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모델로 연기를 시작한 공효진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진하다. 매년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하며 ‘흥행불패’ 신화를 쓸 뿐만 아니라 뚜렷하게 발전하는 연기력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출연하는 작품 모두를 성공시키는 그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데뷔 20년 만에 생애 첫 연기대상을 거머쥔 공효진의 삶을 되짚어봤다.
대상의 위치에 늘 공동수여를 남발하던 <KBS 연기대상>은 2014년 <정도전>의 유동근 이후 5년 만에 공효진에게 단독 대상을 안겼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뒤 20년 만에 얻은 쾌거다. SBS <화려한 시절>, MBC <네 멋대로 해라>, KBS2 <상두야 학교가자>, MBC <눈사람> <건빵선생과 별사탕> <고맙습니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SBS <주군의 태양> tvN <괜찮아, 사랑이야>, KBS2 <프로듀사>, SBS <질투의 화신>, 그리고 시청률 23%를 기록한 KBS2 <동백꽃 필 무렵>까지, 그가 출연해 실패한 드라마는 단 하나도 없다. 늘 우려를 잠재우고 새로운 얼굴을 그려왔으며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팔색조
공효진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공블리’다. 공효진과 러블리(Lovely)의 합성어로 어떤 작품에서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그려내는 그에게 대중이 붙여준 애칭이다. 20대의 뜨거운 열정, 억척스러운 반항아였던 <화려한 시절>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네 멋대로 해라>, 에이즈라는 무서운 병에 걸린 아이의 어머니였던 <고맙습니다>, 매번 무서운 고함을 지르는 상사 앞에서 ‘예! 쉐프’라며 쉐프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파스타> 등 그는 항상 팔색조의 매력을 선보였다.
또 소위 ‘망한 아이돌 가수’로 재기에 도전하지만 언제나 비난만 받는 비호감 이었던 <최고의 사랑>,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주저앉은 다크서클을 드러냈던 <주군의 태양> 차디찬 정신과 의사였던 <괜찮아, 사랑이야>, 악다구니만 남은 가요 프로그램 PD였던 <프로듀사>와 생계형 기상캐스터였던 <질투의 화신>을 거쳐 본인은 대접 받지 못하지만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소심쟁이 <동백꽃 필 무렵>까지, 공효진의 각기 다른 얼굴에는 언제나 사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1990년대 후반 패션잡지 모델로 시작해 광고모델을 거쳐 ‘엽기’ 콘셉트가 미디어 시장을 장악했던 무렵과 함께 혜성과 같이 등장한 그는 꽤나 빠르게 연기력을 장착했다. <화려한 시절>서 다소 연기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이후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파스타> 이후로 정착한 러블리 이미지가 매 작품마다 드러나 ‘비슷한 연기’라는 평가는 있었지만 ‘못한다’는 지적은 없었다.
매번 드라마마다 성공을 기록한 그는 영화서만큼은 새로운 연기를 변주하며 배우로서 역량을 가꿔가고 있다. <미쓰 홍당무>에서는 얼굴에 홍조를 가득 채운 채 스크린에 나섰고, <러브픽션>에서는 풍성한 겨드랑이털을 내비쳤다. <미씽:사라진 여자>에서는 자신을 보모로 고용한 가족의 딸을 납치한 섬뜩함을 표현했고, <도어락>에서는 공포 앞에서 무기력한 여성의 심리를 그려냈다.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는 시니컬하면서 솔직하고 거침없는 30대 직장인의 매력으로, 영화로는 첫 흥행에도 성공했다. 특히 마지막 시퀀스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공효진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일품이었다.
아무리 연기력이 좋아도 작품이 좋지 않은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송강호나 이병헌, 전도연과 같은 잔뼈 굵은 배우들도 가끔씩은 좋지 못한 작품을 선택하며 이미지에 손상이 가기도 하는데, 공효진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재미와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챈다. <파스타>를 통해 러블리한 여성 캐릭터 시대를 이끌었고, <주군의 태양>은 복합장르의 시대를 열었다.
언제나 사랑스러운 ‘공블리’
출연마다 히트…탁월한 선구안
<동백꽃 필 무렵>은 로맨스와 스릴러를 배합한 것과 함께 ‘촌므파탈’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공효진의 발걸음에는 언제나 그렇듯 트렌드를 이끄는 힘이 있었다. 그 배경에는 공효진의 안목이 뒷받침된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를 잘 고르는 노하우는 없다. 그래도 ‘어떤 걸 보고 작품을 골랐다고 해야 할까?’ 생각해봤는데, 나는 개그 코드가 높아서 웬만한 건 웃지 않는다. 나한테 유치해서 통과가 안 되면 재미없는 극본이다. 어떤 조건을 정해놓고 적합, 부적합을 따지는 것은 아니고, 대중이 좋아하는 취향에 조금 가까운 것 같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와 새로움이 더 중요하다. 보통 로코물서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이 뻔하다. 한 명이 봉변 당했을 때 구해주고, 사과하러 뛰어가서 알게 되는 건 많이 해봐서 이제 못하겠다. 새롭고 용감한 글을 좋아한다.”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느냐 보단 재밌고 신선하며 건강한(생각을 하는) 작품을 선호했고, 그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서 이 같은 결과를 일궈냈다. 이런 작품 성향은 같이 연기한 상대 배우들의 성공에도 기인한다. 배우 이선균은 <파스타>를 통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내고 상남자 캐릭터를 확보했으며, 190cm 이상의 장신 배우 차승원은 <최고의 사랑>을 통해 귀여운 면모를 한껏 드러냈다.
<주군의 태양>의 소지섭과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 <질투의 화신>의 조정석을 비롯해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은 공효진과 함께 연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공효진의 능력은 동료 연예인들도 인정한다. 절친으로 잘 알려진 손예진은 “촬영하면서 중간 중간 <동백꽃 필 무렵>을 봤었다. 정말 대단한 배우다. 친분이 있는 언니지만 배우로서도 굉장히 존경한다”며 “이번에 연기가 또 한층 업그레이드된 걸 느끼면서 ‘대단하고 존경한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영화 <뺑반>서 함께 작업했던 류준열은 “공효진이 연기하는 것을 보는 입장서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같이 연기하면서 공효진만의 캐릭터와 연기가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본인만의 캐릭터를 해석하는 걸 보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항상 새롭게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공효진의 연기는 현실감을 부여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은데, 공효진은 언제나 공감가도록 연기한다. 대체로 장르가 편향적인 편인데도 불구하고 편향성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늘 새로운 연기인 것처럼 펼쳐 보인다. 아울러 선구안도 정말 좋다. 자기가 입을 수 있는 맞춤옷을 입는 느낌이다. 영리한 선택을 잘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