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생활이요? 5개월이나 일을 못하니 정말 힘듭니다. 아내랑 같이 택배 일을 했으니 경제적으로 더 힘듭니다. 노동조합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생활비를 대주고 있습니다. 저 포함 6명에게요.” 부당해고를 당한 울산 택배 노동자의 말이다. 그는 택배 노조와 함께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택배 노동자들의 택배 파업이 끝난 지 5개월이 지났다. 당시 파업은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것을 쟁점으로 64일 동안 진행됐다.
5개월 지나도…
이 과정은 본청과 노동자 모두에게 매우 지난했던 기간이다. 파업 중 택배 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파업은 지난 3월2일에 끝났고, CJ대한통운 택배 노조와 대리점 연합은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공동 합의문에는 ▲국민‧소상공인 및 택배기사의 피해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즉시 파업 종료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기존 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 ▲택배 노조 조합원은 개별 대리점과 기존 계약의 잔여 기간을 계약 기간으로 하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복귀 ▲복귀 즉시 부속합의서 논의를 개시해 6월30일까지 마무리 ▲모든 조합원은 서비스 정상화에 적극 참여 ▲개별 대리점에서 파업 사태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이 진행되지 않도록 협조하자는 것이었다.
공동 합의문은 조합원 투표율 90.6%, 찬성률 90.4%로 가결됐다. 투표에는 조합원 1718명 중 1556명이 참여했고, 찬성 1406표·반대 142표·무효 8표가 나왔다.
당시 택배 노조와 대리점 연합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공동 합의를 계기로 국민께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해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약속대로 택배 노동자들은 지난 3월7일부터 현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공동 합의문은 이행되지 않았다. 대리점과 택배 노동자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빠르게 문제가 된 것은 표준계약서 작성이다.
택배 노조는 “지난 3월14일 오전까지 600여명의 조합원이 표준 계약서를 쓰지 못하고, 60명이 넘는 조합원들의 계약 해지가 철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현장 복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택배 노조가 집계한 기준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1700여명 중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택배기사는 595명이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택배기사도 61명이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쟁의권 포기를 전제로 한 표준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90% 찬성으로 공동 합의문 통과됐지만…
표준 계약서 문제와 부당해고는 여전
택배 노조는 대리점이 공동 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은 공동 합의문과 달랐다. 그러나 택배기사는 여전히 해고된 상태다. 택배 노조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기사를 부당해고한 김창범 울산 신범서집배점 소장을 퇴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 신범서집배점의 김창범 소장이 택배기사의 계약관계를 유지하기로 한 공동합의 이행을 거부한 채 계약 해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장에서 쫓겨난 조합원 6명은 생활고와 가정파탄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또 부당해고 과정에서 전속 계약서 위조와 코드를 도용했다는 게 택배 노조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택배 노조는 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장의 사건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허위의 전속 운송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교사 및 작성과 위계로써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은 것이다.
우선 전속 운송 계약서 허위 작성에 관한 건은, 김 소장이 신입 택배기사 A와 B를 공모 내지 교사해 허위의 전속 운송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A는 지난 4월30일까지 롯데 택배기사로 일하다가 지난 5월부터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로 일을 시작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을 하려면 사번 코드가 필요하다. 하지만 김 소장은 A에게 사번 코드를 발급하지 않았다. 이유는 기존 택배기사의 계약을 해지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A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택배 노조의 주장은 기존 택배기사와 계약 해지하고, 대체 인력의 신규 계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김 소장의 계약 해지를 도울 수 없기 때문에 신규 기사 코드를 발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 한 명의 해고도 용납할 수 없다”
허위 전속 운송 계약서 국토부 제출
이 과정에서 김 소장은 A와 B 택배기사를 통해 허위의 전속 운송 계약서를 작성했다. 김 소장은 A와 B가 소속된 울산 신울주범서집배점에서 배송 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울주온양집배점에서 집배송 업무를 하도록 전속 운송 계약서를 작성했다.
반면 CJ대한통운 택배용 화물자동차 전속 운송 계약서에는 ▲소속된 집배점을 기재 ▲기재된 집배점의 소장과 CJ대한통운 그리고 택배기사 3자가 서명하도록 돼있다. 또 계약서에는 “택배기사는 본 계약의 계약기간 동안 ‘집배점’이 위탁하는 집화 및 배송 업무를 전속으로 담당한다”고 나와 있는 만큼, 택배기사는 소속된 집배점의 택배 업무만 해야 한다.
A는 ‘울산 신울주범서집배점’에서 배송 업무를 했지만,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울주 온양집배점’의 전속 집배점으로 하는 전속 운송 계약돼있다. 즉 김 소장은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전속 운송 계약서를 작출한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화물자동차 운수 사업법 위반으로 이어진다. 화물자동차 운수 사업법 제3조 제1항 및 제6항에는 “화물 운송 사업의 허가를 받으려는 자 중 화물을 집화, 분류, 배송하는 형태의 운송사업을 하는 운송사업자와 전속 운송 계약을 통해 화물의 집화 등을 담당하고자 허가를 신청하는 자는 ‘전속 운송 계약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이에 울주 온양집배점는 지난 5월20일 허위로 작성된 전속 운송 계약서를 지난 6월 말 국토교통부에 제출했고, 허위로 작성된 전속 운송 계약서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한 개인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았다.
돌아갈 곳 없다
택배 노조는 “노동조합은 택배 현장의 안정화와 서비스 정상화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으나, 막무가내식으로 노사 합의를 거부해 부당해고를 관철하려 시도하는 울산 신범서집배점 소장의 횡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우리는 단 한 명의 해고도 용납할 수 없다. 기존의 계약을 유지하기로 한 노사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CJ대한통운은 단호한 조치로 택배 현장의 안정화와 서비스 정상화 실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