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사당 건립, 이면은?

막 내리는 여의도 정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2026년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행정 수도로 우뚝 설 전망이다. 국회 이전 논의는 20년 전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됐지만, 21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임기 말, 뒤숭숭한 민심을 잠재우려는 문재인정부의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 여의도 국회의사장 전경 ⓒ고성준 기자

세종의사당 건립비 127억원이 올해 정부 예산에 반영되면서, 오래된 국가 숙원사업이었던 국회 이전 문제가 물꼬를 텄다. 국회사무처에서 건립 및 이전 계획안이 확정되면 국회법 개정을 거쳐 세종의사당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는 정부가 중앙부처 이전 등에 대비해 유보지로 남겨둔 곳이다. 전체 부지는 총 61만㎡의 규모. 현재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33만㎡)의 2배에 가깝다.

숙원 사업

이전 대상으로는 정부세종청사의 부처와 관련 있는 국회 16개 상임위 가운데 11개 상임위와 예결위가 거론된다. 정무위·기획재정위·교육위·행정안전위·문화체육관광위·농림축산해양수산위·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이다. 아울러 국회사무처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등이 이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렇게 되면 국회 입법 기능의 3분의 2 정도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는 셈이다.

인력 규모는 11개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240여명을 비롯해 보좌관, 상임위 소속 직원, 사무처, 예산정책처 직원 등 3700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업, 기관단체, 언론인 등을 추산할 경우 직접 이주 인원은 대략 1500명 더 추가될 전망이다. 건설비용으로는 토지매입비와 공사비를 합쳐 1조426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면 경제적 파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해마다 3조원에 달하는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국회와 유관기관 종사자들까지 옮겨오면 8조원이 넘는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및 지역균형 발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조판기 국토연구원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NGO(비정부기관), 의사협회, 변호사협회, 건설협회 등의 이익단체가 내려온다고 하면 상당히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공감대 역시 형성돼있다.

지난 7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절반 이상은 청와대와 국회, 정부 부처 등 모두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청와대/국회 등의 세종시 이전 찬반’을 조사한 결과, ‘이전 찬성’이 53.9%로 절반 이상이었고, ‘이전 반대’ 34.3%, ‘잘 모름’ 11.8%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꾸렸다. 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국민 동의와 여야 합의를 얻은 후 국회 세종 이전을 전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먼저 11개 상임·특별위의 이전을 내년부터 추진하고, 이후에 국회 완전 이전을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1조 투입해 26년 세종시 이전
참여정부 시절부터 논의된 숙원사업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 이전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먼저 다음 재보궐 및 대통령 선거를 위한 ‘공약성’ 카드라는 비판이 있다. 아울러 급등한 집값으로 인해 민심이 뒤숭숭해지자, 이에 대한 ‘돌파용’ 카드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의 역풍이 상당했던 지난해 7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주당은 추진단을 꾸렸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땜질식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무책임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화두로 올렸다. 행정수도는 국가적 파급효과가 상당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 이전 과정 역시 간단하지 않다. 국회 이전을 위해서 세종의사당의 설치 근거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법부인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수도를 옮기는 것에 해당해 ‘개헌 필요 사안’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세종의사당 후보지 ⓒ세종시

국회 이전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 때부터 거론됐던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 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기겠다”는 공약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당시 헌재는 “입법기관의 ‘직무소재지’라는 것은 수도로서의 성격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며 국회의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특히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판시했다. 즉 수도를 옮기기 위해서는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개헌, 행정수도 특별법 입법, 국민투표 등 세 가지 방식을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선거철이라는 변수가 있어 야당과의 협조가 마냥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300명)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수인데, 국민의힘 의석수는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태다.

야당의 협조가 필요해 민주당으로서는 정치적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

행정수도 특별법은 민주당에 유리한 카드다. 만약, 여당 단독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면 야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019년 9월 이후 헌재는 진보색이 강해져, 야당이 헌재에 재소하더라도 2004년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의힘 충청권 중진들은 국회 이전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10만평에 육박하는 여의도 국회 부지는 어떻게 될까. 추진단은 국회의 세종 이전에 따라 서울을 ‘글로벌 경제금융수도’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국회 부지를 4차 산업혁명 관련 과학·창업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10만평은?

민주당 추진위는 국회의사당 본청은 4차 산업 글로벌 아카데미와 컨벤션 센터로, 의원회관은 창업과 투자가 만나는 벤처창업혁신센터로, 국회도서관은 데이터거래소로, 잔디밭이 있는 국회 앞마당은 시민공원을 겸한 벤처파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국민의힘에선 국회 부지에 아파트를 개발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을 정치카드로만 활용하는 것은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며 “전부 세종으로 옮기고 국회 부지 10만평은 서울에 주택수급 괴리를 해결하는 데 쓰자”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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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