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1 18:17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수실에서 1분 남짓 걸으면 부검실에 도착한다. 부검을 기다리는 망자가 있는 곳이다. 같은 층에 있지만 생과 사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제주도 유일의 법의학자는 부검실로 향하는 짧은 순간 망자에게 기도를 한다. 소나기일까. 제주의대에 도착한 순간 세찬 비가 내렸다. 머리꼭지가 달궈질 만큼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다가 갑자기 날씨가 바뀌었다. 비를 피해 의대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4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교수실에 도착해 노크를 하니 “네”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목이 긴 워커를 신은 교수가 취재진을 반겼다. 강현욱 제주의대 교수였다. 넘기 힘든 강 교수는 제주도에 딱 1명 있는 법의학자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혼자 일하고 있다. 유일한 법의학자라 자리를 비우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지원을 온다.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등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곤 제주도에서 부검을 했다. 지난해 8월30일 제주의대에서 강 교수를 만나 물었을 때 현재까지 약 7000건의 부검을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1991~1994년 제주도에서 일하다가 다시 서울로 간 뒤 1997년 제주도에 내려와 정착했다
[기사 전문] 김윤신 교수(조선대학교 법의학교실): 당장 떠오르는 게 전라남도 어느 작은 군이에요. 그 집에 아이가 하나 있는데 무슨 잘못을 해서 소년원에 갔다가 이제 출소를 했어요. 그래서 아빠가 아이 밥을 먹인다고 나갔다가 들어와서 잤는데, 엄마가 그날 하필 사망하신 거예요. 경찰은 아마 (사망자가)늘 알코올에 취해 있었고, 그러니까 “술 관련해서 사망한 것 같다”며 부검을 안 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근데 그 서의 수사과장님인지 형사과장님인지 제가 잘 아는 분이셨어요. 굉장히 사건에 대한 의욕과 열의가 있는 분이셔요. 그분이 그 서에 과장으로 계시면서 크게 나무라셨어요, 젊은 형사들을. “사인을 알 수 없을 때는 살인 사건에 준하는 것으로 처리하라고 내가 그렇게 당부했는데 왜 이런 사건을 부검 안 하려고 하느냐. 당장 부검 지시 올려라”라고 해서 부검 지휘를 올렸고 법원 영장을 받아서 부검을 하는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복강 내 출혈이 치명상에 이를 정도로 다량이 나오고, 출혈의 원인은 장간막 파열이었어요. 술 취해서 쓰러져 있는 사람을 누군가가 발로 배를 밟으면 딱 찢어지는 데가 거기입니다. 이 과장님은 벌써 딱 파악을 하셔요. “두 남자 중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