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극단적 선택하는 가족들

생활고에 못 이겨…함께 떠나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말연시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예인의 기부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팬들의 기부로까지 이어지는 훈훈한 뉴스도 나왔다. 그와 비례해 비극적인 뉴스도 연일 언론을 오르내렸다.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일가족 전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018년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률은 10만명당 26.6명으로 나타났다. 2017(24.3)에 비해 2.3(9.5%) 증가한 수치다. 80대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서 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률이 늘어났다. 10(22.1%), 40(13.1%), 30(12.2%)순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고의적 자해는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에 이어 전체 사망원인 중 5위를 차지했다. 1030대에서는 1, 4050대에서는 2위였다. 실제 자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10∼30대
사망 원인

최근에는 가족 전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성탄절이나 어린이날 등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운 날, 누군가는 죽음을 택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대구의 한 주택서 일가족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소방과 교육당국에 따르면 23일 오후 830분께 대구 북구의 한 주택서 40대 부모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의 죽음은 중학생 아들이 등교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교사의 신고로 밝혀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외부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확인돼 경찰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수사하고 있다.


주변 정황을 토대로 보면 일가족의 죽음 뒤엔 극심한 생활고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우편함에는 지난 10월부터 요금이 체납됐다는 도시가스 요금고지서와 주정차위반 과태료 고지서 등이 쌓여 있었다. 가장의 사업 실패 후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일가족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3건이나 일어났다. 지난달 20일 인천 계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19일 낮 1239분께 인천시 계양구 한 임대아파트서 엄마 A씨와 자녀 등 모두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사망한 4명 가운데 1명은 A씨 딸의 친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A씨와 딸 등 3명은 거실서 숨져 있었고 A씨의 아들은 작은방에서 사망한 상태였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은 없었다. 집안에서 나온 유서에는 생활고와 건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적 자해, 사망원인 5위
10만명당 26명 넘게 사망

지난달 6일에는 세 부자가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40분쯤 양주시 장흥면의 한 고가다리 아래 주차된 SUV 차량 안에서 50대 남성과 6, 4세 아들 2명의 시신이 확인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차 안에서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50대 남성은 조경사로 일했는데 몇 년 전부터 일거리가 줄어 경제난에 시달렸다. 그는 사망 전 조카들에게 미안하다는 뉘앙스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일에는 서울 성북구의 한 다가구주택서 일가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리모델링 업자가 발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업자는 인기척이 없고 안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알렸다.
 


경찰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네 모녀의 카드대금 체납액과 은행 대출금 등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0대 노모는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이들 곁에는 하나님의 품으로 간다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성북동 네 모녀에 대한 기자간담회서 “1차 소견은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나타났다현장 상황 등에 대한 수사 결과, 범죄 혐의는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전했다.

네 모녀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배경에 대해서는 채무 독촉장이나 유서 등을 종합할 때 생활고가 원인으로 보인다“1·2금융권 빚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의 한 병원서 네 모녀에 대한 무연고 장례식이 치러졌다.

대부분
생활고

지난 10월에도 경남 거제, 제주, 경기 시흥서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남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1015일 오전 1030분께 거제 상동의 한 원룸서 30대 남성과 6, 8세 아들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성의 아내는 발견 당시 위독한 상태였다. 현장에선 번개탄이 발견돼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제주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30분쯤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서 일가족 4명이 모두 한 방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초등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했던 아이들이 오지 않자 교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함께 발견된 메모 형식의 짧은 글에는 사기를 당해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편함에는 대출 상환 독촉장이 꽂혀 있는 것 등으로 미뤄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흥에선 올해만 3건의 일가족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107일 오후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서 40대 남성과 아내, 자녀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친척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들을 발견했다. 현장서 유서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6월에는 80대 부부와 5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차 안에서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80대 부부가 빚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는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아내·딸을…

이들 일가족은 함께 살면서 딸이 주도하는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던 중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들은 억대의 빚에 시달렸고, 임대사업을 하던 아들도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송사에 휘말린 상태였다.

어린이날에 일어난 일가족 사망 사건도 시흥서 일어났다. 시흥경찰서는 어린이날 오전 4시쯤 시흥시 은행동의 한 농로에 주차된 차량서 부부와 자녀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부부는 전날 렌터카를 빌렸다. 업체는 반납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되지 않자 수소문에 나섰다가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5월에는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서 아들을 제외한 일가족이 칼에 찔려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20일 오전 1130분께 50대 남성과 아내,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숨져 있는 것을 중학생 아들이 신고했다. 숨진 3명은 한 방 안에서 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을 발견한 중학생 아들은 늦은 새벽 자신의 방에서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여러 의문점을 남긴 이 사건은 아버지의 손에서 주저흔, 딸의 손에서 방어흔이 발견되면서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죽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사람은 심리적으로 한 번에 치명상을 가하지 못하고 여러 번 시도하다가 실패하거나 마지막으로 치명상을 가해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치명상이 아닌 자해로 생긴 손상을 주저흔이라고 한다. 방어흔은 공격을 당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막으면서 생긴 손상을 말한다.

한 달 방치됐다 발견되기도
우편함에는 독촉장만 가득

이들 가족은 최근 억대 부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전날에도 부부와 딸이 모여 아파트 처분 문제를 두고 상의했다고 한다. 중학생 아들은 평소 가족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심각한 대화를 자주 했다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존중시민사회는 경찰청 통계연보의 원인별 자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경제생활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수가 3390명으로 전년의 3111명보다 9%(27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직업별로 보면 직업이 없거나 일용직으로 일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고 자영업자인 경우도 급증했다이는 저소득자와 실직자들이 경제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맞아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열린 라디오 YTN>에 출연해 극단적 선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중 사회·경제적 변동에 주요 심증을 놓지 않을 수 없다“1998IMF사태,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사태에 즈음해 극단적 선택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대부터 60대까지 각 연령대서 어떤 요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는지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10대 외에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다. 특히 30~50대는 사회서 경제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하는 연령대기 때문에 이때 겪는 실업이나 부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위기
자살률↑

이어 극단적 선택은 개인이 목숨을 끊는다는 점에서 사적인 행위로 일어난 것일 수 있지만 국가나 사회 구성원의 생명이 사회나 국가와 연관돼 존속된다는 차원서 보면 지극히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사건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반자살 아니라 타살 ‘자녀 죽이고’ 극단적 선택

지난 10월 경남 김해서 30대 가장 A씨가 아내와 자녀 2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일어났다.

A씨는 아내와 다투다 가족들을 죽였다. 나도 죽으려 했는데, 움직이지 못하겠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가족 전체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일가족 자살’ ‘동반자살등으로 불리는 이 사건들의 속내를 살펴보면 대부분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를 두고 엄연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모라는 이유로 어린 자녀의 생명권까지 앗아가는 행위는 범죄라며 이런 경우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들 입장에서는 타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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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