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피의자들 검찰 물밑 협조 내막

다 된 수사에 영장 잿가루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중요 증거인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의 영장 반려가 원인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성과를 독차지하려는 것이라는 불만이 상당하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12·3 비상계엄을 수사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를 꾸렸으나 핵심 증거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는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검찰만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조본 안팎에서는 검찰과 일부 피의자 간 물밑 협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화폰 내역
처음 제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비화폰 불출대장’과 일부 통화 내역을 제출받았다. 이는 지난 1월24일 검찰이 경호처에 ‘수사 협조 의뢰 요청(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자 건네받은 것이다.

비화폰 불출대장은 ▲비화폰 번호 ▲사용자 ▲지급 일자 ▲회수 일자 ▲현재 보관 장소 등이 적혀있는 내부 보안 자료다.

김 차장이 제출한 비화폰 불출대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통화 기록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김 차장은 검찰에 김 전 장관이 예비용으로 받아가 건넨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불출대장과 통화 기록 일부도 제출했다.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를 근거로 공조본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아 왔다.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만큼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하거나 수색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경호처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협조를 거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1월 중순쯤 국무회의 참석자의 비화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있고 지금까지도 경호처는 공조본의 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김 차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영장에는 윤 대통령 부부 등의 비화폰 불출대장보다 보안 수준이 낮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 차장, 이광우 본부장, 김신 가족부장의 비화폰 불출대장이 적시돼있었다.

검찰의 협조 요청 공문에 제출했던 자료라면 경찰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으나, 경찰은 경호처의 방해로 아무것도 확보하지 못했다. 김 차장은 현재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 검찰에선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청구 수차례 반려
“성과 독차지 수작” 반발

검찰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세 차례 기각했다. 서부지검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형소법 110조 등 예외가 부기되는 등 논란이 있어 특수공무집행방해의 범의(범죄의 고의)가 있는지 다툼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소법 110·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기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던 바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물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체포영장에는 형소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원도 체포영장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이의 신청·체포적부심 신청을 기각하며 영장에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계엄 사태 연루자들이 유독 검찰에만 협조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김 차장 외에도 검찰에는 순순히 진술하거나 자료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이들이 있다.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많은데, 물밑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검찰에 자진 출석하기 직전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던 비화폰으로 검찰 수뇌부와 접촉했다. 해당 비화폰은 김 차장이 김 전 장관에게 지급하고,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이 해제된 날 김 전 장관에 돌려줬지만, 김 전 장관은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비화폰을 경호처에 반납하지 않았다.

공수처 압색
오, 소환 검토

김 전 장관은 이 비화폰으로 ‘검찰 넘버2’격인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검찰 출석 전인 지난해 12월6일 오후 통화를 나눴다. 김 전 장관은 이후 비화폰을 반납한 뒤 같은 달 8일 검찰에 출석했다가 긴급 체포됐고, 19일 뒤인 12월27일 구속 기소됐다.

이날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차장검사도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

이 차장검사는 “김 전 장관의 신병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김 전 장관이 있는 곳이 군사 보호시설 안에 있어서 사실상 영장을 받아도 집행이 어렵다”며 “수사팀서(김 전 장관 출석) 설득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직접 통화해서 설득해보겠다고 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당시 있던 공관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곳이어서 형사소송법상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장소인 만큼 자진 출석을 유도했단 취지다.

경찰은 수사 초기 김 차장의 방해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8일,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서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인 김선호 차관의 승인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집무실은 문제없이 압수수색했는데 공관을 압수수색하려 할 때 난데없이 경호처가 막아섰다. 윤 대통령 관저가 근처에 있었기에 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경호처와 협의를 거쳐 김 전 장관 공관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경찰은 경찰관 1명을 김 전 장관의 공관에 들여보내 압수 대상 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박 전 처장과 합의했다.


검에만
순순히…

김 차장은 박 전 처장을 ‘패싱’하고 이 사실을 윤 대통령에게 직보했다. 윤 대통령은 김 차장의 보고를 받은 뒤 박 전 처장을 크게 질책했고, 당시 공관촌 안내실서 압수 조서 등을 작성하던 경찰들은 밖으로 쫓겨나야 했다. 압수수색 절차는 압수 조서를 작성하고 압수 목록을 교부해야 종료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윤 대통령이 경호처 주요 간부에게 ‘수사기관·외부인을 한 발자국도 들어오게 하지 말라’라고 지시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확보했다. 또 경호처 관계자에게서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한 발자국도 공관으로 들어오게 하지 말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혐의 등으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세 차례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서울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일부 계엄 연루자들의 협조를 얻는 데 실패한 경찰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김 전 국방부 장관, 노 전 사령관의 외환 혐의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과 공수처에 이첩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11명을 입건했고, 검찰에 8명을 송치하고, 공수처 등에 18명을 이첩한 상태다.

공수처는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반려 의혹과 관련해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동시에 검찰은 국회 허위 답변 의혹을 받는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마치고 조만간 소환조사도 검토 중이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지난달 27일, 심 총장과 이 차장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시민단체는 “심 총장과 이 차장검사가 검찰의 비상계엄 사태 개입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반려했다”고 밝혔다.

김용현·김성훈 선택적 협력…사실상 수사기관 쇼핑
자진 출석 전 수뇌부와 통화 ‘플리바게닝’ 약속?

반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영장 청구 여부에 허위 답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28일 공수처장실 등 공수처 청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오 처장과 차정현 부장검사, 수사기획관 등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지난 1월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관련 체포영장 외 압수수색영장·통신영장 등을 중앙지법에 청구했는지’ 질의서를 공수처에 보냈다. 이에 공수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영장이 4건이 있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히며 오 처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파견 직원이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답변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금요일 압수수색으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의 정치권 영장 관련 의혹은 다 해소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의혹은)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저희가 협조를 안 할 수 없는 내용이기에 당연히(압수수색에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에서 수사기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우리에게 (기록을)청구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원본을 검찰에 넘겼고 법원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 소환 여부와 시점, 검찰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선 “검찰에 물어봐 달라”고 말을 아꼈다. 비상계엄 수사 상황에 대해선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 있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이 들어온 건에 대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전날 고발 내용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돼 현 단계서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떻다고 말하긴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주도권
갈등 과열

공수처의 수사 권한과 검찰, 경찰의 수사 권한은 각기 달라 비상계엄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기소 등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잡음이 이어졌다.

공수처 출신 한 관계자는 “공수처 내부서 불만이 상당하다. 외부서 봐도 검찰이 ‘어디 덤벼봐라’식의 압력을 행사하는 걸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특검이 진즉에 출범했다면 없었을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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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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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