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여성 아이돌 그룹’ 대상 성희롱 실상

미성년자인데…씹고 만지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가수 설리와 구하라의 비보를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대중은 그 아픔을 벌써 잊은 듯하다. 악플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어린 걸그룹 멤버들을 향한 도 넘은 성희롱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수년 전부터 굵직한 연예기획사들은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왔다. 소속사들은 ‘악플도 팬심’이라는 이유로 인내를 갖고 참아내다 결국 수많은 네티즌을 고소했다. 성적인 비하 발언이나 루머를 양산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여성 아이돌을 향한 성희롱은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미성년자에게도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아이돌 성희롱’의 행태를 짚어봤다.
 

▲ 에이프릴 진솔 ⓒ인스타그램

걸그룹 멤버들이 대중의 성희롱에 노출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건이 터졌다. 걸그룹 에이프릴 진솔은 자신의 SNS에 ‘짧은 의상이나 좀 달라붙는 의상 입었을 때 춤추거나 걷는 것 뛰는 것 일부러 느리게 재생시켜서 짤 만들어서 올리는 것 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고, 해당 글은 게시되자마자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2001년 12월4일생인 진솔은 만18세다.

성적 대상화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진솔 움짤(움직이는 사진)’로 검색해보면 진솔의 민감할 수 있는 신체 일부를 근거리서 촬영해 느리게 재생시키는 ‘움짤’이 적잖이 보인다. 이런 노골적인 카메라 구도는 찍히는 이의 수치심을 유발하게끔 만들어진 영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영상은 K팝 문화 내에 있는 ‘직캠 문화’와 관련이 깊다. 직캠 문화는 아이돌 무대 현장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유튜브에 공유할 고화질 영상을 촬영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웬만한 언론사의 장비보다 훨씬 고가의 장비로 아이돌을 찍는데 K팝 문화의 성장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EXID의 경우 직캠 영상을 통해 데뷔곡 ‘위 아래’가 역주행 히트를 기록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물론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만만찮다. 특히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신체 일부분을 확대하거나 특정 구간을 느리게 재생하며 가수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한편,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뿌려대고 있다. ‘모럴 해저드’가 큰 문제로 꼽히는 것.


이와 관련해 에이프릴의 소속사 DSP미디어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진솔을 위해 팬들이 먼저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에이프릴’ 갤러리에는 ‘에이프릴 갤러리 법적 대응 성명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멤버 진솔이 SNS를 통해 고통을 호소한 내용을 접하고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허위 사실 유포·성희롱·명예훼손·인신공격·사생활 침해 등의 악성 게시물에 대해 그 어떤 합의나 선처 없이 엄중하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AOA 멤버 설현

앞서도 비슷한 성희롱 사건은 꾸준히 지속됐다. 최근 생을 마감한 에프엑스 출신의 설리는 생전 끊임없이 성희롱을 겪어야 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사진을 다수 올린 그는 SNS서 치욕적인 말을 수년간 들었다.

전날까지도 광고 촬영 소식을 기쁘게 전한 설리의 죽음이 악플로 인한 상처 때문 아니냐는 주장이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여성 아이돌들이 모욕을 겪고 있다. 걸그룹 AOA 설현 역시 사진이나 영상 중 일부 신체를 집요하게 확대한 사진으로 곤혹을 치렀으며, 지난 10월에는 가수 박지민이 성희롱 글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온라인 만연한 모럴 해저드
소속사의 성 상품화도 문제

당시 박지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하얀색 크롭티를 입은 사진을 게재했는데, 해당 사진을 올린 후 일부 악플러들은 악성 댓글과 성희롱 글을 박지민에게 직접 보냈다.

박지민은 “제 사진 한 장으로 온갖 DM(다이렉트 메시지)에 하지도 않은 가슴 성형에 대한 성희롱, DM으로 본인 몸 사진 보내시면서 한 번 하자라고 하시는 분, 특정 과일로 비교하면서 댓글 쓰시는 분들, DM 다 신고하겠다”며 강력하게 불쾌감을 표현했다.


다비치의 강민경도 라이브 방송 중 악플과 성희롱적인 발언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다가도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인뮤지스의 경리는 한 대학교의 주점 홍보 포스터를 통해 성희롱을 당했다. 해당 홍보 포스터에는 속옷만 입은 경리의 전신 양 옆으로 ‘오늘 나랑 딱 찧을래’ ‘자세 좀 뒤집어줘’ 등과 같은 문구가 있어 논란이 됐었다.

원더걸스의 소희는 약 1년 동안 지속해서 음란한 내용이 담긴 멘션을 받다 못해 정식 수사를 의뢰했고, 미쓰에이 출신 수지 역시 한 포털사이트에 성적인 묘사를 한 합성사진을 올린 네티즌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의한법률위반죄로 형사 고소했다.
 

▲ 고 설리 ⓒ설리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서 ‘먹니’ 박동근이 미성년자인 채연(15세)에게 성희롱 발언 및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는 행위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이로 인해 남성 출연자들은 하차했으며,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됐다. 이 일로 김명중 EBS 사장까지 직접 나서 사과했지만, 대중의 화는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도 넘는 성희롱이 이어지자 지난 7월, 한 20대 여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수의 성희롱 게시글이 올라 온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일베와 다를 바 없는 남초 커뮤니티의 성희롱 게시글과 음란물 유포 혐의를 수사해달라’라는 제목으로 4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수면 위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남성들의 성적 대상화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성 연예인을 상대로 성적인 비하를 하는 경우는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여성학자는 “나이 어린 여성들이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지원을 해서 가수가 되는데,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소속사가 앞에 나서서 교육을 하고 보호를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성 상품화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소속사 차원서 재능 있는 가수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성희롱’ 네티즌 설전

에이프릴 진솔의 발언으로 인해 온라인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미성년자인 진솔의 사진 일부를 확대해서 올려 수치심을 유발한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입장과 그런 것조차 싫다고 하면 연예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어린 여성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사진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있고, 이것으로 당사자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내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반대되는 측은 과거 아이돌과 성적 대상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한 여성학자는 “여성 연예인들의 대중의 성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 성적 대상화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내용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한국 사회가 인권에 심사숙고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진솔이 대중에 불편함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나이 어린 본인에게 야한 의상을 입힌 소속사를 상대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엉덩이 살이나 어깨나 가슴이 노출된 의상을 당초에 거절했으면 그런 사진 자체가 나올 수 없다. 그런 영상이 나오는 게 싫다며 회사에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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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