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④‘의심 자초’ 초동수사 한계

여전히 군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잘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국군의 ‘자체’ 수사 결과와 순직 결정의 낯뜨거운 공통점이다. 단지 유족들의 현실 부정 때문일까? 그보다 전문가는 ‘과정’을 문제삼는다. 폐쇄적인 군 초동수사 과정과 이에 기초한 순직 여부 판단이 신뢰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 <일요시사>는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을 만나 군 초동수사의 한계를 물었다. 

“유가족이나 국민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불신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시행 1주년을 앞둔 개정 ‘군사법원법’을 이같이 평했다. 군의 자체 수사권 중 일부를 민간 경찰로 넘기는 게 개정법의 골자인데, 실효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랬다
저랬다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수사 결과와 이를 근거로 내려진 ‘순직 불허(일반 사망)’ 판정. 유족들의 애끓는 반론은 우리 군의 고질병인 폐쇄성, 불공정성과 맞닿아 있다.

군 수사당국의 봐주기 수사·부실 조치 논란을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일례로 이 개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결정적 계기는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것이다. 특검 과정서 드러난 진실에 여론은 분노했다. 이는 곧 군 사법개혁 요구로 귀결됐다. 

이 중사는 사망한 지 18개월만인 지난 2월에 들어서야 순직 인정을 받았고, 특검이 재판에 넘긴 피고인 중 6명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에 나온다. 아직 마무리되지도 않은 사건이 법 개정을 이끌 정도로 반향이 컸다. 김 국장은 “‘군의 자체 처리(수사)를 믿기 어렵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입대 전 저지른 범죄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의 수사·재판권이 군에서 민간으로 이전됐다. 군 당국이 변사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하다가도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민간이 수사·재판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개정법이 원안서 너무 후퇴해 통과된 탓에, 본래 기대했던 것만큼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누더기 법안’이 된 셈이다. 일례로 성폭력 범죄는 민간이 수사하게 됐지만, 2차 가해 조치나 수사는 여전히 군이 맡는다. 

김 국장은 국방부의 극심한 반대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평시에는 군의 사법 수사 기능을 다 민간으로 이전하자는 것이 원안이었습니다. 국회에도 그런 법안이 많이 발의돼있었는데, 국방부가 너무 심하게 반대해서 한참 후퇴한 지점서 합의가 이뤄진 겁니다.”

특히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라는 대목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군이 초동수사 과정서 자의적 선별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군은 개정법 시행 이후로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인가’라는 1차적 선별을 통해 사망사건 수사를 민간으로 넘길지 말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선별 기준조차 모호하다.

김 국장은 “우리 법체계에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란 개념이 없다. 어떻게 정의할 수 있겠나? 내가 누군가에게 욕을 해서 그 사람이 사망했다고 하면, 그것도 사망의 원인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살인·상해치사 등 일부 명백한 범죄행위 이외에는 수사기관의 임의적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현재 법체계 아래에선 그 판단 주체가 군”이라고 부연했다.

신뢰 잃은 군, 민간으로 넘기려 했지만…
“국방부 반대에 개정법 후퇴…유명무실화”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건 수사의 민간 이전 비율은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 사이 연평균 65.5명이 군대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반년이면 통상 30명 안팎의 극단적 선택 사망자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총기나 폭행 등이 사인인 군기사고를 포괄하면 그 수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 이후 약 반년간 민간으로 이관된 군인 관련 범죄 410여 건 중 사망사건은 단 한 건뿐이다.

김 국장은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가 있다면 국가가 책임을 묻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군은 지휘 책임 등을 면피하기 위해 사건 민간 이전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고려하는 듯하다”고 짚었다.

사망 수사 결과는 순직 결정의 주된 잣대로 활용된다. 현재 순직 결정이 기각·보류된 이들의 유가족과 국방부는 마치 ‘민사소송’을 하듯 입증 대결을 벌이는 양상을 보인다. 

수사권이 민간으로 온전히 넘어오지 않은 탓에, 군이 수사한 자료를 근거로 군과 대립하는 유가족들이 앞으로도 생겨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순직을 최종 판단하는 주체도 여전히 군이다. 유족들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여러 전문가들은 “국민에게 ‘군 내부서 수사·결정해도 충분히 공정하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면, 군의 권한을 굳이 뺏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국장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전문성
떨어져”

군인권센터를 찾는 유족들의 사례를 종합하면, 군은 유족에게 수사 결과나 증거 등을 최대한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

“예컨대 유서를 좀 달라고 하면 ‘못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시 가서 열람하겠다거나 사본을 요구하면 줍니다. 저번에는 왜 안 해줬냐고 따지면 ‘그렇게 이야기 안 했지 않았느냐’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말장난하는 거잖아요. 사실 안 주고 싶은 겁니다. 요즘 문제 제기가 하도 많아지니 겨우 공개하는 추세입니다.” 

유가족들이 군 수사나 순직 제도를 잘 모른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셈이다. 

“군 순직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아는 국민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사실 별로 없을뿐더러 그걸 알고 있어야 할 까닭도 없죠. 내 가족이 군에 가서 사망할 것을 예상하고 사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이런 탓에 유가족들 사이에선 “똑똑한 유가족이 제 자식 명예를 찾아준다”는 말까지 생겼다.


군 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타살인 경우는 원인이 명확할 테니 (나온대로)수사하면 됩니다. 그런데 변사 자살 사건인 경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고, 절대적인 역량도 외부 수사기관에 비해 부족한 편입니다.”

이렇듯 ‘말 많고 탈 많은’ 군 수사권이 평시에도 군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김 국장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애초에 수사권이나 순직 결정권 등이 군 지휘나 임무 수행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군은 각계의 비판과 국민적 불신을 감수하면서까지 여러 ‘권한’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 배경에 관해 김 국장은 “군은 70년 넘게 각종 권한을 직접 행사해왔다. 조직 입장에서는 아주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내부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부실 수사
불신만 가득

이어 “군은 사법 수사권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는 특권이 사라지는 순간 자신들이 사건 사고에 대한 통제권을 다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군이 조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두려움을 크게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국방부 또한 군이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 설명에 따르면 군은 2021년 개정법 논의 당시 지엽적인 주장들을 내세워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음주운전이 군 내부서 벌어졌을 경우, 경찰이 부대 내부에 들어올 수 없어 단속이 불가능하다”와 같은 명분을 댔다.

“그 정도는 당연히 군 내부서 단속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수사권을 밖으로 이전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김 국장은 “군이 근본적인 두려움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령 군이 수사를 통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다지 문제 생길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서 들어가 수사한다고 경찰과 소방이 밖에 나가 수사 상황 떠벌리고 공표하겠나? 군을 해코지하겠나? 다 국가기관이고 법으로 통제되는 곳이라 그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병사의 휴대폰 사용을 통제하는 것도 군의 ‘기우’를 잘 보여준다. 논의가 진행되고, 실제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만 해도 군은 보안사고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했다. 외부와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병사들이 군의 통제를 벗어나진 않을까 두려워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범 사용 기간을 거쳐보니, 해당 제도는 실보다 득이 큰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 기간엔 “휴대폰 사용이 출타가 어려운 장병들의 단절감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일선 부대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유가족이 똑똑해야 군은 조아려”
유서 등 자료 열람 두고 대립 늘어

병사들이 휴대폰을 사용한 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이제 국방부는 병사의 휴대폰 사용 시간을 더욱 늘리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군의 통제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일부 유가족들은 외로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도우미’를 자처한 군인권센터가 본 유가족들의 고초를 물었다.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그걸 사건으로 보지만, 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걸 주변에 말을 못 해요. 한국 사회에는 기본적으로 ‘너도나도 다 가는 군대서 왜 버티질 못했냐’와 같은 시선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탓에 사인을 얼버무리거나 ‘유학 갔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군의 폐쇄적이고 부실한 수사과정과 납득 어려운 순직 심사 결과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군인에게 보호받은 사회도, 군인으로 데려간 국가도, 하나같이 이들의 죽음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순직을 인정받는다는 건 국가를 위해 일하다 사망에 이르렀다는 일종의 ‘국가 인증’인 거잖아요. 그걸 인정해주지 않는 건 국가 책임을 부정하고 개인적 이유로 사망했다는 선고나 마찬가지죠. 결국 유가족들은 국가로부터 어떤 사과나 인정, 위로 같은 것들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많은 사람이 ‘돈, 보상금이 안 나와서 국가에 떼쓰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돈 몇 푼 받는다고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것보단 이 죽음이 명예롭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큽니다. 유가족들을 둘러싼 오해와 인정해주지 않는 국가를 향한 원망, 이런 것들이 순직을 원하는 유가족들이 느끼는 가장 본질적인 아픔이라 생각이 듭니다.”

국가의
무한책임

김 국장은 장기적으로 인식의 변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군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국가의 관점 자체가 바뀌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군 복무 중 사망했으면 완전히 개인적인 사유가 아닌 이상 국가가 원칙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어떤 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또 어떤 것은 아니라고 하나하나 따져든다면 그 누가 군에서 목숨 걸고 헌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인권센터는?

군인권센터는 2009년 설립된 인권단체다. 시민들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나 성폭력 사건들의 피해자를 상담?지원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포착되는 제도상 맹점이나 미비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정책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군 수사권에 관해서는 개정법 시행 이후 벌어진 사건 사고들을 모니터링하고, 제도적 보완을 위해 국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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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