넓혔다. 지난 2007년 해외 유명 소장품과 미술품을 전시하는 회사인 ‘코바나컨텐츠’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국내서 보기 힘든 유명 작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전시를 다수 기획했다. 2015년 ‘마코 로스코 전시’ 2016년 ‘르 코르뷔지에 서울특별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 후엔 안양대학교와 국민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문화 콘텐츠와 색채,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학문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또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화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고, 테크노디자인대학원서 강의를 통해 학문적 기여를 이어갔다. 김건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1과장 시절이던 지난 2012년 3월 결혼했다.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나이는 52세로, 40세였던 김건희와 12살 띠동갑의 나이 차이를 극복했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서 윤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유흥주점 근무” 주장 “쥴리 하고 싶어도 못해” 반박 윤 대통령 주변 인사는 “김건희를 처음 만난 자리서 마음에 들었지만, 나이 차가 많고 여건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김건희의 명함을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윤 대통령은 명함에 적혀있던 김건희의 이메일 주소를 기억해 메일을 보내 마음을 표현했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지난 2017년 남편인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그의 직업적 성취와 함께 김건희는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승진하면서 더 큰 관심을 받게 됐으며, 지난 2019년 청와대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받는 자리에도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재산은 대부분 김건희 명의로 밝혀졌다. 그는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재산이 불과 2000만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신고한 재산은 약 77억4500만원이다. 신고액 중 68억9900여만원이 김건희의 재산이다. 대부분 김건희가 소유한 땅과 건물, 예금이다.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1990년대 IT붐이 일었을 당시 주식으로 번 돈이 밑천이 돼 사업체를 키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부부는 역대 대통령 배우자 중 유일하게 자녀가 없다. 한 번 임신한 적이 있었는데, 스트레스로 유산한 후 다시는 임신하지 못했다. 김건희는 지난 2021년 12월 허위 경력 의혹으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고 유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그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 비숑 프리제 종 2마리를 제외한 반려견 2마리와 반려묘 3마리는 모두 유기동물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대선 기간 중 각종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유흥업소서 일했다는 의혹과 경력 관련 논란은 진위 여부를 떠나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와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등은 김건희가 과거 서울 강남구에 위치했던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지하 1층 모 나이트클럽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고 수차례에 걸쳐 언급해 왔다. 나이트클럽서 접대부로 활동했던 김건희를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개인 접대 공간(호텔 6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봤다고 말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김건희는 지난 2021년 6월 <뉴스버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혹에 해명했다. 먼저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로 검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두고 김건희는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며 “기가 막힌다”고 억울해했다. 각종 소문들 숨겨진 과거 이어 “제가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 중독”이라며 “석사학위 두 개에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도 “김건희가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사람이 술집 가서 이상한 짓 했다는 얘기가 상식적으로 안 맞다”고 반박했다. 이어 “집사람은 새벽 2~3시까지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만큼 쉴 틈 없이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며 “고교 교사와 대학 초빙 겸임교수도 했고, 석사학위도 2개나 받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이트클럽 운영자들 역시 정천수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주장을 모두 부인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천수 전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나이트클럽 공동대표였던 조모씨와 배모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쥴리에 대해 전혀 듣도 보도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씨는 “삼부토건 회장을 비롯해 이른바 VIP들이 따로 사용하는 공간은 없었다”며 “또 호텔 건물로 직결되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비중 있는 손님들과 친교를 가진 여성이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엔 “한번도 들은 적 없고, 전혀 없다”며 “종업원 외에 다른 여자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르네상스 지하 또는 1층에 그림을 전시했던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조남욱 회장이 특정 여성을 동석시키거나 같이 다녔냐는 물음에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배씨 역시 비슷한 증언을 내놨다. 호텔 6층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냐는 취지로 검사가 묻자 “구조상, 상식적으로 안 맞는 것 같다”며 “건물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건 미친 사람 아니면 그걸 왜 하나 싶다”고 말했다. 배씨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 특정 여성이랑 있거나 다른 사람을 초대한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못 봤다”고 답했다. ‘김 교수’라는 여성의 호칭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경력 논란도 김건희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김건희는 지난 2008년 개명한 이후 전시 관련 일을 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업계에서는 김건희를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는 뒷말이 나왔다. 또 거물급 대형 전시회를 가져왔는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김건희는 페이스북에 서울대 대학원 졸업이라고 개재하며 SNS로도 본인을 홍보하는 데 힘썼다. YG 빅뱅 멤버들이 홍보도 해줄 정도로 정관계, 연예계와도 친분을 쌓았다. 이때 전시회에 LG전자, GS칼텍스, 우리은행 등 12~16곳이 넘는 협찬을 끌어오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표될 무렵 일주일 사이에 협찬사가 무려 12곳이나 불어났다. 무속인 연결 녹취록 공개 수사에 들어가 확인해 본 결과 김건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사였던 GS칼텍스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협찬에 나선 한 유명 게임업체 대표는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행사를 주최한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사에 협찬한 거라고 해명해 왔지만, 수사팀은 협찬금이 언론사를 거쳐 그대로 코바나컨텐츠 측에 전달된 사실도 확인했다. 김건희의 무속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윤 대통령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한 국면서 이들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대선 경선 과정서부터 이어졌다. 김건희와 인터넷 매체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도 윤 대통령과 역술인의 오랜 인연이 등장한다. 당시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022년 1월18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전씨는 지난 2022년 1월1일 윤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하자 윤 대통령을 사무실 안쪽으로 이끌며 직원들을 소개했다. 국민의힘은 전씨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소개했다.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었다.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는 지난 2021년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 스님을 만나 ‘건진 법사에게 윤 대통령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 스님은 건진 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 스님은 김건희에게 초청 받아 코바나컨텐츠서 주관한 전시회에 3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 법사도 김건희를 통해 윤 대통령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건진·천공과 인연은? “도사들과 대화 좋아해” 유튜버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 스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서 사퇴했던 지난 2021년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인터뷰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 스승은 같은 해 10월 <YTN> 인터뷰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에게서)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 줬다고 했다. 김건희가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을 연결했다는 얘기다. 김건희와 <서울의 소리> 이 기자 통화 녹취록서도 윤 대통령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같은 해 7월20일 전화 통화에서 김건희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서 윤 대통령의 대선 당시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건희는 이 기자에게 무정 스님이 “진짜 스님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20대 시절에 그와 만났고 “(남편이)사법고시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에게는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하지만 “(무정 스님이)문재인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갑자기 남편 앞에서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다”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전했다. 김건희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세간에 내가 무당을 많이 만난다고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무당을 원래 싫어한다”며 “제가 더(점괘 등을) 잘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얼굴·손금 사진을 보내라고 한 뒤 그걸 토대로 “이직을 하라”며 “국정원, 정보 일이 맞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 부부는 무속인·역술인과 깊은 교분을 유지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아내 역할만 충실한다더니… 김건희는 대선 과정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되자 지난 2021년 12월 기자회견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이른바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취임 초반에는 패션 등이 시선을 끌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설과 논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김건희가 남편인 윤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조용한 내조 대신 ‘광폭 행보’라는 논란이 이어졌다. <yuncastle@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일본에는 약 수십만명의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약 2만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나 계열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중 ‘조선적’으로 분류돼 무국적자인 이들도 있다. 일본서 이들은 ‘눈엣가시’다. 어딜 가나 차별과 혐오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는 일본 현지서 조총련 간부 출신과 복수의 재일동포들을 만나 조총련의 상황을 들어봤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는 일본서 북한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결성된 지 65년이 넘었으나 구성원이 2만5000여명 이하로 줄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진 데 이어 조총련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대북제재 압박 수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퇴색된 위상 결집력 약화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는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해 인권탄압 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2000년 초, 홍 대표는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 현지서 <일요시사>와 만난 홍 대표는 조총련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기준 무국적자로 분류되는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 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에 속한 이들은 해방 이후 분단된 조국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조총련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현재 조총련 산하 학교로 알려진 조선학교는 해방 직후 조선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1세대 재일동포들의 열망으로 시작됐다. 조선학교는 유엔군 최고사령부(GHQ) 군정과 일본 정부에 의해 한때 폐쇄됐다가 1950년대 중반 이후 재개됐다. 북한은 지난 1957년부터 교육지원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는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조선학교는 조선적 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어 2018년 기준 64개교, 7000여명의 학생이 남았다.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유치원·초급·중급·고급학교가 있고, 대학은 도쿄에 조선대학교가 있다. 조총련 법적브레인 역할…20번 넘게 북한 출입 대북송금·마약 유통 행위 인권탄압 직접 확인 일본 내에는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씨 일가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남북 간 사상 대립이 과거보다 유연해지고 일본 귀화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조선적 규모도 적어지는 추세다. 홍 대표는 “재일동포 새세대들이 과거처럼 국적이나 민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사회도 4세나 5세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일본인과 국제결혼 등을 통해 일본으로 귀화를 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총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수억달러의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 한덕수 전 의장은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 의원의 고위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탄압 강화 등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허 의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은 조직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채무로 인해 법적 권리를 내세울 수 없어 많은 본부 건물이 경매로 매각돼 협소한 장소로 이전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서 제외해 학교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조총련 본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도쿄에 위치한 본부서 근무하는 사람은 수십명이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조총련을 통해 불시에 필요한 자금을 ‘애국운동’으로 해결했다. 외화벌이 마이너스 예시로 대형 여객선 ‘만경봉 92호’와 ‘삼지연호’ 등이 있다. 일본 사행산업의 대표 격인 파친코도 조총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파친코를 통해 재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조총련이 직접 운영한 파친코도 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완전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사실상 폐교된 조선학교 부지나 학교 자체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다. 부동산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부분 조선학교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도심에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기를 쓰고 매수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총련이 지난해 도쿄 중심지에 있는 조선학교를 이용해 700억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일본 당국이 행정적 지도권을 갖고 있어 조총련이 수백억원대 이익을 볼 수는 없지만 조총련 산하 부동산 회사 소속 관계자들이 수수료를 떼먹고 산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본 버블경제 당시 허 의장이 조총련 산하 금융기관인 조선은행을 통해 융자 받고 대북송금을 진행했다. 이때의 채권이 한국 원화로 따지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일본의 경제 몰락 이후 조선은행도 빚을 졌다. 조총련 본부 건물 대부분은 융자의 저당으로 잡혀 있어 경매 등으로 소유권을 잃었다”며 “조총련 상근 직원들의 명의를 악용해 조선은행서 융자를 받아낸 경우도 존재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내부서 생산한 금을 비롯한 희금속과 마약을 공개·비공개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한 후 외화로 전환해 반입했다. 희금속은, 함경남도 허천군에 위치한 상농광산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조총련에 보내는 교육원조비 명목 자금을 대기 위해 이 광산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서 아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은 조총련으로 먼저 유입돼 일부가 교육비로 활용되고, 대부분은 김 위원장 비자금 조성을 위해 다시 현금으로 반환된다. 보위부서 마약 지령 북한은 조총련 계열 동포들을 통해 일본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북한의 만경봉호, 삼지연호, 청천강호 등 중앙당 6부(이하 작전부)가 운영하는 선박이 맡아 수행했지만, 대북 제재 이후에는 일부 민간 상선과 물고기 가공 및 운반선(1000t급 정도)을 통해 반입시켰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중반 정찰국 소속 30대 남성이 마약 운반 지령을 받고 일본 조총련 계열 동포들에 전달한 후 약 3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북한 운반선의 기관실 엔진 아래 철통에 마약을 가착(용접)하고 도쿄 항구에 입항해 해양경찰 조사를 피했다. 이후 보트를 타고 접근한 조총련 관계자를 만나 마약을 전달하고 사례금 3000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90년 중반에 재일교포 5명 정도가 마약 유통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수사당국이 발견한 마약은 수십kg이었다. 체포됐던 한 관계자는 북한 보위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며 “1990년대 무역사업을 하던 조총련 관계자들이 야쿠자를 끼고 마약을 팔아왔으나, 예나 지금이나 북한 정부 차원서 조총련에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라고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활동 거점을 잃을 수 있는 그런 무모한 범죄행위는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런 북한과 조총련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내각정보조사실을 포함해 여러 일본 정보기관이 조총련 관계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하려 안간힘을 쓴다”며 “일본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으로 의심받는 이들은 북한 보위부의 성격을 지닌 조총련 감사위원회 소속 직원들에게 미행과 감시를 당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과거처럼 대우하진 않지만, 관계를 포기하진 못한다고 단언했다. 일본과 북한 간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서 관계까지 끊어버리면 외교·안보적 측면서 큰 손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일본 정부는 조총련을 통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허 의장이 창구 역을 담당한다. 최근 조선대학교 학생 140명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파친코 망하면서 자금난 “가족 못 본다” 북송 동포들 인질로 협박 그는 “재정위원장도 방문했다. 조총련 간부 활동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대북송금 등 경제 지원책에 대해 지시 받을 가능성이 있고 조총련이 얼마나 많은 외화를 확보했는지 윗선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북 학생들이 1인당 500만엔이라는 큰돈을 들고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정도로 부유하지 않다. 학생 전부가 가족들을 만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선대 학생 일부만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허용됐고 친척의 자택을 방문하는 건 금지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호텔이나 여관서의 생활도 금지됐다고 한다. 이동할 때는 조선대 관계자를 제외한 이들은 동행할 수 없다. 섣불리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를 철저히 해 외부와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홍 대표는 조선대 학생들이 방북했다고 해서 김 위원장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각오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조선학교와 조선대 학생의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무국적자인 이들도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다. 단지 말과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 조선학교를 다닌다. 물론 학내서 주체사상과 김정은 일가 찬양으로 가득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몸에 익는다. 현재 재일교포 10대와 20대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세대”라고 말했다. 한편, 조총련 내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코로나 이후 일부 재일동포의 방북을 허용한 것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총련 출신의 한 탈북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북한 정부는 애초 재일동포를 지원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돈에만 관심이 있다”며 “아이들을 조선대학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히는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포기는 못해 정체성 혼란 해당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서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저 자금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수들의 활약으로 생긴 빛이 체육계의 어두운 이면을 끄집어냈다. 훤히 드러난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하지만 ‘고인물’ 인사들은 버티기에 돌입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비판과 질타에도 자리를 지키겠다며 발버둥 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현주소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서 열린 현안질의 현장은 ‘축구협회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회장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쏟아지는 질타에도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청문회급 집중 질타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축협 사유화, 주먹구구식 행정 등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동네 계모임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정관에 따라 움직이는데 축구협회는 이보다 못한 조직”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정 회장의 답변 중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4선 도전’ 여부였다. 2013년부터 축협 회장을 맡아온 정 회장은 올해로 세 번째 임기를 마친다. 공개적으로 4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은 없지만 지난 5월,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 축구 외교무대에 복귀하면서 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이날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문성 해설위원이 “정몽규 체제는 끝나는 게 맞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내는 등 정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심사숙고 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4선 도전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물음에도 “앞으로 잘 생각해서 현명하게 결정하겠다”며 “다 열어놓고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축협 인사들의 발언에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축협 운영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도 자리만은 보전하려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해설위원의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 현안질의 현장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6년 통합 회장 선출 재선 거쳐 3선 노린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축협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반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체육 종목단체를 아우르는 대한체육회 역시 축협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이날 현안질의서도 축협의 파급력에 가려졌을 뿐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에 대한 날 선 비판과 의혹 제기가 쏟아졌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파리올림픽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배경에 대한체육회가 있다는 한탄이 들린다. 우리나라는 최소 규모로 출전한 이번 파리올림픽서 역대 최다 타이인 13개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순위 8위를 차지하는 등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초기 목표였던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하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체육계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배드민턴, 사격 등 파리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거둔 종목서 나타난 협회의 민낯은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축협, 배드민턴협회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문체부는 지난 10일, 중간발표서 배드민턴협회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후원사로부터 장부 기입 없이 후원물품을 추가로 받은 부분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배드민턴협회는 “문체부가 협회 정책과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보기보다는 단편적인 내용으로 협회와 조직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근거 없이 개인을 횡령, 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비쳤다. 문체부는 ‘윗선’인 대한체육회에도 칼을 들이댔다. 이 과정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의 3선 도전이 얽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뒷전된 영광 드러난 민낯 지난 12일 문체부는 감사원에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대한체육회의 ▲부적절한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독점공급권 계약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수의계약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 취소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특별보좌역·위촉자문위원 및 대한체육회 자체 예산의 방만한 사용 ▲보조사업 관리 부실 및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역시 “대한체육회 중심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언급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문체부가 8년 동안 이어진 이기흥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며 “체육계를 퇴행시킨 8년”이라고 이 회장 재임 시기를 비판했다. 이 회장은 2016년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유효표 892표 중 294표를 얻어 213표를 획득한 장호성 당시 단국대 총장을 81표 차로 따돌렸다. 통합 직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1997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체육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대한카누연맹회장, 세계카누연맹 아시아대륙 대표, 대한수영연맹회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대한체육회 예산은 4150억원에 달했고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모두 담당하는 통합 체제의 초대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또 임기 내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예정돼있어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됐다. 압도적 지지 재선 성공 이 회장은 4년 뒤 열린 선거서 초선 때보다 많은 표를 획득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2021년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서 이 회장은 절반에 육박하는 46.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총 1974표 중 915표를 얻었다. 첫 선거와 비교해 득표율이 13%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 사건 및 지도자와 동료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 3종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상태였다. 능력과 도덕성에 있어 자격미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체육계는 이 회장에게 ‘4년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표를 던졌다. 그로부터 4년 뒤 이 회장의 두 번째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이 회장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3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체육회의 체육단체 임원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이 회장의 3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임시 대의원총회서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 등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 후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3선 이상 연임을 원하면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연임 조항으로 임원 구성이 어렵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하지만 체육회 안팎서 이 회장의 3선을 위해 정관까지 개정하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날 총회에서는 현 체육회장은 정관 적용서 제외하기로 수정 의결했다. 정관 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문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안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임원의 임기 연장을 허용하는 현재 시스템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권한을 체육회장이 갖고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현재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15명은 모두 이 회장이 임명했다. 자기 사람 심어둔 스포츠공정위 ‘셀프 연임’ 논란 장관은 ‘반대’ 다시 말해 이 회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임기 연장을 신청할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심의를 받는 일이 발생한다.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지난 24일 문체부 현안질의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기 연장 심의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이 회장의 특별보좌관직을 수행하면서 급여를 받았다. 이후 스포츠공정위원장으로 임명해 (이 회장의)연임을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위원장은 내가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후보 추천위원회가 있다. 정부하고 협의한 뒤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 장관 역시 그 부분을 문제 삼았다. 유 장관은 “(체육회장 연임 승인)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공정위원회처럼 연임을 최종 결정하는 기관의 승인이 필요하면 체육회, 문체부와 관계없는 기관에 위탁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특별보좌관을 꽤 하다가 위원장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회장과의)관계를 보면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 특별보좌관이라는 것은 어드바이저 역할과 체육회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나의 사적인 업무를 돕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가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운영에 대한 문체부의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체육회 역시 ‘맞불’로 대응하는 등 두 기관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감사 청구 직후 ‘문체부의 위법 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필요한 절차에 따라 감사원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랑 맞장 뜬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1월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서 문체부 공익감사 청구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당시에는 요구사항을 보고하는 취지였다면 이번에는 실제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생활체육 예산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사업예산 집행 과정에 과도한 개입과 고의적인 사업 승인 지연 ▲체육단체 간 업무중복과 갈등에 따른 비효율성 발생 원인 제공 등을 문제 삼았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불렸지만 법적 제재를 받지 않은 사례가 발생했다. 법적으로 보호될 사회적 약자지만 법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가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전직 검찰 수사국장이라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피해자 측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A씨 가족이 허위로 고소한 사건은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경찰서 검찰로, 검찰서 재판으로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 A씨는 새롭게 부동산 사기도 저질렀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A씨가 연루된 범죄(무고죄, 사기죄)에 관해서 불송치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A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지능이 낮은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아 온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줬다. 경계선 지능 장애 지난 2020년 2월경 인천서부경찰서에는 준강간 고소 사건이 접수됐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고소인 C씨와 C씨의 딸인 A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잃은 C씨를 강간했다며 고소됐다. C씨는 고소장에서 “사건 다음날 손녀들을 통해 영상통화했는데 사건 당일 알몸 상태였고 B씨도 벗은 상태였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후 음부 쪽에 통증이 느껴지고 팬티에 정액으로 추정되는 것이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피의자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적시했다. B씨는 고소당한 후 일관적으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C씨와 함께 안방서 술을 마시다가 보이지 않아 나가봤더니 작은 방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가 ‘오바이트할 것 같으니 윗도리를 벗겨 달라’고 해 반팔 상의를 벗겨 줬고 이후 C씨의 손녀가 전화를 바꿔줘 전화통화한 후 귀가했다. 그 외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B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씨 손녀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C씨 손녀들은 “B씨가 술에 취한 C씨를 작은 방으로 안아 들고 갔고 B씨가 C씨의 손녀들에게 거실서 TV를 보고 있으라며 거실로 내보냈다”며 “이후 다시 작은 방으로 갔을 때 B씨가 나체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고 피의자가 바지와 팬티를 벗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할머니 옷이 다 벗겨져 있고 피의자는 팬티와 바지를 벗은 상태인 것을 보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했는데 B씨가 상의만 입고 하의를 벗을 상태로 거실로 와서 ‘전화 받지 마라’고 말했다”며 “이후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 왔으나 무서워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도 진술했다. 증거도 없이 성범죄 무고 교환 빌미삼은 토지 강탈 C씨가 고소 입장을 밝히고 B씨는 C씨 친언니의 사위이자 C씨가 다닌 교회 목사에게 “C씨와 원래 연인 관계로 수회 잠자리를 가져왔는데 C씨가 내가 몹쓸 짓을 했다고 하며 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재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됐다. 이에 B씨는 “C씨가 신고한다고 해서 해당 목사에게 중재를 요청한 것일 뿐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고, 목사와 C씨는 가족관계이자 목사와 성도 사이기에 해당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면서 공연성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B씨는 경찰서 준강간, 아동학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C씨와 그 손녀들의 진술 외에는 뚜렷한 증거가 없던 검찰은 ‘B씨가 C씨의 옷을 벗겼다’는 점만 활용해 준강간추행죄로 기소했다. 진술을 종합한 재판부는 C씨가 옷을 모두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고 B씨가 침대 옆에 하의를 모두 탈의한 채 있는 장면을 이들이 목격한 사실은 인정되면서도 준강간추행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구성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가 필요하며,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B씨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해 추행한다는 고의도 인정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이같이 판단한 이유는 C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초 수사기관서 갑자기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제 몸에 올라와서 강간하는 건 느꼈다. 피고인이 위에서 성관계하려고 할 때 침대 위에서 ‘안 돼, 안 돼’ 그랬다. 정신이 없어도 아무리 필름이 끊겼더라도 저를 누르고 하면 안다. 느낌을 다 알고 있었다”고 이전과 달리 진술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그러면서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깬 시점을 여러 번 번복해 진술하면서 수사기관서도 이 같은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정신이 없어 말하지 못했고 딸에게도 창피해서 말을 못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C씨의 계속되는 진술 번복으로 진술을 믿을 수 없는 점 ▲B씨와 C씨가 사건 직후 같이 살던 딸의 집에서 나와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여러 차례 만났던 점 ▲어린 외손녀들과 딸, 아들이 사건 관련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 자체로 강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에 있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고했지만 2심 재판부도 ▲피해자의 옷이 벗겨진 경위에 대해서는 목격한 사실이 없는 점 ▲C씨가 수사기관서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원심 법정에서는 B씨가 관계를 시도하려고 했고 올라타는 과정에 밖에 있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이 사건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가 사건 이후 피고인과 연락하며 만났던 점 등에 비춰 피해자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기각했다. A씨 가족의 기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B씨와의 재판 시기에 부동산 사기도 벌였다. A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춘천의 임야 토지에 대한 절반의 지분과 부동산 사기 피해자 D씨와 그의 소유 토지 150평의 교환계약을 맺고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이하 가등기)를 설정했다. 법적 보호? 법적 외면! 가등기 이후 A씨는 해당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D씨에게 주장했다. 이 같은 소유권 분쟁은 결국 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1심 당시 A씨는 재판부에 허위 사실확인서 및 위조 계약서 등을 제출함은 물론, 알콜중독상태인 D씨와의 여러 대화와 통화 녹취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편집하고 날짜까지 조작한 허위의 녹취록을 제출해 승소했다. 이후 D씨는 갑작스럽게 사망했으며 그의 아들이 성년후견심판청구를 진행해 2심이 진행됐다. 2심서 D씨 아들은 ▲D씨의 진정한 의사에 의하지 않고 피고가 임의로 작성한 매매예약증서 등에 따라 마쳐진 원인무효인 등기며 ▲설령 매매예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더라도 A씨가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다하지 않아 해제됐으며 ▲교환계약에 교환목적물 등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없으며 ▲교환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더라도 A씨가 춘천 임야의 가치를 기망해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돼야 하며 ▲D씨의 낮은 사리분별력을 이용해 체결한 불공정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D씨와 교환계약이 제대로 체결됐지만 다만 당시 해당 사건의 토지에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설정돼 있어 D씨가 이를 해소할 때까지 가등기한 것”이라며 “계약의 목적물인 토지 부분이 특정돼있고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D씨의 진의에 따라 체결된 계약이고 그를 기망한 적 없으며 불공정한 불법행위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무죄에도 무고죄 불송치 전직 검찰 수사국장 덕? 재판부는 “A씨와 D씨는 A씨가 취득하게 될 토지 면적이 150평인 것은 명시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위치나 형상 등에 관해 특정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특약사항에는 ‘D씨가 이 사건 각 토지 두 필지서 도로를 접한 면으로 150평을 경계측량하고 이를 필지 분할한다’고 기재됐지만 두 필지의 형상 및 개별공시지가의 차이를 고려해 볼 때 A씨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150평 중 각 필지 별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두 필지 모두 도로에 접한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지 않아 필지 분할 형태에 따라 특정 필지가 맹지가 되어 버리거나 각 토지 사용 가능성이 상당히 제한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교환계약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에 올라간 후 교환계약서 체결 전에 컨테이너를 설치한 것을 교환계약 이후 체결한 것으로 보는 오류를 범하면서 다시 인천지법으로 환송됐다. A씨의 기망 행위는 금전적인 것에서 비롯됐다. 피해자들의 신뢰관계인인 정모씨는 “B씨의 사건에서는 합의금을, D씨의 사건에서는 토지를 노렸다”며 “B씨와 D씨 모두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하지만 A씨의 가족은 아무런 법적제재를 받지 않았다. B씨가 무죄가 나온 후 무고죄로 고소한 건도 경찰서 불송치됐다. 또 민사재판 이전에 접수된 D씨 토지 교환계약에 대한 사기건도 불송치됐다. 이 때문에 정씨는 A씨와 경찰, 검찰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정씨는 “A씨의 법정 대리인인 이모 변호사는 전직 검찰 수사국장이었다”며 “증거없는 B씨 사건을 C씨의 부탁으로 벗긴 옷을 꼬투리 잡아 준강간추행으로 기소하고 허위 계약서 등을 내세워 기망한 D씨의 토지 관련 사기 사건도 불송치한 것을 보면 유착관계가 있을 것이라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모두 불송치 “유착 의혹” 정씨는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서 상호 잘못된 점을 밝히고 보완하기 위해서 명분상으로나마 수사권 조정이 된 것”이라며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서로의 비리를 ‘상호 보완해 은폐하기 딱 좋은 시스템’으로 바뀌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형사사법시스템서 억울한 ‘피해자가 된 국민은 절대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적대적 공생관계’만큼 미묘한 단어가 있을까?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군이 되는 여의도에서는 특히 그렇다. 오로지 눈앞의 적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뒤를 노리는 또 다른 적은 살려둔다. 정치의 끝과 끝에 서 있는 양당 대표가 어떻게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의심을 사게 됐을까? 정치권이 연일 시끌벅적하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려는 이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간의 둑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갈등의 홍수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인다. 밥 먹고 끝났다 한 대표와 용산 사이에 또다시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지도부 만찬 전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일대일 만남을 요구했는데 사실상 용산이 거절 의사를 내비치면서 형식적인 상견례 자리로 막을 내렸다. 앞서 지난 22일 한 대표가 24일 예정된 지도부 만찬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당 지도부와 당직자가 다수 참여하는 자리에서는 최근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요구에 친윤(친 윤석열)계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 대표가 독대 요구를 일부러 언론에 흘려 용산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유에서다. “당 장악력이 시원찮은 상황서 독대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는 속셈이 괘씸하다”는 불만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친윤계 사이에서는 “모두가 타고 있는 배에 한 대표가 구멍을 뚫고 있다”며 원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독대 얘기를 시키게 한 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대통령께서 체코 방문하고 와서 원전 수주와 관련해 여러 가지 성과도 있고 얘깃거리가 많지 않은가”라며 “그건 어디로 다 없어져 버리고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의 견해 차이, 갈등 이런 부분만 부각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 대표인 김기현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사전 유출돼 주요 뉴스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며 “차기 대권을 위한 내부 분열은 용인될 수 없는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여당은 윤석열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만찬에 들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의제는 의료 대란, 김건희 여사 논란 등이었다. ‘친윤 vs 친한’ 깊어지는 갈등 골 결국 밥상 두고 양쪽 모두 ‘찜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청을 거부한다면 당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반면 독대에 응하더라도 한 대표 측에서 “진전이 없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면 역시나 소통의 부재라는 지적으로 귀결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갈등이 봉합되긴 어려웠을 것이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지난 24일 독대 없이 지도부 만찬이 진행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과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참모진 전원 등 13명이 자리했다. 여당에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 소속 14명이 참석했다. 다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날 만찬은 주로 윤 대통령이 체코 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나머지 배석자가 호응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이나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다뤄질 분위기는 아니었었던 셈이다. 만찬 시작 전 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거나 인사말 하는 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할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지만 90분 동안 진행된 이 자리서 한 대표에게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변인 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뒤 약 10분 정도 나란히 산책했지만 심각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만찬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당선된 이후 치러졌던 7월 만찬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당시 윤 대통령은 맥주를, 한 대표는 탄산음료를 든 채 ‘러브샷’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번 만찬에는 오미자차가 술을 대신했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은 물론 현장 분위기가 담긴 영상도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두 달 사이에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너무 급한 거리두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이라는 친한(친 한동훈)계 측의 불만이 나오면서 용산이 진땀을 빼고 있다. 문제는 만찬 이후 한 대표가 다시 또다시 독대를 요청하면서 2라운드로 이어질지다. 앞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이 모습이 그대로 대중에 노출될 경우, 정부여당 할 것 없이 나란히 지지율 내림세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별다른 말을 얹지 않았다. 지난 총선서 불거진 ‘김건희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부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여당의 내분까지 온갖 갈등이 알아서 줄줄이 터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손 안 대도 알아서 척척 그렇다고 민주당에 호재만 이어진 건 아니다. 지난 20일 검찰이 대선서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으며 1심 선고는 다음 달 15일로 예정됐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선고도 앞두고 있어 모든 시선이 법원에 쏠린다. 대권주자 행보를 걷는 도중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다면 중도층 이탈은 물론 최악의 경우 피선거권 박탈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부터 눈을 돌리고 ‘우클릭’ 논제를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 대상으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대표가 적합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한 대표는 7월 전당대회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화두에 올렸다. 정부가 강경하게 밀고 나가는 의료개혁에 대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모두 용산과 각을 세우거나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인 만큼 여권 내에서는 적잖은 후폭풍을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제3자 특검법은 민주당과 충돌했고 강성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용산과 친윤계의 반응으로 미뤄봤을 때 한 대표가 현 정부를 대상으로 차별화 전략에 나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그동안 숱하게 거쳐간 다른 당 대표와 달리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치인으로서의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용산과 한 대표의 틈새를 파고들어 정부의 힘을 뺄 기회를 보고 있다. 레임덕을 겨냥한 ‘윤석열 고립 작전’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총선 전부터 벼르던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혁신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특검법에는 ‘고발사주 의혹’을 포함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항소심에 대한 고의 패소 ▲자녀 논문 대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요청 시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시행령 등으로 무리하게 확대함으로써 국회의 입법 취지 형해화 등의 의혹이 담겼다. 법안 발의 당시 민주당은 크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이후 혁신당은 지난 7월 기존 특검법에 ’사설 댓글팀 운영 의혹‘을 담아 추가로 발의했고 법안 합의를 보기로 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해당 법안을 상정했다. 다만 법안 통과의 목줄을 민주당이 쥐고 있는 상황서 한동훈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을지는 알 수 없다. 이 대표 못지않게 한 대표 역시 자신을 겨냥한 특검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에 있어 한동훈 특검법은 언제든지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오월동주 결국 두 사람의 공생관계는 시한폭탄이다. 각자 한발씩 양보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맞서야 할 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폭탄이 대선 레이스 전초전 시작과 함께 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두 사람은 첫 회동서도 주요 의제를 놓고 시각차를 보였다. 두 대표 모두 정치 복원에 있어서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불체포특권,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문제를 놓고는 충돌했다. 당초 이 대표는 한 대표의 만남을 적극 환영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 시절에 식사 회동을 제안하자 “밥 먹고 술 먹는 것은 친구분들과 하라”고 딱 잘라 거절했던 것에 비하면 한 대표와는 대화할 의지가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회동은 빈손으로 끝났지만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레임덕 수순에 접어들면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사라진다. 이때부터는 ‘거대 야당의 수장’과 ‘검사 출신 정치인’의 진검승부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가량 남았지만 지지율은 벌써부터 20~30%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와 의료 대란 등이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 지지율이 10%대, 극단적으로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야권 내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 때문일까? 여야 막론한 대권주자들의 활동 시기가 앞당겨졌다. 지난 총선서 ‘비명횡사’ 당했던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추석을 기점으로 정치 활동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호남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혁신당 조국 대표 역시 꾸준히 정치기반을 넓히고 있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룡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지난달 1일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서 “임기 반환점 도는 시점에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지만 꾸준히 대권주자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여사 공천 의혹에 엮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돼 이번 논란을 어떻게 갈무리지을지 눈길이 쏠린다. 이 대표와 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만큼 그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중도층을, 한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클릭’ 이재명 ‘좌클릭’ 한동훈 웃으며 만났지만…주머니엔 칼자루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이 대표는 금투세를 꺼내 들었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금투세를 놓고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시행팀’과 유예해야 한다는 ‘유예팀’으로 나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가 금투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내 의견이 다소 갈렸는데, 이를 정리하고 당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과정으로 읽힌다. 당내서 금투세 유예 기간을 3년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대선을 염두에 둔 꼼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는 금투세 문제를 당론으로 정하는 바람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여야는 물론 일반 투자자까지 얽혀 있어 금투세를 당론으로 정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한 대표는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3년, 살아 있는 권력인 윤 대통령과 제대로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는 걸 전제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 과정서 영남권 등 중진 의원이나 거물급 정치인의 신뢰를 잃어 입지가 확 쪼그라드는 경우다. 정치적 기반이 없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세운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진 ‘전통 보수층’에게 또다시 전직 검사를 대권주자로 내세워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 대표의 정치 생명은 보장할 수 없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한 대표가 취임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국민의힘 내에서는 차기 비대위원장 물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패한 당 대표’ 꼬리표는 대권주자로서 치명적이다. 정치적 부활도 쉽지 않다. 보수 기반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도 전 용산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민주당과 ‘협력관계’라는 프레임에 갇힌 게 한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적대적 공생관계는 두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런 관계성은 (두 사람보다는)이 대표와 조 대표, 그리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쪽이 그렇다고 본다”며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회를 위기로? 독대 요청을 거절당하는 등 지속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용산과 한 대표의 관계는 오히려 당의 지지율이 반등할 기회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사람들은 갈등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갈등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커플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당정이 한 몸이라는 인식을 깨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