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2 12:56
강원도가 지난 9월28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 후,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었다. 이에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긴급 프로그램을 작동한다고 발표했다. 강원도도 급기야 12월15일까지 보증채무 2050억원을 전부 갚겠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이미 전국으로 퍼진 채권불이행 파장은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염려와 함께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 쟁점으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를 ‘김진태발 금융위기’로 규정했고, 국민의힘은 “레고랜드를 추진했던 민주당 출신 최문순 전 지사 때의 문제를 덮으려 한다”고 맞대응했다. 민주당은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포가 원인이 되어 금융위기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보고, 국민의힘은 최 지사가 무리하게 레고랜드를 추진한 게 원인이 되어 어쩔 수 없이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포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즉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포에 대한 시각이 민주당은 원인에 방점을, 국민의힘은 결과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포가 원인도 결과도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우리는 결
국회는 지난 24일 국정감사를 끝내고 예산정국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정감사 기간 동안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어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 국정감사는 여야 모두 당내 선거와 내분으로 준비가 미흡했고, 대선 이후 팽팽한 정쟁 때문에 올해 국감이 알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했다. 그러나 사실 국감 현장에서 질의나 답변을 주도하고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여야 간사들의 고군분투는 기대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18개 상임위 중 4곳을 뺀 14개 상임위 간사는 모두 재선 의원이다. 초선은 의정활동이 미숙하고 3선 이상은 상임위원장을 주로 맡기 때문에 관례상 간사는 재선 의원들이 맡아왔다. 재선 의원 간사는 올해 6년 차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재선 의원 간사가 무기력해졌을까? 20대 국회에 입성했을 때의 패기는 보이지 않고, 권태기를 앓고 있는 것 같아 그 이유를 찾아봤다. 우리나라는 6년 단위로 삶의 과정이 나뉘어 있다. 아동기 6년,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군대(혹은 대학원, 취업 준비) 6년, 초급 사원 6년, 중견 간부 6년 등등, 6년마다 환경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 북부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6·1지방선거 공약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였다. 이는 접경지역 발전을 위한 특별법(이하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을 만들고, 현행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과 같은 맥락의 법인데도 왜 김 지사는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으로는 군사시설보호법과 같은 상위법에 밀려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은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경기 북부, 인천광역시, 강원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주민의 복지 향상을 지원하며,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와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0년 1월 접경지역지원법 제정, 2011년 6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으로 격상). 김 지사는 정부 지원에 국한돼있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의 실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군이 함께 능동적으로 접경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을 만들기보다 규제
북한 전투기 8대가 폭격기 4대와 함께 지난 6일 오후 황해도 곡산과 황주 일대를 편대비행하면서 특별감시선을 넘어와 무력 시위를 벌였다. 우리 공군도 즉각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F-15K, KF-16 등 30여대의 전투기를 맞대응 출격시켰다. 북한 전투기가 9·19남북합의서에 규정된 비행금지구역을 넘어온 건 아니지만, 전투기의 빠른 속도를 고려해 우리 공군이 유사시 신속 대응하려 북측 상공에 설정한 가상의 특별감시선을 넘었기 때문에 우리 공군도 출격해야 했다. 지난 8일에도 북한 전투기 150대가 특별감시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북한 영공에서 공중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에 우리 공군은 최신예 전투기 F-35 스텔스기 등을 출격시켜 우발 상황에 대비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남북이 대치 상황에 있는 작은 땅덩어리 한반도에서 공군 전투력은 분초를 다투는 스피드로 인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남이나 북이 실시간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게 공군 전투력이다. 북한에서 전투기 10대가 뜨면 우리나라에서도 동시에 전투기 10대가 떠서 공군 전투력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 훈련기간이 아닌데도 공군비행장에서 전투기가 수시로 이착륙을 반복하는 게 바로 북
전 정부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 및 수석비서관이 누군지 잘 알았다. 그러나 현 정부 대통령실 참모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전 정부까지의 청와대 참모는 노출이 많고 현 정부 대통령실 참모는 노출이 적어서일까? 김정남, 이회택, 차범근, 허정무, 홍명보 등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이름이다. 한편, 신성일, 백일섭, 노주현, 윤여정, 김영옥 등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 이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는 모두 선수 생활을 마치고 국가대표 축구 감독을 역임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는 한 명도 영화감독의 반열에 서지 못했다. 축구선수는 선수 수명이 짧아 30대에 은퇴하고, 4·50대 건강한 나이에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고,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11명의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와 기술을 선수 경험을 통해 잘 알아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감독이 되는 게 자연스러운 코스다. 그러나 영화배우는 배우 수명이 길어 80대까지도 배우 활동이 가능해 감독까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영화마다 주제와 배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유명 배우
정기국회 회기 100일은 국회의 시간이고 의원들의 시간이다. 그런데 올해 정기국회(9.1~12.7)가 열린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가는데도 우리 국민이 느끼는 정기국회 체감온도는 현저하게 낮다. 의원들의 대표인 원내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 중인 지난달 19일에야 원내 사령탑이 돼 정기국회를 챙길 시간이 없었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3월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8·28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정기국회 준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도 노란봉투법과 영빈관 신축, 그리고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김건희 의혹 관련 공방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외교 참사(?)까지 거론하면서 전 정부 심판론과 현 정부 실정론을 놓고 충돌만 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정당 차원의 통일된 질의는 없었다. 원내대표 중심의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민주당이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데, 문제점 대부분이 전 정부 때부터 벌어졌던 일들이어서 공격수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게 뻔하다. 오히려
지난 9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14개 회원국 모두 참석한 장관회의를 통해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분야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올해 5월 출범한 IPEF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신호탄이었다. 같은 달 15~16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러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가 8개 회원국과 4개 준회원국 모두 참석한 정상회의를 통해 테러 방지와 경제협력 강화 등을 담은 ‘사마르칸트 선언문’을 채택했다. 시진핑은 내달 16일 열리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해외순방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안보동맹 영역을 확대하고, 미국 주도의 경제동맹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IPEF까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부담을 느낀 시진핑이 해외순방 계획을 서둘러 전국대표대회 전 SCO를 첫 무대로 삼은
70년 넘게 영연방의 상징으로 강력한 구심력을 행사해왔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8일 서거하자, 호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지혜롭고 용기를 주는 군주를 잃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최장수 치세 군주였던 여왕의 사망을 알게 돼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고,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도 “우리는 운이 좋게도 우리가 여왕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놀라운 여성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5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이자, 56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의 수장이기 때문에, 위 세 나라 총리가 영국의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를 자국의 수장(군주, 여왕)으로 호칭하고 있는 것이다. 영연방은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된 연합체고, 영연방 왕국은 영연방 중에서도 영국 국왕이 국가 수장을 맡고 있는 구성체로 영국을 포함해 15개 국가가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구성된 영연방이 초장기에는 영국 본국이 다수의 자치령, 식민지 등을 거느리는 형태여서 영연방 내 회원국들이 영국 국왕을 자국의 국왕으로 모셨지만, 대영제국이 쇠퇴하자 영국 국왕을 자국의 국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현재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나뉘어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를 말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시, 군, 구를 말한다. 정부가 각종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언급하는 ‘17개 시도’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서울특별시 /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 세종특별자치시 /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 제주특별자치도)를 의미한다. 약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광역 행정구역은 특별시, 직할시, 도, 자치도로 나뉘었지만, 1995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직할시를 광역시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약 700년 전, 고려 말에 확정된 행정구역 조선 8도는 아직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고려말 지관들은 당시 주요 도시를 묶어서 도(道)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를 합한 행정구역이다. 700년이 지난 지금 각 도(道)의 주요 도시가 바뀌었음을 감안할 때, 경기도는 그대로 하고, 강원도는 강
계획을 세우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대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작은 그만큼 신선하고 성공을 향한 출발점이기에, 시작은 언제나 성실과 열정을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하면서 처음 시작할 때의 계획과 결심을 떠올리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된다. 또 일이 계획대로 잘 되지 않거나 일에 대한 열정이 식을 때도 처음 계획과 결심을 생각하며 역동적인 힘을 얻게 된다. ‘처음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계획과 상관없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거나 주어진 일을 재밌게 하는 사람은 ‘처음처럼’을 생각하기보다 일이 지금과 같이 계속 잘 진행되기를 원하게 된다. ‘처음처럼’보다 '지금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일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나 미래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처음처럼’이나 ‘지금처럼’을 생각하기보다 그 계획이 이뤄질 상황을 미리 생각하며 나중을 동경하게 된다. ‘나중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추석명절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한다. 아마 그들은 고향에 머무르면서 고향을 떠날 때 가졌던 ‘처음처럼’의 마음과 지금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훗날 꼭 성공하겠다는 ‘나중처럼’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개막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향후 3년간 정부와 민간이 합쳐 총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아프리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빌려주고 아프리카 녹색 성장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아프리카 식량 위기 등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차관을 들여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채무의 덫’에 걸려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건전한 재무 상태의 평가와 투자의 투명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속내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에 필요한 희소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일본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간헐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런 일본이 이번에 300억 달러 지원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으니 중국과 미국이 놀랐을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 농업, 보건, 인프라와 같은 분야의 협력 강화만 외치며 소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고, 미국이 분쟁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뿔'(대
정부는 지난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 639조원 중 복지예산으로 약 109조원(17%)을 발표했다. 이는 복지예산 역대 최대 규모로, 1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예산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에 관련된 예산이 줄어든다는 의미고, 이제 한국은 생산자 중심의 1·2·3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소비자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섰다는 의미다. 산업의 형태가 변하면서 사회의 형태도 같이 변해왔는데, 기계화(1차), 대량생산(2차), 자동화(3차) 등의 1·2·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자 중심의 시대로 다수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획일적인 대중사회였다. 그러나 로봇이나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등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비자 중심의 시대로 다수의 가치를 중요시하되 개인의 가치를 철저히 보장하는 다양성의 다중사회가 됐다. 산업이나 사회 형태의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시대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매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는 한국은행도 생산자물가지수보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기업도 우리
내달 1일부터 한국은 국회와 정당, 국회의원이 1년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여의도의 시간이 시작된다. 정기국회(9.1-12.9)와 국정감사(10월4일~10월24일)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정당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유리한 여의도의 시간을 선점하기 위해 매년 8월 말경 치밀하게 준비한 전략을 공유하는 대회를 갖는다. 국민의힘은 2022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합을 위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연찬회를 가졌다. 연찬회에는 당 소속 국회의원(115명) 전원과 장·차관급 정부 고위 관료,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연찬회 주요 의제는 단연코 각 상임위 소속 의원과 관련 장·차관의 분임토의 안건이었다. 윤석열정권의 120가지 국정과제를 당·정이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고, 또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효과적으로 당·정이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2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당 대표와 최고의원을 뽑는 8·28 전당대회를 치렀기 때문에 아직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워크숍을 갖지 못했다. 정당과 국회의원에게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2022 정기
세계 각 나라의 정당사를 보면,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이 지역을 기반으로 양분된 양당제하에서는 순수한 중도파 정당인 제3세력이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제3세력은 거대 양당에서 소외된 세력이 힘을 합쳐 중도세력을 만들기 마련이다. 국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중도개혁의 가치를 내세우며 2016년 2월 출범한 옛 국민의당도 순수한 중도파 정당이기 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서 창당한 제3세력이다. 또 중도실용주의를 주장하며 2018년 2월 출범한 바른미래당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탈당해 만든 바른정당과 옛 국민의당이 통합해서 만든 제3세력이다. 그러나 중도파 정당인 옛 국민의당은 2017 대선에서 패하면서부터 퇴색하기 시작하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면서 2년 만에 해산됐고, 바른미래당도 2020 총선도 치르기 전에 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국내 좌파 정당은 전라도를 기반으로, 우파 정당은 경상도를 기반으로 정당의 맥을 이어 오면서 우리나라 정당의 양대 산맥을 형성해왔다. 그렇다면 경기도나 충청도나 강원도가 기반이 된 중도파 정당도 생길만한데, 왜 중도파 정당은 제3세력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난해 1월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만나 대화로 담판 짓는 싱가포르, 하노이 정상회담 같은 방식을 택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지와 로드맵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성과에 상관없이 제3의 장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거래를 놓고 시도라도 해봤지만, 출범 1년7개월이 다 돼가는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눈에 띄는 어떤 거래도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 문제에 대해 취하는 노력은 한·미·일 안보동맹 강화와 한·미 군사훈련 재개, 그리고 세계 국제기구 회의 등에서 북한의 핵무기 실험을 규탄하면서 문이 열려 있으니 먼저 손을 내밀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게 고작이다. 어차피 비핵화 문제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인데, 이 두 나라는 지금 아예 거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야 비핵화를 실천하겠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폐기해야 대북제재를 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Top-down 방식으로 직거래장
흔히 국가를 분류할 때 보수국가와 진보국가로 나누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개념은 국제적인 범주의 의미가 아니라, 한 국가의 영역 안에서 정당이나 국민의 성향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의미의 용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세력이나 진보세력의 힘이 한 국가를 벗어나 국제무대로 나가면 그 색깔이 정반대로 달라진다. 보수세력이 자국 내에서는 안정을 추구해야 하지만,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자국을 지키기 위해 강한 힘과 함께 진취적인 전략을 가져야 하고, 진보세력이 자국 내에서는 진취적인 정책을 추구해야 하지만,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자국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우호적인 전략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당도 보수정당은 국내 문제에서는 보수 성향을, 국외 문제에서는 진보 성향을 띠고 있고, 진보정당은 국내 문제에서는 진보 성향을, 국외 문제에서는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국내 정책이나 정쟁 같은 문제는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하지만, 북한이나 일본과의 갈등 같은 국외적인 문제는 매우 단호하고 과감해 오히려 진보적인 반면, 전통적으로 진보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정책이나 정쟁에서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북한이나 일본 문제 같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전국위원회와 상임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결국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도 3·9 대선 패배 후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를 가동하다가 6·1 지방선거마저 패하면서 우상호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정의당도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이은주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헌정 사상 여야 주요 3당의 비대위 체제 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 국회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국회는 지난달 22일 여야가 상임위 구성 합의에 이르면서 53일 만에 개점휴업을 끝내고, 25일부터 3일 동안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8월에는 2021년도 정부의 결산안 심사를 위한 임시국회가 열릴 계획이고, 9월에는 정기국회가,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예정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당 주요 3당이 대표 없는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을 넘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특히 국회의 협조를 받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윤석열정부가 비대위 체제의 3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커다란 난관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지난주 처가 식구들과 여름휴가 차 2박3일 일정으로 강원도에 다녀왔다. 그런데 전과 달리 콘도미니엄 숙박비를 미리 완불해야 입실이 가능했고, 식당과 커피숍도 가는 곳마다 먼저 선불해야 자리 배정이 된 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예약금 일부만 내고 퇴실할 때 숙박비를 완불해도 됐고, 식당과 커피숍도 나갈 때 값을 지불해도 됐던 때에 비하면 뭔가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콘도미니엄, 식당, 커피숍 경영자가 소비자로부터 결제(돈)를 받은 후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Take and Give(받고 주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우리나라 대기업도 제품을 팔 때 소비자가 현금이건 카드건 먼저 결제해야 제품을 내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자재를 구입할 때도 납품업체로부터 자재를 먼저 받고, 나중에 대금을 지불해주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도 Take and Give(돈을 먼저 받고, 제품을 나중에 줌) 원칙을 적용하고, 납품업체에도 Take and Give(납품을 먼저 받고, 대금을 나중에 지불)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물건을 팔 때 소비자가 먼저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자재 납품업체가 대기업에 납품할 때도 대기업이 먼저 대
2년 전, 2020년 4·15 총선에서 문재인정부의 지지를 받아 대승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연일 의원들에게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메멘토모리 교훈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163석을 얻어 거대 여당이 됐지만, 2022년 3·9 대통령선거와 6·1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서 이른바 ‘탄돌이’로 불렸던 의원들이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거 당선되면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다가 그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폭발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열우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노무현정부는 개혁 동력을 상실했고, 결국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해체되면서 대선에서 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2020년 4·15 총선 직후 당시 지도부가 언급한 메멘토모리 정신을 망각하고, 다수 의석으로 정권 연장을 위한 입법을 강행하다가 열우당의 전철을 밟으면서 올해 3·9 대선과 6·1 지선서 패하고 말았다. 메멘토모리(Memento-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
지난 제헌절(17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1대 국회가 해묵은 개혁과제를 해결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며 규제·공공·연금·노동·국방·교육개혁을 강조했다.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은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과 ‘통합’을 강조했다. 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헌법개정 논의를 촉구하며 의장 직속으로 개헌 자문회의를 두겠다고 선언했다. 제헌절에 정권을 잡고 있는 집권여당 대표는 사회 전반적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고, 빼앗긴 정권을 다시 찾겠다고 당권에 도전하는 야당 상임고문과 야당 출신 국회의장은 각각 정치개혁과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이다. 개혁이란 원래 자연적인 변화에 비하면 속도가 빨라서 진보의 대명사처럼 보이지만, 비합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혁명에 비하면 보수적 색채를 띠어서인지 몰라도, 지금은 여야 모두 개혁이라는 카드를 같이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권 직무대행이 강조한 사회 전반의 각종 개혁은 점진적 변화에 가깝고, 이 상임고문과 김 의장이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