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18년 내공’ 노을의 진면목 ‘노을이 내린 밤’

‘전석 매진’된 노을 연말 콘서트, 웃음·감동의 향연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02년 12월, 데뷔한 노을(노성한, 이상곤, 전우성, 강균성)은 벌써 18년차 보컬 그룹이다. 피아노 선율같이 맑은 목소리를 지닌 노성한과 이성곤, 고음 영역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균성, 허스키한 목소리로 음과 음 사이를 파고드는 전우성의 음색은 매서운 겨울마저 따뜻하게 녹인다. 칼바람이 매서운 2019년 12월, 노을은 ‘노을이 내린 밤’이라는 주제로 연 콘서트로 다시 한 번 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지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서 열린 ‘2019 노을 연말 투어 콘서트 - 노을이 내린 밤’서 노을은 약 3시간 동안 감미로운 목소리를 기반으로 변화무쌍한 얼굴을 펼쳐놨다.

‘청혼’ ‘전부 너였다’ ‘붙잡고도’ ‘그리워 그리워’와 같은 히트곡은 물론 버스킹을 기반으로 한 JTBC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을 패러디한 무대서 영화 <원스>의 주제곡 ‘Falling Slowly’,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을 불렀다.

또 최근 방송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탑골’ 시리즈에 발맞춰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 등 수없이 앙코르곡을 포함 총 25개의 노래로 관객들의 귀를 홀가분하게 만들었다.

특히 ‘목소리’ ‘전부 너였다’ ‘그리워 그리워’ ‘함께’ ‘청혼’ 그리고 최근 발매한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 ‘붙잡고도’로 이어지는 이들의 히트곡은 현장을 찾은 노을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이었다.

겨울이 되자 담에 심하게 걸려 몸의 오른쪽이 마비 상태라고 한 전우성은 다소 뻣뻣한 자세로 서서 엉성한 느낌을 주기는 했으나 노래서만큼은 완벽에 가까웠다. 전우성의 몸이 온전치 않은 관계로 더 많이 움직여주는 멤버들의 배려심도 군데군데 엿보이면서 이들의 오랜 우정도 전달됐다.


슬픈 노랫말과 여운이 남는 멜로디 등 발라드 계열서 히트곡이 많은 노을인지라 감동과 웃음을 적절히 배합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음악으로는 감동을 주면서 그 빈틈은 오랜 기간 방송 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내공을 통한 웃음으로 메워나가는 형세였다. 약 18년 동안 동고동락한 네 사람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강력한 웃음을 연이어 터뜨렸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조용히 상대의 말을 듣다 강력한 존재감을 보인 전우성, 시종일관 텐션 넘치는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가벼운 듯 느낌 있게 감동을 전하는 강균성과 톡톡 튀면서도 허를 찌르는 노성한, 묘한 빌드업을 해나가며 한 방을 때리는 이상곤까지 네 사람의 유머 감각은 여느 예능프로그램서 따라올 수 없는 깊은 웃음을 만들었다.

특히 “<비긴어게인>에 출연하고 싶은데 섭외가 안 들어와서 저희끼리 만들었어요”, 강균성이 “멤버들 하늘에서 눈이 와요”라고 하자 “조용히 해”라고 일갈하거나 “멘트가 너무 길어져서 빨리 노래해야 할 것 같아요. 불 꺼주세요”라고 하는 등 전우성의 멘트 감각은 가히 최고였다.

예능에 나와 던진다면 곧바로 엄청난 스타덤에 오를 것으로 여겨지는 ‘펀치라인’이 적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배우 심은경에 빙의한 듯 완전히 빼다 박은 표정을 지은 대목과 강수지로 변신한 대목은 압권이었다.

강균성과 티격태격하는 콘셉트를 보여준 노성한은 엄정화로 변신하며, ‘여장’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보여줬고, 이성곤은 클론의 강원래가 돼 완벽한 안무를 구사했다. 방송활동을 가장 많이 한 강균성은 노을의 가수이자 노을의 MC였다. 가끔씩 선을 넘는 듯 높은 텐션을 보이면 멤버들은 선을 넘는 찰나에 강균성을 제제했다. 그 모습마저도 자연스러웠고, 매력적이었다.

자신들의 히트곡, 유명 커버 곡은 물론 쉬는 시간 ‘현실 웃음’을 터뜨려버리는 멘트, 예측불허 댄스, 여기에 빠른 곡으로 편곡해 새로운 뛰어노는 분위기를 만든 ‘인연’과 김원준의 ‘쇼’로 대미를 장식하는 부분까지 노을의 콘서트는 완벽하게 구성된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웠다. 굳이 팬이 아니더라도 찾아가 보기에 훌륭한 연말 콘서트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이들의 매력은 누가 봐도 절대 핀잔할 수 없는 높은 퀄리티를 갖고 있었다.

“이 자리에 여러 번 오셨거나 이 자리에 처음 오셨거나 이 자리를 끝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분들이 있으실 텐데, 그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라는 강균성의 멘트처럼 긍정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솔직한 태도가 전반에 묻어있는 ‘노을의 내린 밤’은 오는 29일엔 대전, 31일엔 부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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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