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0일, 작가 한강(53)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두고 “부끄럽고 슬프다”는 국내 문인의 소감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문학계의 경사”라며 누리꾼들도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반가워하는 분위기인데 현직 작가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날 오후 9시경, 소설가 김규나(56)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축제를 벌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다만 부끄럽다. 그리고 슬프다”면서도 “그래도 10억 상금은 참 많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의미- 노벨 가치의 추락, 문학 위선의 증명, 그리고 역사 왜곡의 정당화’라는 제목으로 스웨덴 한림원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는 수상 배경을 거론했다.
이어 “부정적으로 언급하면 부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할 테지만 시대의 승자인 건 분명하나 역사에 자랑스럽게 남을 수상은 아니다”라며 “꼭 동양권서 받아야 했다면 중국의 옌렌커가 받았어야 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김규나는 “올해 수장자와 옌렌커의 문학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무게와 질감서, 품격과 감동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둘을 비교하고도 그녀를 선택한 거라면 한림원 심사위원들 모두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이거나 혹은 명단 늘어놓고 선풍기 돌렸을 것”이라며 “아님 여자라서?”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지난번 문화 리터러시 세미나에 참석하신 분들께는 말씀드렸지만 수상 작가가 써 갈긴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를 담았다는 소설들은 죄다 역사 왜곡”이라며 “<소년이 온다>는 오쉿팔(5·18 광주학생운동)이 꽃같은 중학생 소년과 순수한 광주 시민을 우리나라 군대가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이야기고, <작별하지 않는다>도 제주 사삼 사건(제주 4·3 사건)이 순수한 시민을 우리나라 경찰이 학살했다는 썰을 풀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작가가 오쉿팔과 사삼을 연달아 써내고, 그래서 음주 운전쟁이 아비가 대똥 당시 책 광고까지 해준 게 우연일까? 한림원이 저런 식의 심사평을 내놓고 찬사했다는 건, 한국의 역사를 뭣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저 출판사 로비에 놀아났다는 의미로밖엔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렇게 또 수많은 깨시민 독자들은 ‘와우’ 자랑스러워하고 그 책에 열광하겠지. 그렇게 거짓 역사는 진짜로 박제돼버릴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그래도 우리는 규작(김규나 작가)가 있어 행복하다” “노벨상의 추락. 왜 이리도 정치색이 짙나?” “청소년 유해도서 시비가 붙을 만큼 심한 내용들이 적힌 책이라고 하던데…읽었던 친구도 영혼이 말라붙는 것 같았다고 하네요. 목소리 내주셔서 고맙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반면 “알겠다. 전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다. 참 고고한 글, 잘 읽었다”는 반대 댓글도 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김 작가의 SNS글이 공유되며 “이제 노벨문학상도 받은 나라인데 아무에게나 작가라고 불러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남이 잘되면 박수는 못 쳐줄망정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건가? 인성이 왜 저러냐?” 등 비토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저런 가슴에선 도대체 어떤 글이 나올까?” “‘부럽습니다’ 한마디를 참 길게도 쓴 걸 보니 작가는 작가인 듯” “졸렬함을 이렇게 잘 드러낼 수가 없다” “스웨덴 한림원보다 본인의 예술가적 식견이 훌륭하다는 근거는 뭔가요?” 등의 댓글도 달렸다.
한 서울대학교 학생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얼마나 빈곤한 인생이냐? 축하할, 기뻐할 만한 일을 그러지 못하고 그 사람의 성별, 고향, 정치 사항 과거를 찾아본 뒤, 하나라도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뒷줄서 팔짱낀 채 ‘흠, 그거 별 거 아니지 않음?’ 이 얼마나 볼품없이 공허한 삶이냐”고 훈수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의 상처를 마주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이로써 한강은 ▲한국 작가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달게 됐다. 앞서 지난 2016년엔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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