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참을 수 없는 어설픔 ‘아내를 죽였다’

▲ 사진제공=kth

장르 영화를 평가할 때 장르서 기대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런 측면서 스릴러 장르는 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발생하기 힘든 사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을 카메라의 구도, 색채, 구성 등을 통해 함축적인 단서를 던지고 이를 적절히 거둬들이는 게 스릴러 장르의 줄기다.

뛰어난 영화 감독들은 장르에 필요한 감성을 적절히 녹여냄과 동시에 자기만의 색깔을 부여한다. 불친절한 설명 같지만 후반부에 던졌던 단서를 모조리 담아내며, 예측 밖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 가운데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신작 <아내를 죽였다>는 장르물로서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 너무 허술한 만듦새로 인한 비현실성, 웃음이 나오는 액션 등 장르의 매력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

줄거리_자고 일어나니 아내가 죽었다

설 경기 침체로 인해 직장을 잃은 정호(이시언 분)는 아내 정미영(왕지혜 분)에게 실직 사실을 숨긴 채 아침마다 출근한다. 우연히 알게 된 도박 때문에 빚은 점점 늘어나고, 아내와 별거한다.

술만 먹으면 ‘블랙 아웃’이 되는 정호는 전날 친구 박진수(이주진 분)와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갑자기 두드리는 문소리에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정호에게 경찰 최대연(안내상 분)은 그런 정호에게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린다. 혹시 남편이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정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그는 불쾌감을 느낀다. 대연에게 화를 내던 정호의 셔츠는 붉은 피로 물들어져 있고, 이불 속에서 칼도 나왔다.


기억도 나지 않는 가운데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린 정호는 수갑을 채우려는 대연의 머리를 후려치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으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정호. 진짜 아내를 죽인 것일까, 아니면 누명을 쓴 것일까.

주제 의식_술은 적당히, 도박은 위험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굳이 찾는다면, 정호가 술을 그렇게까지 심하게 먹지 않고 필름만 끊기지 않았으면 10분이면 끝날 이야기인데, 필름이 끊겨서 97분이나 됐다. 또 정호가 도박에 빠지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으며, 절정을 지나 결말에 드러난 장면은 ‘도박은 위험하다’는 누구나 아는 내용을 다시 알린 것에 불과하다.
 

▲ 사진제공=kth

연출_피로감을 주는 속도감, 실소가 나올 법한 미흡함

스릴러는 속도감과 긴박감이 생명이다. 이 두 가지를 쭉 밀고 가야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 드러난다. 하지만 <아내를 죽였다>는 속도도 느리고, 긴박하지도 않다. 오히려 실소만 나온다.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긴박한 순간에 놓인 정호의 행보를 뒤따라가는 이 영화는 너무 천천히 단서들을 하나씩 제공한다. 스릴러 영화의 경우 작은 단서 하나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등 불친절하게 설명하고 후에 모든 것을 깔끔하게 주워 담을 때 빛이 난다.

대표적으로 조던 필 감독의 <겟아웃>이 이런 부분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내를 죽였다>는 소위 ‘떡밥’을 던지는 게 없이 일일이 다 설명한다. 하나씩 다 짚고 넘어가니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게 더디다. 중간에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누명을 쓴 것인지, 진짜로 죽인 것인지 주인공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 조금도 긴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왠지 적당히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예측만 된다. 긴장감을 줄 만한 추격신이나 폭력이 등장하는 액션신은 ‘애들 장난’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긴장감은커녕 살짝 촌스럽기까지 하다. 알맹이는 없이 스릴러의 이미지가 가져다 쓰는 겉멋에만 치중한 기분이 든다.


만듦새는 전반적으로 허술하다. 처음 등장하는 살인 장면은 왜 등장했는지 의구심이 들며, 왜 지구대 경위인 최대연이 경찰의 기본수칙인 ‘2인1조’를 벗어나 혼자서 수사를 하는지, 강력 범죄자는 왜 누군가는 팔을 자르면서 누군가에게는 돈을 갚을 수 있는 일주일의 기회를 주는지, 정호는 왜 사채업자의 돈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지 등 영화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내용이 너무 많다.

경찰이 방금까지 수사를 하고 갔는데,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들의 위치를 확인하려다 곤경에 빠지는 정호의 행동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으며, 팔을 자르고 눈을 파는 것으로 알려진 악당은 어떻게 경찰에 붙잡혔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엔 이런 대목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마지막 실제 범인들마저 구렁이 담 넘어가듯 흐지부지 넘어가는 등 관객이 궁금해할 포인트마저도 대충 짜 맞춘다. 이런 영화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 사진제공=kth

연기_시트콤인지 스릴러인지

배우들의 연기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시언과 안내상이 시트콤이나 주말 드라마, 예능 등에서 활약해온 터라 그런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감독이 디렉팅을 그렇게 원한 것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웃는 장면, 우는 장면, 화를 내는 장면 등 영화 전반에 시트콤서나 볼 법한 과잉 연기가 여러 인물을 통해 비슷한 패턴으로 나온다. 타 작품서 꽤나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들임에도 이번 영화에선 충격에 가깝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암투 속에서 긴장감이 유발돼야 하는데 과장스럽기만 한 표정은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심리 묘사가 굉장히 중요한 장르임에도 잘 표현되지 않는다. 또 악역을 맡은 김하라 역시 과한 감성으로 일관한다.

캐릭터도 불분명하다. 아내를 사랑하는지, 불화가 있는지, 애매하게 보이는 정호는 후에 아내를 엄청 사랑하는 남편으로 그려진다. 최대연은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범인을 잡기 위해 진심을 쏟다가, 막판 얼토당토않게 다시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박진수의 경우 외형은 친구의 뒤통수를 칠 것만 같은 이미지인 데다 실제로 경찰에게 친구가 누명을 쓰게끔 하는 정보를 전하지만, 말미에는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친구로 나온다. 캐릭터가 종잡을 수 없다 보니 관객으로서 감정을 이입하기에 쉽지 않다.

이시언이 첫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아쉽게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장르적 재미를 살리지 못한 것을 떠나 대다수의 장면이 어설프다. 관객이나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봉: 12월1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7분

제작사: 단테미디어랩


배급사: kth

별점: ★★★☆☆☆☆☆☆☆

한줄평: 스릴러를 시트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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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