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볼모?” 오늘부터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돌입

코레일, 파업 대비 운행 공백 최소화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6일 파업 예고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5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KTX 등 수도권 1·3·4호선 일부 구간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용객 불편과 화물 운송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는 지난 4일 “코레일과 최종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며 “이에 따라 서울역과 부산역, 대전역 등 전국 5곳에서 출정식을 갖고 무기한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노조 측은 ▲임금 2.5% 인상 ▲성과급 지급률 개선 ▲4조 2교대 근무체계 개편 ▲인력 감축 중단 ▲개통 노선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8월부터 4개월 동안 총 17차례(실무교섭 14회, 본교섭 3회)에 걸쳐 임금 문제를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미 연초 기본급 인상(정액 6만원)과 실적급 등으로 정부의 인상률(총 인건비의 2.5%)을 반영해 지급했다는 게 코레일의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4조 2교대 체계 개편과 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봤지만, 성과급 지급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컸다”며 “성과급 문제는 정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지급 기준 개선을 위해 공사도 적극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총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정정래 부사장을 필두로 24시간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며,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열차 운행의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파업 예고 기간 열차 종류별 평시 대비 운행률은 수도권 전철 75% 수준으로 운행한다. 특히 혼잡이 예상되는 출근시간대는 90% 이상 운행을 목표로 잡았다. KTX 운행은 67%를 유지하고 새마을호·무궁화호는 각각 58%, 62% 수준으로 운행한다.

화물열차의 경우 수출입 화물과 산업 필수품 등 긴급 화물 위주로 수송하고 22%의 운행률을 유지하기로 했다.

운용 인력은 평시 인력의 60.2% 수준으로, 필수 유지 인력 1만348명, 대체 인력 4513명 등 모두 1만4861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파업으로 운행 중지된 열차를 예매한 승객들에게는 지난 3일 오후 6시부터 개별 문자메시지와 코레일 톡 알림을 발송하고 있다. 파업 기간 승차권 반환 또는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 모든 열차의 위약금은 면제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운행 중지된 열차 승차권은 별도의 반환 신청이 없어도 일괄 전액 반환된다”며 “파업 기간에는 열차 이용 전 운행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도 총파업으로 인한 열차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철도 등 광역교통을 관할하는 국토부는 파업 기간 동안 철도, 버스, 항공 등 관계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정부 합동 수송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고속·광역버스를 포함해 택시, 국내선 항공기 등 가용 가능한 모든 대체 교통수단을 최대한 투입해 혼란을 줄일 예정이다.

현재 철도노조는 사측의 입장 변화가 있다면 언제든지 협상 재개에 응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등은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비상계엄에 따른 다른 현안들이 긴급하게 처리돼야 하는 상황과 맞물려, 노사 간 극적인 합의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 교통 대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1, 3노조는 6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노사 간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임금 인상이다. 1노조는 6.6%, 3노조는 7.1% 인상을 내걸었는데, 사측은 정부 지침에 따라 2.5% 인상을 제시하며 의견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인력 운용과 관련해서도 노사 간 견해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1노조는 2026년까지 20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 철회, 인력 운영 정상화, 1인 승무제 도입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3노조는 안전 인력 충원, 정책 인건비 총액 제외 인정, 신규 채용 규모 확정을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

반면, 사측은 대규모 적자 해소를 위해선 구조조정 계획을 원상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노사 간 협상을 거쳐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1, 3노조는 이날 오후 사측과 최종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1노조 측은 “5일로 예정된 최종 교섭에 응해 진전되고 수용 가능한 안이 나오면 타결이 될 것이고, 기존 입장 그대로의 부족한 안이 제시된다면 6일 총파업 돌입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3노조 측 역시 “예정했던 노사 간 최종 교섭과 교섭 결렬 시 파업 일정은 변동 없이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오는 6일 총파업에 동참할 예정이었던 서울메트로9호선지부는 교섭을 통해 임단협 핵심 안건에 대해 합의에 이르면서 총파업 위기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jungwon933@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