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작심 쓴소리

“윤, 모르면 DJ를 배워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DJ처럼 해야 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윤석열정부를 향해 던진 말이다. 윤정부는 쌓인 숙제도, 고쳐야 할 부분도 너무 많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민생은 뒷전이다. 인터뷰 내내 박 전 원장은 정치권을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항상 수첩 2개를 가지고 다닌다. 메모장에는 계획과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이 빼곡했다. 최근에는 섭외 대상 1순위다. 하루에 5개 일정을 소화할 정도다. <일요시사>는 박 전 원장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치 현안,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을 물었다. 다음은 박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하셨습니다. 

▲무엇으로 고발했는지 전 모릅니다. 국정원에서 저에 대해 법적으로 감찰하게 돼있는데 감찰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전직 국정원장님을 이렇게 고발합니다’하고 전화 한마디라도 해야 되는데, 그 예고도 안 하고 “고발됐다”고 했습니다. 가끔 기자들한테 내용을 들어서 그때그때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뿐입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그건 제가 설명하면 국정원법 위반이 됩니다. 밝힐 수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7시간, SI, 전 본 적이 없습니다. 보고는 받았습니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훌륭한 외교관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서남북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현재 국정원에는 검찰 간부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우리가 하던 짓을 국정원도 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검찰의 시각으로 국정원 정보기관의 잣대를 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방부도 해명이 오락가락합니다.

▲MIMS(밈스·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를 국방부가 관리하는데 어떻게 국정원장이 삭제합니까? 군사 기밀이 다 만천하에 공개되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첩보보고서를 삭제했다’ 이런 말이 나옵니다. 첩보보고서도 국정원은 모든 직원이 쓰는 PC는 메인 서버에 자동적으로 저장이 돼있습니다.

제가 삭제를 지시했어도 (기록이)남아 있고, 삭제됐어도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나는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더니 이제는 ‘청와대 지시받고 했다. 또 비서실장한테 지시한 뒤, 그 비서실장이 담당자에게 삭제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압수수색을 했다고 하면 그런 걸 이미 검찰에서 알았을 겁니다. 

“정보 삭제 지시 절대 없었다”
머지않아 내각 개편 있을 듯

-확실히 없나요. 


▲저는 삭제한 적 없습니다.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을, 문정부를 향한 공격이라고 보시는지.

▲저와 서훈 전 원장을 아무 소식 없이 검찰에 고발하는 게 이해가 안됩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얘기한 것처럼 ‘문재인정부의 본격적인 사정을 시작하는 거다’ ‘문정부를 용공, 친북 정부로 규정해서 보수 정권이 본격적으로 차례로 사정을 시작한다’ 이렇게 느꼈습니다.

-검찰에서는 따로 연락은 없었나요.

▲없습니다. 

-사실 정보 삭제를 안 했다는 말도 있는데.

▲저도 처음으로 MIMS라는 정보체계를 알았습니다. 국정원에도 와 있답니다. 국방부는 본인들이 MIMS를 관리하는데, 전군에 다 깔려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어떠한 SI에 대해서는 열람을 제한하는 거지, 삭제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후 삭제했다고 보도가 되니까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뭐라고 했습니까? “MIMS는 우리가 관리하는데 어떻게 국정원장이 삭제했다고 해서 우리 군사 비밀 체계가 이렇게 탄로나게 하느냐. 오히려 국정원을 조사하겠다” 하다가 이제 “첩보보고서를 박 전 원장이 삭제했다”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첩보보고서는 생산되면 메인 서버에 남습니다. 제가 삭제 지시를 해도 남습니다. 제가 왜 그 짓을 합니까? 

-윤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보입니다. 

▲지금 이미 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하는지, 검찰이 하는지 모르지만 언론 플레이를 계속합니다. 마치 국민이 믿을 수 있게끔 오늘은 이 언론사에 주고, 오늘은 저 언론사에 주고… 그러면 언론사는 ‘단독’이라고 해서 보도가 이어집니다. 또 다른 언론사는 저한테 전부 물어서 보도합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부터 저와 개별적으로 잘 압니다. 피의 사실 공표를 안 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 무슨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권을 중시한다면, 고발 진행 후 저에게 무슨 내용으로 고발됐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안 알려줍니다. 계속 피의 사실 공표를 해서 옥죄고 있지만 전 걱정 없습니다. 


“윤석열 지지율 더 떨어진다”
어대명에 대적하려면 단일화

-정말 걱정되지 않으시나요.

▲저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정부 15년 간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재판을 받았습니다. 살아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윤석열정부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고)국민 속으로 파고들면서 소탈한 모습과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같은 게 잘못도 있지만 소통을 하려고 하는 진실성이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도어스테핑을 계속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소통은 계속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참모에게 발언을 검토받고 정제된 언어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도 도어스테핑은 매일 하지 않습니다. 이슈가 있을 때 참모들의 검토를 받아 쓱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씩 출입 기자들과 허심탄회한 간담회를 통해서 소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최근 인사 문제 등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 지시지만, 지금 대통령실 내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대통령밖에 안 보입니다. 대통령이 본변인입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실 또는 내각이 그런 역할을 해야 제 구실을 한다고 봅니다. 윤 대통령이 만약 실수하면 자기들이 나서서 해명도 하고 책임도 지는 그런 대통령실을 좀 보고 싶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늘 이전 정부를 겨냥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사정(공직자 및 기관 감찰)하되, 간단하고 신속하게 해야 합니다. 저기에 몰두할 게 아니라 경제, 물가를 잡는 대통령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보면 모든 인사나 정책은 ‘실패한 MB 시즌2’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잘해주기를 바랍니다. 참모들도 각성해서 윤 대통령을 보필해야 성공하고 나라가 삽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치는 상식입니다. 제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 생각이 중요합니다. 윤 대통령께 몇 가지를 고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인사입니다. 검찰공화국. 특히 남북 분단과 동서 갈등이 심화된 게 우리 한국사회의 문제인데 윤 대통령이 말한대로 ‘실력 위주의 인선’이라고 해서 특정 지역을 완전히 배제해버리면 그 지역 사람들은 실력이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둘째 김건희 여사의 공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제2부속실을 폐지했더라도 국민의 양해를 구해서 부속실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공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지율이 더 떨어질 거라고 보시는지.

▲긍정과 부정의 비율 차이는 30%p가 넘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20%대로 떨어집니다. 과거 이 전 대통령 때, 박 전 대통령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대통령실에 대한 책임관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문 전 대통령 때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사과하고, 박 전 대통령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5개월 만에 물러나고, 4개 수석이 경질됐습니다.

이런 걸 보더라도 저는 윤 대통령은 머지 않아 대통령실과 내각 개편을 할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어떻게 대통령한테 책임 추궁을 합니까. 인적 개편이 있지 않으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합니다. 

“이미 윤정부 향한
역풍 불고 있다”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깊었습니다.

▲국회는 여야 협상으로 이뤄집니다. 윤 대통령은 늘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도 협치를 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도, 국민의힘도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난만 하면 협치가 될 리 없습니다. 국회가 어려운 시대에 정상화되지 않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면 윤 대통령이 소통을 제대로 해봤는가, 노력을 해봤는가도 지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은 협상을 통해서 실리를 택하고 국회가 정상화되도록 하고, 야당에게는 명분을 줘야 합니다.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다 먹겠다는 건 안됩니다. 

여야가 모두 공히 책임이 있지만 정부여당한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과 함께 가야 합니다. 

-청년 정치인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징계를 받았습니다. 

▲제가 과거에 토사구팽된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촉망받는 청년이 보수 야당에 가서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혁신하고, 정권교체를 이뤄 윤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지방선거도 압승을 거뒀는데… 그 전에 얘기됐던 성상납 문제가 이제 와서 징계를 받은 것은 억울할 겁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징계한 건 사실입니다. 승복 못 하면 재심을 청구하든,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대표가 당의 결정에 순종해야 된다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자기 길을 가야 합니다. 

-창당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것은 언젠가 하고 싶다면 자기가 할 일입니다. 뚜벅뚜벅 광주를 가든 부산을 가든, 그러면서 자기 정치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합니다. 그분이 그대로 그냥 꿇어앉을 분은 아닙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에 이기고 콩가루가 된 집안입니다. 

-이 대표를 밀어내고 윤핵관 세력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입니다. 

▲정당은 다 그럽니다. 전당대회를 앞두면 지도부에 진입하려고, 당 대표가 되려고 그럽니다. 전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도 주도권 싸움이 한창입니다. 

▲선거에 패배하면 야당은 항상 싸우게 돼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들어앉아서 전준위, 비대위 관계를 잘 정리했습니다. 이제 전당대회로 가는데 ‘친명(친 이재명)이냐, 반명(반 이재명)이냐’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으레 그러는 겁니다. 

-또 다른 청년 정치인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가 불발됐습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이 ‘위원장은 되고, 당 대표는 나갈 수 없다’는 건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 공식기구에서 결정됐습니다. 우 위원장이 박 전 위원장을 만나 설득했다고 하면 과유불급. 이제 당론에 따르고 호의를 도모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말썽이 생기면 국민이 짜증냅니다.

-민주당은 당 대표에 여러 명 출마했습니다.

‘1강6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선거는 모르는 겁니다. 선거 결과는 ‘약육강식’할 수 있습니다.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 됩니다. 1대1로 해도 현재 국민 지지나 당원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이재명 의원이 앞섭니다. 97그룹 등이 뭉쳐 이 의원과 1대1 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은 압도적입니다. 이번에 보니까 대통령 지지도 이재명이 40%에 가깝게 나옵니다. 그런데 약육이 강식하려면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결국 단일화가 좋아 보입니다.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정치인입니다. 대한민국, 호남, 민주당, 김 전 대통령을 위해서 정치활동을 할 것입니다. 또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조언하겠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 제 혼이 있는 민주당이 잘해서 총선 승리를 하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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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