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참을 수 없는 어설픔 ‘아내를 죽였다’

▲ 사진제공=kth

장르 영화를 평가할 때 장르서 기대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런 측면서 스릴러 장르는 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발생하기 힘든 사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을 카메라의 구도, 색채, 구성 등을 통해 함축적인 단서를 던지고 이를 적절히 거둬들이는 게 스릴러 장르의 줄기다.

뛰어난 영화 감독들은 장르에 필요한 감성을 적절히 녹여냄과 동시에 자기만의 색깔을 부여한다. 불친절한 설명 같지만 후반부에 던졌던 단서를 모조리 담아내며, 예측 밖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 가운데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신작 <아내를 죽였다>는 장르물로서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 너무 허술한 만듦새로 인한 비현실성, 웃음이 나오는 액션 등 장르의 매력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

줄거리_자고 일어나니 아내가 죽었다

설 경기 침체로 인해 직장을 잃은 정호(이시언 분)는 아내 정미영(왕지혜 분)에게 실직 사실을 숨긴 채 아침마다 출근한다. 우연히 알게 된 도박 때문에 빚은 점점 늘어나고, 아내와 별거한다.

술만 먹으면 ‘블랙 아웃’이 되는 정호는 전날 친구 박진수(이주진 분)와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갑자기 두드리는 문소리에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정호에게 경찰 최대연(안내상 분)은 그런 정호에게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린다. 혹시 남편이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정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그는 불쾌감을 느낀다. 대연에게 화를 내던 정호의 셔츠는 붉은 피로 물들어져 있고, 이불 속에서 칼도 나왔다.


기억도 나지 않는 가운데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린 정호는 수갑을 채우려는 대연의 머리를 후려치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으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정호. 진짜 아내를 죽인 것일까, 아니면 누명을 쓴 것일까.

주제 의식_술은 적당히, 도박은 위험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굳이 찾는다면, 정호가 술을 그렇게까지 심하게 먹지 않고 필름만 끊기지 않았으면 10분이면 끝날 이야기인데, 필름이 끊겨서 97분이나 됐다. 또 정호가 도박에 빠지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으며, 절정을 지나 결말에 드러난 장면은 ‘도박은 위험하다’는 누구나 아는 내용을 다시 알린 것에 불과하다.
 

▲ 사진제공=kth

연출_피로감을 주는 속도감, 실소가 나올 법한 미흡함

스릴러는 속도감과 긴박감이 생명이다. 이 두 가지를 쭉 밀고 가야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 드러난다. 하지만 <아내를 죽였다>는 속도도 느리고, 긴박하지도 않다. 오히려 실소만 나온다.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긴박한 순간에 놓인 정호의 행보를 뒤따라가는 이 영화는 너무 천천히 단서들을 하나씩 제공한다. 스릴러 영화의 경우 작은 단서 하나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등 불친절하게 설명하고 후에 모든 것을 깔끔하게 주워 담을 때 빛이 난다.

대표적으로 조던 필 감독의 <겟아웃>이 이런 부분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내를 죽였다>는 소위 ‘떡밥’을 던지는 게 없이 일일이 다 설명한다. 하나씩 다 짚고 넘어가니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게 더디다. 중간에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누명을 쓴 것인지, 진짜로 죽인 것인지 주인공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 조금도 긴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왠지 적당히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예측만 된다. 긴장감을 줄 만한 추격신이나 폭력이 등장하는 액션신은 ‘애들 장난’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긴장감은커녕 살짝 촌스럽기까지 하다. 알맹이는 없이 스릴러의 이미지가 가져다 쓰는 겉멋에만 치중한 기분이 든다.


만듦새는 전반적으로 허술하다. 처음 등장하는 살인 장면은 왜 등장했는지 의구심이 들며, 왜 지구대 경위인 최대연이 경찰의 기본수칙인 ‘2인1조’를 벗어나 혼자서 수사를 하는지, 강력 범죄자는 왜 누군가는 팔을 자르면서 누군가에게는 돈을 갚을 수 있는 일주일의 기회를 주는지, 정호는 왜 사채업자의 돈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지 등 영화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내용이 너무 많다.

경찰이 방금까지 수사를 하고 갔는데,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들의 위치를 확인하려다 곤경에 빠지는 정호의 행동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으며, 팔을 자르고 눈을 파는 것으로 알려진 악당은 어떻게 경찰에 붙잡혔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엔 이런 대목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마지막 실제 범인들마저 구렁이 담 넘어가듯 흐지부지 넘어가는 등 관객이 궁금해할 포인트마저도 대충 짜 맞춘다. 이런 영화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 사진제공=kth

연기_시트콤인지 스릴러인지

배우들의 연기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시언과 안내상이 시트콤이나 주말 드라마, 예능 등에서 활약해온 터라 그런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감독이 디렉팅을 그렇게 원한 것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웃는 장면, 우는 장면, 화를 내는 장면 등 영화 전반에 시트콤서나 볼 법한 과잉 연기가 여러 인물을 통해 비슷한 패턴으로 나온다. 타 작품서 꽤나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들임에도 이번 영화에선 충격에 가깝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암투 속에서 긴장감이 유발돼야 하는데 과장스럽기만 한 표정은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심리 묘사가 굉장히 중요한 장르임에도 잘 표현되지 않는다. 또 악역을 맡은 김하라 역시 과한 감성으로 일관한다.

캐릭터도 불분명하다. 아내를 사랑하는지, 불화가 있는지, 애매하게 보이는 정호는 후에 아내를 엄청 사랑하는 남편으로 그려진다. 최대연은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범인을 잡기 위해 진심을 쏟다가, 막판 얼토당토않게 다시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박진수의 경우 외형은 친구의 뒤통수를 칠 것만 같은 이미지인 데다 실제로 경찰에게 친구가 누명을 쓰게끔 하는 정보를 전하지만, 말미에는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친구로 나온다. 캐릭터가 종잡을 수 없다 보니 관객으로서 감정을 이입하기에 쉽지 않다.

이시언이 첫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아쉽게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장르적 재미를 살리지 못한 것을 떠나 대다수의 장면이 어설프다. 관객이나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봉: 12월1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7분

제작사: 단테미디어랩


배급사: kth

별점: ★★★☆☆☆☆☆☆☆

한줄평: 스릴러를 시트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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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