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원작 정서를 온전히 전한 ‘영웅본색’

▲ 2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lt;영웅본색&gt; 프레스콜에서 송자호 역의 유준상, 민우혁 등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홍콩 영화 <영웅본색>은 각별하다. ‘홍콩 누아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지금의 오우삼 감독을 존재하게 만든 작품이며, 홍콩과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전체서 한 시대를 풍미했을 뿐 아니라, 쿠엔틴 타란티노와 같은 미국의 일부 감독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한 대표주자기 때문이다.

국내서도 수많은 감독과 배우, 영화 관계자는 물론 팬들의 마음 속에 가슴 깊이 담긴 작품이 <영웅본색>이다. 홍콩 영화 팬들이라면 수십회 이상 관람했을 <영웅본색>이 뮤지컬로 창작됐다.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가 콤비를 통해서다.

영화 <영웅본색>을 베이스로 <영웅본색2>의 내용이 영리하게 배합했다. 아걸(장국영 분)의 연인이었던 재키를 사라지게 하고 2편서 아걸이 잠입을 위해 접근한 여성으로 조연이었던 폐기가 주연급으로 부상한다.

뮤지컬은 암흑가의 거물이었던 자호(유준상 임태경 민우혁)가 대만서 위기를 겪고 감옥살이를 하다 돌아왔으나, 그 사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동생이자 경찰 자걸(한지상 이장우 박영수)이 복수심을 드러내는 과정, 자호를 복수하다 한쪽 다리를 잃은 마크(최대철 박민성)의 이야기, 조직을 떠나 노동자의 삶을 살다 조직의 수장이 된 아성(김대종 박인배)에게 복수를 하는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폐기(제이민 송주희 정유지)의 내용을 제외하고는 1편의 이야기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이어진다.
 

▲ ⓒ문병희 기자

원작의 정서를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서 엿보인다.


선글라스를 낀 마크가 돈을 태워 담뱃불을 붙이거나, 성냥을 물고 있는 것은 물론 송자호의 복수를 위해 찾은 선술집의 이곳저곳에 총을 숨겨두는 장면, 한쪽 다리를 잃고 초라한 삶을 사는 마크, 자호가 자걸의 수갑을 자신에게 채우고 경찰들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 등 주연급은 물론 ‘조직 생활을 그만하라’ ‘형을 용서하라’ 등 자호와 아걸 부친의 대사나 ‘여기서 사장은 없다’고 말하는 탈권위를 보여준 견숙의 대사 등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영화의 향기가 전반에서 묻어난다.

영화 속에서 내내 울려 퍼지는 장궈룽의 노래 ‘러브 오브 더 패스트’(Love Of The Past)가 메인 넘버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뭉근하게 배어 있는 곡으로, 뮤지컬에서는 한국말 가사가 붙여졌다. 이 밖에 ‘사수류년’(似水流年) 등 장궈룽이 부른 곡들도 뮤지컬 넘버로 포함됐다.

1980년대 이 영화를 즐겼던 4050이라면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관람객들 중에서 지긋한 나이에 코트를 입고 현장을 찾은 50대가 제법 보였다.

1020이 반길만한 지점도 있다. 1000장이 넘는 LED 패널로 구현한, 현실감 같은 영상이 그 중 하나다.

패널을 다양한 층으로 나눠 사용하는 등 공간감을 극대화해 홍콩에 와 있는 같은 기분을 안긴다. 홍콩에 발을 디딘 것 같은 향수 사이로 <영웅본색>의 선율이 흐를 때 영화의 감성이 무대 위에서 그려진다.

유준상과 임태경, 민우혁을 비롯해 한지상, 이장우, 박영수, 최대철, 박민성 등 연기와 노래가 일품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영웅본색>이 가진 감성을 온전히 전할 전망이다. 1994년부터 7년간 홍콩 흥행영화 매출 1위를 독식한 시대의 명작 <영웅본색>을 무대서 구현한 뮤지컬은 한전아트센터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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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