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VS 주호영의 주도권 샅바싸움

‘전략가 vs 전략가’ 협치 어렵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의 시작을 장식할 거대 양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이 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에 주력할 전망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재건과 쇄신의 닻을 올려 대선서 설욕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양당 신임 원내대표들이 21대 국회를 맞이하는 포부를 비롯해 여러 현안들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 인사 나누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오는 30일 새로운 국회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4선 김태년 의원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에서는 5선 주호영 의원이 각 당을 이끌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21대 국회의 첫 1년을 이끌면서, 임기 4년의 분위기를 좌우할 중책을 맡게 됐다.

“일하자” 공감
딴 사안 이견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당권파 친문이다.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경선서 이인영 전 원내대표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과반을 획득해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의 강점은 청와대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친문(친 문재인)’이라는 점이다. 이해찬 대표와도 친분이 두텁다. 이 외에도 그는 정책과 디테일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김재원 의원은 그를 ‘정치 천재’라며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런 지략과 정책적인 측면,  전략적인 측면서 대단한 분”이라 칭찬했다.

반면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검증된 전략가’로 꼽힌다. 법조인 출신으로 평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성격 덕분에 정치권에선 협상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계파색이 옅은 온건 보수에 속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통합당은 21대 국회서 180석에 이르는 ‘슈퍼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당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 강경파보다는 협상할 줄 아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당선소감서 코로나 정국 및 총선 참패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 어깨가 무겁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매우 무겁다.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지난 7일, 국회 당선인 총회)

▲(주) 책임감이 어깨를 많이 누르고 있다. 이제 우리당은 바닥까지 왔다.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집권을 할 수 없고, 그야말로 역사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패배의식을 씻어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최선을 다해 당을 재건하고, 수권정당이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지난 8일, 국회 당선인 총회)

두 신임 원내대표 모두 전술에 능한 전략가들이기 때문에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불꽃 튀는 원내 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슈퍼여당을 이끌며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다음 대선 전까지 통합당을 혁신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103석을 얻는 데 그치며, 전국 단위 선거서 4번 내리 패배했다.

‘사사건건’ 같은 질문 다른 답변
두 신임 원내사령탑 대충돌 예고

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서 처음으로 공식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20여분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서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협치’를 강조했다.

▲(김) 여당 원내대표로서 매우 논리적이고 유연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국정 동반자로서 늘 대화하고 협의하며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회를 만들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주)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첫 해에 존경하는 김 원내대표를 모시고 일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을 적극적으로 도와 국난에 가까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협조하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두 분이 신속히 만나 저녁을 먹으며 원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국회 농성으로 관심을 끈 과거사법에 대해 “문제없이 이번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는 의견이 교환됐다”고 밝혔다.

두 원내대표 회동 이후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과거사법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N번방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서 악수 나누고 있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법’을 꼽았다. 일하는 국회법에는 정기회가 없는 달에도 매달 임시회를 개회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불출석에 대한 징계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이라 개원 직후 양당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김) 국회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들었던 ‘이게 국회냐’ 질타를 ‘이것이 국회다’라는 찬사로 바꿔야 한다. 국회 개혁의 핵심은 숙의의 총량은 유지하되, 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상시국회 제도화, 법사위 체계 및 자구심사권 폐지, 복수 법안심사소위원회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일하는 국회에 찬성한다. 국정 협조할 건 과감하게 협조하겠다. 국가적 위기 상황서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일하는 국회는 저희도 찬성이다.(8일, 당선인 총회)

치열한
수 싸움

체계·자구 심사가 법안 지연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법사위에 넘어온 법안 가운데 체계·자구 수정한 것이 절반 정도 될 만큼 손볼 때가 많다. 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지난 19일, <세계일보> 인터뷰)

지난 20대 국회서 보였던 동물 국회, 식물 국회로 인해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에 21대 국회 당선인들은 지난 21일 ‘대한민국 4.0 포럼-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하여’를 열어, 일하는 국회를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법안서도 양당의 신임 원내대표는 이견을 보였다.

지난 5월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민주당과 통합당 인사들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기념식 마무리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흘러나온 막말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5·18 관련 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당의 극우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다만 주 원내대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역사 왜곡 처벌 강화 부분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헌법 학자라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난 다음,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두환씨 등이 거짓된 주장을 못하도록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 전씨는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 주범이고, 5·18을 둘러싼 가짜뉴스의 온상이다. 북한개입설도 당시 신군부서 나왔다. 5·18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 학살 책임자가 끝까지 죄를 부정하며 활개를 치도록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진상조사위 활동이 과거처럼 미완으로 끝나지 않게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도 환수할 방법을 찾겠다.(1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

▲(주)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다. 당 일각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왔다. 아물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이 마치 당 전체의 생각인양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지난 16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성명)

21대 국회
첫 과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한 법안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공청을 거쳐야 한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권한 확대에는 압수수색 권한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자는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난 19일, CBS 인터뷰)

최근 민주당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역사 왜곡 처벌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이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5·18 관련 법안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한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위성정당과의 합당 여부도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다. 주 원내대표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지난 14일 합당 논의 기구를 만들어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잘된 일’이라면서도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주) 통합당과 한국당의 조속한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합당 수임기구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양당 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4+1’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지난 21대 총선서 확인한 만큼, 20대 국회 회기 내 폐지시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지난 14일, 국회 합동 기자회견)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의 면담 자리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 통합당과 한국당의 합당은 잘된 일이다. 이렇게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 폐지는 다음 선거가 4년 후에 치러지는데, 그걸 지금 옵션으로 걸 필요는 없다. 그건 핑계를 위한 핑계, 샅바싸움에 불과하다.(지난 14일, 국회)

통합당과 한국당은 오는 29일까지 합당을 결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통합당과 조속한 합당을 이루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으나 합당 지연을 염두에 둔 듯한 여러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서 한국당과 “최대한 빠른 합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런저런 이유가 자꾸 나와 조만간 합당하는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이 성사되면 통합당의 지역구 당선인(84명)과 한국당의 비례대표 당선인(19명)을 합쳐 103석이 된다.

김, 코로나19 인한 경제극복 주력
주, 절박감으로 보수 쇄신에 앞장

반면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마무리 한 상태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은 원 구성에 집중하는 반면 통합당은 결속과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의 법정시한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통합당은 당선인 워크숍서 지도부 체제를 구축해 당을 정상화시킬 계획임을 전했다.

▲(김) 20대 국회가 원 구성에 14일을 소요해 역대 최단기록을 세웠지만 법정시한을 지키진 못했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보다 시간을 더 단축하고 반드시 법정시한을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도 21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오직 국민을 위해 원 구성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간절하게 통합당과 협상하겠다.(지난 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당선인 워크숍에서는 21대 총선 분석·평가가 있을 것이다. 한국당과의 통합 문제, 당 혁신 방안, 지도부 체제 구성 등을 다 정리하고 논의할 것이다. 워크숍을 계기로 국민이나 당원에게 ‘통합당이 정말 많이 바뀌어가고, 이제 좀 희망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성공적 연찬회가 되길 기대한다.(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

20대 국회 입법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양당은 어떤 법안을 가장 먼저 추진할까. 민주당은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해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면 통합당은 국민 부담 경감 및 경제 활성화 법안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법안 등을 1호 법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통합당에서는 당내 추진 요구가 높은 선거제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당선자 25명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제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대선 D-2년
입법 경쟁

여야 모두 다음 국회서 추진할 법안들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에서는 입법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이 2년 남은 시점에서 입법에 성과를 냄으로써 국민들에게 유능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당 ‘윤미향 저격’ 작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정치권 역시 공방전으로 들어섰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의연도 외부 기관을 통해 회계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유보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저희는 공당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까지 승화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던 운동 자체가 폄훼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통합당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TF 위원장은 곽상도 의원이 맡았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서 “진상을 규명하고 수사와 사퇴를 촉구하고, 국정조사 추진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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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