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정적 순간

‘꽃길→가시밭길’ 남은 1년도 첩첩산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1년을 맞는다. 취임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윤 총장에 대한 평가는 ‘우리 총장님’서 ‘식물총장’으로 급전직하했다. 윤 총장이 변한 걸까,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걸까. <일요시사>가 지난 1년 윤 총장의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2017년 3월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그해 5월 대통령 선거서 정권이 바뀌었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보수정권이 붕괴하고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정치권에 천지개벽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도 180도 뒤집혔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의 검사 인생은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굴곡졌다. 윤 총장은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했다.(23기) 동기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인 34세에 공직을 시작한 윤 총장은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의 검사 생활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이후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징계를 받았다. 당시 윤 총장이 국정감사 자리서 외압을 폭로하는 모습은 그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이때 나왔다. 

이후 윤 총장은 2014년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당했다. 기수문화를 중시하는 검찰서 주요 보직서 일했던 선배 검사가 후배 밑으로 간다는 자체가 굴욕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윤 총장은 검찰을 떠나지 않았고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검찰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6월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이후 지난해 7월25일 199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지검장 출신의 첫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43대 검찰총장 취임= 시작은 꽃길이었다. 윤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면서 이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과 불법자금 수수’를 들었다. 정치권의 불법행위가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칼잡이의 등장에 국민은 물론 대통령도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아주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며 “기억하는 한에서 검찰총장 인사에 이렇게 국민의 관심이 크게 모인 적은 역사상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국민 사이에 검찰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크고 신임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검장 안 거친 첫 검찰총장
대통령 기대 속 취임했지만…

그러면서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조국 수사= 윤 총장과 청와대·집권여당의 허니문 기간은 길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가족 비리·사모펀드 등의 의혹이 쏟아졌다. 검찰이 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강제수사를 개시한 시점은 8월27일. 이날을 기점으로 윤 총장과 문정부는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입시비리·사모펀드·웅동학원 의혹과 관련해 고려대·서울대·코링크PE·웅동중 등 3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9월6일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조 전 수석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전격 기소됐다. 

숱한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조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이후 2주 뒤인 9월23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검찰은 11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민 여론은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분열됐다. 분열된 여론은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서 세 싸움에 돌입했다.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은 조국 수호와 함께 검찰 개혁을 외치며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쳤다. 반면 광화문에서는 ‘문재인정권 규탄’을 외치며 맞섰다. 불과 2개월 전 윤 총장의 청문회 때와 비교해 공수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 연출됐다. 

▲공수처법 통과 & 추미애 장관 취임=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1호 공약으로 ‘검찰 개혁’을 내세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았다. 공수처의 설치는 노무현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진보정권의 숙원이었다.

한 달 만에
장관 공격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지 244일 만이다. 공수처는 별도의 독립기구로서 지위를 갖고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맡는다. 공수처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검찰 권력은 약화된다. 

윤 총장은 공수처법 통과 이후 나온 첫 대외 메시지서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그는 청문회 서면 답변서도 “공수처법은 이미 입법 과정에 있고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며,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제도 개편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지금보다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법이 통과된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조 전 장관에 이어 문정부 세 번째 법무부 장관이 된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사안마다 대립했다. 칼을 먼저 휘두른 건 추 장관이었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측근들을 흩어놨다. 

윤 총장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기소하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된 인사들을 무더기로 기소하는 등 기소권으로 맞섰다. 윤 총장과 추 장관 사이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기만 했다. 이후 21대 총선서 범여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가족·측근
도덕성 타격

▲장모·아내 의혹= 올해 초 윤 총장 가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월 윤 총장의 장모 최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최씨는 동업자와 함께 지난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서 자금을 모으는 데 350억원대 위조 통장 잔고증명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아내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논란도 나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2월 경찰 수사첩보 보고서를 인용해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에 대해 경찰이 2013년 정식 내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의혹은 윤 총장의 청문회서도 거론된 적이 있지만 윤 총장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핵심증인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최강욱 대표와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총선 기간인 지난 4월7일 최씨와 김 대표를 각각 사문서 위조 및 사기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이들은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만약 가족 수사에 진전이 없다면 7월 출범하는 공수처서 검찰의 직무유기, 직무태만 문제를 짚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내와 장모 의혹은 내내 윤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황 최고위원은 지난 4일에도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는 한 인터넷 매체 보도를 공유하면서 “머지않아 드러날 윤 총장 가족의 현란한 행각이 여러분의 얼마 남지 않은 자존감마저 탈탈 털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난 4월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고발장을 제출한 사람 중 하나”라며 “이제 두 달이 넘었다. 석 달은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사건은 김씨(김 대표)가 보유했던 주식을 언제 얼마에 팔았고, 매도 주문이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를 파악하면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인지 웬만한 것은 다 결정된다”고 압박했다. 

조국 수사 뛰어들면서 청과 대립
수사지휘권 결국 수용 사면초가

▲‘최측근 연루’ 검언유착 의혹= 가족 의혹에 이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연루되면서 윤 총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한 윤 총장의 결정을 두고 법무부와 추 장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서 강하게 반발했다.

추 장관은 2005년 이후 15년 만에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은 전국 검사장 회의, 법조 원로 등을 통해 자문을 구하고 ‘독립 수사본부’라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추 장관에게 거부당했다. 결국 검언유착 의혹서 대검이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 국회 본회의 통과하는 공직수사처비리법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적으로 항명한 것도 윤 총장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검찰 내부서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례기 때문이다. 실제 항명 논란이 불거진 이후 3주 동안 윤 총장은 이 지검장의 주례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의 남은 임기 1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보다 더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먼저 공수처 출범이 예정돼있다. 다만 공수처법 시행일인 15일 현재 국회가 공수처 출범은커녕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마저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공수처 후속 3법에 대한 처리도 이뤄지지 않아 7월 내 출범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 인사도 임박했다. 법무부는 이달 안으로 하반기 검찰 중간 고위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인사 단행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법무부와 대검의 관계가 크게 틀어진 만큼 윤 총장을 고립시키는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인사 
고립될 듯

추 장관은 지난 6월 국회에 출석한 자리서 “지난 1월 인사는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며 1월 인사가 당시 검찰 간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음을 분명히 했다. 또 “일단 인사 기조는 형사공판부서 묵묵히 일해온 인재들을 발탁하고 전문검사제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향후 인사 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위법하다’는 의견을 낸 검사장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당시 검사장들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또 총장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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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