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 VS 미소⋯윤석열 파면에 여야 온도차 ‘극명’

국힘 “겸허히 수용”
민주 “국민의 승리”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헌정사상 두 번째로 파면되면서, 여야가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집권 3년 만에 ‘여당’서 물러나게 된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침울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환영하면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들뜬 반응보다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다만, 양측 모두 탄핵 정국으로 인한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 모여 헌재 판결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한순간에 정적에 빠졌다. 비대위원들은 경직된 얼굴로 의원총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안타깝지만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권 비대위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나 극단적인 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평화와 질서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치유와 공동체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 대통령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총회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며 “오늘 헌재 판결을 계기로 더 깊이 성찰하고 각성하면서 책임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소추의 절차와 내용의 문제점을 수없이 지적해 왔기에 헌재 결정에 아쉬움이 많고, 마음은 아프지만 헌재 결정은 존중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을 넘어 통합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회복된 것을 국민의 덕으로 돌리며 감사를 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민석·김병주·이언주·송순호·전현희·한준호·홍성국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위치한 당 대표실에 함께 모여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방송을 시청했다.

헌재가 선고를 시작해서 주문을 낭독하기까지 22분이 소요됐지만, 당 대표실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이는 탄핵이 인용된 것에 대해 지나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헌재 선고 직후 국회 본청 민주당 대표실서 대국민 담화를 내고 “위대한 국민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셨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된 것은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저를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될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더 이상 헌정 파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가 국민과 국가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대통합의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 평화,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향해, 성장과 발전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재 선고 직후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마냥 환호하고 웃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위기가 엄중하다”며 “민주당 책임이 더욱 막중해져 더욱 진중하게 임해야 할 때로, 오만하고 경솔해 보이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제는 회복과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민주당은 앞으로 내란의 상처를 극복하고 민생을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민과 민주주의, 정의가 이겼다.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번 탄핵 정국의 혼란과 공백은 극단의 양당 체제, 정치 부재서 비롯됐다”며 “혁신당은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겠다. 국민의 염원과 삶을 잇는 새로운 정치의 길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헌재가 우리 민주주의를 수호하면서 오늘 명확하게 밝혀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저는 오늘의 이 헌재 결정을 계기로 대통령도 왕이 아니고 폭력적인 형태로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을 억지로 바꿀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 분들께서 잘 새겨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5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펜스로 둘러쳐진 땅에는 드문드문 잡초만 나 있었다. 입구 쪽의 주차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거리 주변서 이 땅만 ‘이가 빠진 듯’ 공터 상태다. 누가 봐도 ‘목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한 위치지만 오늘도 텅 비어있다. “원래 보건소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그전에는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 청사)가 있었고요. 노인분들이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그랬어요.” 한 성남시민이 텅 빈 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대기업 사옥, 오른편으로는 상가, 뒤편으로는 아파트가 자리한 이른바 ‘노른자위 땅’이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도를 확인한 뒤 “완전 정자동 메인이네.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고 했다. 앞 뒤 양 옆 꽉꽉 찼는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3번지 일원 2832㎡(약 854평) 규모의 땅. 원래 성남시 소유의 땅이었다가 용도변경을 거쳐 기업에 매각됐다. 성남시가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부지의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이다. 2020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기업이 4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6월에 이르도록 건물 건립을 위한 삽 한 번 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2022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사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 이후에도 해당 부지는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다. 한 성남시민에 따르면 주차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성남시는 정자동 163번지에 보건소를 세우려 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16일 성남도시관리계획에 의거해 공공청사 부지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성남시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토지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2016년 1월21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16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한 시의원이 “정자동에 있는 공공청사 부지를 매각해서 업무 단지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라고 질문하자 성남시 회계과장은 “고용도 창출하고 시 재정의 효율성도 증대시키고, 실제로 보면 기업체가 유치됨으로써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성남시의회는 2016년 1월과 3월, 5월에 ‘정자동 163번지 기업 유치를 위한 매각’ 안건을 두고 질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두 번의 부결 끝에 2016년 5월24일 안건이 가결됐다. 당시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매각 대금이 지역주민들께 일정 부분 투입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안건 가결을 선포했다. ‘부르는 게 값’ 노른자위 땅 보건소 부지였다가 용도변경 성남시는 2017년 5월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부지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성남시는 첨단산업육성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지에 기업 유치를 위한 공모 지침과 평가 기준을 확정한 뒤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모집 공고’를 냈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211억원(㎡당 745만원), 감정평가액은 376억원(㎡당 1329만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선 상태였고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청사)는 그해 9월 분당정자 청소년 수련관으로 옮긴다고 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입 자격을 ▲제조업의 연구시설 ▲벤처기업 집적 시설 ▲문화산업 진흥시설 등으로 제한했다. 지식산업, 전략산업, 벤처기업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성남시는 “성남하이테크밸리, 판교테크노밸리, 분당벤처밸리 등 3대 산업집적지와 한 축을 이뤄 도시 균형발전과 첨단사업 고도화에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부지 매각과 관련해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접수는 그해 7월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이뤄졌다. 성남시는 공급 신청서, 기업 현황, 사업 계획, 입찰 계획 등을 작성해 성남시 창조산업과에 직접 방문해 제출하라고 고지했다. 8월 중에 개발 방향 이해도, 사업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고 득점 기업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상을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의회서도 지역 기여 강조 성남시는 ▲기업 현황(정량 300점) ▲사업 계획(정성 500점) ▲토지 가격(200점) 등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현황의 경우 규모와 재무 상태로 구분해 각각 70점, 230점을 배점했다. 사업 계획은 사업 평가(200점), 건축 운영(150점), 지역 기여(150점) 등 세 분야로 나눴다. 2018년 4월 성남시는 드림시큐리티가 제안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설치 사업 계획이 시 첨단산업 육성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드림시큐리티는 핀테크 서비스와 FIDO 기반의 생체인증 기술,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과 암호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중심의 IT 벤처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드림시큐리티 간의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에 따르면, 드림시큐리티 측에서 매입을 철회했다. 이후 재차 공모 절차를 거쳐 ㈜마이다스아이티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회사 소개서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 및 구조 분야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웹 비즈니스 통합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20년 2월14일 424억원에 해당 부지를 샀다. 당시 성남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1114억원을 들여 연면적 3만963㎡,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벤처기업 집적 시설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4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입주하고 판교제1테크노밸리에 있던 마이다스아이티 직원 600명이 모두 옮겨온다고도 덧붙였다. 삽 한 번 안 떠 시민 의문 제기 그러면서 “마이다스아이티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창업보육 지원, 커뮤니티 공간 조성, 청소년 자인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주말에 주차장(240면)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자리 매칭·치매 예방·스마트 제조혁신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관련 기관에 무상 지원하고 지역 주민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성남시가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서 150점을 배점한 ‘지역 기여’ 관련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공사 완공 시점으로 2023년을 언급하면서 조감도도 공개했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정자동 163번지 부지는 분당벤처밸리 내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고 인근엔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등 첨단지식산업 업체가 대거 포진해 벤처기업 집적 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아시아실리콘밸리 조성의 한 축이 돼 자족 기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매각 이후 5년이 지났다. 매각 전인 2019년 12월부터 주민 자율 주차장(90면)으로 사용되던 것도 이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세운 ‘개발 부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안내문에는 ‘본 지역은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연구/업무 공간 ▲자연주의 인본 경영 공간 ▲시민 행복 공간 등이라고 쓰여 있다. 한 성남시민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다가 기업에 매각된 이후 계속 비어있다. 성남시가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시기로 따지면 8년, 마이다스아이티가 땅을 산 시기로 보면 5년째 땅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성남시에서 어떤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사정은 둘째치고 성남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판교 벤처기업 매입 “구체적인 내용 안내 어렵다” 성남시의회가 2020년 10월16일 진행한 경제환경위원회 제4차 회의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문제가 언급됐다. 매각 이후 8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당시 한 시의원은 “빨리빨리 언제까지 안 되면 계약위반으로 통보해야 한다. 확인해야 한다”며 “계약위반이 될 수 있는 사항은 꼼꼼히 따져서 빨리빨리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담당관이 “지금 그곳은 설계 단계다. 주차장 사용 문제는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시의원은 “우리가 정해진 규칙대로 (첨단산업)육성위원회에서 심의했던 내용대로 계약위반이 아닌지 우리가 따져야 하는 거고…(중략)…우리한테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을 안 했을 경우 계약위반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 이후 성남시의회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설계 변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협약서에 공사 시점에 대한 부분이 있긴 하다. 다만 그 부분에 단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이다스아이티서 단서 조항을 통해 공사 기간을 연장해 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올해 상반기 중에 착공하는 것으로 얘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공사 지연에 대한 성남시 대응을 묻자 “더 이상 저희도 같은 사유로는 연장을 안 해주려는 상태”라면서도 “성남시 차원서 마이다스아이티 측에 법적으로 공사를 재촉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항이 명확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시 직무유기? 제재 못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사옥을 지을 예정”이라며 “사옥을 처음 세우는 것이다 보니 잘 짓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 보도자료에 언급된 부분(지역 기여 관련)이 설계에 포함돼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추가 질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