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작심 쓴소리

“윤, 모르면 DJ를 배워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DJ처럼 해야 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윤석열정부를 향해 던진 말이다. 윤정부는 쌓인 숙제도, 고쳐야 할 부분도 너무 많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민생은 뒷전이다. 인터뷰 내내 박 전 원장은 정치권을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항상 수첩 2개를 가지고 다닌다. 메모장에는 계획과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이 빼곡했다. 최근에는 섭외 대상 1순위다. 하루에 5개 일정을 소화할 정도다. <일요시사>는 박 전 원장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치 현안,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을 물었다. 다음은 박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하셨습니다. 

▲무엇으로 고발했는지 전 모릅니다. 국정원에서 저에 대해 법적으로 감찰하게 돼있는데 감찰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전직 국정원장님을 이렇게 고발합니다’하고 전화 한마디라도 해야 되는데, 그 예고도 안 하고 “고발됐다”고 했습니다. 가끔 기자들한테 내용을 들어서 그때그때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뿐입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그건 제가 설명하면 국정원법 위반이 됩니다. 밝힐 수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7시간, SI, 전 본 적이 없습니다. 보고는 받았습니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훌륭한 외교관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서남북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현재 국정원에는 검찰 간부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우리가 하던 짓을 국정원도 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검찰의 시각으로 국정원 정보기관의 잣대를 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방부도 해명이 오락가락합니다.

▲MIMS(밈스·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를 국방부가 관리하는데 어떻게 국정원장이 삭제합니까? 군사 기밀이 다 만천하에 공개되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첩보보고서를 삭제했다’ 이런 말이 나옵니다. 첩보보고서도 국정원은 모든 직원이 쓰는 PC는 메인 서버에 자동적으로 저장이 돼있습니다.

제가 삭제를 지시했어도 (기록이)남아 있고, 삭제됐어도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나는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더니 이제는 ‘청와대 지시받고 했다. 또 비서실장한테 지시한 뒤, 그 비서실장이 담당자에게 삭제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압수수색을 했다고 하면 그런 걸 이미 검찰에서 알았을 겁니다. 

“정보 삭제 지시 절대 없었다”
머지않아 내각 개편 있을 듯

-확실히 없나요. 


▲저는 삭제한 적 없습니다.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을, 문정부를 향한 공격이라고 보시는지.

▲저와 서훈 전 원장을 아무 소식 없이 검찰에 고발하는 게 이해가 안됩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얘기한 것처럼 ‘문재인정부의 본격적인 사정을 시작하는 거다’ ‘문정부를 용공, 친북 정부로 규정해서 보수 정권이 본격적으로 차례로 사정을 시작한다’ 이렇게 느꼈습니다.

-검찰에서는 따로 연락은 없었나요.

▲없습니다. 

-사실 정보 삭제를 안 했다는 말도 있는데.

▲저도 처음으로 MIMS라는 정보체계를 알았습니다. 국정원에도 와 있답니다. 국방부는 본인들이 MIMS를 관리하는데, 전군에 다 깔려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어떠한 SI에 대해서는 열람을 제한하는 거지, 삭제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후 삭제했다고 보도가 되니까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뭐라고 했습니까? “MIMS는 우리가 관리하는데 어떻게 국정원장이 삭제했다고 해서 우리 군사 비밀 체계가 이렇게 탄로나게 하느냐. 오히려 국정원을 조사하겠다” 하다가 이제 “첩보보고서를 박 전 원장이 삭제했다”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첩보보고서는 생산되면 메인 서버에 남습니다. 제가 삭제 지시를 해도 남습니다. 제가 왜 그 짓을 합니까? 

-윤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보입니다. 

▲지금 이미 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하는지, 검찰이 하는지 모르지만 언론 플레이를 계속합니다. 마치 국민이 믿을 수 있게끔 오늘은 이 언론사에 주고, 오늘은 저 언론사에 주고… 그러면 언론사는 ‘단독’이라고 해서 보도가 이어집니다. 또 다른 언론사는 저한테 전부 물어서 보도합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부터 저와 개별적으로 잘 압니다. 피의 사실 공표를 안 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 무슨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권을 중시한다면, 고발 진행 후 저에게 무슨 내용으로 고발됐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안 알려줍니다. 계속 피의 사실 공표를 해서 옥죄고 있지만 전 걱정 없습니다. 


“윤석열 지지율 더 떨어진다”
어대명에 대적하려면 단일화

-정말 걱정되지 않으시나요.

▲저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정부 15년 간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재판을 받았습니다. 살아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윤석열정부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고)국민 속으로 파고들면서 소탈한 모습과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같은 게 잘못도 있지만 소통을 하려고 하는 진실성이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도어스테핑을 계속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소통은 계속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참모에게 발언을 검토받고 정제된 언어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도 도어스테핑은 매일 하지 않습니다. 이슈가 있을 때 참모들의 검토를 받아 쓱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씩 출입 기자들과 허심탄회한 간담회를 통해서 소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최근 인사 문제 등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 지시지만, 지금 대통령실 내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대통령밖에 안 보입니다. 대통령이 본변인입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실 또는 내각이 그런 역할을 해야 제 구실을 한다고 봅니다. 윤 대통령이 만약 실수하면 자기들이 나서서 해명도 하고 책임도 지는 그런 대통령실을 좀 보고 싶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늘 이전 정부를 겨냥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사정(공직자 및 기관 감찰)하되, 간단하고 신속하게 해야 합니다. 저기에 몰두할 게 아니라 경제, 물가를 잡는 대통령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보면 모든 인사나 정책은 ‘실패한 MB 시즌2’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잘해주기를 바랍니다. 참모들도 각성해서 윤 대통령을 보필해야 성공하고 나라가 삽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치는 상식입니다. 제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 생각이 중요합니다. 윤 대통령께 몇 가지를 고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인사입니다. 검찰공화국. 특히 남북 분단과 동서 갈등이 심화된 게 우리 한국사회의 문제인데 윤 대통령이 말한대로 ‘실력 위주의 인선’이라고 해서 특정 지역을 완전히 배제해버리면 그 지역 사람들은 실력이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둘째 김건희 여사의 공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제2부속실을 폐지했더라도 국민의 양해를 구해서 부속실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공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지율이 더 떨어질 거라고 보시는지.

▲긍정과 부정의 비율 차이는 30%p가 넘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20%대로 떨어집니다. 과거 이 전 대통령 때, 박 전 대통령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대통령실에 대한 책임관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문 전 대통령 때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사과하고, 박 전 대통령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5개월 만에 물러나고, 4개 수석이 경질됐습니다.

이런 걸 보더라도 저는 윤 대통령은 머지 않아 대통령실과 내각 개편을 할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어떻게 대통령한테 책임 추궁을 합니까. 인적 개편이 있지 않으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합니다. 

“이미 윤정부 향한
역풍 불고 있다”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깊었습니다.

▲국회는 여야 협상으로 이뤄집니다. 윤 대통령은 늘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도 협치를 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도, 국민의힘도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난만 하면 협치가 될 리 없습니다. 국회가 어려운 시대에 정상화되지 않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면 윤 대통령이 소통을 제대로 해봤는가, 노력을 해봤는가도 지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은 협상을 통해서 실리를 택하고 국회가 정상화되도록 하고, 야당에게는 명분을 줘야 합니다.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다 먹겠다는 건 안됩니다. 

여야가 모두 공히 책임이 있지만 정부여당한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과 함께 가야 합니다. 

-청년 정치인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징계를 받았습니다. 

▲제가 과거에 토사구팽된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촉망받는 청년이 보수 야당에 가서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혁신하고, 정권교체를 이뤄 윤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지방선거도 압승을 거뒀는데… 그 전에 얘기됐던 성상납 문제가 이제 와서 징계를 받은 것은 억울할 겁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징계한 건 사실입니다. 승복 못 하면 재심을 청구하든,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대표가 당의 결정에 순종해야 된다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자기 길을 가야 합니다. 

-창당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것은 언젠가 하고 싶다면 자기가 할 일입니다. 뚜벅뚜벅 광주를 가든 부산을 가든, 그러면서 자기 정치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합니다. 그분이 그대로 그냥 꿇어앉을 분은 아닙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에 이기고 콩가루가 된 집안입니다. 

-이 대표를 밀어내고 윤핵관 세력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입니다. 

▲정당은 다 그럽니다. 전당대회를 앞두면 지도부에 진입하려고, 당 대표가 되려고 그럽니다. 전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도 주도권 싸움이 한창입니다. 

▲선거에 패배하면 야당은 항상 싸우게 돼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들어앉아서 전준위, 비대위 관계를 잘 정리했습니다. 이제 전당대회로 가는데 ‘친명(친 이재명)이냐, 반명(반 이재명)이냐’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으레 그러는 겁니다. 

-또 다른 청년 정치인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가 불발됐습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이 ‘위원장은 되고, 당 대표는 나갈 수 없다’는 건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 공식기구에서 결정됐습니다. 우 위원장이 박 전 위원장을 만나 설득했다고 하면 과유불급. 이제 당론에 따르고 호의를 도모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말썽이 생기면 국민이 짜증냅니다.

-민주당은 당 대표에 여러 명 출마했습니다.

‘1강6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선거는 모르는 겁니다. 선거 결과는 ‘약육강식’할 수 있습니다.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 됩니다. 1대1로 해도 현재 국민 지지나 당원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이재명 의원이 앞섭니다. 97그룹 등이 뭉쳐 이 의원과 1대1 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은 압도적입니다. 이번에 보니까 대통령 지지도 이재명이 40%에 가깝게 나옵니다. 그런데 약육이 강식하려면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결국 단일화가 좋아 보입니다.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정치인입니다. 대한민국, 호남, 민주당, 김 전 대통령을 위해서 정치활동을 할 것입니다. 또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조언하겠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 제 혼이 있는 민주당이 잘해서 총선 승리를 하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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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