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맞서 싸워라”…청춘에 던지는 응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파수꾼>은 기념비적인 독립영화다. 10대의 혼란과 방황을 내밀하게 풀어낸 <파수꾼>은 충무로를 강타했다. 배우들 전체가 신인에 가까웠던 이 영화로 윤성현 감독은 단숨에 실력파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신작을 내놨다. 제목은 <사냥의 시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개봉이 밀리다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전 세계 팬들과 만나고 있다. 길고 긴 여정을 거쳐 자식 같은 작품을 선보인 윤성현 감독이 <사냥의 시간>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넷플릭스

9년이나 지났다. <파수꾼>이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초히트를 쳤고, 윤성현 감독은 이내 새로운 작품을 연출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작은 좀처럼 밖에 나오지 못했다. 

9년 만에…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윤성현 감독은 9년이 걸린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 결과적으로 영화화까지 가지 못했다고 한다. 

“내 성격의 문제였던 것 같다. SF물을 준비했다. 그 이야기를 쓰면서도 영화로 제작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워낙 큰 규모의 영화였다. 정말 엄청 크다. 그러면 포기를 했어야 하는데, 한 번 칼을 뽑으면 뭐라도 베는 타입이라서 끝까지 했다. 그 무모한 도전을 하다 4∼5년을 허비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사냥의 시간>을 준비했고, 개봉까지 4년여가 걸렸다. 그렇게 9년이 지났다.” 

<사냥의 시간>도 4년이 걸렸다. 촉망받은 윤 감독이 공들여 만든 <사냥의 시간>에는 <파수꾼>으로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제훈, 박정민과 영화 <기생충>의 최우식, <족구왕>과 tvN <응답하라 1988>의 안재홍 등 충무로를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닌 30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아울러 배우 조성하와 tvN <슬기로운 감방생활>로 인지도를 얻은 박해수도 나온다. 


출연 인물만으로도 이 영화는 2020년 최대 기대작이었다. 스스로를 두고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칭했다. 

“캐스팅 과정서 나에게는 결정권이 없다. 투자사나 제작사에 그 결정권이 있다. 내 의견이 무조건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번에는 내가 가장 원했던대로 이뤄졌다. 네 명의 친구와 안타고니스트 역의 박해수까지, 내가 모두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조합이다.”

이제훈과 박정민, 안재홍, 최우식을 비롯해 박해수의 시너지는 어마어마하다. 배우들이 갖고 있는 힘이 모니터로부터 전달된다. 연기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하고의 작업은 행복했다. 존중을 기반으로 찍다 보니까 아무리 힘든 상황이 있고 도전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잘 넘길 수 있었다. 미술과 조명, 촬영, 연기 모두 내게는 도전이었다. 어려움 앞에서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줬다. 개인적으로 영광이었다.”

<사냥의 시간>은 단순한 플롯을 지닌다. 3년 만에 뭉친 세 친구가 지옥 같은 한국을 벗어나 도박장을 터는 이야기다. 도박장을 털어 희망을 맛보지만, 이내 절망으로 치닫는다. 그 절망으로 이끄는 중심에는 악역 한(박해수 분)이 있다. 

마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와 같은 존재다. 쉽게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든 쉽게 죽여버리는 괴이할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 생소한 존재로부터 오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지옥을 그리고 싶었다”
“행복했고 영광이었다”


“한은 단순한 인물을 넘어서서, 이 영화의 장르기도 하다. 감정이입을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줬다. 마치 터미네이터나 죠스 같은 존재다. 존재 이유를 파악할 수 없는 낯선 존재에서 오는 공포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안톤 시거의 경우 규칙이 분명했다. 죽는 인물과 죽지 않는 인물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그 규칙이 일정한 상황서 연달아 발생한다. 그래서 안톤 시거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한은 그렇게 이해되기엔 규칙이 빈약하다. 특히 준석(이제훈 분)을 놓아주는 부분에서 실망했다는 대중이 적지 않다.

“한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준석을 풀어주는 장면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한은 순수하게 사냥에 초점을 맞춘 인물이다. 여러 정보가 있었는데, 편집 과정서 많이 잘렸다. 사냥꾼들이 호랑이 사냥할 때와 토끼 사냥할 때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한도 그런 종류의 인물로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한에게 있어 준석은 호랑이 같은 존재였고, 그래서 사냥을 즐기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주요 인물들이 한으로부터 쫓기는 과정서의 서스펜스는 상당하다. 공간과 소리, 색감 등 다양한 부분서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순간 몰입도는 어마어마하다. 
 

▲ 윤성현 감독 ⓒ넷플릭스

“지옥도를 그리는 과정 속에서 우선 케이퍼적 요소를 선택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장르가 바뀌 서스펜스로 전환시키고, 막판 총격전이나 싸움은 서부극을 투영했다. 장르의 변화를 의도했고, 상황에 따른 목적성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 지옥 같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횡행했는데, 그 부분에서 착안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 지옥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아는 대다수가 지옥 같은 환경서 탈출하거나 외면하고 싶어한다. 그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경우가 많다. 꼭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니지만, 나름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피하는 게 전부가 아닌, 맞서 싸울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엔딩서 그 메시지가 준석(이제훈 분)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아무리 벗어나려 발 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공포 앞에서 준석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악의 중심과 맞서려 한다. 놀랍게도 영화는 악당을 처치하는 것도 아닌, 처치하러 가는 과정서 마무리를 짓는다. 사건을 매듭짓지 않고 끝낸다. 신선하지만, 허무함도 느껴진다. 일각에선 속편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용기

“속편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악당을 죽이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인공이 악당을 죽여야 하는 게 상업 영화의 화법으로는 맞지만, 꼭 이 영화마저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매듭짓는 영화는 많으니 <사냥의 시간>마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용감한 결정이었는데, 흥미롭게 봐주시면 감사하고 무책임하다고 느낀다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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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