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문회 정국이 곧 문을 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곧바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피 튀기는 공방이 펼쳐질 두 거물급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쫓았다.
여야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검증할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선을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의 서막이 오른 것.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병석, 원혜영, 박광온, 신동근, 박경미, 김영호 의원을 위원으로 추천하고 이 중 박광온 의원이 간사를 맡기로 했다.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자당 몫으로 나경원 의원을 특위위원장에 선정하고, 주호영, 김상훈, 김태흠, 김현아 의원을 위원으로 명단에 올렸다. 간사는 김상훈 의원이다.
검증 에이스
전진 배치
진용이 화려하다. 모두 여야의 간판급 중진 의원들이다. 이번 청문회의 중량감을 대변한다. 이들은 청문 일정 확정, 증인 채택 등 청문회 사전 논의 단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절차는 내년 1월8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정 후보자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삼권분립 파괴 논란’이다. 만약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이는 헌정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라는 사례가 된다. 앞서 국회의장·국무총리를 모두 지낸 선례가 2차례(백두진·정일권 전 의장)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국무총리를 지낸 뒤 국회의장으로 옮겼다.
반면 정 후보자는 이와 반대다. 통상적인 인사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의전서열상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은 2위고, 국무총리는 5위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이었던 정 후보자가 의정서열상 3단계 하락한 자리로 가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정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하며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삼권분립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측은 매서운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을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보수당도 역시 ‘헌법유린’이라며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삼권의 한 축인 입법부의 수장 출신이 행정부의 2인자로 간다면 입법부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공통된 우려다. 이는 다가올 청문회에서 여야가 가장 크게 부딪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삼권분립 파괴’ ‘송도사옥 개입’
추 ‘울산시장 개입’ ‘석사논문 표절’
‘포스코 송도사옥 매각 개입 의혹’ 역시 여야가 불붙을 지점이다. 앞서 정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14년 6월 지인 박모씨의 부탁을 받고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옥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초 <시사저널>은 해당 의혹을 보도하며, 그 근거로 2014년 6월 정 후보자와 박씨 간에 이뤄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에서 정 후보자는 포스코 측의 초벌 검토 결과를 박씨에게 알려주며 “‘(내가 포스코 측에)좀 더 체크를 해봐라. 그래서 길이 없겠는지 연구를 해봐라’고 얘기를 해놓은 상태”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는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2심서 모두 패했다. 법원은 정 후보자가 박씨에게 청탁을 받고 포스코건설 측에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 후보자가 억대 빚을 총리 지명 직전에 일괄 변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억대 자금을 수십 년간, 이자 지급도 없이 상환하지 않았다면, 이는 채무가 아니라 사실상 증여를 받은 셈이다. 마땅히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새로울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1·2심 패소
부메랑?
이 외에도 정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시절 15∼20대 국회까지 실적이 미진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 후보자가 이 기간 대표발의한 법안의 수는 45건, 이 중 처리된 수는 14건에 불과하다는 것.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 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역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다. 이는 현 정국 최대 이슈기도 하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서 청와대와 함께 여당인 민주당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논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확산됐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낙선했던 지난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간은 지난해 3월로 돌아간다. 한국당은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알렸다. 접수 첫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같은 직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한편 민주당 측에선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울산을 염원하는 시민들 앞에 하나가 되겠다”며 ‘원팀(One Team)’을 선언하는 등 선거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단수 공천
발목 잡나
김 시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해 3월1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곧바로 쟁점화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 직후 민주당 울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김)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이미 선정된 업체를 특정업체로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김 시장과 한국당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와 김 시장은 “정권의 검찰·경찰 사냥개를 앞세운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이런 수사가)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 사이 울산시장 대진표가 짜여졌다. 민주당은 송철호 변호사를 단수후보로 공천했고, 김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청와대뿐만 아니라 민주당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단수후보로 공천을 받은 과정서 당청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검찰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2일 지방선거서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은 해당 소식을 전한 후 “경선은 최대한 치열하게 한다는 당의 정신과 국민 여러분의 경선에 대한 관심 주목도를 최대한 높인다는 방침에 따라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야당 배수진 예고
낙마하면…정권 휘청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4월3일 민주당은 송철호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은 이 과정이 석연찮다고 말한다. 송 시장의 당적변경 등 공천서 감점을 받을 만한 이력을 갖고 있어서다.
송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서 당선되기 전 총선 등에서 8번 낙선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무소속이나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하는 등 수차례 당적을 옮겼다. 당시 민주당 당헌·당규는 당적을 옮겨 정체성이 의심되는 당원은 단수 후보로 공천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송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한 일이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비록 그가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의 동의하에 열세 지역에서 나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송 시장과 경선을 앞두고 있던 다른 예비후보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후보자였다. 보수야당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추 후보자가 송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추 후보자의 경우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여권 개입 의혹에 따라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 외에도 청문회에는 ▲석사논문 표절 ▲차용증 위조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논문 표절 의혹은 추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제기됐다. 지난 2003년 연세대 석사 과정에서 쓴 논문이 앞서 200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2002년 국립농업과학원의 학술대회 결과보고서 등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추 후보자 측은 시점상 논문을 썼을 2003년에는 학계의 논문 작성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고 해명했다.
조국 이어
가족 겨냥
전임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때처럼 가족 의혹이 청문회서 집중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추 후보자는 자신의 딸에게 9000만원을 무상 증여한 후 뒤늦게 차용증 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추 후보자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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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종로는 누구에게?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받으면서 종로는 공석이 됐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이 지역에서 빅매치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출마가, 자유한국당 진영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출마가 예상된다. 전 정권과 현 정권 국무총리의 대결이라는 역대급 대진표가 성사될 수 있다. 정 후보자는 종로에 누가 출마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하늘만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