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 본 ‘윤석열 석방’ 조건과 특혜

“대놓고 풀어줬다…다른 사람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사표를 내던졌던 인물이 있다. 바로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다. 그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얘기했다.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류 전 감찰관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현재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수차례 의문을 던졌다. 사실상 윤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외의 예외를 적용해서 풀어줬다. 이해가 안 간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 언성을 높이며 한 말이다. 그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풀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즉시항고 포기’ 사태를 제외한다고 해도 계엄에 연루된 인물들의 행보를 보면 검찰과 윤 대통령 측이 ‘운명 공동체’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게 류 전 감찰관의 주장이다.

공동체처럼
움직인다

윤 대통령은 현재 구속 취소가 인용돼 서울구치소서 한남동 관저로 돌아갔다. 검찰은 ‘즉시항고’ 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나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을 풀어줬다.

류 전 감찰관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검찰의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 화가 날 정도로 어이가 없다. 검찰 내부에도 무슨 생각으로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후배들이 상당하다. 심 총장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즉시항고를 포기해도 절차적 문제가 남아 논란이 됐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즉시항고를 포기했을 때의 실익이 있어야 한다. 오히려 검찰이 정치적 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류 전 감찰관은 윤 대통령과 인연이 없다. 법무부와 검찰서 근무한 기간 27년 6개월 내내 윤 대통령과 같은 검찰청서 근무하지도 않았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사표를 내던질 수 있었던 건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 없었기 때문일까?

류 전 감찰관은 “대통령이 윤석열이 아니었어도 과감하게 사직했을 것이다. 법률적으로 하자 투성이다. 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적 정의도 갖추지 않은 상태이기에 불법 계엄이었다. 또 경고성 계엄 또는 2시간짜리라면서 다친 시민이 없었으니 없던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미친 소리”라고 직격했다.

이어 “그 정신 나간 결정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입은 사회·경제적 손실은 누가 감당하나. 온전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집이라도 팔아서 그 손실을 메운다고 해도 용서하는 국민들이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렇게 반대했더니 좌파가 됐다. 난 좌우가 아니고 그냥 낭만파”라고 강조했다.

류 전 감찰관은 “법은 가장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지금 윤 대통령은 직접 헌재에 나가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잡범을 뛰어넘는 영리하고 악랄한 ‘법꾸라지’”라고 지적했다.

“심우정 총장 무슨 생각인지”
“김주현·박성재도 수사해야”

그는 “심 총장도 그러면 안 된다. 즉시항고 위헌 사례를 언급했었는데 어느 피고인에 대한 사례인지 아느냐. 이름 모를 평범한 사람이었다. 윤 대통령이 ‘평범’한 사람인가? 국사범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자를 두고 무슨 인권을 논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류 전 감찰관은 “윤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해서 의견을 개진했기에 불법 구속으로 인해서 본인이 충분히 방어하거나 헌재서 변론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서 구속된 이후에 일체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공수처 기록이 헌법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게 없는데,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헌법재판관 분들의 심증을 형성하는 데 법률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이라는 건 단순하게 헌법 위반 사실이 있느냐를 떠나서 이 사람에게 공직 수행에 적합한 자질이 있는지, 앞으로 공직 수행을 맡겨도 되겠는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라며 “이런 때 헌법 수호의 결단을 보여주지 않으면 언제 보여줄 수 있는 것인지 싶다. 징계 처분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징계했는데 이 사람이 계속 공직을 수행케 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며 “그렇기에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저는 당연히 인용될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쪽이든 간에 8대 0으로 결론을 내려주실 필요가 있고 오히려 6대 2, 5대 3 이런 식으로 결론 난다면 헌법재판관 개인에 대한 공격은 물론이거니와 법조 전체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악랄한
법꾸라지

윤 대통령의 석방 이후 타격을 입은 건 검찰뿐만이 아니다. 공수처도 수사권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문에는 이례적으로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가 언급됐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검찰이 구속기간을 넘겨 기소했다고 주장했는데, 담당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나아가 재판부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논란이 있다고 밝히면서 유·무죄가 아닌 공소 기각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검·경, 공수처는 비상계엄 이후 총 20명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사건은 각종 논란으로 대법원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류 전 감찰관은 “공수처가 사건 이첩 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수사가 3주간 지연됐었다. 체포영장 청구 과정서도 수일이 소요됐다. 수사 적기를 놓친 것이고 여러번 실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라며 “고질적인 인력난이 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부족한 수사 경험으로 인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과 협력이 잘 이뤄졌다면 즉시항고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 “공수처 수사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즉시항고에 대해 상급심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관련된 정확한 규정이 없어 법원서 종국적인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또 “기존의 관행과 검찰의 시스템을 보면, 구속기간은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계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구속기간 만기 부전지’를 붙이고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 계산한다. 그런데 이번 법원의 결정은 이런 관행과 법률 규정에 따른 계산을 벗어난 것인 만큼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누구나 아는
벗어난 계산

그는 “구속기간은 신분을 떠나 만약 도과했다면 어떤 경우에도 석방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구속 취소 사안의 경우엔 풀어준 뒤, 직권으로 다른 범죄에 대한 영장을 발부해 재구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부터 경찰과 군검찰과 협력하는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을 꾸렸다. 공조본은 비상계엄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보다 많은 인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검찰 특수본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사 대상인 인물들이 유독 검찰에만 협조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실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계엄 관련자들은 검찰에 자진 출석하거나 증거 물품을 제출하는 등 공조본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계엄 수사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비화폰 불출대장이 그렇다. 김성훈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이 검찰에 제출한 비화폰 불출대장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통화 기록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김 차장은 검찰에 김 전 장관이 예비용으로 받아가 건넨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불출대장과 통화 기록 일부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1월24일 검찰이 경호처에 ‘수사 협조 의뢰 요청(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자 건네받은 것이다. 비화폰 불출대장은 ▲비화폰 번호 ▲사용자 ▲지급 일자 ▲회수 일자 ▲현재 보관 장소 등이 적혀있는 내부 보안 자료다.

공수처 수사권 보완 필요…검, 권력 단절 시급
“탄핵 인용 법률적 문제없어…3월 안에 끝내야”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를 근거로 공조본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았다.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만큼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하거나 수색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경호처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협조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 의지가 상당히 강했고 검찰이 수사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류 전 감찰관은 “물밑 협조까진 아니더라도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민정수석,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 그래서 김 전 장관이나 계엄 피의자들이 믿을 만한 검찰을 택하지 않았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박 장관이나 김 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봐라.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도 박 장관과 이 전 장관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만 답보 상태에 있다. 어차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되는데 봐줄 것이라는 게 불 보듯 뻔한 거 아닌가. 수사 의지가 아니라 애초 ‘선배 대우’를 하려는 분위긴데 이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당장 특검을 해야 한다. 내란 사태의 경우, 과거 12·12 사태를 보면 15년이 지나서 검찰이 수사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선배 대우

류 전 감찰관은 현재의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조직으로 비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편향적인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논의하기에 앞서 정치권이나 실세들과의 단절이 필요하다. 인적이든 물적이든 가리지 말고 청산하고 갈아엎어야 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과 수사·기소권 분리 등을 통해 검찰을 아무리 개혁한다고 해도 또 과거로 회귀한다. 검증된 방법을 통한 개혁이 필요한데 검찰의 통제 수단으로 탄생한 공수처의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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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