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한 코레일 파업 속사정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07 16:44:05
  • 호수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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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반대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귀성길 열차의 매진 행렬은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앱에는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열차가 중지 및 지연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마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생떼가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것처럼 읽힌다. 시민들은 철도노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을 뿐이다. 철도노조는 법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규탄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겠다고 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고속철도(KTX) 이용객이 개통 이후 19년 만에 10억명을 돌파했다. 한국 5000만 국민 한 사람당 20번씩 KTX를 탄 셈이다. 빠른 이동수단을 타려면 비행기 아니면 고속철도밖에 선택지가 없다 보니 사실상 선택지가 부족하다. 

수십년간 수요분석을 해왔지만, 이용의 불편함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철도 쪼개기 민영화 추진과 SR 부당특혜 등의 졸속행정을 수수방관한 책임의 결과다.

입 닫은 정부

지난달 27일 오전, 부산발 수서행 SRT 312 열차가 정비 문제로 1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됐다. 평소 SRT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협약에 따라 KTX가 수서역까지 대신 운행한다. 실제로 지난 4월과 11월에도 SRT 대신 KTX가 대체 투입돼 운행됐다.

이번엔 국토부가 KTX 대체 투입을 거부했다. 결국 SRT 312 열차는 두 개 열차를 하나로 연결하는 확장 작업을 한 뒤에야 부산역을 출발했다. 뒤따라온 후속 열차도 각각 36분, 42분 지연 출발했다.


이날 열차 정비가 늦어진 건 철도노조가 그달 24일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철도노조는 앞서 국토부가 부산발 수서행 SRT를 축소해 전라선 등에 투입한다고 밝히자, 이를 민영화 시도로 보고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철도노조는 부산발 수서행 열차 지연에 대해 “노조가 지난달 24일부터 수서 KTX를 요구하며 준법투쟁에 돌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고속철도는 코레일의 KTX와 주식회사 SR이 운영하는 SRT가 있다. SRT가 수서역에 놓이면서 부산 가는 강남권 주민들이 서울역을 찾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특히 부산에서는 강남을 가기가 훨씬 편해져 SRT 승객 수요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토부는 7월26일부터 운행 중인 수서-부산 고속열차를 11.4% 축소해 전라·경전·동해선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의 경부선 SRT 감축 정책이 발표되자 부산시민들과 철도노조는 시민 불편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민원 해결’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해결책이 될지 의문이다. SRT 경부선을 감축해 전라·경전·동해선에 투입해도 운행은 고작 하루 왕복 2회뿐이다. 오히려 수서행 SRT가 줄어들면서 부산시민들만 불편해졌다. 국토부는 2개 차량을 연결하던 열차를 1개씩 나눠서 운행하는 꼼수를 택했다. 이를 통해 “평일에 10회 정도 감축하지만, 주말은 축소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일반열차 사라지고
고속열차 투자 과중

철도노조는 “현재 운행 중인 열차가 각각 1개 열차로 운행되기 때문에 결국 좌석 절반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절반 잘라서 나눠 태운다고 좌석난이 해결되느냐”고 반박했다. 


국토부에서는 서울발 부산행 KTX를 증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수서행 KTX 추가가 아니라면 강남권 시민들이 서울역을 찾는 불편을 겪게 된다. 애초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출발한 SRT인데 원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철도노조는 가장 손쉬운 대안은 수서행 KTX 추가라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SRT 고속철도 차량은 KTX가 빌려준 차량으로 도색만 했을 뿐, 기술적인 차이도 없다. 추가적인 면허발급도 필요 없다. 국토부의 결정만 있으면 운행이 가능하다.

노조는 “수서행 KTX를 운행하면 두 개 열차를 붙여 운행하는 ‘중련’ 열차도 가능해 현재 부족한 좌석난을 해소할 수 있다”며 “수서와 서울행 열차를 연결해 운행하다가 천안아산역 등 중간서 분리해 서울과 수서로 운행하면 효율성도 늘어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10% 할인혜택을 SRT에만 적용하고 있는데, 수서 KTX가 운행되면 똑같이 할인혜택을 적용해 같은 열차를 이용하면서 차별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철도 민영화 반대 측에서는 공공제에 속하는 철도를 민영화하려는 건 그 취지를 왜곡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표값이 싸고, 탄소 배출이 적고, 정시성까지 보장되는 철도는 대중교통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 파괴의 원인이 됐다. 일본의 경우, 철도민영화 이후 지역 소멸이 가속화됐다. 지방 시민들이 공공인프라에 접속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즉 민영화가 진행된다면 수요가 많은 고속철도에 불균형한 투자가 이뤄지고, 무궁화호 같은 일반열차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세계는 통합 추세
“왜 우리만 분리?”

고속열차 투자 과중은 이미 일어난 현상이다. 2018년에는 장항선만 운행하던 새마을호가 30여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다. 일부 열차는 운행구간이 단축돼 값싼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졌다. 철도 민영화가 지역·소득별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고속열차 승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이마저도 몇 주 전부터 입석까지 매진되는 일이 흔하다. 대체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반열차의 소멸이 낳은 결과다.

코레일은 객차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8~2019년 ITX-새마을과 유사한 시속 150km급 간선형 전기동차를 발주했다. 하지만 차량 제작사의 납품 지연으로 2021년 운행을 시작했어야 할 차량이 지난해 늦봄에서야 처음으로 출고됐다.

우여곡절 끝에 일반열차의 수요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열차가 투입됐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명명식을 통해 탄생한 ‘ITX-마음’이라는 간선형 전기동차다. 일반열차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은 철도 민영화로 인해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준법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철도 민영화의 출발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박근혜정권은 철도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KTX를 쪼개 SRT를 만들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서 SR 분리로 발생한 중복 비용이 지난 8년간 대략 3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자비용만 800억원이다. SR의 유지보수, 차량 내 서비스, 불편 신고 콜센터 등 대부분을 코레일이 지원한다.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 공기업이 의무를 실현하는 것이다. 

협상 결렬

고속열차도 대부분 코레일서 빌린다. SR에 부채가 급증하면 정부가 수천억원을 투입해 메워준다. 정부가 부담하는 SR 특혜 지원만 359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SR이 경쟁력도, 자생력도 없다는 점이다. 철도노조는 “국토부는 경쟁이라지만 SR은 철도공사에 운영 대부분을 의존하는 ‘기생’이다”며 “쪼개서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 선진국인 유럽도 분리와 민영화 등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부채 증가와 서비스 질 저하 등이 발생하면서 ‘통합’으로 바뀌는 추세다. 한국만 ‘분리’를 고집하는 건 후진적 양상이다.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당장해야 하는 것은 수서까지의 KTX 운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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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