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⑤권인숙·김민기 의원에 듣다

“입대하면 24시간 군인입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군에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과정이 어땠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일반적인 사건의 재판이라면 모두를 지켜보고, 판결문까지 받아본다. 군대의 순직 절차 시스템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알 수 있는 정보도 내용도 제한적이다.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기관도 국방부서 결정한 내용과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가가 ‘군에서 복무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해 군에 입대시켰다면, 복무 기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국가는 신체와 정신에 이상이 없는 장정들을 군대에 가도 괜찮다며 입대시킨다. 군대서 사고가 발생하면 개인적 책임으로 몰아간다. <일요시사>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김민기 의원을 만나 이들이 발의한 군인사법개정안, 순직 제도 개선의 필요성 등을 물었다. 

가지 않으면 
없었을 죽음

국방부 순직 심사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군인의 사망이나 상이를 판단해 순직 결정을 내리기 위해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 기구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3명 이상, 8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돼있고,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직접 임명한다. 취지는 2018년 순직 결정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은 홀수로 구성해 위원들의 순직에 대한 찬성, 반대를 가린다. 또 심사위원은 객관성 원칙을 이유로 전원 비공개다. 회의가 열리면 유가족이 심사에 직접 참여해 소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싸워온 시간에 비해 설명하기에는 짧은 시간이 주어진다. 

유가족이 과정을 제대로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순직이 인정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순직 심사 과정은 일반적인 재판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 일반 재판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판결 결과와 이유가 담겨 있는 판결문을 직접 받아볼 수 있다. 


반면 순직 심사 이후 유가족은 판결문과 회의록을 바로 받아 볼 수 없다. 게다가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을 통해 회의록을 받아내더라도 최장 3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순직 결정은 유가족에게 중대 사안이지만 기각됐을 경우 심사 과정 중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바로 알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회의록을 유가족에게 즉시 공개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권 의원이 발의했다. 

“순직 심사는 결정 결과만 대략 확인할 수 있을 뿐, 회의록의 내용을 알기에는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굳이 회의록을 받아볼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회의록 공개를 하지 않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국방부가 이토록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고 변희수 하사의 결정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변 하사의 순직은 위원 9명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변 하사는 6(반대)대 3(찬성)으로 순직이 거부됐다.

회의록 내용 중 순직을 반대하는 위원 중에는 ▲국방부 책임이 아니다 ▲전역 처분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극단적 선택을 해 인과관계가 없다 ▲국가에 기여하고 사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순직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들이 등장한다.

권 “순직 심사에 투명성 확보 필요”
“국방부 일부 사건들 순직 권고 무시”

결국 국방부서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자, 권 의원이 직접 군인사법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회의록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전혀 알 수 없었을 내용이죠. 국방부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국방부의 순직 심사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가적 효과로 국방부가 국가기관인 위원회 순직 권고도 수용해 순직 인정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권 의원이 발의한 군인사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중앙전공사상위원회의 순직 심사 결정에 대한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이 아니라 유족 측에 즉시 전달해야 한다.

또 재심사를 실질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인 위원회에는 결정문과 회의록을 의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기대 효과는 더 있다. 지금까지는 유족이 개인적으로 순직을 입증하는 일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국가기관인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를 통해 순직 심사를 재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상규명위는 문재인정부 당시 특별법으로 마련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국방부가 내부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은폐하고, 왜곡하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알려지자 국회 차원서 마련됐다. 

진상규명위를 통해 군 내부의 사건사고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대부분의 경우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진상규명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 

여러 사건 중 진상규명위는 국방부에 변 하사에 대한 순직 처리를 권고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전역 처분 취소 판결에도 순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재판과 
비슷한 절차

전역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후에 극단적 선택을 해서 인과관계가 없고, 국가 기여로 사망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진상규명위가 23쪽에 걸쳐 권고안을 국방부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진상규명위 측에 달랑 1장짜리 결정문만 보내왔다.

진상규명위는 순직을 권고할 수 있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순직 기각 결정문 내용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 재판으로 치면 원고에게 판결문도 주지 않은 꼴이다. 

“일부 사건에서는 국방부가 고인의 피해자성이 부족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순직 권고를 무시합니다. 진상규명위의 출범 취지를 고려하면 국방부의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특별한 사유 없이 진상규명위의 결정의 받아들이는 게 취지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이 지난해 6월 특별법 개정안으로 진상규명위가 순직 재심사 요청 시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수용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방위서 계류 중이다. 

이처럼 순직과 관련해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있지만 미비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의무 복무 기간 중 사망 시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김 의원이 국방위 소속 당시 발의했던 개정안이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에게 법안 내용에 대해 직접 질의했다. 

김 의원은 “국방위서 늘 질의하고 스스로 규정했던 내용이었죠. 병무청이 군 생활을 잘할 것이라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망에 이르렀는데,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국가가 쏙 빠져 있는 상황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순직 판정을 위해 온 가족이 증거를 수집해 군과 다퉈야 하는 일을 원천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서 마련됐다. 많은 곳에서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순직 입증 책임도 유가족서 국방부로 뒤바꾸겠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부처 태도

입증 책임을 뒤바꾼다는 것은 과거 유가족이 해온 일들을 이제는 국방부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해당 법안도 보완할 점이 존재한다. 국방부가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동법의 단서 조항(군인사법 제54조의2)서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는 여전히 일반사망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19대, 20대 국회서도 김 의원이 발의한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이들 법률안에 대해 ‘타 보훈 관계 법률과 충돌 문제’ ‘군 조직 사기에 미칠 영향’ 등을 언급하면서 반대 의견을 냈고 끝내 법률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무복무로 헌신하는 군인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점 높아져가는 추세다. 헌신에 대한 합당한 보상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방부도 점차 인식을 바꾸긴 했다. 

“법률안 발의 이후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지원단 관계자가 의원실로 연락해온 일이 있습니다.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한다’며 ‘법률안의 일부 문구와 적용 방식을 조정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실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쩌면 이번에는 통과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법률안을 심사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국방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법률안 통과로 순직 인정을 위해 유족이 직접 자료를 모으고, 국가와 싸우며 고통받는 일은 줄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가 남았다.

국방부의 순직 심사와 국가보훈처의 유공자 등 심사가 따로 진행되는 ‘이원성’이 여전히 유족을 괴롭히는 것이다. 군에 가지만 않았더라면 없었을 죽음이다. 이제는 국가가 데려간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족을 예우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책임 소재 국가만 빠져 있는 상황”
“의무 복무 군인의 모든 순간이 곧 헌법”

또 현재 순직이 기각됐을 때 이를 재심사하는 일도 국방부가 진행한다. 유족 입장에서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책임질 부분과 순직 여부를 군이 심사해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근복적으로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앞으로 국회와 정부서 해결할 과제죠. 다만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의 제도를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방부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의원 3분의2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임명해 객관성을 확보하려 했던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특별법으로 출범한 진상규명위는 오는 9월 활동이 종료된다. 일각에선 위원회 연장의 필요성 및 이를 대체할 상설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진상규명위는 과거의 사건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왔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왔다.

정권을 막론하고 잊혀질 뻔했던 사건들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면서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덜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활동 종료를 앞두면서 신청이 불가하고, 조사하지 못한 사건들도 쌓여 있다. 

“진상규명위 운영 기간을 연장해 조사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군에 가지 않았으면 없었을 죽음을 군이 심사하는 체계는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진상규명위 같은 기구가 상설화돼 군 사망사고의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과거에 비해 순직 인정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군에서도 모든 시간과 과정이 직무와 관련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더욱 전향적인 인식이 필요한 때다.

모든 의무복무 군인들은 국가기관인 병무청이 병역 판정 검사를 실시해 입대한 이들이다. 군 복무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정받아 입대했다. 어떤 이유로든 군에 가지 않았으면 없었을 죽음에 이르게 된 데에는 누구보다 국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활동 종료 
연장 필요

“국방부는 직무와 관련없는 사망에 대한 순직 인정이 군 내 사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의무복무 군인의 모든 시간은 헌법이 부여한 국방의 의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시간이죠. 훈련을 받고, 근무를 서고, 영내서 휴식을 취하든, 휴가를 나가든 마찬가지입니다. 입대한 순간부터 전역하는 날까지 의무복무 군인의 모든 시간은 곧 헌법인 셈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종료 앞둔 군사망위원회 고? 스톱?

올해 9월 활동 종료 예정인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3일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을 3년 더 연장하고, 오는 9월13일 현 위원들의 임기 만료와 함께 새롭게 위원을 임명한다는 내용이다.

위원 임기 역시 3년으로 정한다. 

특별법은 당초 3년짜리 ‘한시법’으로 제정됐었다.

당시에도 2021년 9월 3년간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활동 시한을 2년 늘렸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공개한 부처별 정비 대상 명단에 이미 진상규명위가 폐지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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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