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관 수사 애먹는 경찰, 왜?

두 달간 제자리…답답한 꼬리잡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의 인천공항세관 수사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일부 세관 직원이 동남아 마약상들의 마약밀수를 도왔다는 의혹이다. 연루된 일부 직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최근까지 압수수색을 감행하는 등 수사 강도가 높은 것과는 상반된 모양새다.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까닭일까? 경찰 수사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세관(이하 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조력 의혹 수사가 잠잠해졌다. ‘상부상조’ 사이인 경찰과 세관 간 대치는 이례적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사건이 조용해진 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조력 의혹 수사는 두 달 전부터 시작됐다. 별건의 마약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말레이시아 출신 국제 범죄조직원 A씨로부터 구체적 진술을 얻어낸 게 컸다. 영등포경찰서(이하 영등포서)는 A씨를 조사하면서 “지난 1월 입국 당시 세관 직원 4명의 도움을 받았다”는 증언를 확보했다. 체포된 다른 조직원들도 A씨의 진술과 유사했다.

마약상 밀수
도운 의혹

A씨는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서 주로 활동했다. 지난 1월27일 인천공항을 통해 필로폰 24kg을 몸에 붙여 들어온 운반책 6명 중 1명이다. 한 달 뒤에는 다른 조직원이 김해공항을 통해 6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약 4kg을 밀반입하다 적발돼 1심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세관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은 다른 조직원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보하고 현장검증에도 참여시켰다.


A씨는 “밀반입 루트와 계획을 세관 직원들이 알고 있었고 운반책들의 얼굴을 알았기 때문에 통과됐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실제 운반책들이 입국할 때 무리 없이 심사를 통과했고 세관 직원들이 먼저 알아보고 안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때문에)농림축산검역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세관 구역으로 몰래 통과할 수 있게 빼줬다”고 증언했다.

부산지검은 필로폰 14㎏ 상당을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국적 20대 여성 B씨를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B씨는 지난 5월29일 말레이시아서 푸딩파우더 포장재 안에 필로폰 약 14㎏을 숨겨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했다.

검찰이 압수한 필로폰 약 14㎏(시가 약 463억원)은 김해공항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한 역대 최대 물량으로, 4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검찰은 B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밀반입을 시도한 필로폰의 양이 상당하고, 마약 밀반입은 공중보건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며 “더욱 중한 선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서는 초기 수사 단계서 성과를 거뒀다. A씨의 진술대로 한 부서의 실무급 직원들이던 세관 공무원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수사는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컸다.


필로폰 24kg 몸에 붙여 무사통과
수사대상 오른 직원들 밀수 조력?

그러나 외압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출신 C 경무관은 영등포서 D 경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지난달 C 경무관에게 전화를 건 경위와 통화 내용 등에 대해 직접 물었고, B 경정에게도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했다.

C 경무관과 D 경정은 감찰담당관실에 통화 상황을 각각 진술했다.

C 경무관은 과거 자신이 영등포서장과 인천공항경찰단장을 지낸 이력을 언급하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세청장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며 “내가 (세관 측에) ‘관세청이나 경찰청 모두 정부 일원이기 때문에 타 기관을 예우할 거다. 그렇게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과거 업무 때문에 인연을 맺은 인천공항본부세관 측 인사로부터 요청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C 경무관은 당시 이 사건과는 관련 없는 보직을 맡고 있었고, D 경정은 C 경무관의 관계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D 경정은 “이튿날 서울청으로부터 수사팀이 배제된 상태서 세관 직원 관련 사건의 이첩을 검토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고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지난달 10일) 세관 연루 내용은 제외하고 발표하라는 지휘부의 지시 등도 있었던 상황이라, A 경무관의 전화와 사건 이첩 논의 등을 세관 직원 수사에 대한 대한 ‘외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C 경무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세관이 예상 질의를 준비하기 위해 이 사건 보도자료에 세관 관련 내용이 들어가는지 확인 요청을 해 왔고, 이에 기관 간 업무협조 차원서 전화를 건 것일 뿐이다. 수사 개입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억울하다”
5명 혐의는?

수사팀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마약류 관리법) 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세관 직원은 현재까지 총 5명이다. 그러나 수사는 아직 마약 유통책들의 진술 이외에 뾰족한 추가 증거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팀이 세관 직원과 마약 유통책 간 금전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신청한 금융거래내역 압수수색 영장도 검찰서 두 차례 반려됐다.

세관에는 고급 마약 첩보들이 몰린다. 검찰이 일부 수사권을 회복하면서 한동안 마약수사에 올인하던 경찰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상황이다. 세관 내부에서는 제공할 수 있는 첩보가 한정적이기에 경찰보다는 검찰에 넘기는 게 유연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세관 직원은 “경찰이 세관을 마약과 관련해 강도 높게 수사한 적이 없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만 첩보를 제공하는 것에 관한 화풀이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경찰청 간부가 영등포서 측에 연락을 취한 수사 외압 의혹은 본청 차원서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사건 수사는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거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외압 의혹 부분은 본청 차원서 진상조사 중이다. 서울청 단위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영등포서를) 지원하고 있고 지휘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이 참여하면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고 있다”며 “현재 피의자는 5명인데 일부 조정은 가능하다. 원래는 4명이었는데 지금 5명이 됐다. 한 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수사를 지켜보되 사건에 연루된 직원 1명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연루된 직원 중 일부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세관 직원들이 길을 안내해서 따라갔다. 농림축산검역소가 아니라 세관 구역으로 나왔다”는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해 힘든
유착·외압

당시 조직원들이 타고 온 비행기는 검역 대상인 쿠알라룸프르발 비행기였다. 해당 비행기서 내린 모든 승객은 세관의 검역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해당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의 말은 다르다.

한 세관 직원은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검역”이라며 “신병 검색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인물이 누구인지 체크해 따로 분류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도 “몸을 강도 높게 수색하는 경우는 드물다. 검역소 직원들은 승객들이 들여오는 햄, 고기, 과일 등을 확인한다. 몸을 수색할 이유가 없다. 상식적으로 과일을 옷 사이에다가 많이 들고 오는 여행객들이 있냐”고 되물었다.

경찰은 수사 직전인 내사 단계서 현장검증을 진행한 바 있다. A씨와 타 조직원들이 진술한 내용을 비교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복수의 조직원들은 세관 직원 3명을 ‘도와준 인물’이라고 정확하게 지목했다고 한다. 자리에 없었던 나머지 한 명도, 조직원들은 사진을 보더니 “이 사람이 도왔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관 직원들은 “통역사를 제외하면 현장검증에 온 조직원은 단 두 명이었다. 이 중에서도 1명이 주로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압수수색 영장 잇단 반려
아직 물적 증거 확보 못해

가장 먼저 공범으로 지목된 세관 직원은 조직원들이 입국했던 날인 1월27일에 연가를 내기도 했다. 조직원들이 입국장에 들어선 건 오전 8시쯤이지만 해당 직원 이 시간, 공항서 차로 20분쯤 되는 집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직원은 1월26일부터 27일 사이 중앙 통로에 출입한 내역이 조회되지 않았다.

조직원들이 진술한 내용 중 빠져나갔던 통로도 수상한 지점이다. A씨는 “주로 4, 5번 검색대로 통과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세관 직원 중 해당 검색대서 일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연가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으로 나와 조직원들을 돕고 중앙 통로를 제외한 다른 기록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세관 직원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와 정황이 있다.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도 마약 사건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 E(40대·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F(30대·남)씨 등 태국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E씨는 지난해 12월 합성마약 ‘야바’ 1만9369정(시가 19억3690만원 상당)을 태국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몰래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씨는 알고 지내던 F씨로부터 “야바를 숨긴 물품을 반입해주면 대가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청바지 뒷주머니나 손가방 등에 은닉된 야바 1만9369정을 받아 자신의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기내 수하물로 휴대해 입국하다가 김해공항서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E씨가 들여온 야바를 받아 국내에 유통하려 했으나, E씨가 적발되면서 연달아 붙잡혔다. 이들은 마약 소지나 투약 혐의, 체류 기간을 넘겨 국내에 머문 혐의도 함께 받아 기소됐다. 이들이 밀반입하려던 야바 1만9000여정은 김해공항서 적발한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마약류 밀수입 범행은 마약류의 확산 및 그로 인한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다분해 위험성이 크고, 피고인이 밀수한 야바의 양은 분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다만 국내에 유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뻥 뚫린
김해공항

부산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 10월20일에도 말레이시아 국적 G씨가 필로폰을 위탁 수하물에 넣고 들어오려다 김해공항서 적발됐다. 당시 필로폰은 셔츠 등을 고정하기 위한 두꺼운 도화지 부자재인 의류용 등대지인 것처럼 위장해 옷 속에 들어 있었다. G씨가 가져온 필로폰은 8kg가량으로 시가 240억 상당이다.

세관은 엑스레이 촬영과 정밀 판독 등 검사를 벌여 공항서 마약을 확인하고 G씨를 검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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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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