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관 수사 애먹는 경찰, 왜?

두 달간 제자리…답답한 꼬리잡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의 인천공항세관 수사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일부 세관 직원이 동남아 마약상들의 마약밀수를 도왔다는 의혹이다. 연루된 일부 직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최근까지 압수수색을 감행하는 등 수사 강도가 높은 것과는 상반된 모양새다.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까닭일까? 경찰 수사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세관(이하 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조력 의혹 수사가 잠잠해졌다. ‘상부상조’ 사이인 경찰과 세관 간 대치는 이례적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사건이 조용해진 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조력 의혹 수사는 두 달 전부터 시작됐다. 별건의 마약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말레이시아 출신 국제 범죄조직원 A씨로부터 구체적 진술을 얻어낸 게 컸다. 영등포경찰서(이하 영등포서)는 A씨를 조사하면서 “지난 1월 입국 당시 세관 직원 4명의 도움을 받았다”는 증언를 확보했다. 체포된 다른 조직원들도 A씨의 진술과 유사했다.

마약상 밀수
도운 의혹

A씨는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서 주로 활동했다. 지난 1월27일 인천공항을 통해 필로폰 24kg을 몸에 붙여 들어온 운반책 6명 중 1명이다. 한 달 뒤에는 다른 조직원이 김해공항을 통해 6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약 4kg을 밀반입하다 적발돼 1심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세관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은 다른 조직원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보하고 현장검증에도 참여시켰다.


A씨는 “밀반입 루트와 계획을 세관 직원들이 알고 있었고 운반책들의 얼굴을 알았기 때문에 통과됐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실제 운반책들이 입국할 때 무리 없이 심사를 통과했고 세관 직원들이 먼저 알아보고 안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때문에)농림축산검역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세관 구역으로 몰래 통과할 수 있게 빼줬다”고 증언했다.

부산지검은 필로폰 14㎏ 상당을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국적 20대 여성 B씨를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B씨는 지난 5월29일 말레이시아서 푸딩파우더 포장재 안에 필로폰 약 14㎏을 숨겨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했다.

검찰이 압수한 필로폰 약 14㎏(시가 약 463억원)은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한 역대 최대 물량으로, 4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검찰은 B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밀반입을 시도한 필로폰의 양이 상당하고, 마약 밀반입은 공중보건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며 “더욱 중한 선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서는 초기 수사 단계서 성과를 거뒀다. A씨의 진술대로 한 부서의 실무급 직원들이던 세관 공무원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수사는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컸다.


필로폰 24kg 몸에 붙여 무사통과
수사대상 오른 직원들 밀수 조력?

그러나 외압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출신 C 경무관은 영등포서 D 경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지난달 C 경무관에게 전화를 건 경위와 통화 내용 등에 대해 직접 물었고, B 경정에게도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했다.

C 경무관과 D 경정은 감찰담당관실에 통화 상황을 각각 진술했다.

C 경무관은 과거 자신이 영등포서장과 인천공항경찰단장을 지낸 이력을 언급하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세청장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며 “내가 (세관 측에) ‘관세청이나 경찰청 모두 정부 일원이기 때문에 타 기관을 예우할 거다. 그렇게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과거 업무 때문에 인연을 맺은 인천공항본부세관 측 인사로부터 요청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C 경무관은 당시 이 사건과는 관련 없는 보직을 맡고 있었고, D 경정은 C 경무관의 관계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D 경정은 “이튿날 서울청으로부터 수사팀이 배제된 상태서 세관 직원 관련 사건의 이첩을 검토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고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지난달 10일) 세관 연루 내용은 제외하고 발표하라는 지휘부의 지시 등도 있었던 상황이라, A 경무관의 전화와 사건 이첩 논의 등을 세관 직원 수사에 대한 대한 ‘외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C 경무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세관이 예상 질의를 준비하기 위해 이 사건 보도자료에 세관 관련 내용이 들어가는지 확인 요청을 해 왔고, 이에 기관 간 업무협조 차원서 전화를 건 것일 뿐이다. 수사 개입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억울하다”
5명 혐의는?

수사팀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마약류 관리법) 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세관 직원은 현재까지 총 5명이다. 그러나 수사는 아직 마약 유통책들의 진술 이외에 뾰족한 추가 증거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팀이 세관 직원과 마약 유통책 간 금전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신청한 금융거래내역 압수수색 영장도 검찰서 두 차례 반려됐다.

세관에는 고급 마약 첩보들이 몰린다. 검찰이 일부 수사권을 회복하면서 한동안 마약수사에 올인하던 경찰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상황이다. 세관 내부에서는 제공할 수 있는 첩보가 한정적이기에 경찰보다는 검찰에 넘기는 게 유연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세관 직원은 “경찰이 세관을 마약과 관련해 강도 높게 수사한 적이 없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만 첩보를 제공하는 것에 관한 화풀이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경찰청 간부가 영등포서 측에 연락을 취한 수사 외압 의혹은 본청 차원서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사건 수사는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거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외압 의혹 부분은 본청 차원서 진상조사 중이다. 서울청 단위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영등포서를) 지원하고 있고 지휘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이 참여하면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고 있다”며 “현재 피의자는 5명인데 일부 조정은 가능하다. 원래는 4명이었는데 지금 5명이 됐다. 한 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수사를 지켜보되 사건에 연루된 직원 1명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연루된 직원 중 일부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세관 직원들이 길을 안내해서 따라갔다. 농림축산검역소가 아니라 세관 구역으로 나왔다”는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해 힘든
유착·외압

당시 조직원들이 타고 온 비행기는 검역 대상인 쿠알라룸프르발 비행기였다. 해당 비행기서 내린 모든 승객은 세관의 검역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해당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의 말은 다르다.

한 세관 직원은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검역”이라며 “신병 검색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인물이 누구인지 체크해 따로 분류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도 “몸을 강도 높게 수색하는 경우는 드물다. 검역소 직원들은 승객들이 들여오는 햄, 고기, 과일 등을 확인한다. 몸을 수색할 이유가 없다. 상식적으로 과일을 옷 사이에다가 많이 들고 오는 여행객들이 있냐”고 되물었다.

경찰은 수사 직전인 내사 단계서 현장검증을 진행한 바 있다. A씨와 타 조직원들이 진술한 내용을 비교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복수의 조직원들은 세관 직원 3명을 ‘도와준 인물’이라고 정확하게 지목했다고 한다. 자리에 없었던 나머지 한 명도, 조직원들은 사진을 보더니 “이 사람이 도왔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관 직원들은 “통역사를 제외하면 현장검증에 온 조직원은 단 두 명이었다. 이 중에서도 1명이 주로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압수수색 영장 잇단 반려
아직 물적 증거 확보 못해

가장 먼저 공범으로 지목된 세관 직원은 조직원들이 입국했던 날인 1월27일에 연가를 내기도 했다. 조직원들이 입국장에 들어선 건 오전 8시쯤이지만 해당 직원 이 시간, 공항서 차로 20분쯤 되는 집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직원은 1월26일부터 27일 사이 중앙 통로에 출입한 내역이 조회되지 않았다.

조직원들이 진술한 내용 중 빠져나갔던 통로도 수상한 지점이다. A씨는 “주로 4, 5번 검색대로 통과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세관 직원 중 해당 검색대서 일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연가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으로 나와 조직원들을 돕고 중앙 통로를 제외한 다른 기록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세관 직원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와 정황이 있다.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도 마약 사건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 E(40대·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F(30대·남)씨 등 태국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E씨는 지난해 12월 합성마약 ‘야바’ 1만9369정(시가 19억3690만원 상당)을 태국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몰래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씨는 알고 지내던 F씨로부터 “야바를 숨긴 물품을 반입해주면 대가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청바지 뒷주머니나 손가방 등에 은닉된 야바 1만9369정을 받아 자신의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기내 수하물로 휴대해 입국하다가 김해공항서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E씨가 들여온 야바를 받아 국내에 유통하려 했으나, E씨가 적발되면서 연달아 붙잡혔다. 이들은 마약 소지나 투약 혐의, 체류 기간을 넘겨 국내에 머문 혐의도 함께 받아 기소됐다. 이들이 밀반입하려던 야바 1만9000여정은 김해공항서 적발한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마약류 밀수입 범행은 마약류의 확산 및 그로 인한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다분해 위험성이 크고, 피고인이 밀수한 야바의 양은 분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다만 국내에 유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뻥 뚫린
김해공항

부산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 10월20일에도 말레이시아 국적 G씨가 필로폰을 위탁 수하물에 넣고 들어오려다 김해공항서 적발됐다. 당시 필로폰은 셔츠 등을 고정하기 위한 두꺼운 도화지 부자재인 의류용 등대지인 것처럼 위장해 옷 속에 들어 있었다. G씨가 가져온 필로폰은 8kg가량으로 시가 240억 상당이다.

세관은 엑스레이 촬영과 정밀 판독 등 검사를 벌여 공항서 마약을 확인하고 G씨를 검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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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