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04 01:01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국의 3대 조폭으로 불렸던 ‘양은이파’ 출신들이 운영하는 ‘아이야세계선교회’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야세계선교회는 양은이파 두목서 선교사로 변신한 조양은이 설립했다. 일부 신도들은 사실상 이름만 바꾼 양은이파라는 후문이다. 아이야세계선교회 신도들은 “살해 협박에 시달려 제보하지 못한 피해 사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조양은은 1980년 전두환정부가 조직폭력배 소탕에 나서면서 범죄단체 결성 등의 혐의로 구속돼 15년을 복역했다. 출소한 그는 “하나님을 영접했다”며 지난 2019년 아이야세계선교회를 설립하고 선교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실상은 ‘선한 목자’로 신분 세탁한 조폭 우두머리에 불과했다. “빚 갚어” 아들까지··· 아이야세계선교회(이하, 선교회)는 아프리카 선교, 연탄 나눔, 노숙자 무료 급식 제공 등을 통해 불우이웃을 돕는 정의의 사도로 활동했다. 설립자 조양은은 지난 2022년부터 유튜브 <조양은 TV>를 통해 “감옥에 있을 때 하나님을 영접하고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고 간증하기도 했다. 철저한 눈속임에 일부 신도는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만난 사업가 A씨는 선교회가 설립된 지 1년 만인 지난 2020년 여의도서 조양은을 처음 만났다. A씨는 “조양은이 선교사가 됐다는 소문에 궁금해서 찾아간 사람이 꽤 많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선교회 총무를 비롯한 운영진이 대부분 양은이파 출신이었다”고 밝혔다. 선교회의 실체는 일찍부터 드러났다. 선교회 신도들이 연루된 불법 납치 감금 및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지난 2022년 선교회의 집사인 여모씨와 강모씨는 A씨에게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며 폭행을 저질렀다. 지난 2022년 11월29일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여씨와 강씨는 A씨를 납치해 2일간 감금하는 과정서 술을 강제로 먹이고 여씨의 오피스텔과 강씨의 장안평 사무실서 폭행했다고 한다. 강씨와 여씨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자 A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4000만원을 강씨의 아내 심모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협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씨와 강씨는 인천에 있는 A씨의 아들을 납치한 후 인근 해안도로에 있는 카페로 데려가 “네 아버지(A씨)가 진 빚을 대신 갚으라”고 협박했다. A씨의 아들은 겁에 질린 상태서 5억원의 차용증과 채무 보증서 등을 작성한 후 함께 풀려났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광역시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조직1팀은 지난 2022년 12월 초 인지수사에 착수했고, 여씨와 강씨는 감금치상 및 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지난 5월 인천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조직1팀으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강민정 검사는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여씨와 강씨는 조양은과 같은 고향 선후배 관계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선교회 일부 신도를 통해 “A씨와 아들을 평생 불구로 살게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조양은 선후배 일당이 신도 납치·감금 5억원 차용증·채무 보증서 쓰고 풀려나 해당 사건은 조양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양은은 2022년 9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던 A씨에게 “지금 잡히면 해결할 수 없다”며 신도 박모씨에게 도피를 도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으로부터 입찰 받은 철도 레일의 무게를 속여 1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과정서 A씨가 조양은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지난 2022년 11월28일 오후, 여의도 한 카페로 A씨를 불렀다. A씨를 만난 조양은은 “이제부터 나는 너를 관리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을 따라가라”며 여씨와 강씨를 불렀다. A씨는 선교회 신도인 두 사람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지만 조폭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위협을 느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과 차량에 탑승한 A씨는 휴대전화를 뺏긴 채 여씨의 오피스텔과 강씨의 장안평 사무실로 끌려갔고, 감금과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자신이 채무자라는 조양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A씨는 “여씨와 선교회 총무 이모씨에게 오히려 내가 받아야 할 억대의 돈이 있었다”며 “주식투자 명목으로 선교회 신도인 이들이 거액을 요구했고, 나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투자금 일부를 돌려받으면 거꾸로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주장하며 채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모두 조양은이 이끄는 선교회 신도로 변신해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하는 것”이라며 “내가 줄 땐 투자고, 다시 돌려받을 땐 빚이 됐다. 납치됐을 당시 아들과 살기 위해 5억원에 달하는 차용증을 썼지만, 그들에게 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양은이파 출신 신도들은 수사 과정서 이를 극구 부인했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은 불구속 입건됐다. 결과적으로 A씨는 여씨와 강씨에게 납치 감금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고 현금 4000여만원을 갈취당했지만, 조양은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두머리 빠져나가 과거부터 협박과 폭행은 양은이파의 금품 갈취의 주된 방식이었다. 조양은은 과거 필리핀 교민을 잔혹하게 폭행한 혐의를 받는 공범 이모씨와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이씨는 필리핀서 권총으로 한 교민을 협박하고 3시간 동안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조양은과 함께 피해자를 폭행하고 담뱃불로 지지는 등 가혹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피해자가 소개시켜 준 사람이 빚 200만원을 갚지 않는다며 조양은과 함께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필리핀 등을 떠돌던 이씨가 지난 2021년 해외서 입국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이씨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제주도 모처서 2021년 1월경 체포했다. 경찰이 이씨에게서 조양은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을 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조양은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특수상해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씨와 조양은에게 폭행당한 피해자는 신체에 화상을 입고, 치아도 여러 개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소재 불명으로 1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서 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서 5차례 조사 받았는데, 주요 부분에 관해 대체로 진술이 일관되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피해자가 제출한 상처 부위 촬영 사진도 진술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며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또 “피고인은 조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폭행하고 상해를 가했던 바, 범행의 경위와 내용, 방법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의 정도가 매우 중하고, 상해의 정도도 가볍지 않아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두목의 간증 “속으면 안 돼” 다만 “피해자와 피고인이 합의했고, 폭행의 대부분은 조씨가 가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가담 정도는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조양은은 대법원서 무죄가 확정됐다. 피해자는 조양은의 1심 재판에 한 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주신문과 변호인의 일부 반대신문에 대해 답했는데, 이후 출석을 거부해 나머지 반대신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조양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6년에도 양은이파 고문과 행동대장 등은 60대 재력가에게 “불구로 만들어버리겠다”며 협박·폭행해 돈을 뜯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재력가를 유인해 감금·협박해 10억원을 갈취한 혐의(강도상해 등)로 양은이파 고문 이모씨와 행동대장 강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안모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016년 5월 밝혔다. 이씨 등은 “사업가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소개로 알게 된 강남의 60대 재력가 김씨를 2016년 1월경 광주광역시 송정리역으로 유인해 폭행한 뒤 승용차에 태워 손발을 묶고 안대를 씌웠다. 이후 전남 보성의 한 민박집에 감금하고 “10억원을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각목으로 마구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성(性) 불구로 만들겠다”고 겁을 주며 증류수로 추정되는 액체를 주사하거나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과 협박에 겁을 먹은 김씨는 결국 같은 날 오후 4시쯤 이씨 일당에게 돈을 이체하고 풀려났다. 이씨 등은 김씨를 다시 송정리역 앞에 데려다주고 도주했다. 김씨의 신고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광주와 상주, 서울 등지서 차례로 이들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호남 주먹계의 대부로 통하는 이씨의 지시를 받은 강씨는 추종자 서모씨 등을 범행에 끌어들여 운전과 민박집 물색 등을 맡기는 등 함께 범행했다. 회계 등 운영진이 조폭 출신? “하나님 팔아 선교사 코스프레” 경찰은 범행 현장에 있던 이씨 등 5명뿐 아니라, 이들의 도피 생활을 도운 ‘차포파’ 조직원 등 다른 4명도 함께 붙잡아 입건했다. 한편,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폭력조직인 양은이파는 범서방파, OB파와 함께 한때 전국 3대 조폭으로 불렸다. 이 중 자신의 이름을 딴 ‘양은이파’ 두목으로 활동한 조양은은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10대 후반부터 조직폭력배로 활동해 왔다. 18세 때 ‘화신 8인조’라는 조직을 결성해 서울로 상경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폭력조직 양은이파를 이끌며 범서방파의 김태촌, OB파의 이동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평생에 걸쳐 수 차례 교도소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 돌연 지난 2004년 2월5일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소재의 한세대학교 총회 신학대학원 석사학위 수여식서 석사학위를 받은 조양은은 선교사로 변신했다. 당시 선교회 신도 50여명 중 절반 이상을 30여명의 양은이파 조직원으로 구성해 사실상 새로운 조직을 만든 것과 다름없었다. 선한 모습을 가장한 채 법의 사각지대서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양은이파 간부가 배우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은이파 간부 20대 H씨는 이태원 등지서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한 악명 높은 인물이다. 최근 경기 북부권서 필로폰 300g을 유통하다가 적발된 폭력 조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H씨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폭이 마약을 공급하거나 투약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명백한 거짓이다. 지난 1995년 4월 조양은은 중국의 히로뽕 밀매조직인 ‘위해파’의 부탁을 받고 10kg대의 히로뽕(100억원대)을 국내에 반입 시도하다 실패한 바 있다. 선교회 출신의 한 제보자는 “선교회 내부서도 술자리를 갖는 과정서 물뽕(GHB)을 타서 여신도에게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조양은이 궁금하다고 호기심에 한번 발 담그면 재산 전부를 빼앗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약 사건 연루 의혹도 특히 “조양은은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사를 이야기하며 무슨 일이든 도와주겠다고 접근하고, 직업과 가족관계를 직접 물어본다”며 선교회 운영 방식에 관해 이야기했다. 실제로 조양은과 대면 심사를 통해 정상적인 가정과 직업이 있는 신도들만이 선교회에 등록할 수 있다. 조양은이 이끄는 선교회는 마포구 용강동에 있었으나 현재는 강남구 선정릉역 인근으로 이사한 상태다. <smk1@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음주 운전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다혜씨는 7시간 동안 음주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의 사건 당일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도 오후 7시부터 오전 2시30분까지의 다혜씨의 동선을 따라갔다. 지난 5일 오전 2시4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삼거리, 다혜씨가 몰던 녹색 캐스퍼 차량이 삼거리 한복판에 진입한 뒤 차량에 둘러싸여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만취 운전 택시 충돌 그러다 좌회전하는 1톤 탑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간신히 교차로를 빠져나온 다혜씨는 50m가량 더 달리다 갑자기 우측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이때 다혜씨는 옆 차선을 달리던 검은색 택시와 충돌하게 된다. 이후 그는 현장서 한 차례 음주 측정을 진행한 뒤 인근 파출소까지 동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다혜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49%였고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난 7일 서울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는 다혜씨의 음주사고 당일 상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현장서 자연스럽게 음주 측정을 한 차례 했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바로 인접한 파출소까지 걸어서 임의동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혜씨가 본인의 신분을 정확히 밝혔느냐’는 질문에 “운전면허증을 통해 확인했고 특별하거나 구체적인 진술은 없었다”면서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음주사고의 경우 통상적으로 음주 측정과 신분 확인을 하고 사고 개요를 확인한 뒤 귀가시킨 후 나중에 기일을 잡아 불러 조사한다”며 다혜씨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다혜씨가 누구와 어떻게 귀가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은 사생활이라 공개하기가 곤란하다”면서도 “본인이 운전을 안 한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현재 경찰은 피해 택시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보해 분석 중이며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다혜씨가 기자간담회 당일 출석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서울청 관계자는 “아직 조율 중이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혜씨가 음주사고를 내기 전 신호위반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다른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하느냐는 질의에 경찰은 “아직 조사 전이므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음주량도 아직 진술받은 게 없다면서 추후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혜씨를 상대로 약물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약물검사 진행 여부에 대해 “강제로 할 근거가 법령에 없으며 구체적으로 계획한 바 없다”고 말했다. “2차 갈 때도 술에 취해” 3차에선 완전 인사불성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다혜씨를 공개적으로 소환할지에 대해 “전혀 논의한 바 없다. 이제껏 해온 대로 일반적인 수사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7시간 전인 지난 4일 오후 6시54분께 이태원 골목길에 모습을 드러냈다. 녹색 캐스퍼 차량을 이태원 골목 이면도로에 주차한 다혜씨는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고급 소고기집으로 들어갔다. 해당 가게는 숙성시킨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 바비큐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로 대표적인 메뉴인 한우등심이 5만3000원, 안심이 5만9000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은 해당 가게가 영업을 종료하는 오후 10시30분경이었다. <일요시사>는 지난 7일, 해당 가게에 들러 다혜씨가 먹은 메뉴가 무엇인지, 동행자는 몇 명이었는지 물었지만 “동행자가 누구인지, 메뉴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다만 이미 1차서 충분히 음주를 한 것으로 보인다. 주변 가게 직원에게 <일요시사>가 ‘다혜씨가 고급 소고기집서 나올 때부터 비틀거렸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그 당시엔 언론에 나온 것처럼 비틀거리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스스로 걷는 게 아니라 동행자에 의지해 걸어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혜씨는 1차 술자리를 마치고 식당서 나와 약 47m 거리에 있는 요리주점으로 향했다. 이후 해당 가게서 2시간가량을 머물렀다. 이미 해당 요리주점서 만취상태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주점 주인은 “여자분이 많이 취했었다”며 “트렌치코트가 막 바닥에 끌릴 정도로 내려와 있어서 그걸 내가 올려드린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미 잔뜩 취한 다혜씨의 음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5일 오전 12시30분경 2명의 남성과 2차로 간 식당을 빠져나와 다른 사람과 부딪힐 뻔하며 갈지자 걸음을 하다 일행인 남성의 손짓을 따라 다른 식당을 방문했다. 마시고 또 마시고 하지만 해당 식당에서는 다혜씨를 쫓아냈다. 해당 음식점 주인은 “당시 다혜씨는 반말을 하면서 책상을 툭툭 치고 선물같은 하얀 물건을 탁자에 내팽개치면서 술을 달라고 했다. 너무 취한 상태로 보여 나가달라고 했지만 ‘술 가져오라고’라고 말하며 나가지 않았다”며 “결국 일행이던 남성이 다른 곳을 가자는 취지로 타일러서 가게를 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일행 중 한 남자가 이끄는 대로 다른 주점에 오전 12시38분쯤 들어갔다. 이때 또 다른 일행은 해당 주점에 같이 동행하지 않았다. 다혜씨는 해당 주점서 두부김치와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는 음주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주점 주인은 “다혜씨가 남성 1명과 들어와 소주 한 병과 두부김치 등을 주문했다”며 “식당에 들어올 때부터 꾸벅꾸벅 졸 정도로 많이 취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행인 남성은 혼자 소주 반 병 정도를 마셨으며 다혜씨는 꾸벅꾸벅 졸다가 일행을 두고 갑자기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다혜씨는 사라진 그 시간부터 집에 가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CCTV 영상서 그는 오전 2시5분께 해당 주점서 걸어 나와 맞은편에 주차된 차량으로 향했다. 해당 차량은 다혜씨가 운전했던 캐스퍼 차량이 아니었다. 그가 비상등이 켜진 차량으로 다가가 문을 수차례 열려 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다혜씨가 차량 문을 여는 동안 바로 옆으로 택시가 지나가는 등 아찔한 모습도 연출됐다. 2분가량 탑승을 시도했지만 끝내 문이 열리지 않자 그는 지친 듯 차량 운전석 문에 기대고 있다가 다시 가게로 향했다. 다혜씨가 자리를 뜬 지 2분가량 지난 뒤 차량 주인으로 추정되는 한 시민이 운전석 문을 열고 차량에 탑승한 뒤 떠났다. 의문 가득한 이태원 행적 그는 오전 2시20분께 차량이 주차돼있던 자리를 지나쳐 자신의 차량으로 향했다. 이후 다혜씨는 차량을 운전해 골목길서 빠져나간 뒤 인근 도로서 사고를 냈다. 사고 이후 파출소로 임의동행되는 과정서 비틀거리거나 경찰관의 손을 뿌리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혜씨가 음주를 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의 행적을 돌아보면 불법주차에 이어 만취운전한 것이 문제가 돼 계속 주목받고 있다. 그가 음주를 즐기는 7시간 동안 차를 주차한 곳은 이태원의 한 골목으로, 해당 구역은 5분가량 정차가 가능한 노란색 점선 구역이다. 즉 불법주·정차를 했던 셈이다. 불법주차를 하기는 했지만 해당 구역은 무조건 견인이 이뤄지는 주·정차 절대 금지구역은 아니었다. 이곳은 이태원 관광특구에 인접한 탓에 주차 단속이 상시 이뤄지는 구역은 아니다. 주·정차한 차량이 통행에 방해되는 때나 지역 주민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에 한해 견인 조치 또는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는 곳으로 전해진다. 다만 다혜씨는 단속 기관인 용산구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지는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불법주차된 다혜씨의 차에 대해 시민 신고가 없었고 현장 단속을 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현장서 단속이 이뤄졌다면 2시간 이상 주차 시 1만원이 추가되는 규정에 따라 최대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과태료 부과는 없었지만 다혜씨가 중형을 피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이 도로교통법상 단순 음주 운전 혐의뿐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위험운전치사상 혐의 검토 여야 가리지 않고 맹비난 경찰이 다혜씨 조사 결과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서 사고를 냈다고 판단되면,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작년 11월~지난 9월 전국 법원서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처벌받은 최근 사례 100건 중 징역형은 91건(실형 8·집행유예 83)이었고 벌금형은 9건이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CCTV에 나온 문다혜씨의 행동 양상을 보게 되면 단순 음주 운전보다 훨씬 형량이 높은 위험운전치상에 해당되는 객관적 지표가 충족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형에 해당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일단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149%라고 하는 것은 적어도 인사불성 상태에 준하는 상태”라며 “더 중요한 것은 약물 또는 알코올로 인해서 운전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운전해서 사람(택시기사)을 다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차량을 마치 자기 차량으로 오인해서 문을 열려고 했던 행위는 완전히 만취했다는 방증이고 자신의 트렌치코트가 계속 땅에 끌리는데 그것도 인식을 못한 점, 비틀거리는 모습은 판례서 인정하는 위험운전치상의 대표적인 행동징표”라고 부연했다. 정치권서도 다혜씨의 음주 운전을 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맹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최고위원은 지난 7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시에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고 말씀하신 것이 있다"며 "그 말씀을 국민들께서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극렬 지지자들은 검찰이 괴롭힌 탓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이 꽉 깨물고 굳이 한번 이해해 보려고 한다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술은 마실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음주 운전까지 변명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형 가능성 부친이 사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다혜씨의 음주 운전을 질타하는 동시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당원은 “임기 끝났으면 사저서 조용히 지냈어야지, 윤써글(윤석열 대통령 비하 표현)정부 만든 주제에 무슨 낯으로 경기도지사를 만나고 다니나. 딸은 음주 운전, 꼴 좋다”고 적었다. 다른 당원은 “(김동연 경기지사는)이재명 대표가 추진하려는 지역화폐 지원금도 반대하고 경기북도를 추진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딸은 음주 운전에 뉴스 도배를 한다. (문 전 대통령은)탈당도 안 하고 당에 부담을 주는 저의가 뭔가”라고 직격했다. <kcj5121@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국정감사가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 문제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과 딸, 전 사위 등의 문제로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서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끝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022년 3월30일 조계종 ‘중봉 성파대종사’ 추대법회에서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말과 다른 퇴임 행보 문 전 대통령의 바람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이뤄지지 못했다. 퇴임 한 달여 만인 2022년 6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책을 추천하는 등 ‘SNS 정치’를 시작했다. 또 지난해 초에는 퇴임 후 머무르고 있는 평산마을 인근에 ‘평산책방’을 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작은 시골 마을의 동네책방’으로 소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문파(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의 사랑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전 대통령이 올리는 SNS 글은 대체적으로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문정부의 정책은 제동이 걸리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예가 대북정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윤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책을 추천하면서 적은 코멘트에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담는 식이다. 지난해 7월 문 전 대통령은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펴낸 책 <평화의 힘>을 소개하면서 “아직도 냉전적 사고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윤석열정부와 보수세력의 대북정책 기조를 겨냥하는 듯한 내용의 SNS를 업로드했다. 직접 목소리를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전남 목포서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서 “(윤석열정부가)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후보들을 만나 유세를 돕는 등 적극적으로 정국에 개입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일대를 돌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진행한 것이다. 사전투표를 하면서도 “현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지자 결집용 메시지를 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여권은 물론 야권 일부서도 비판이 나왔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유세를 지원한 부울경 후보 가운데 대다수가 낙선하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 이른바 ‘개딸’ 사이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문 전 대통령의 ‘자의’에 의한 등판이었다. 딸, 부인, 전 사위까지 ‘첩첩산중’ 국힘, 김건희 맞불 문 일가 정조준 최근 문 전 대통령이 ‘타의’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일가가 거대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 검찰은 전 사위 사건을 배경으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수사를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 딸 문다혜씨와 부인 김정숙 여사 관련 논란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때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며 문정부서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김정숙 여사는 현재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특활비 유용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야권의 김건희 여사 공격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때 특혜 채용 의혹으로 정치권을 달궜던 아들 문준용씨만 상대적으로 잠잠한 상황이다. 지난 5일 문다혜씨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면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은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의 당사자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서 나온 발언이었다. 다혜씨의 음주 운전으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빛이 바랬다. 국민의힘은 당시 발언을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음주 운전 전후 다혜씨의 행적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여권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음주 운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엄격한 상황서 전직 대통령의 딸이 면허취소 수준으로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았다는 사실이 공분을 사고있는 것이다. 여기에 다혜씨의 디자인비 과도 수령 의혹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쓴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한 출판사가 문다혜씨에게 디자인 값으로 2억5000만원을 지불했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등판 끌려 나오나? 그러면서 세금 문제를 거론했다. 신 의원은 “자식에게 증여나 상속할 때 세금 문제가 굉장히 엄격하다”며 “제가 예를 들어 책을 적당히 써서 아들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2억5000만원을 출판사에서 지불하도록 한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디자인 값을 책정하는 것이 불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없는지 문체부서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해당 의혹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비쳤다. 유 장관은 “전문 디자이너를 썼다면 여러 가지를 따져 가격을 책정했겠지만 딸이니까 충분히 디자인료를 책정한 것 아닌가 한다”며 “실제로 전문 디자이너도 그 정도로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출판의 자유 등이 관련된 문제고 그쪽(출판계)도 나름의 규율이 있어 이제까지(정부가) 관여하기는 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여론화된 만큼 살펴보고 추후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언급됐다. 김정숙 여사가 2018년 인도에 방문한 경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논란은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가 당초 무관중으로 예정됐던 KTV 국악 공연을 관람한 것을 두고 ‘황제 관람’이라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격에 김정숙 여사의 당시 출장을 끄집어내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논란, 논란 거듭된 의혹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순방을 지난 국감에 이어 재차 제기했다. 배 의원은 “당시 영부인이 단독 프레스센터를 운영했다는 얘기를 들어봤나”라며 “문체부가 이를 위해 3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규정에 정상외교 및 국빈 방한 홍보 지원을 통해서만 프레스센터를 설치할 수 있게 돼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만든 프레스센터를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문체부의 추가 감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당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으로 상당한 외교 성과가 있었다는 점이 이미 알려졌다. 그 후 뉴델리 시내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건립되기도 했다”며 “마치 김(정숙) 여사가 ‘버킷리스트 관광’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 논란은 일단 공방전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진짜 ‘발등의 불’은 따로 있다.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전 사위 특혜 채용 논란이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불거졌던 의혹이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검찰 수사는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전주지검 형사3부는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문정부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서씨와 다혜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이다. 검 수사 강하게 반발 와중에… 정국 주도권 잡았는데 하필…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7월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태국의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의 전무이사로 채용됐다. 의혹이 불거진 대목은 서씨가 항공업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서씨가 임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 등 2억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8월30일 다혜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 별장을 압수수색하며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취업한 후 문 전 대통령이 다혜씨 가족에게 지원하던 생활비를 끊었다면 문 전 대통령이 경제적 이득을 본 것과 다름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집단 행동을 예고하며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검찰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일가가 언급되는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정숙 여사가 지인을 통해 다혜씨에게 송금한 5000만원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밝힌 2020년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 사이에 이뤄진 금전거래 정황을 두고 의문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은 김정숙 여사가 현금 5000만원을 만든 경위부터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송금은)문 전 대통령이 재산 신고한 직후지만, 당시 현금을 신고한 적이 없다”며 “현금으로 옷 수천만원어치 산 사건도 있지 않느냐”며 형평성 차원서 김건희 여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특검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은 ‘은행 심부름’ ‘(김정숙 여사가)전화기 송금이 익숙하지 않아 잘 못한다더라’ 등의 발언으로 비호에 나섰다. 항간에 제기되는 돈세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비호 검찰 뚫을까 검찰은 다혜씨의 휴대폰을 포렌식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친인척 감찰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신모씨가 모든 진술을 거부하는 등 가야 할 길이 먼 상태다. 신씨는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맞서 야당이 거부권 행사 제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헌법 사안을 법률안으로 발의하자 법무부와 법제처는 ‘위헌’이라고 반대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권한 배분이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된 이후 30년째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9월7일 대통령 재의요구권(법률안거부권, 이하 ‘거부권’) 관련 법안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법안에는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법안 등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해충돌 법안서 설명하는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관련 사안 ▲본인·배우자·4촌 이내 혈족과 인척의 범죄 혐의 관련 사안 ▲그 외 중대한 이해충돌 가능성이 인정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구하면서 ▲명백한 헌법 위반 ▲중대한 재정적 부담 ▲집행 불가능이 명백한 법률안 ▲그 외 명백하게 중대한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법률안이라는 거부권 행사 기준을 설정하고, 소명 의무를 부여했다. 정부는 같은 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국무회의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2년4개월여 동안 총 24회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정부가 총 45회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장면 내각 8회 ▲박정희정부 5회 ▲노태우정부 6회 ▲참여정부(고건 권한대행 포함) 6회 ▲이명박정부 1회 ▲박근혜정부 2회 등 옛 정부들이 10회 이내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문민정부·국민의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민주당과 정치적으로 결별했고, 제헌의회부터 제3대 의회까지는 무소속 의원이 많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잦았다. 자유당이 원내 다수당이 된 시점은 제3대 의회였다. 윤 대통령도 취임 이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지만,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은 특별법 발의로 맞서고 있다. 야, 대통령 거부권 제한 발의 정부 “위헌”…그 이유는?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본인·배우자·친인척·측근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안에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은 법안의 지적대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 측근 관련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최도술·이광재·양길승 특검법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가 있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 규정을 언급했다. 법률 형식으로 거부권 행사를 제한시키려는 발상에 대해서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이미 국회 운영위에 “헌법에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법률로 침해하기 때문에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헌법 사안이므로 개헌 시 논의하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규정돼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는 법률에 위임할 수 있다’는 위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상 내용과 절차를 법률에 위임한 사안은 ▲사면권 ▲계엄 선포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관의 연임 규정 등이 있다. 위임 규정이 없는데도 법률로써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고 한다면, 위헌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2015년 6월 “시행령이 법률 제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참여했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일 수도 있다. 헌법에 규정해야 할 사안을 법률로 제정해 기관의 큰 충돌을 초래한 사례는 대법원·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충돌이 있다. 사법부 최고기관의 위상을 두고 갈등 중인 두 기관은 한정위헌·재판소원을 놓고 1997년 이후 총 3회에 걸쳐 직접 충돌했다.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 제한? 제정 추진 모순 지적도 제기 헌재는 1987년 9차 개헌 이후 설치됐고, 헌법소원 제도도 그때부터 운용됐다.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의 2017년 7월26일 <법률저널> 기고 칼럼에 따르면, 9차 개헌 이후 대법원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이 경우 헌재가 사법부 최고기관이 된다. 대법원은 헌법이 아닌 헌법재판소법을 통해 ‘헌법소원서 재판 배제’를 관철했다고 한다. 하지만 헌재는 1997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후 대법원과 헌재는 “A를 B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한정위헌 결정의 인정 여부와 재판소원을 놓고 갈등을 이어갔다. 한정위헌은 헌재의 위헌결정 효력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명시되지 않은 재판 형식이고, ‘법령 해석·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식이다. 대법원은 1996년 4월 “한정위헌은 헌재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대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면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무시한 판결을 제시했다. 그러자 헌재가 한정위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사태가 1997년 1회·2022년 2회 등 총 3회에 걸쳐 발생했다. 이 갈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 농단 의혹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사안도 헌재와의 다툼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허용’을 공개적으로 국회에 요구했던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를 대필해 특정 법률 전문지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개헌 당시 두 기관의 갈등을 예상치 못한 채 헌법에 명확한 권한 배분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가 뒤늦게 갈등의 씨앗을 깨닫고 차선책으로 법률에 담았지만, 갈등을 봉쇄하지는 못했다. 헌법과 법률은 무게감부터 다르다. 헌법개정안은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지만, 법률은 재적 과반수 출석·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따라서 법률 위임 규정이 없는 헌법 사안을 법률로 제한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효력 갈등 <일요시사>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 측과 황 의원 측에 ▲위헌 가능성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대법원·헌재의 갈등에 대해 문의했다. 두 의원은 지난 9월30일부터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천막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김 의원 측과는 연락이 닿았으나 답변하지 않았고, 황 의원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ctzxp@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일본 내에 만연하는 혐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스로 차별된 삶을 자처한 남자가 있다. 현재 사단법인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회’ 회원이자 오사카변호사회 임원인 임범부 변호사다. 재일동포 3세인 그는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인이다. 출세의 길을 마다하고, 한국 이름 석자를 포기할 수 없어 귀화를 포기했다. 일본 내 외국인 변호사로 활동하는 임범부 변호사는 차별받지 않기 위해 남다른 삶을 살고 있다. 30여년간 헤이트 스피치(증오 표현), 혐한 시위 피해자 등을 위해 싸운 임 변호사는 북한 인권 실태 알리기에 나섰다. 한마음 한뜻으로 1959년 12월, 재일조선인은 배를 타고 북한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재일조선인 북한 귀국사업’은 고향 땅으로 돌아가기 위한 취지였다. 다만, 북한이 고향이 아닌 사람들도 많았다. 1984년까지 재일동포와 그 일본인 가족 9만3000여명은 당시 부유했던 북한으로 갔다. 쌍수 벌려 환영한 북한 정권은 귀국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귀국자들이 북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회(이하, 기억기록회)는 재일동포와 일본인으로 구성된 단체로 변호사,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귀국사업 당시 북한으로 갔다가 탈북해 한국이나 일본에 사는 ‘귀국자’들을 쫓아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달 17일 <일요시사>는 임 변호사가 운영하는 ‘한맘 법률사무소’를 방문하기 위해 오사카 니시텐마 지역으로 향했다. 빌딩숲이 일렬로 늘어선 이곳은 오피스 타운으로, 오사카 직장인의 근무환경을 엿볼 수 있었다. 화려한 간판 대신 법무법인, 유통회사 등이 자리를 잡았고, 일부 식당엔 외국어 메뉴판조차 흔치 않았다. 관광 수요를 만족시키는 여느 일본 지역들과 달리 다소 삭막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맘 사무소를 겨우 찾아 들어서자 한글 서적이 빼곡히 나열된 책장이 보였다. 괜히 반가운 기분마저 들었다. 푸근한 인상을 주는 임 변호사는 환한 미소와 함께 “반가워요”라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지금도 환영받지 못하는 우리 민족” 차별에 맞선 재일교포 3세 고군분투 임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직원들에게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을 교육해 논란을 빚은 주식회사 ‘후지주택’과 맞서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재일교포 직원을 변호했다. 당시 교육자료엔 ‘한국인은 야생동물’ ‘재일 한국인은 죽어라’ 같은 한국 혐오 문구가 실려있었다. 또 위안부 강제연행은 거짓말이라면서 실제로는 높은 급여를 받고 호화 생활을 했던 매춘부라고 역사를 왜곡하기도 했다. 후지주택은 이 같은 내용의 자료를 수백 차례에 걸쳐 배포하고, 직원들에게 감상문까지 요구했다. 의뢰인이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을 거부하자 후지주택은 3000만원을 줄 테니 회사를 그만두라고 제안했다. 결국 지난 2015년 소송을 제기했고, 임 변호사는 함께 싸웠다. 일본 법원은 5년 만인 지난 2020년 후지주택이 ‘모욕과 차별적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며 110만엔, 우리돈 약 1100만원을 의뢰인에게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직원 개인을 향한 차별은 아니었다며 청구한 위자료의 30분의 1만 인정했다. 당시 임 변호사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서 “‘위안부는 없다’거나 ‘식민지 지배는 없다’든가 그렇게 주장하는 일본 회의와 (창업자가) 접촉한 것 같다”며 “일본 재판의 한계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은 안 좋다, 나쁘다, 추악하다고 하는 건 개인이나 법인을 상대로 한 공격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가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후지주택 측은 당시 판결로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즉각 항소하기도 했다. 사측은 “사원 교육을 할 때도 회사에 재량이 있고, 경영자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혐오 발언에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가 시행됐지만, 일본 곳곳서 혐한 움직임은 지속됐다. 대부분 혐한 시위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왜 일본인보다 외국인을 우선해서, 생활보호도 받지 못하는 일본인이 피해를 보느냐”는 입장이다. 창씨개명 잔재 여전 재일코리안 몸부림 처절 혐한에 맞서 싸우던 임 변호사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변호사를 시작할 때부터였다. 대학 시절 임 변호사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산하에 기업인 금강보험주식회사 등에 취업을 시도하는 학생들을 봐왔다. 1980년대만 해도 북한은 남한과 경제 수준이 비슷했고, 조총련 산하 기업은 차질 없이 운영됐기에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재일교포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당시만 해도 재일교포가 일본 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였기에 이력서에 출신을 숨기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대도시 진출은 어려웠다”며 “일본서 태어났지만, 한국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차별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시만 해도 북한 귀국사업에 대해 자세히 몰랐지만, 북한에 살다가 일본이나 한국으로 돌아온 귀국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뒤늦게 알게됐다”며 “지금도 일본서 귀국자들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해 어렵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조선인 북한 귀국사업’은 1959년에 처음으로 시작됐다. 해방 후 재일조선인은 일본 복지제도서의 배제, 사회적 차별과 억압, 가난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다. 당시 자유주의 진영에 속한 일본과 공산주의 진영에 속한 북한은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재일조선인을 북한으로 보내고 데려가는 문제에 있어서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북한은 전후 사회와 경제를 복구하는 데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일본 정부에 재일조선인은 골치 아픈 존재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재일조선인은 일본 국적을 상실했는데, 일본 정부는 이들을 추방할 수도 없었지만 일본 국적을 부여해 부양하고 싶지도 않았다. 현지 대기업 입사 포기하고 외길 재일코리안 변호사협회 회장 역임 북한과 일본 정부의 협상은 급물살을 탔고 조선인이나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 중 희망자를 북한으로 보내는 ‘귀국사업’이 시작됐다. 조총련은 재일교포들에게 북한의 사회주의 복지제도의 우수성을 선전하면서 귀국을 독려했다. 그렇게 9만3340명이 이 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일교포 6.5명당 1명이 북한으로 건너간 것이다. 이렇게 귀국하게 된 9만여명 중 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했고, 북한으로 간 사람들의 생사나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렀다. 기억기록회는 2018년부터 이들 중 총 50명을 만났고, 한 사람당 평균 8시간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귀국자들의 삶이 고되고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귀국자들은 일본 내에서의 차별을 북한서도 겪었다. 심지어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심한 생활고가 그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오사카 야오시서 만난 귀국자 A씨는 북한서 고위급 간부로 살다가 지난 2010년경 아내와 두 자녀, 손주들과 함께 탈북했다. 1960년경 귀국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건너간 그는 량강도 혜산시서 목재가공공장을 운영하며 제법 부유하게 살았다. 당시 일본서 도요타 자동차를 수입해 “최룡해를 비롯한 장성들이 손님을 맞이한다며 빌려가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이 제2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라 북한을 통치하더니 GDP는 (UN 통계 기준) 이전 해인 1993년 107억달러서 83억달러로 떨어졌고, 북한 주민들도 경제 빈곤을 몸소 느끼게 됐다고 한다. 재일코리안 몸부림 처절 이후 1995년 48억달러로 기존의 30% 수준으로 폭락하다 못해 GDP가 문자 그대로 초기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과 당이 자신들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배급제에 의존할 수 없어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게 됐다. 김정은은 북한 경제의 시장화 움직임을 막기 위해 2009년 화폐개혁을 실시하고 연장 차원서 장마당을 금지시켰으나 대실패로 막을 내려 북한의 내수 경제를 완전히 파탄 상태로 몰고 갔다. 김일성 시절부터 최빈국 수준이었던 북한의 경제는 김정일 시기에 재기불능의 극빈국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당은 A씨에게 수시로 트집을 잡아 외화를 벌어오라고 강요했다. 김일성대학교를 나온 장남은 평양에 입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째포(재일교포를 비하하는 단어)’라고 차별받으며 변방을 맴돌았다. 또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순 선전물을 수시로 검사하러 오자 A씨 가족은 견디다 못해 탈북을 결심했다. A씨와 같은 귀국자들의 고초를 접하게 된 임 변호사는 기억기록회서 활동할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사회적 지위를 얻었지만, 직접적인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1월 오사카가정법원은 이혼과 상속 문제 등을 중재하는 가사조정위원으로 추천된 임 변호사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일본 국적이 필요하다는 점을 선임 거부 사유로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 깊숙이 관심 평양 입성해도 변방 맴돌아 조정위원은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이 일반 응모자와 변호사회 추천을 받은 변호사를 후보자로 선고한 후 최고재판소가 임명하는 비상근 공무원으로, 최고재판소의 임명 기준에는 국적 제한이 없다. 재일교포 변호사가 국적을 이유로 조정위원 선임에 거부당한 것은 2003년 고베 가정법원 이후 2007년 9월 센다이 가정법원과 도쿄 간이재판소, 그해 12월 고베 가정법원에 이어 다섯 번째 사례다. 임 변호사는 “조정위원은 변호사회가 추천한 변호사를 가정법원이 명부에 싣고, 그 명부에 실린 변호사 중에서 최고재판소가 선임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적 변호사도 변호사회의 추천을 받아 명부에 기재되지만, 최고재판소가 선임하지 않는다. 태어나고 자란 일본 사회서 배제됐다는 생각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적 변호사도 파산관재인이나 상속재산관리인으로는 선임된다. 둘 다 남의 재산을 관리 처분하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조정위원은 그런 일을 안 하고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도록 설득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귀화를 거부하고 소신을 지킨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적은 태어나서부터 저절로 갖는 것이지만, 그 속은 나이를 거듭하면서 힘들게 손에 넣어온 것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평생 손 놓을 수가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민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일본에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없다. 조선학교는 북한 교육을 시켜 보내기 힘든데, 한국학교도 조선학교도 아닌 코리아국제학원이 오사카에 생겼지만 규모는 작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자녀들은 주로 일본학교를 다니고, 오사카서 민족학급으로 민족교육을 시키지만 부족한 상황이다. 민족교육은 각 가정의 노력에 달린 문제라는 의미다. 한편, 임 변호사는 1963년 오사카와 나고야 중간에 있는 이가우에노라는 시골마을서 태어나 오사카시립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재일교포 변호사들이 모인 ‘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Lawyers Association of ZAINICHI Koreans, 이하 LAZAK)’의 전 회장이며, NPO법인 코리아인권생활협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귀화 거부 소신 지켜 실제로 협회는 서적 출판, 학습회 개최, 재일코리안의 인권에 관한 소송 지원, 재일코리안을 비롯한 재일외국인의 인권옹호를 위한 각종 의견서 및 성명 발표, 심포지엄 개최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NGO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인종차별, 인권보호 등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지난 2007년 12월 재일코리안의 인권옹호에 이바지함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인권상을 받았다. 오사카 =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