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꽃놀이패

장관이 판 깔고 여당이 부채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연일 두들겨 맞고 있다. 집권여당에선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입만 열면 윤 총장에게 맹공을 퍼붓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질수록 그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단숨에 대권주자로 뛰어오르는 모양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여론조사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범보수 후보 가운데서는 1위다.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6월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서 윤 총장은 10.1%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30.8%),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의 뒤를 이었다. 윤 총장은 이번 조사서 처음으로 대상에 포함됐다. 

야권 1위
깜짝 등장

홍준표 의원(5.3%),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4.8%), 오세훈 전 서울시장(4.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3.9%) 등 범보수 진영 후보들은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리얼미터는 “윤 총장이 ‘모름·무응답’ 등 유보층과 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 등 범보수·야권주자의 선호층을 흡수했다”며 “이낙연·이재명과 함께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앞서 조짐은 있었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윤 총장은 10.8%를 얻었다. 이낙연 의원(32.2%)에 이어 2위다. 황교안 전 대표(10.1%)보다도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보도가 나간 후 윤 총장은 “여론조사 후보군서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한국갤럽이 2월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서도 윤 총장은 5%의 선호도를 얻어 이 의원(25%), 황 전 대표(10%)에 이어 3위에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번 윤 총장 지지율의 배경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보수층이 집결했다는 것이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때리면서 키워줘 마치(윤 총장의) 선거대책본부장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추 장관은)김여정처럼 후계자가 되고 싶은 거 아니냐”며 “김여정과 흡사한 그런 톤에 ‘잘라먹었다’며 북한서 쓰는 말(투를 사용해 윤 총장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검 안팎서 ‘총장 흔들기’
추, 비판에 되레 지지율↑

추 장관은 올해 1월 취임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윤 총장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21대 총선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에는 비판 수위가 더 높아졌다. 실제 최근 민주당 지도부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함구령까지 내렸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은 민주당의 목소리에 더해 윤 총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등 ‘윤 총장 때리기’ 최전선에 나선 상태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진 시점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이 수사 과정서 증언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접수되면서부터다. 이 진정 사건을 어디에 배당할지를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정면으로 맞붙었다. 법무부는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로 이관했는데, 윤 총장은 징계 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넘겼다. 


진정 사건 배당을 둘러싼 핑퐁 싸움이 이어졌고, 이 과정서 추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윤 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초선의원 혁신포럼’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법 8조에 의한 저의 지시를 어기고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이 재지시를 내리는 것은)검찰의 치명적인 오욕”이라며 “(장관)말을 안 들어서 재지시를 내렸다고 검찰사에 남아보라. 장관이 그렇게 할 정도로(총장이) 개혁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개혁 대상이 돼버렸다는 게 증명이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이 말 안 듣는 총장이랑 일해본 적도 없고 재지시를 해본 적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강요미수 혐의로 수사 중인 채널A 이모 기자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대립 중이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성윤 지검장과의 갈등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검찰 안팎서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사건건
작심 비판

앞서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대검 측은 주요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결정은 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결정에 대해 추 장관은 “아주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전문수사자문단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서 나온 답변이다. 

그러면서 “규정에 따르면 전문수사자문단은 피의자 측이 요청할 근거가 없다”며 “그런데 수사팀의 이의제기에도 피의자의 요청을 받아 전문수사자문단을 꾸린다면 아주 나쁜 선례가 된다는 우려 제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무혐의 결론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한 것에 추 장관은 “수사팀도 같은 의심을 하며 (자문단 구성에)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전문수사자문단 중단을 지시하는 게 타당하다’고 하자 “여러 지적들에 대해 더 상세한 보고를 듣고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검찰 내부서도 ‘윤석열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서 “대검찰청 전문수사자문단 관련 절차 중단을 건의했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이성윤 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항명을 하고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수사팀은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촉구했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특임검사로 임명되면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 보고한다. 2010년 8월 스폰서 검사 논란 이후 도입됐다. 사실상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
항명 사태


수사팀은 “자문단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동시 개최 및 자문단원 선정과 관련된 논란 등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관련 사실관계와 실체적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단계서 자문단을 소집하면 시기나 수사 보안 등의 측면서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검은 “혐의 입증에 자신 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하라”며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와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철 전 대표 사이에 말을 전달한 인사들이 있었던 만큼 신중하게 정황을 파악하고, 의혹 제기의 배경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 지휘협의체서도 범죄 구조의 독특한 특수성 때문에 여러 차례 보완 지휘를 했고, 풀버전의 영장 범죄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수사팀은 지휘에 불응했다”며 “이런 상황을 보고 받은 윤 총장이 부득이하게 자문단에 회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대검은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했다면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했어야 한다”며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이 지검장의 공개 항명 사태가 일어난 다음날에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두 기관의 충돌로 국민의 불편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우려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윤 총장을)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현직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블랙코미디’(민주당 김진애 의원)라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두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여 “거품” 확대 해석 경계
야 “대선후보될 수 있어”

윤 총장이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것을 두고 야권과 여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야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여권은 한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통합당 이만희 의원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는 소신과 추 장관 등으로부터 온갖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자세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라디오서 밝혔다. 이 의원은 “때릴수록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오르니까 민주당에선 함구령까지 내렸다”며 “통합당의 당헌·당규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누구든지 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김무성 전 의원은 윤 총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자기 일에 소신과 의미를 갖고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그런 지도자를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총장의 급부상이 이른바 야권의 잠룡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반면 여권에선 ‘거품’ ‘신기루’ 등으로 진단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서 “어떤 나라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참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기본적으로 윤 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며 가진 역량이 총장이란 지위서 비롯된 것이 많다”며 “총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느냐가 계속 평가받을 것이므로 일단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깎아내렸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에는 도대체 대통령 후보가 없지 않느냐”며 “잠시 신기루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에 대해서는 “자기 영역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자제해야”

여권서도 추 장관의 행보에 대한 공개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조 의원은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라도 추 장관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해 말문을 잃을 정도”라며 “거친 언사로 검찰 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의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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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