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푹 빠지게 만드는’ 요즘 한국 드라마 트렌드

잘 나가는 드라마엔 ‘리얼리티’가 있다

[일요시사 연예부] 함상범 기자 = ‘한국 드라마는 사랑을 한다’는 말이 있다. 재벌, 의사, 검사, 변호사, 운동선수, 경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지만 언제나 로맨스로 끝맺었던 기존 드라마를 비꼬는 말이다. 그런 한국 드라마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tvN <미생> <왓쳐> 등을 비롯해 로맨스가 없는 드라마가 일부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미국 드라마식의 전문성과 리얼리티를 내세운 작품이 안방을 사로잡고 있다.
 

▲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최근 진짜 현실을 보는 듯한 리얼리티를 갖춘 드라마들이 대거 등장했다. 도저히 그 안에서 생활하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자세한 내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기간제 교사의 현실을 거의 실제 상황 같은 리얼리티로 다루고 있는 tvN <블랙독>이 그렇고, 정치 검사들로만 그려진 검사의 이미지를 깨고 생활밀착형 검사들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 JTBC <검사내전>이 있으며, 프로야구의 세계와 그 이면서 일하는 프런트들의 삶을 그린 SBS <스토브리그>가 있다.

전문성과 공감

언급한 작품 대부분이 직업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전문성과 함께 그 공간에 모인 다양한 군상이 일으키는 허다한 갈등 등이 포함된다.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의 신선함과 함께 현실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우리네 이야기같은 공감까지도 전달하며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강남8학군’ 대치동에 위치한 사립고의 신입 교사로 부임한 고하늘(서현진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블랙독>은 학교판 <미생>이라 불릴만큼 교내 이야기가 리얼하게 다뤄진다.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사이서 발생하는 차별이 일상화된 현실과 그런 현실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미화나 과장 없이 차분한 톤으로 진행돼 실제 상황과 같은 현실감을 준다.

특히 실제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바나나 사건’으로 불리며, 교육계서 화두가 된 에피소드를 통해 권위로만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들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과 함께 시험 문제 하나 때문에 목숨 걸듯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의 옹졸함도 그려내며 국내 교육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A로도 해석되고 B로도 해석되는’ 직관적이며 미묘한 ‘어휘적 중의성’으로 인해 학생과 선생님 간의 신뢰가 깨지는 모습 등은 학교를 넘어 우리들 주변서도 충분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로 마음에 와닿는다. 이런 밀도 높은 작품이 가능한 이유로 <블랙독>을 집필한 박주연 작가가 약 3년 간 교사 생활을 경험한 것이 대본에 녹아났기 때문이다. 진짜 경험을 바탕으로 극화돼 고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서 ‘현실 고증이 뛰어난 드라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사내전>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다뤄지는 정치 검사 혹은 극화된 검사가 아닌 실제 검사의 면면을 갖고 온 작품이다. 검사는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다뤄졌다. 정의 사도로 적폐를 도려내는 역할을 맡거나 온갖 암투와 비리, 부패가 넘실대는 상황서 권력으로 칼춤을 췄다. <내부자들>의 조승우 역이 전자고, 영화 <부당거래>의 류승범 역이나 <더킹>의 정우성 역은 후자에 가깝다. <검사내전>은 이러한 검사들과는 거리가 있다.
 

▲ 검사내전

진영지청이라는 다소 소외된 지역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권력 상징의 대표적 직업군으로 그려지는 검사지만 <검사내전>의 인물들은 평범하다 못해 사람 냄새가 진하다. 불법 낚시를 하다 경찰에 걸려 난감해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로또로 하루를 시작하는 검사 혹은 소위 ‘인생컷’을 건지는 것에 더 관심이 높은 신임 검사까지, 직업만 검사일 뿐 보통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군상이 모여있다.

도박장에 잠입한 차명주(정려원 분)가 의외로 거는 족족 돈을 따 타짜로 의심받는가 하면 스스로 도박에 빠져드는 등 때로는 보통의 사람들보다도 부족해 보인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
작가의 덕목…사전준비·고증

검사들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진짜 현직에 있는 검사들의 이야기로만 채워진 작품이 가능했던 것은 현직 검사 출신인 김웅 작가의 동명 에세이를 리메이크한 덕분이다. 김웅 작가는 부장검사로 18년간 해온 검사 생활을 에세이에 담았다.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라고 표현하는 김 작가는 한 인터뷰서 “혹자가 검사로서의 꿈과 포부를 물어보시길래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고, 단지 월세가 더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고, 딸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 발령 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니 ‘당신은 생활형 검사’라고 하더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듯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마인드를 가진 검사의 이야기가 녹은 책을 바탕으로 리메이크하다 보니 현실보다 더 현실성 있는 검사 이야기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토브리그>는 무서운 상승세다. 방영되는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온라인은 <스토브리그>로 도배된다. 이런 인기의 배경에는 기존 ‘스포츠 드라마’의 지향점과 다른 측면이 있다. 야구선수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뒤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프런트들의 이야기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꼴지 팀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구단 스카우트 비리와 외국인 용병 영입 경쟁 등의 이야기가 현실감 넘치게 풀어지면서 야구팬들은 ‘우리 팀 이야기 아니냐’는 의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최하위팀 설정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주로 거론됐고, 신연봉제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2010년 말의 LG 트윈스, 병역회피 논란을 겪은 길창주 경우에는 백차승이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아울러 수많은 야구인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던진 주옥같은 표현들이 적재적소에 삽입된 것도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다.

▲ TtvN 블랙독

NC 다이노스 김태군 선수의 ‘투수는 귀족·외야수는 상인·내야수는 노비·포수는 거지’와 같은 발언이 드라마 속 대사에 그대로 포함된 것이 그 예다.

선동열 시절부터 야구팬으로 알려진 이신화 작가가 써내려가는 대본의 구성과 에피소드, 대사간의 개연성은 영화보다도 더 촘촘하다.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 등 여러 팀을 돌면서 프런트를 취재했을 뿐 아니라 한국야구학회도 꾸준히 참석하며 야구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자문위원만 18명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관성으로 인해 원칙이 무시되는 현실과 이성과 직관 사이서 발생할 법한 문제들을 세밀하게 꼬집는 면이나 서로 다른 욕망이 부딪혔다가 합의점을 찾는 등 직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 작가는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건 역전의 짜릿함보단 선수들에게 깃든 여러 일화 때문이었다.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프런트를 공간적 배경으로 택했고, 현실성에 바탕을 둬 취재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세 드라마 모두 꼼꼼한 사전 취재를 바탕으로 극본을 마련했다. 그 배경에는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진 데다 특정 직업군을 다뤘을 때 현실성에 대한 반응이 온라인에 쏟아져나와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리얼리티가 엉성하면 몰입감을 잃게 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이제는 드라마 작가의 덕목 중 하나로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고증 능력이 꼽히고 있다.

진짜 현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블랙독>과 <검사내전> <스토브리그> 작가진은 모두 신인급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이러한 구성이 가능한 배경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장르극으로 다변화되고 있는데, 미국 드라마에 익숙한 신인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세 작가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구성과 대사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드라마의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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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