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여성 아이돌 그룹’ 대상 성희롱 실상

미성년자인데…씹고 만지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가수 설리와 구하라의 비보를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대중은 그 아픔을 벌써 잊은 듯하다. 악플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어린 걸그룹 멤버들을 향한 도 넘은 성희롱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수년 전부터 굵직한 연예기획사들은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왔다. 소속사들은 ‘악플도 팬심’이라는 이유로 인내를 갖고 참아내다 결국 수많은 네티즌을 고소했다. 성적인 비하 발언이나 루머를 양산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여성 아이돌을 향한 성희롱은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미성년자에게도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아이돌 성희롱’의 행태를 짚어봤다.
 

▲ 에이프릴 진솔 ⓒ인스타그램

걸그룹 멤버들이 대중의 성희롱에 노출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건이 터졌다. 걸그룹 에이프릴 진솔은 자신의 SNS에 ‘짧은 의상이나 좀 달라붙는 의상 입었을 때 춤추거나 걷는 것 뛰는 것 일부러 느리게 재생시켜서 짤 만들어서 올리는 것 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고, 해당 글은 게시되자마자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2001년 12월4일생인 진솔은 만18세다.

성적 대상화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진솔 움짤(움직이는 사진)’로 검색해보면 진솔의 민감할 수 있는 신체 일부를 근거리서 촬영해 느리게 재생시키는 ‘움짤’이 적잖이 보인다. 이런 노골적인 카메라 구도는 찍히는 이의 수치심을 유발하게끔 만들어진 영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영상은 K팝 문화 내에 있는 ‘직캠 문화’와 관련이 깊다. 직캠 문화는 아이돌 무대 현장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유튜브에 공유할 고화질 영상을 촬영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웬만한 언론사의 장비보다 훨씬 고가의 장비로 아이돌을 찍는데 K팝 문화의 성장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EXID의 경우 직캠 영상을 통해 데뷔곡 ‘위 아래’가 역주행 히트를 기록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물론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만만찮다. 특히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신체 일부분을 확대하거나 특정 구간을 느리게 재생하며 가수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한편,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뿌려대고 있다. ‘모럴 해저드’가 큰 문제로 꼽히는 것.


이와 관련해 에이프릴의 소속사 DSP미디어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진솔을 위해 팬들이 먼저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에이프릴’ 갤러리에는 ‘에이프릴 갤러리 법적 대응 성명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멤버 진솔이 SNS를 통해 고통을 호소한 내용을 접하고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허위 사실 유포·성희롱·명예훼손·인신공격·사생활 침해 등의 악성 게시물에 대해 그 어떤 합의나 선처 없이 엄중하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AOA 멤버 설현

앞서도 비슷한 성희롱 사건은 꾸준히 지속됐다. 최근 생을 마감한 에프엑스 출신의 설리는 생전 끊임없이 성희롱을 겪어야 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사진을 다수 올린 그는 SNS서 치욕적인 말을 수년간 들었다.

전날까지도 광고 촬영 소식을 기쁘게 전한 설리의 죽음이 악플로 인한 상처 때문 아니냐는 주장이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여성 아이돌들이 모욕을 겪고 있다. 걸그룹 AOA 설현 역시 사진이나 영상 중 일부 신체를 집요하게 확대한 사진으로 곤혹을 치렀으며, 지난 10월에는 가수 박지민이 성희롱 글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온라인 만연한 모럴 해저드
소속사의 성 상품화도 문제

당시 박지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하얀색 크롭티를 입은 사진을 게재했는데, 해당 사진을 올린 후 일부 악플러들은 악성 댓글과 성희롱 글을 박지민에게 직접 보냈다.

박지민은 “제 사진 한 장으로 온갖 DM(다이렉트 메시지)에 하지도 않은 가슴 성형에 대한 성희롱, DM으로 본인 몸 사진 보내시면서 한 번 하자라고 하시는 분, 특정 과일로 비교하면서 댓글 쓰시는 분들, DM 다 신고하겠다”며 강력하게 불쾌감을 표현했다.


다비치의 강민경도 라이브 방송 중 악플과 성희롱적인 발언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다가도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인뮤지스의 경리는 한 대학교의 주점 홍보 포스터를 통해 성희롱을 당했다. 해당 홍보 포스터에는 속옷만 입은 경리의 전신 양 옆으로 ‘오늘 나랑 딱 찧을래’ ‘자세 좀 뒤집어줘’ 등과 같은 문구가 있어 논란이 됐었다.

원더걸스의 소희는 약 1년 동안 지속해서 음란한 내용이 담긴 멘션을 받다 못해 정식 수사를 의뢰했고, 미쓰에이 출신 수지 역시 한 포털사이트에 성적인 묘사를 한 합성사진을 올린 네티즌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의한법률위반죄로 형사 고소했다.
 

▲ 고 설리 ⓒ설리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서 ‘먹니’ 박동근이 미성년자인 채연(15세)에게 성희롱 발언 및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는 행위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이로 인해 남성 출연자들은 하차했으며,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됐다. 이 일로 김명중 EBS 사장까지 직접 나서 사과했지만, 대중의 화는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도 넘는 성희롱이 이어지자 지난 7월, 한 20대 여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수의 성희롱 게시글이 올라 온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일베와 다를 바 없는 남초 커뮤니티의 성희롱 게시글과 음란물 유포 혐의를 수사해달라’라는 제목으로 4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수면 위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남성들의 성적 대상화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성 연예인을 상대로 성적인 비하를 하는 경우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여성학자는 “나이 어린 여성들이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지원을 해서 가수가 되는데,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소속사가 앞에 나서서 교육을 하고 보호를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성 상품화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소속사 차원서 재능 있는 가수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성희롱’ 네티즌 설전

에이프릴 진솔의 발언으로 인해 온라인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미성년자인 진솔의 사진 일부를 확대해서 올려 수치심을 유발한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입장과 그런 것조차 싫다고 하면 연예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어린 여성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사진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있고, 이것으로 당사자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내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반대되는 측은 과거 아이돌과 성적 대상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한 여성학자는 “여성 연예인들의 대중의 성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 성적 대상화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내용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한국 사회가 인권에 심사숙고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진솔이 대중에 불편함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나이 어린 본인에게 야한 의상을 입힌 소속사를 상대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엉덩이 살이나 어깨나 가슴이 노출된 의상을 당초에 거절했으면 그런 사진 자체가 나올 수 없다. 그런 영상이 나오는 게 싫다며 회사에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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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