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용산 폭격’ 시나리오

“모로 가도 정권 탈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야당의 분노 지수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기름을 들이붓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목표는 오직 하나, 정권 탈환이다.

용산은 던지는 카드마다 족족 역풍을 맞고 있다. 틈새를 하나씩 파고든다면 언젠가는 큰 균열로 이어질지 모른다. 마음이 급했던 탓일까? 제1야당 수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하던 수사의 날을 전 정부로 돌렸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점점 더
늪으로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전 정부 출신 인사를 위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사망을 좁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행태를 검찰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친문(친 문재인)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손을 잡고 ‘전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그동안 두 계파는 물밑서 신경전을 벌였던 만큼 이번 수사가 오히려 이들 사이를 끈끈하게 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기 위해 야권 분열을 노려왔지만 오히려 화해의 물꼬를 터줬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 8일 이 대표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두 사람은 검찰의 정치 수사를 화두에 올렸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지금 정부가 문 전 대통령 일가를 대하는 작태는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정치탄압이며,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문제를 야권 분열용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당정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한 야권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그날로부터 배운 게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라며 “(정부가)상대를 향해 쏜 건 화살이 아니고 부메랑”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쏘아 올린 채 상병 제3자 특검법도 용산에서는 골치 아픈 이야기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제3자 특검법을 언급했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모든 게 탄핵으로 귀결…국회 난타전
한동훈발 제3자 특검법 “뒷감당은?”

지난 3일 민주당 등 야 5당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기존 특검법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특검을 1명씩 추천한 뒤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2명을 고르고 최종으로 대통령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법안을 발의하며 “야당이 한발 물러섰으니 한 대표는 국민에게 공언한 대로 해당 법안을 이행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한 대표는 “(기존 채 상병 특검법과)바뀐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역시 새로 추가된 ‘재추천 요구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한 대표에 힘을 실었다. 재추천 요구권이란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수습할 방법이 없다. 한 대표의 특징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인데 그게 다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마다 이탈표가 늘고 있다. 열댓번 더 반복하면 그땐 거부권도 소용이 없지 않겠냐”며 “만약 특검법이 통과되면 한 대표도 날아가고 윤 대통령도 무너지는 거다. 자꾸 국정이 불안해지는 길만 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탄핵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던 민주당이 근래 들어서는 너도나도 탄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 부부의 실점이 될 만한 의혹이 곳곳서 터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탄핵 여론을 크게 두 덩어리인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보고 있다. 하나만 터져도 민심이 급물살을 타고 정치판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먼저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수사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지난 1년 동안 야당은 ‘V(대통령) 격노설’ ‘02-800-7070’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등 의혹을 들춰내면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탄핵 카드
스모킹건

특히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한 ‘로비설’로 번지면서 결정적인 증거로 자리 잡았다. 진실 공방이 한창이던 순간에 또다시 김 여사가 소환된 것이다.

야당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녹취록을 박근혜 전 정부서 드러난 ‘최순실 태블릿 PC’에 견주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은 이 수사의 끝에 대통령 부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전부터 야당은 김 여사를 꾸준히 도마 위에 올렸다. 그동안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개인 수준의 논란이었지만 공천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국정 농단’ 수준으로 치달았다.

지난 9일 국회는 정치 분야를 주제로 한 첫 대정부질문을 진행했다.

이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불러 김 여사의 공천 개입 논란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김 여사가 중대한 선거 개입을 한 것이고, 국정 개입을 한 것”이라며 “이 자체가 국정 농단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서 언론이 제기한 의혹 만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이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해 모든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지난 11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김건희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관련 뇌물성 협찬 ▲명품가방 수수 ▲국민권익위 조사 외압 ▲임성근 사단장 등 구명 로비 ▲장·차관 인사 개입 ▲ 22대 총선 공천 개입 등 의혹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분노한 이유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서 “김 여사는 이 정권에 있어서 성역 중 성역으로 존재해 왔다”며 “하루하루 초대형 범죄 의혹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김건희 이름 석 자는 불공정과 국정 농단 대명사가 됐다. 최순실보다 더한 국정 농단이라는 국민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에서는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를 꾸리면서 본격적으로 탄핵에 나서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함께하는 이 연대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현실화하기 위해 법적 준비를 하고 참여 의원을 확대해나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마지막
승부수

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인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탄핵안 발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작업을 민주당 내에서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며 “(작업이 완료되면)탄핵안을 발의하고 그 후에 탄핵에 필요한 의원 200명을 확보하는 순서로 진행하자고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탄핵이든 임기 단축이든 윤 대통령의 집권 기간을 줄이겠다는 야당의 의지가 굳어지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탄핵, 개헌, 임기 단축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데 하루라도 윤 대통령을 용산서 꺼내겠다는 목표는 같다”며 “가장 좋은 건 윤 대통령 스스로가 자리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야당의 개헌 요구가 사실상 탄핵과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용산 고립 작전’을 통해 윤 대통령이 스스로 개헌 카드를 던지는 게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굳이 손을 쓰지 않더라도 보수층 균열이 일고 있어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풀기’ 격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당선 이후 윤 대통령과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다. 윤-한 갈등의 중심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문자 읽씹 논란’ 등 대부분 김 여사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이는 정부의 국정 지지율에 곧바로 영향을 끼쳤다. 통상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 여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나는데, 정부여당 할 것 없이 나란히 내림세를 보인다는 게 문제다.

여권에서는 디커플링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를 표했다. 현직 대통령 임기가 말기에 접어들고 나서야 차기 대권주자가 차별화 전략을 보이며 치고 나아가야 하는데, 한 대표가 성급하게 나선 바람에 정부도, 여당도 어정쩡한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 여당은 정부의 방패막이 된다. 하지만 ‘야당 같은 여당’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을 둘러싼 탈당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까지도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우승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란 풍문이 여의도를 돌았다. 자신과 김 여사가 국민의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들면 더 이상 당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불참한 것은 ‘탈당 예고편’이라는 관측도 제시됐다.

안으로 압박하고 밖으로 밀어내고
국민의힘 끝까지 용산 호위대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총선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4월 한 라디오를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 2년처럼 하면 나라가 실패하고 망한다”며 “잔여 임기 3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탈당해서 이재명 대표와 만나 협치를 통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계에 한계까지 몰린 윤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역시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 개헌을 완료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서도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는 분들이 있다”며 “(윤 대통령도)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여야 상관없이 이 개헌 카드를 누구에게 넘길지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즈음 4년 중임제로 명예로운 임기 단축을 하는 대신 퇴임 후 신변을 보호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이보다 부드러운 거국중립내각도 예상 가능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대통령이 국정운영 전면서 물러나 야당 인사를 주요 각료로 인선하는 ‘중립적 행정부’를 만드는 것으로 모든 것이 국회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통령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만큼 사실상 식물 정부나 다름없다.

거국내각은 그동안 모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요구되던 안이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정을 통치할 수 없어지면서 역시나 그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중립적인 인선 합의 등 한계에 부딪히며 곧바로 탄핵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인선을 꾸리기만 한다면 대통령실서도 부담을 덜지 않겠느냐”며 “여당서 크게 반발하겠지만 (윤 대통령)주변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인물이 많이 없다. 한덕수 총리도 사의를 표명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후임을 못 찾았다고 하니 야당의 손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집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적은 이재명 대표다. 그런 이 대표의 적은 다음 달 내려질 법원의 판결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파고들어 ‘재집권 선두자’를 자처하려는 인물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세력 키우기에 나선 ‘초일회’부터 K4(김부겸·김동연·김경수·김두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룡까지 모두가 ‘이재명 대항마’다.

재집권 준비
방심은 금물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원외 관계자는 “대선이 2026년에 치러질지 2025년에 치러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대표 또한 법원의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 대표 체제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각개전투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판을 키워 더 나은 대안이 나온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도이치 ‘쩐주’ 유죄, 여사님 운명은?

김건희 여사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쩐주’ 손씨가 1심 무죄를 뒤집고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데 따른 것이다.

야당이 손씨의 판결을 주목한 이유는 해당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가 손씨와 유사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고 직후 논평을 내고 “이제 또 다른 쩐주, 김 여사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할 차례”라고 밝혔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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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