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여성 아이돌 그룹’ 대상 성희롱 실상

미성년자인데…씹고 만지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가수 설리와 구하라의 비보를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대중은 그 아픔을 벌써 잊은 듯하다. 악플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어린 걸그룹 멤버들을 향한 도 넘은 성희롱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수년 전부터 굵직한 연예기획사들은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왔다. 소속사들은 ‘악플도 팬심’이라는 이유로 인내를 갖고 참아내다 결국 수많은 네티즌을 고소했다. 성적인 비하 발언이나 루머를 양산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여성 아이돌을 향한 성희롱은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미성년자에게도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아이돌 성희롱’의 행태를 짚어봤다.
 

▲ 에이프릴 진솔 ⓒ인스타그램

걸그룹 멤버들이 대중의 성희롱에 노출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건이 터졌다. 걸그룹 에이프릴 진솔은 자신의 SNS에 ‘짧은 의상이나 좀 달라붙는 의상 입었을 때 춤추거나 걷는 것 뛰는 것 일부러 느리게 재생시켜서 짤 만들어서 올리는 것 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고, 해당 글은 게시되자마자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2001년 12월4일생인 진솔은 만18세다.

성적 대상화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진솔 움짤(움직이는 사진)’로 검색해보면 진솔의 민감할 수 있는 신체 일부를 근거리서 촬영해 느리게 재생시키는 ‘움짤’이 적잖이 보인다. 이런 노골적인 카메라 구도는 찍히는 이의 수치심을 유발하게끔 만들어진 영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영상은 K팝 문화 내에 있는 ‘직캠 문화’와 관련이 깊다. 직캠 문화는 아이돌 무대 현장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유튜브에 공유할 고화질 영상을 촬영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웬만한 언론사의 장비보다 훨씬 고가의 장비로 아이돌을 찍는데 K팝 문화의 성장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EXID의 경우 직캠 영상을 통해 데뷔곡 ‘위 아래’가 역주행 히트를 기록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물론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만만찮다. 특히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신체 일부분을 확대하거나 특정 구간을 느리게 재생하며 가수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한편,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뿌려대고 있다. ‘모럴 해저드’가 큰 문제로 꼽히는 것.


이와 관련해 에이프릴의 소속사 DSP미디어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진솔을 위해 팬들이 먼저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에이프릴’ 갤러리에는 ‘에이프릴 갤러리 법적 대응 성명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멤버 진솔이 SNS를 통해 고통을 호소한 내용을 접하고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허위 사실 유포·성희롱·명예훼손·인신공격·사생활 침해 등의 악성 게시물에 대해 그 어떤 합의나 선처 없이 엄중하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AOA 멤버 설현

앞서도 비슷한 성희롱 사건은 꾸준히 지속됐다. 최근 생을 마감한 에프엑스 출신의 설리는 생전 끊임없이 성희롱을 겪어야 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사진을 다수 올린 그는 SNS서 치욕적인 말을 수년간 들었다.

전날까지도 광고 촬영 소식을 기쁘게 전한 설리의 죽음이 악플로 인한 상처 때문 아니냐는 주장이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여성 아이돌들이 모욕을 겪고 있다. 걸그룹 AOA 설현 역시 사진이나 영상 중 일부 신체를 집요하게 확대한 사진으로 곤혹을 치렀으며, 지난 10월에는 가수 박지민이 성희롱 글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온라인 만연한 모럴 해저드
소속사의 성 상품화도 문제

당시 박지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하얀색 크롭티를 입은 사진을 게재했는데, 해당 사진을 올린 후 일부 악플러들은 악성 댓글과 성희롱 글을 박지민에게 직접 보냈다.

박지민은 “제 사진 한 장으로 온갖 DM(다이렉트 메시지)에 하지도 않은 가슴 성형에 대한 성희롱, DM으로 본인 몸 사진 보내시면서 한 번 하자라고 하시는 분, 특정 과일로 비교하면서 댓글 쓰시는 분들, DM 다 신고하겠다”며 강력하게 불쾌감을 표현했다.


다비치의 강민경도 라이브 방송 중 악플과 성희롱적인 발언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다가도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인뮤지스의 경리는 한 대학교의 주점 홍보 포스터를 통해 성희롱을 당했다. 해당 홍보 포스터에는 속옷만 입은 경리의 전신 양 옆으로 ‘오늘 나랑 딱 찧을래’ ‘자세 좀 뒤집어줘’ 등과 같은 문구가 있어 논란이 됐었다.

원더걸스의 소희는 약 1년 동안 지속해서 음란한 내용이 담긴 멘션을 받다 못해 정식 수사를 의뢰했고, 미쓰에이 출신 수지 역시 한 포털사이트에 성적인 묘사를 한 합성사진을 올린 네티즌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의한법률위반죄로 형사 고소했다.
 

▲ 고 설리 ⓒ설리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서 ‘먹니’ 박동근이 미성년자인 채연(15세)에게 성희롱 발언 및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는 행위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이로 인해 남성 출연자들은 하차했으며,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됐다. 이 일로 김명중 EBS 사장까지 직접 나서 사과했지만, 대중의 화는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도 넘는 성희롱이 이어지자 지난 7월, 한 20대 여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수의 성희롱 게시글이 올라 온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일베와 다를 바 없는 남초 커뮤니티의 성희롱 게시글과 음란물 유포 혐의를 수사해달라’라는 제목으로 4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수면 위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남성들의 성적 대상화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성 연예인을 상대로 성적인 비하를 하는 경우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여성학자는 “나이 어린 여성들이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지원을 해서 가수가 되는데,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소속사가 앞에 나서서 교육을 하고 보호를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성 상품화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소속사 차원서 재능 있는 가수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성희롱’ 네티즌 설전

에이프릴 진솔의 발언으로 인해 온라인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미성년자인 진솔의 사진 일부를 확대해서 올려 수치심을 유발한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입장과 그런 것조차 싫다고 하면 연예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어린 여성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사진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있고, 이것으로 당사자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내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반대되는 측은 과거 아이돌과 성적 대상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한 여성학자는 “여성 연예인들의 대중의 성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 성적 대상화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내용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한국 사회가 인권에 심사숙고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진솔이 대중에 불편함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나이 어린 본인에게 야한 의상을 입힌 소속사를 상대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엉덩이 살이나 어깨나 가슴이 노출된 의상을 당초에 거절했으면 그런 사진 자체가 나올 수 없다. 그런 영상이 나오는 게 싫다며 회사에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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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