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작가 한강(53)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부끄럽고 슬프다”며 폄훼성 발언을 했던 소설가 김규나(56)가 지난 13일, 다시 한번 관련 입장을 냈다.
이날 김규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팻 머피의 단편 추리소설 <채소 마누라>와 설정이 거의 똑같은 한강의 단편 <내 여자의 열매>엔 밑도 끝도 없이 ‘이 나라는 죄다 썩었어!’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여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우리나라 문단에 포진하고 있는 작가들 거의 대부분의 작품 속엔, 자기들이 발붙이고 사는 이 땅에 대한 악의적인 모욕과 비하가 감춰져 있다’는 후기를 적었다”며 한강의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비판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이야기는 더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던진 돌이 어떤 파문을 몰고 올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세상이 나를 말하게 한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그래도 주류, 그래도 메인이라는 <조선일보>에 ‘소설 같은 세상’이라는 칼럼으로 정치적 발언을 해왔다”는 김규나는 “<이코노미 조선>에 ‘시네마 에세이’를 써왔지만 다른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의아해했다.
이어 “무엇보다 소설책 세 권을 내고 산문집도 냈지만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에 경도되지 않은 글을 쓰는 나는 문단서 일찌김치 외면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 이후엔 동료 작가 하나 없이 외톨이로 견뎌온 처지”라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 10월10일, 밤 9시 조금 넘어 쓴 두어편의 글 때문에 어제오늘 일파만파라는 말을 실감한다. <한겨레> 등 지면을 통해 인용, 비판되더니 MBC, JTBC 등 TV 뉴스 매체를 통해 내 글이 악의적으로 보도되고 알려진 덕분”이라며 “내 글을 신나게 해체, 비판한 기자님들, 편집국은 어떤 의미로 쓴 글이냐고 내게 물어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저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은 글을 멋대로 가져다 박제하고는 천박하게 제목을 달고 개에게 뼈다귀를 던져주듯 ‘감히 노벨상을 받으신 한강님을 비판한’ 김규나에게 달려가 돌을 던져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규나는 “대체 왜 나 같은 듣보잡, 갑툭튀 무명 글쟁이의 글을 그토록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대중을 광분시키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답을 안다”며 “내 글이 사실이기 때문이고 너무나 많이 공유된 탓”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어마나, 한국 작가가 노벨상 탔네’하고 축하하고 기뻐하는 분들게 ‘그건 사실 말이지요’라고 작가와 그 작품의 실체를 알려버린 게 내 죄”라며 “노벨문학상을 기점으로 오십팔(5·18 민주화운동)과 사삼(제주 4·3 사건) 미화를 완성하고 한국을 무너뜨리려 했는데 내가 그 위에 재를, 고춧가루를 팍 뿌려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은 퇴고돼 정서된 글이 아니다”라고 밝힌 김규나는 “이렇게까지 퍼질 줄 알았다면 조목조목 훨씬 더 강력해졌을지언정 점잖게 표현됐을 것”이라고도 아쉬워했다.
이어 “그러지 못해 언론이 더 뜯고 씹기 좋았을 테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일반 독자님들 마음에 더 가깝게, 더 강렬하게 느껴졌을 거라는 생각은 한다”며 “언론은 내가 글 속에서 어떤 부분이 역사 왜곡인지는 쓰지 않았다며 거짓을 쓰고 있다는 식으로 선동하고 있는데 사실은 언급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규나는 “오십팔은 명단도 공개할 수 없는 수많은 유공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무장반란을 우리 젊은 군인들이 목숨 바쳐 진압,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라며 “당시는 광주 사태라고 불렸는데 언제부턴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의 성역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탄생을 막으려고 남로당 잔당 세력이 일으킨 무장 반란이고 우리 경찰이 진압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 사건 모두 진압 과정서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애초에 반란이 없었다면 그 눈물 역시 없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무엇이 먼저인가다. 두 사건 모두, 진압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권력이 죄없는 광주시민을 학살, 무고한 제주 양민을 학살했다고 소설마다 담아낸 한강은 대한민국의 탄생과 존립을 부정하는 작가”라며 “<뉴욕타임즈> 기고를 통해 6·25 전쟁이 북한의 남침이 아닌 ‘주변 국가의 대리전’이라고 말하기도 했던 작가에게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했다고 칭찬하며 상을 준 노벨 심사위원들도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가장 편하게 쓴 부분, 그리고 언론이 가장 신나게 깐 부분이 아마도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한강을 선택한 이유가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이거나 명단 놓고 선풍기 돌렸을 것’이라는 문장일 것 같다”는 김규나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오래된 진실로 노벨상은 대륙과 인종, 성별을 가려 차례차례 돌려가며 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벨은, 특히 문학상은 정치적이며, 어느 대륙서 어떤 피부의 색깔을 갖고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며 “공산주의 치하에서 핍박받으며 고생하다 망명해야 했던 작가 이스마엘 카다레는 공산주의자 피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탄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문단과 서점을 장악해 온 유명 작가들의 발언과 작품 속엔, 그들 자신이 나고 자란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은 찾아보기 어려워 작품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 나라는 ‘썩은 나라’ ‘부정한 나라’ ‘미개한 독재 국가’라는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된다”고 우려하면서도 “오늘은 이쯤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차차 한국 문단의 현실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겠다”고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10일,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한 2024 노벨문학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작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날 한림원은 “역사의 상처를 마주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발표했다.
한강 부친은 한승원 작가로 이상문학상 수상자다. 친오빠 한동림 역시 소설가이며, 남동생인 한강인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소설을 쓰고 만화를 그리고 있는 문학 집안이다.
김규나는 1968년 서울 태생으로 수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10년간 중등교사로 재직해오다가 지난 2000년 <에세이문학>으로 수필가로 등단했다. 2006년 단편소설로 <부산일보> 신춘문예,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이듬해 제25회 현대수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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