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관 수사 애먹는 경찰, 왜?

두 달간 제자리…답답한 꼬리잡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의 인천공항세관 수사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일부 세관 직원이 동남아 마약상들의 마약밀수를 도왔다는 의혹이다. 연루된 일부 직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최근까지 압수수색을 감행하는 등 수사 강도가 높은 것과는 상반된 모양새다.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까닭일까? 경찰 수사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세관(이하 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조력 의혹 수사가 잠잠해졌다. ‘상부상조’ 사이인 경찰과 세관 간 대치는 이례적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사건이 조용해진 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조력 의혹 수사는 두 달 전부터 시작됐다. 별건의 마약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말레이시아 출신 국제 범죄조직원 A씨로부터 구체적 진술을 얻어낸 게 컸다. 영등포경찰서(이하 영등포서)는 A씨를 조사하면서 “지난 1월 입국 당시 세관 직원 4명의 도움을 받았다”는 증언를 확보했다. 체포된 다른 조직원들도 A씨의 진술과 유사했다.

마약상 밀수
도운 의혹

A씨는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서 주로 활동했다. 지난 1월27일 인천공항을 통해 필로폰 24kg을 몸에 붙여 들어온 운반책 6명 중 1명이다. 한 달 뒤에는 다른 조직원이 김해공항을 통해 6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약 4kg을 밀반입하다 적발돼 1심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세관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은 다른 조직원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보하고 현장검증에도 참여시켰다.


A씨는 “밀반입 루트와 계획을 세관 직원들이 알고 있었고 운반책들의 얼굴을 알았기 때문에 통과됐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실제 운반책들이 입국할 때 무리 없이 심사를 통과했고 세관 직원들이 먼저 알아보고 안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때문에)농림축산검역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세관 구역으로 몰래 통과할 수 있게 빼줬다”고 증언했다.

부산지검은 필로폰 14㎏ 상당을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국적 20대 여성 B씨를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B씨는 지난 5월29일 말레이시아서 푸딩파우더 포장재 안에 필로폰 약 14㎏을 숨겨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했다.

검찰이 압수한 필로폰 약 14㎏(시가 약 463억원)은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한 역대 최대 물량으로, 4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검찰은 B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밀반입을 시도한 필로폰의 양이 상당하고, 마약 밀반입은 공중보건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며 “더욱 중한 선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서는 초기 수사 단계서 성과를 거뒀다. A씨의 진술대로 한 부서의 실무급 직원들이던 세관 공무원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수사는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컸다.


필로폰 24kg 몸에 붙여 무사통과
수사대상 오른 직원들 밀수 조력?

그러나 외압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출신 C 경무관은 영등포서 D 경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지난달 C 경무관에게 전화를 건 경위와 통화 내용 등에 대해 직접 물었고, B 경정에게도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했다.

C 경무관과 D 경정은 감찰담당관실에 통화 상황을 각각 진술했다.

C 경무관은 과거 자신이 영등포서장과 인천공항경찰단장을 지낸 이력을 언급하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세청장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며 “내가 (세관 측에) ‘관세청이나 경찰청 모두 정부 일원이기 때문에 타 기관을 예우할 거다. 그렇게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과거 업무 때문에 인연을 맺은 인천공항본부세관 측 인사로부터 요청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C 경무관은 당시 이 사건과는 관련 없는 보직을 맡고 있었고, D 경정은 C 경무관의 관계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D 경정은 “이튿날 서울청으로부터 수사팀이 배제된 상태서 세관 직원 관련 사건의 이첩을 검토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고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지난달 10일) 세관 연루 내용은 제외하고 발표하라는 지휘부의 지시 등도 있었던 상황이라, A 경무관의 전화와 사건 이첩 논의 등을 세관 직원 수사에 대한 대한 ‘외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C 경무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세관이 예상 질의를 준비하기 위해 이 사건 보도자료에 세관 관련 내용이 들어가는지 확인 요청을 해 왔고, 이에 기관 간 업무협조 차원서 전화를 건 것일 뿐이다. 수사 개입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억울하다”
5명 혐의는?

수사팀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마약류 관리법) 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세관 직원은 현재까지 총 5명이다. 그러나 수사는 아직 마약 유통책들의 진술 이외에 뾰족한 추가 증거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팀이 세관 직원과 마약 유통책 간 금전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신청한 금융거래내역 압수수색 영장도 검찰서 두 차례 반려됐다.

세관에는 고급 마약 첩보들이 몰린다. 검찰이 일부 수사권을 회복하면서 한동안 마약수사에 올인하던 경찰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상황이다. 세관 내부에서는 제공할 수 있는 첩보가 한정적이기에 경찰보다는 검찰에 넘기는 게 유연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세관 직원은 “경찰이 세관을 마약과 관련해 강도 높게 수사한 적이 없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만 첩보를 제공하는 것에 관한 화풀이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경찰청 간부가 영등포서 측에 연락을 취한 수사 외압 의혹은 본청 차원서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사건 수사는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거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외압 의혹 부분은 본청 차원서 진상조사 중이다. 서울청 단위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영등포서를) 지원하고 있고 지휘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이 참여하면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고 있다”며 “현재 피의자는 5명인데 일부 조정은 가능하다. 원래는 4명이었는데 지금 5명이 됐다. 한 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수사를 지켜보되 사건에 연루된 직원 1명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연루된 직원 중 일부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세관 직원들이 길을 안내해서 따라갔다. 농림축산검역소가 아니라 세관 구역으로 나왔다”는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해 힘든
유착·외압

당시 조직원들이 타고 온 비행기는 검역 대상인 쿠알라룸프르발 비행기였다. 해당 비행기서 내린 모든 승객은 세관의 검역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해당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의 말은 다르다.

한 세관 직원은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검역”이라며 “신병 검색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인물이 누구인지 체크해 따로 분류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도 “몸을 강도 높게 수색하는 경우는 드물다. 검역소 직원들은 승객들이 들여오는 햄, 고기, 과일 등을 확인한다. 몸을 수색할 이유가 없다. 상식적으로 과일을 옷 사이에다가 많이 들고 오는 여행객들이 있냐”고 되물었다.

경찰은 수사 직전인 내사 단계서 현장검증을 진행한 바 있다. A씨와 타 조직원들이 진술한 내용을 비교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복수의 조직원들은 세관 직원 3명을 ‘도와준 인물’이라고 정확하게 지목했다고 한다. 자리에 없었던 나머지 한 명도, 조직원들은 사진을 보더니 “이 사람이 도왔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관 직원들은 “통역사를 제외하면 현장검증에 온 조직원은 단 두 명이었다. 이 중에서도 1명이 주로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압수수색 영장 잇단 반려
아직 물적 증거 확보 못해

가장 먼저 공범으로 지목된 세관 직원은 조직원들이 입국했던 날인 1월27일에 연가를 내기도 했다. 조직원들이 입국장에 들어선 건 오전 8시쯤이지만 해당 직원 이 시간, 공항서 차로 20분쯤 되는 집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직원은 1월26일부터 27일 사이 중앙 통로에 출입한 내역이 조회되지 않았다.

조직원들이 진술한 내용 중 빠져나갔던 통로도 수상한 지점이다. A씨는 “주로 4, 5번 검색대로 통과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세관 직원 중 해당 검색대서 일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연가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으로 나와 조직원들을 돕고 중앙 통로를 제외한 다른 기록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세관 직원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와 정황이 있다.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도 마약 사건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 E(40대·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F(30대·남)씨 등 태국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E씨는 지난해 12월 합성마약 ‘야바’ 1만9369정(시가 19억3690만원 상당)을 태국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몰래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씨는 알고 지내던 F씨로부터 “야바를 숨긴 물품을 반입해주면 대가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청바지 뒷주머니나 손가방 등에 은닉된 야바 1만9369정을 받아 자신의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기내 수하물로 휴대해 입국하다가 김해공항서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E씨가 들여온 야바를 받아 국내에 유통하려 했으나, E씨가 적발되면서 연달아 붙잡혔다. 이들은 마약 소지나 투약 혐의, 체류 기간을 넘겨 국내에 머문 혐의도 함께 받아 기소됐다. 이들이 밀반입하려던 야바 1만9000여정은 김해공항서 적발한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마약류 밀수입 범행은 마약류의 확산 및 그로 인한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다분해 위험성이 크고, 피고인이 밀수한 야바의 양은 분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다만 국내에 유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뻥 뚫린
김해공항

부산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 10월20일에도 말레이시아 국적 G씨가 필로폰을 위탁 수하물에 넣고 들어오려다 김해공항서 적발됐다. 당시 필로폰은 셔츠 등을 고정하기 위한 두꺼운 도화지 부자재인 의류용 등대지인 것처럼 위장해 옷 속에 들어 있었다. G씨가 가져온 필로폰은 8kg가량으로 시가 240억 상당이다.

세관은 엑스레이 촬영과 정밀 판독 등 검사를 벌여 공항서 마약을 확인하고 G씨를 검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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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