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송구영신 특집> 2019·2020 영화계, 못다한 이야기와 하고픈 이야기

충무로를 돌아보고 내다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19년 기해년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 100주년인 동시에 한국 영화 100주년이었던 한 해였다. 그 시작은 미비했을지 모르나 10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 강국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프랑스를 넘어 미국서도 각광 받고 있으며, 1000만 영화는 무려 5편이나 나왔다. 새로운 감독들이 혜성같이 충무로에 나타났고, 독립영화 역시 성장세다. 하지만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는 더 짙은 법. 한국 영화는 ‘양산형 영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해결되지 못하는 독과점 논란,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를 깎아내리는 평점 테러,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인한 역사 왜곡 등 고질병도 앓고 있다. <일요시사>가 영화계의 한 해를 결산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2020년의 영화계를 내다봤다.
 

▲ 봉준호 감독의 &lt;기생충&gt;

2019년 한국 영화계의 가장 빛난 업적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 것이다. 앞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2위 격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바 있으나, 황금종려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의 빈틈을 통찰한 이 영화는 전 세계 외신과 영화평론가들의 압도적 호평으로 세계 최고의 권위의 황금종려상의 선택을 받았다.

이 영화는 국내서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는 등 대중성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 스위스, 호주, 베트남, 독일, 벨기에, 미국 등 세계 30개국 이상서 개봉됐다. 일부 국가에선 역대 한국 영화 가운데 흥행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생충>의 금자탑은 여전히 갱신 중이다. 현재 미국서도 각종 영화제의 최고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등 낭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오는 2020년 1월5일 미국서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도전한다.

금자탑 올린
 <기생충>

2013년 이후 2억명 관객 시대를 맞이한 한국 영화는 꾸준히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2억2000만명 수준의 관객을 유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가운데 마약 범죄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위장 수사로 치킨집을 여는 내용의 <극한직업>은 1626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으며, 신예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가 색다른 코미디 재난 영화로 942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다.

독립영화의 발전도 눈에 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115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규모를 넓혔으며 <벌새> <메기> <윤희에게>와 같은 저예산 영화들이 ‘규모의 한계’를 이겨내고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서 무려 40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이 영화는 91회차 관람객을 비롯해 팬덤이 생기는 등 독립영화 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 감독을 포함해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 <돈>의 박누리 감독, <메기>의 이옥섭 감독,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 등은 임순례, 방은진, 변영주, 노덕 등 일부 유명 여성 감독 외에는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영화계서 여성 감독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배우들도 약진했다. <기생충>의 송강호와 최우식, 조여정을 비롯한 배우들과 <벌새>의 박지후 등은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한국판 드웨인 존슨으로도 일컬어지는 배우 마동석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서 사랑받는 마블스튜디오(이하 MCU)에 합류했다. 길가메시로 캐스팅된 그는 새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 촬영에 한창이다.

1000만 영화 무려 5편
<기생충> 한국영화 100년 결실

빛나는 업적도 많았지만, 한계도 분명했던 한 해였다.

올해 국내 개봉 영화 흥행 10위에 한국 영화는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봉오동 전투>가 전부다. 나머지 6편은 외국 영화가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방을 내준 격이다. 2015년 10위 내에 속한 외화가 4편, 2016년에는 2편, 2017년에 3편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국내 영화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겨울왕국2>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캡틴 마블> <조커> 등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에 한국 영화들은 맥없이 밀려났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은 ‘그 영화만의 미덕’이 아닌 흥행한 영화의 공식만 답습한 ‘양산형 영화’의 확산 때문이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봉오동 전투>와 <나쁜 녀석들:더 무비> <82년생 김지영> <돈> <악인전>은 비록 흥행을 거둔 편임에도 평단의 평가는 좋지 못했다. 그 가운데 올해 최악의 영화로 꼽히는 <자전차왕 엄복동>은 150억여원이 투입됐음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CG와 앞뒤가 맞지 않는 개연성, 애국심에 의존한 ‘국뽕’으로 점철됐다는 혹평을 받았고, UBD(17만, 관객 단위)라는 신조어로 대중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 엑시트

주춤한 한국 영화들 사이서 분전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국내 관객 점유율 1위 배급사로 올라섰다. 영화진흥위원회의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서 CJ ENM은 23.3%를 기록, 26.9%를 차지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밀려 2위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24.5%의 점유율로 디즈니(24.4%)에 0.1% 앞섰지만, 겨울철부터 결국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배급사가 역 400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한 가운데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NEW 등은 1000억원대 전후의 매출로 턱없이 부족한 성적을 받았다.

세계로 쭉쭉
한계도 분명

역사 왜곡 논란이나 평점 테러 등 이전에도 발생해온 문제들이 올해에도 불거졌다.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글 창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세종이 아닌 신미 스님이 한글을 창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에 집중했다가 평점 테러 등을 당하며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은 국내서 가장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젠더 문제서 악의적인 평점 테러를 받았다.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367만 관객을 돌파했으나, 고질병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또 매년 불거지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역시 해결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엄청난 인기를 얻는 외화가 등장할 때마다 재점화되는 ‘독과점 논란’은 해결책이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스크린 상한제’ 관련 법안을 수 차례발의했지만, 상정된 법안은 없다.

그런 가운데 2020년 한국 영화는 다시 한번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새로운 장르의 작품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보겠다는 심산이다. 또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거머쥔 스타 감독들 역시 대거 귀환하며, 단편영화 등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신예 감독들도 비교적 큰 규모의 자본을 투자 받아 신선한 이야기를 써낼 준비를 하고 있다.

2020년은 명성이 자자한 특급 감독들의 작품이 매달 이어지며, 극장가를 풍성하게 채울 전망이다. 500만 관객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감독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이 스타 배우들과 손을 잡았다. 라인업만 봐도 한국 영화의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한맨 파워
미 브랜드 파워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은 이병헌과 다시 뭉친 <남산의 부장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강동원, 이정현과 함께 <부산행> 이후 좀비들이 득세한 한반도를 그린 <반도> <관상>과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와 이병헌을 주축으로 한 <비상선언>, 류승완 감독은 김윤석, 조인성과 함께 작업한 <탈출:모가디슈>로 충무로를 휘저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변호인> <강철비>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양우석 감독은 <정상회담>을 제작하며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턴>을, <신세계>와 <마녀>의 박훈정 감독은 엄태구, 전여빈 등 신예를 앞세운 <낙원의 밤>을,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은 박보검의 첫 주연 영화 <서복>으로 나선다.
 

▲ 윤희에게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소위 ‘불한당원’이라는 팬덤을 구축한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와 손을 맞잡고 <킹메이커:선거 판의 여우>로 돌아온다. <변산>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긴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말죽거리 잔혹사> <쌍화점>으로 흥행했으나 <하울링> <강남1970>으로 연이은 쓴맛을 본 유하 감독은 <파이프 라인>으로 재기에 도전한다.

영화계서 흔히 입봉작을 두고 ‘영혼을 갈아 만든다’는 말을 쓰곤 한다. 2020년에는 단편영화 및 예술 영화로 두각을 나타낸 신예 감독들의 데뷔작도 무수해 기대감을 준다.


2012년 <파수꾼>으로 파란을 일으킨 윤성현 감독이 당시의 주역인 이제훈과 박정민 등을 캐스팅한 <사냥의 시간>과, 14분짜리 단편영화 <몸값>으로 최고 유망주로 떠오른 이충현 감독은 박신혜, 전종서를 앞세운 스릴러 영화 <콜> 그리고 <극한직업> 개봉 직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 류승룡이 선택하면서 화제를 모은 조은지 감독의 <입술은 안돼요>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디즈니에 빼앗긴 한국 안방
위상 되찾을 스타 감독은?

특히 배우 출신이자 단편영화 <이만원의 효과>로 호평을 받은 조 감독은 첫 상업영화에 도전하며 문소리, 김윤석에 이어 배우 출신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는다.

2020년에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뮤지컬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한다. 또 한국서 성공한 적 없는 SF영화도 개봉 예정이다. 먼저 <히말라야>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열사를 소재로 한 <영웅>을 뮤지컬 영화로 제작 중이다. 1909년 10월 하얼빈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판결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동명의 국내 오리지널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빼앗겼다시피 한 뮤지컬 영화 장르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첫 작품이다.
 

▲ 코미디 영화로 1000만 관객의 위업을 달성한 극한직업

뮤지컬서도 무대를 압도한 정성화가 주연을 맡았다. 류승룡과 염정아가 캐스팅된 <인생은 아름다워>도 기대되는 뮤지컬 작품이다. <국가부도의 날>의 최국희 감독과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을 통해 충무로 원탑 각색 작가로 떠오른 배세영 작가의 합작품이다.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으로 연이은 흥행을 거둔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를 앞세운 SF영화 <승리호>를 영화관에 건다.


지난해와 올해 아쉬운 성적을 받아들인 한국 영화계가 유명 감독들의 ‘맨 파워’를 보여주는 준비를 하는 가운데 외화는 앞서 성공한 작품 또는 시리즈물로 거대한 한국 영화 시장을 노린다.

스타 감독 
대거 귀환

먼저 한국서 꾸준히 사랑받는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시작으로, 윌 스미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포에버>,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먼 주연의 <밤쉘>, 소리 없는 공포 영화로 주목받은 <콰이어트 플레이스2>, DC코믹스를 실사화한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지막으로 제임스 본드 역을 소화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MCU 페이즈 4의 첫 영화이자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 국내서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이 그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국내 감독들의 면면과 외국 영화들의 제목이 2020년 영화계의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영화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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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