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족 이래진씨의 개탄

“피 토하는 심정으로…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문재인정부서 ‘월북’으로 결론 난 사건이 정권이 교체된 후로 “인정할만한 근거가 없다”며 지난달 입장이 뒤집혔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여야가 연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 이대진씨는 정말 월북을 시도했던 걸까? 도대체 6시간 동안 동생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족의 친형 이래진씨를 만났다. 

2020년 9월 말 이래진씨는 동생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소연평도로 향했다. 공무 중 실종된 동생이 북한군의 총에 여러 발 맞아 사망했고,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소식이었다. 비보가 믿기지 않았지만 이씨는 문재인정부를 믿었다. 동생 죽음의 원인이 금방 밝혀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의문의 6시간

그러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이씨의 사무실은 들어서자마자 정신이 없었다. 입구에는 먼지 가득한 박스가 천장에 닿을 듯이, 벽에는 작업물을 다루는 각종 기구들이 펼쳐져 있었다. 

작업대에는 이씨가 작업하고 있는 기구들이 널려있었다. 푹 꺼진 소파 옆 유리 책상에는 지금껏 모아온 자료와 명함들로 한가득이다.

이씨의 머리는 어느덧 하얗게 셌다. 지난해에는 사경을 헤맬 정도로 아팠다. 여러 약을 챙겨 먹으면서 오로지 동생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밥 먹을 시간도 줄였다. 매일 라면 한 봉지만 먹으며 시간을 쪼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났다. 인터뷰 중에도 끊임없이 국회 보좌진, 기자,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씨는 색이 노랗게 변한 해도를 기자 앞에 펼쳤다. 해도에는 국방부가 발표했던 동생의 위치와 이씨가 추측하는 위치가 연필로 여러 번 덧쓰여져 있었다. 해도상으로도 제법 큰 차이가 났다. 

“사고지점에서 NLL(북방 한계선)까지 15km 정도입니다. 진행 마일로 하면 약 7마일인 셈입니다. 지금 동생이 체포됐던 좌표가 국방부나 해경에서 발표했던 좌표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좌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에 저는 국방부에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정보가 노출된다고 해서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씨는 6시간 동안 문재인정부에서 무엇을 했는지, 국방부가 과연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 의문을 표했다. 사고 당시 조류는 강화도 방향으로 흘렀다.

동생 의혹 밝히기 위해 생업까지 접어
조작 의심…죽은 이유 알 때까지 투쟁

당시 해류 속도는 시속 2.6㎞ 정도였다. 이씨 주장에 따르면 헤엄쳐서 갈 수도 없고, 수온도 21도 정도로 낮아 저체온증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씨는 문정부에서 이런 것들을 배제하고 국가가 동생을 월북한 사람으로 몰았다고 주장한다. 

당시 해경은 감청자료, 슬리퍼, 구명조끼, 조류, 도박 빚, 정신 공황, 부유물 등 7가지를 증거로 동생이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이씨를 찾아왔다.

“민주당은 사고 직후 태스크포스(TF)를 꾸렸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제게 동생 월북을 인정하라고 했습니다. 월북과 관련된 정황이 있다면서. 당시 제가 동생의 육성이나 증언이 있었느냐, 그렇지 않으면 인정을 못하겠다고 하니까 월북을 인정하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당시 이씨는 정말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정신을 다잡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건 동생의 자녀와 가족이었다.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 생업까지 중단하고, 자료를 직접 찾고, 여기저기 수소문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몇 번씩이나 만나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만나자는 말이 없었다.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답변이 돌아온 적은 없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연락이 왔던 사람을 통해서 공개적으로도 만나자고 했지만 아직도 함흥차사다. 

“문 전 대통령이 원망스럽습니다. 정부와 군이 어떤 대응을 했고, 청와대는 어떤 지시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대통령의 반응도 알고 싶습니다. 6시간 동안 수많은 보고와 지시가 있었을 텐데 재판 과정에서 안보실의 자료는 A4 용지로 달랑 한 장이었습니다.” 

“문재인 너무 원망스러워”
“미안한 사람 정말 많아”

이씨가 원망스러운 사람은 문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최근 피살 사건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그는 동생 사망 당시 군사정보망에 올라온 관련 군사기밀이 삭제됐다는 의혹으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언론에 의하면 박 전 원장이 자료를 삭제했다고 합니다. 국방부에서는 해명을 과거와 다르게 했는데 변호사에게 ‘고발장을 이런 것들과 관련된 내용으로 좀 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정보 삭제 여부는 가장 민감한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사람을 고발하고 수사 요청을 한 것입니다. 신중을 기하고 자료를 검토해 결정하게 됐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동생의 죽음을 모른 채 최근 세상을 떠났다. 동생의 딸 역시 최근에서야 동생의 죽음을 알았다. 이씨는 인터뷰 중 몇 번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작년에 동생이 꿈에 나왔습니다. 동생은 ‘억울해서 도저히 못 가겠다. 꿈에서 빨리 해결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살아 있을 때 거의 매일 통화했는데 짜증, 투정 부리던 목소리가 한 번씩 귓가에 맴돕니다. 동생의 딸은 최근에서야 죽음을 알았습니다. 조카들에게도 너무 미안합니다. 동생을 못 살려서 미안합니다. 형의 능력이 부족해서 못 살린 게 안타깝습니다. 동생 동료들에게도 미안합니다.”

앞서 새 정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 소송 항소 취하를 결정했다. 이전 정부가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정보를 제한했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사실상 정보공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있는 까닭이다. 정보공개를 하려면 국회의원의 2/3가 동의하거나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가 필요하다.


정보 삭제 왜?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정말로 정보가 공개되면 안 되는 듯 보입니다. 첩보를 듣고 아무런 대응도 안 하고 거기에 관련된 증거를 조작했다는 강한 의심이 듭니다. (자료를 공개하면)다 드러날 거 아니겠습니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국군 통수권자는 욕을 먹더라도 해야 되는 일을 올바르게 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마지막 최후 전선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권력은 자기 것이 아니고 국민의 것입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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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