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2 15:15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의 이례적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내부 갈등이 현재진행형임에도 본연의 임무인 감사는 잊지 않고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의 마찰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젠 문재인정부 시절 언급됐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핀셋 검증하는 데 나섰다. 4대강 보, 통계조작 의혹,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등 확대 감사로 향후 검찰 수사의 밑그림을 그려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은 정치적 감사 논란을 ‘정면 돌파’ 중이다.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일 정도다. 이제야 제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안팎에서는 전 정권의 의혹을 지나치게 들쑤신다는 말도 나온다. 자칫 물 만난 물고기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 있는 전방위 조사 윤석열정부는 정치권과 사교육 업계, 시민단체 등에 대한 압박에 나선 지 오래다. 사정기관들은 검찰이 수사하듯 조사 대상을 소환하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감사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감사원은 현재 유병호 사무총장의 지휘 아래 전 정권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안들을 거르지 않고 감사 중이다. 감사 컨트롤타워가 된 특별조사국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에만 해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등을 살펴보면서 주목을 받았다. 통상 감사원 감사는 사무처가 연초에 ‘연간감사계획’을 세우고 감사위가 최종 의결해 확정하는데, 특별조사국 감사는 감사위원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 감사위 문턱을 피하는 다른 방법은 ‘공익 감사청구’다. 국민이 직접 감사를 청구하는 ‘국민 감사청구’의 경우 외부위원이 포함된 심사위서 감사 개시를 결정한다. 그러나 비영리 민간단체, 공공기관장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가 청구하는 공익 감사청구는 사무처가 감사 개시를 결정하기 때문에 감사원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감사 여부가 나뉜다. 전 전 위원장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설립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설립 적법성 감사 등이 대표적인 공익 감사청구 사례다. 일각에선 정치적으로 편향된 조직이 공익 감사를 청구하고 이를 수사기관과 협력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위가 패싱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윤석열정부 들어서 특별조사국의 연이은 감사가 시작됐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4월4일 새로운 감사사무처리규칙을 만들었다. ‘범죄 혐의가 확실하진 않으나 수사에 참고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감사위 의결 없이 수사기관에 수사 참고자료를 보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내부 지침’이던 수사기관 참고자료 전송 공식화 전 정권 실세 청와대 인사 이례적 잇단 소환조사 해당 조항은 그간 ‘내부 지침’으로만 존재해왔다. 감사사무처리규칙으로 공식화하면서 감사원이 수사기관의 자회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은 또 지난해 7월 공익 감사청구 규정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감사원 감사청구권을 부여했다. 행정안전부가 원하면 언제든지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전 정권을 겨냥하기 시작한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문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 정권의 판단을 뒤집었다. 감사원은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 등 평가가 불합리하게 된 것을 확인했다”며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보의 처리 방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재검토’할 것을 환경부에 통보했다. 특히 환경부가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지시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특정 단체의 추천 인사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보의 처리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지난 1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날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 관련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환경부가 국정과제서 설정한 보 처리 방안 마련의 시한을 이유로 들며 과학적·합리적 방법 대신 타당성과 신뢰성 측면서 한계가 있는 방법으로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했다고 감사 결과를 밝혔다. 당시 보 해체를 결정하는 데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는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분석으로 이뤄졌다. 보 해체 시 드는 소요 비용보다 기대 편익이 크면 보를 해체하기로 한 것이다. 결론은 세종보와 죽산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를 해체했을 경우 기대되는 편익을 드러내기 위해 당시 환경부가 채택한 것이 보를 설치하기 이전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날카롭게 핀셋 조사 물론 해당 논의 과정서도 보를 건설하기 이전의 자료는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형상의 변화, 오염물질 유입으로 인한 수질 지표(COD) 값의 증가 추세, 보를 대표하는 측정지점서의 측정 자료 부재 등으로 ‘보 해체 후’의 상태를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 2019년 2월까지 보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보고한 만큼 이런 경제성 분석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보 설치 전’ 측정자료를 사용해 분석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문정부 당시 실세로 통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소환조사했다.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조사에 나서면서 감사원 내부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감사원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입안자이기도 한 장 전 실장이 문정부 당시 집값과 소득 및 고용 통계에 부당하게 관여한 의혹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감사원은 문정부 기간 주택가격동향이 공개되기 전, 한국부동산원 내부서만 공유되는 통계 잠정치를 국토부 공무원이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을 포착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 장 전 실장의 지시와 개입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장 전 실장은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 중 이상 거래로 분류되는 주택거래 등을 걸러내는 과정서 집값 통계를 임의로 낮추려 과도한 보정작업을 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장 전 실장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문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으며 이후 주중대사를 역임했다. 지난해 9월부터 10개월째 통계조작 의혹을 조사 중인 감사원이 장 전 실장을 조사했다는 건, 감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 의혹으로 장 전 실장과 김 전 실장 외에 올해 초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을, 지난해엔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대면 조사했다. 장관급 줄소환 유 사무총장은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통계감사는 마무리 단계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올해 3월부터 특별조사국 감사관을 추가로 투입해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의 통계조작 의혹 감사에 관해 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정치 보복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감사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을 앞세운 현 정부의 문정부 때리기가 도를 한참 넘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감사원이 문정부와 관련된 의혹 대부분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초동 소재 한 변호사는 “지금껏 종료된 감사 대부분이 검찰 강제수사 착수로 이어졌다. 과거 월성 원전도 그렇지 않냐”며 “검찰이 직접 움직이기 부담스러운 사안에 감사원과 타 사정기관이 명분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 관계자도 “특별조사국이 감사위 의결 제한이 없으니 소위 ‘월권 행위’를 한다는 말이 내부서도 나온다”며 “윗선서 암묵적 감사 분위기를 풍기면 막힐까 봐 유 사무총장이 특별조사국의 권한을 과도하게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의 감사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O명 규모로 정원 증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감사원은 현재 결원이 70명에 달한다. “4대강·통계 조작 감사 끝나면 수사” 관측 7년 만에 인력 증원…감찰·조사 기능 강화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현재(이달 기준) 정원 1080명, 현원 1010명 규모로 인력을 운용 중이다. 현재 결원 규모는 총 70명으로, 감사원은 하반기 임용 유예자 및 경력 채용, 내년 신규 7급 공채를 통해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다. 앞서 감사원은 대규모 정원 증원을 대통령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결원과 별도로 50명 남짓 규모로 증원될 예정이다. 현실화된다면 2016년 이후 7년 만의 정원 증원이다. 이는 윤석열정부 들어 언급된 공직사회 압박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전방위적으로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면서 관련된 공직자들을 솎아내겠다고 밝혀왔다. 대통령실은 올해 초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에 감찰조사팀을, 국무조정실 산하에 복무관리팀을 각각 신설해 고위공직자 감찰 기능을 보강한 바 있다. 이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공직자 기강 확립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실 폐지 이후 약화된 사정 기능을 보강하고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당시 군의 북한 무인기 부실 대응 문제와 이태원 참사 등 굵직한 사고가 잇따른 이유로 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일부 부처가 정권교체 후에도 복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통령실은 차관 교체 등 인사를 단행하면서 관가에 경각심을 불어넣기도 했다. 앞서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강경성 당시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임명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 등 5개 부처 차관 자리에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임명한 것도 현재 공직사회의 잘못된 인사 관행이나 이권 결탁을 바로잡으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수십명 규모 결원을 지닌 채 정원 늘리기에 나선 감사원을 향해 ‘내로남불’이란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과거 산업통상자원부 감사 때 “정원 조정 등 인력 관리 운영 미흡”을 사유로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내로남불 인력 늘리기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산업통상자원부 정기감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감사원은 “(산자부는) 2019년부터 본부와 소속기관 모두 결원인 상태로 인력을 운용해오고 있다”며 “본부 및 소속기관의 인력을 적정 규모로 배치하되, 본부 업무량의 증가로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곧바로 산업부 전체 정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장기간 활용하지 않고 있는 소속기관의 정원을 본부로 이관하는 등 우선 산업부 내에서 조직 및 정원을 조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같은 당 의원들조차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실금 같던 틈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급하게 한쪽 입을 틀어막아도 다른 쪽에서 이야기가 새어 나온다. ‘민주당 분당설’이라는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당내엔 긴장감마저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분당설이 고개를 들었다. 이전부터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계, 친낙(친 이낙연)계, 친문( 친문재인)계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계파가 형성됐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발을 딛는 곳마다 유독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긴장감은 벌써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의 분열 조짐은 지난 2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압도적 부결을 자신한 것과 달리 30표가량의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졌다. 당시 이 대표에겐 “정치적 사망이 선고됐다”는 평가도 오르내렸다. 이후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을 두고 ‘방탄’ 논란이 일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치명타를 입었다. 가동되는 시한폭탄 그러던 이 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날 이 대표의 선언은 자신과 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는 차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극명한 반응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부터 당이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이들은 의원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당당히 포기함으로써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의미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에게 한정된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검찰 독재정권과 싸울 수가 있겠냐는 입장이다. 현재 윤석열정부의 ‘검찰 독재’ ‘정치탄압’이 만연한 만큼 민주당 모두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오히려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이하 혁신위)가 나섰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1호 혁신안으로 제시했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지난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은 망한다”며 압박도 가했다. 혁신위가 민주당을 따끔하게 질책한 다음 날인 지난 13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의제로 두고 의원총회가 열렸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날 의원총회서 지도부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적으로 선언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윤리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혁신안을 추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혁신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1호 혁신안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이 영장 청구를 판단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는 말에 묻히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비명(비 이재명)계와 친낙계로 구성된 31명의 민주당 의원이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습니다’란 입장문을 내고 포기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제 식구 감싸기’와 계파 다툼이 난무하는 정당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도 이날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끝까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못한 의원에게 있어 이들의 결의는 탐탁지 못한 선택으로 비춰졌다. 친명계 위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민주당의 내홍이 깊어졌다. 체포동의안에 관해 당론을 정한 적이 없을뿐더러 수사 과정에 따라 각자 판단할 일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한발 빠른 비명·친낙 민주당 지도부 통수? 불체포특권이 헌법에 규정된 만큼 결의만으로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고 당심에 조금씩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이던 중 불현듯 ‘유쾌한 결별’ 이야기가 툭 튀어나오면서 민주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같은 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한 라디오를 통해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이 구성원들이 공통분모를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균열이 생길 것이란 뜻이다. 이를 두고 유쾌한 결별이 반드시 분당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위와 당 지도부는 이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질타했다. 하나로 똘똘 뭉쳐 윤정부와 맞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당을 ‘갈라치기’ 하는 발언이 오히려 분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지도부에서는 이 의원의 발언이 도를 지나치게 넘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를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해당 행위로 간주하고 엄중히 경고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반응에 이 의원은 “어디까지나 유쾌한 결별까지 ‘각오’하면서 당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이 이원의 ‘유쾌한 결별’ 발언을 시작으로 민주당 분당을 둘러싼 말이 겹겹이 얹어졌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심리적 분당’에 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이 갈라설 가능성은 적지만 계파 싸움이 격해질 경우 심리적으로 분당할 것이란 우려를 표한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귀국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 전 총리에게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시국인 만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함께 윤정부를 견제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재명 살리기 이를 두고 추 전 장관은 “백지장을 맞들어도 방향이 다르면 찢어진다”고 일갈했다. 백지장을 맞대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조차 모른 채 섣불리 함께하는 것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분당설에 연기가 피어오르자 민주당은 초기 진압에 나섰다. 특히 혁신위는 ‘유쾌한 결별’ 발언을 두고 개혁과 혁신이 절박하다는 것을 다소 거칠게 표현했을 뿐, 분당의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죽어라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죽어’라는 뜻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친명계에서는 “민주당의 분당은 곧 윤석열 대통령이 원하는 길”이라고 소리 높였다. 현 시점서 민주당이 갈라서게 된다면 내년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까지 줄줄이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유쾌한 결별’에 ‘공천 룰’이라는 또 다른 불씨가 피어올랐다. 내년 총선을 두고 예고된 치열한 공천권 싸움에 권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제시되면서다. 지난 19일, 혁신위는 공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여럿 있었다며 공천 룰 변경을 시사했다. 민주당에는 또다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로 한차례 당을 뒤흔든 혁신위가 이전보다 민감한 소재에 과감히 손을 댄 것이다. 민주당의 공천 룰은 이미 지난 5월 확정됐다. 민주당은 앞서 이해찬 전 대표 시절인 2019년 7월에 만들어진 시스템 공천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혁신위는 해당 틀에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제 혁파’와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는 ‘투명한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대표가 총선을 치르고 대선까지 가기 위해 공천권을 휘두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다. ‘이재명 호신위’이라는 의혹을 떠안은 혁신위가 공천룰을 어떻게 손볼지에 따라 내년 총선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을 목표로 한다면 공천룰 손질이 불가피한 만큼 혁신위를 통해 자신의 뜻을 펼칠 것이란 비판을 제기했다. 비명계서도 기존에 확정됐던 공천 룰을 손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천 룰을 건드릴 경우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이 대표와 친명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공천의 판이 짜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천 룰이 어떻게 변경되느냐에 따라 계파 간 유불리뿐 아니라, 의원들이 총선 전략마저 달라질 수 있다. 정치생명의 호흡기와도 같은 공천권을 권력의 입맛대로 주무르게 된다면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서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갈등이 있었던 만큼, 혁신위가 공천 룰을 일방적으로 손댈 경우 민주당 분당설에 또다시 불꽃이 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얼기설기 미봉책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분당이라는 건 쉽게 일어나지 않겠지만 만일 공천이라는 변수가 생긴다면 가능성은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천권에 이 대표가 입김을 불어넣으면 비명계 의원이 대거 컷오프되고 이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이 창당된다면 민주당의 분당설은 단순이 ‘설’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성이 뚜렷하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원회가 아니냐’는 질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혁신위가 공천 룰 손질을 예고한 이튿날 친명계 성향의 단체도 ‘공천혁신’을 주장했다. 비명계 의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민주혁신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10대 공천혁신안’을 발표했다. 공천혁신은 ‘물갈이의 제도화’인 만큼 민주당이 민심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586세대를 겨냥한 퇴진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민 의원은 다음 총선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4분의 3 이상인 만큼 39명 중 30명은 물갈이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혁신회는 같은 지역구서 3선 이상을 지낸 의원에게 경선 득표율 50%를 감산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선 공천 컷오프 비율을 현행 20%서 3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민심을 거부한다면 배가 뒤집힐 수밖에 없다며 압박했다. 만일 공천 룰이 퇴진론의 방향으로 틀어진다면 중진 현역 의원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체포특권에 공천까지 건드는 족족 ‘와르르’ 혁신위도 궤를 같이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 차원서 공천 룰을 이해하고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당 공천 과정서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을 혁파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가 혁신위의 세 번째 혁신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되자 비명계 의원은 자신을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의원의 역량이 아닌 선수만 놓고 따지는 것 역시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천권 문제만으로는 민주당의 분당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이 대표가 자신의 입맛대로 공천권을 휘두르기에는 각종 사법 리스크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분당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이다. 신당이 생기기 위해서는 힘이 있는 지도부가 나서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수는 총선을 9개월 앞둔 지금 호남 지역을 공격적으로 노리는 제3지대다. 표심이 어디로 흘러 들어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를 수도 있다.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서 이길 것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표심이 이전 같지 않은 데다가 무당층을 겨냥한 신당까지 생기면서다. 같은 당 의원들끼리 화합하지 못하니 윤정부와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서도 승리가 확실치 않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의 시선이다. 긴장감 최고조 악조건인 상황서 계파 간 갈등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회동마저 취소됐다. 벌써 두 번째 불발이다. 차일피일 미뤄진 만남에 민주당은 폭우를 이유로 들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론’을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실금이 그어진 셈이다. ‘유쾌한 결별’과 ‘불쾌한 동거’ 사이서 혁신위만 진땀을 빼고 있다. 168명의 민주당 의원을 어르고 달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려놓은 불체포특권 득일까? 실일까? 긴 진통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소속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했다. 민주당이 회복해야 할 도덕적 정당이란 위치를 고려했다고 전해졌지만 혁신안 부결이 몰고 올 파장을 염려해 결의를 추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하면서도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 흠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반쪽짜리’ 결의라는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당한 영장인지 아닌지를 판사가 아닌 정당이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결과적으로 비명계는 이 대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게 됐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리스크 돌파를 위한 승부수 아닌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예상되는 이유다. <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이재명의 덩치를 불린 건 ‘말’이었다. 기초단체장서 광역단체장으로, 대선후보와 거대 야당 대표로 성장하는 내내 ‘사이다’라는 별칭이 뒤따랐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언에 지지자는 열광했고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다. ‘말로 흥한’ 그가 ‘말로 망하는’ 모양새다. 측근의 입을 통해서다. ‘돌아선 팬이 안티보다 더 무섭다’. 연예계서 정설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팬은 안티에 비해 연예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돌아서는 순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마음에 감춰주고 덮어줬던 치부까지 언급할 수 있기 때문. 등 돌린 이화영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상황이 돌아선 팬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연예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측근으로 불렸던 이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던 이 대표의 어깨에 측근리스크까지 얹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불씨였다. 이후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규모는 나날이 커졌다. 개인의 리스크를 넘어 당 차원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 국회의원 자리를 꿰찼고 내친 김에 당 대표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제는 검찰의 칼을 막기 위해 겹겹이 입은 방패는 ‘아군’에 의해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민주당은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분열 양상을 보였다. 앞서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반란‧이탈표가 대거 나타난 것이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했지만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10표, 무효 11표가 나왔다. 찬성표가 더 많았지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 최소 31명이 이탈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민주당 내 반란표는 상대 당인 국민의힘의 공격보다 이 대표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당장 당이 내분에 빠져든 것. 반명(반 이재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사퇴론이 급격하게 터져 나왔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방어에 나섰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서 불거지기 시작한 친명 대 반명의 갈등은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극렬해질 전망이다. 리더십 치명상 이 대표에게 더욱 뼈아픈 대목은 측근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 수사 이후 재판 과정서 증언이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간도 이 대표의 편은 아니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리스크를 줄이려는 당내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에 ‘도지사 방북 추진 요청’을 한 사실을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받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북한 측 인사에게 경기도가 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의 41차 공판서 그의 진술이 일부 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등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도지사 방북을 서둘러 추진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기존 입장을 일부 뒤집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에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하고 있다면서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과 법률위원장 김승원 의원은 “검찰이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을 짜놓고 이 대표를 끼워 넣으려 혈안이라는 폭로”라고 탄원서에 기재했다. 이어 “김성태 전 회장의 일방적 조작 진술에 더해 이 전 부지사에게도 허위 진술을 회유·압박한다는 내용은 충격 그 자체”라며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구속 후 10개월 가까이 독방 수감 및 매일 검찰 소환조사로 진을 빼고 협박과 회유를 병행한다. 고문만큼 매서운 반인권적 조작 수사를 서슴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변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 입장에서는 대북 송금 사건서 부족했던 부분을 이 전 부지사의 진술로 찾은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특히 민주당이 ‘정당한 영장 청구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지 하루 만에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바꾼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성태 전 회장도 재판서 이 대표를 거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 수원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그는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대북 송금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영향이 컸다고 진술했다. 불체포 포기 다음 표결은?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경 임직원을 시켜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하거나 환치기하는 등 총 800만달러를 불법적으로 북한에 보냈다. 이 과정서 ‘그분’(이 대표)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보낸 걸 이 대표도 아느냐고 질문했을 때 “다 말씀드렸다”는 답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까지만 해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비리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한 상태였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8일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고수해 왔던 입장을 바꿨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검찰의 포위망은 계속 좁혀지고 있다. 앞서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서도 이 대표가 언급됐다. 정모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리로 열린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날 재판서 정 회장은 “아시아디벨로퍼서 횡령한 자금은 주거지역 용도변경 등의 권한을 가진 이재명·정진상 등에게 청탁·알선한 대가로 김 전 대표에게 검찰서 일관되게 진술한 게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결론적으론 말씀하신 이야기가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업 추진 초기에 김 전 대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200억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업지가 맞느냐”고 물으며 이 돈을 알선 대가로 요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때 김 전 대표는 ‘돈의 절반은 내가 먹고 나머지 절반은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 회장은 이 두 사람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등을 돌린 상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를 ‘제2의 유동규’로 보는 시각도 있을 정도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라며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이 대표를 향해 폭로전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3월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법정서 마주했다. 이 대표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허위 발언을 한 이유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유 전 본부장은 사망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발언에 각을 세우고 수해복구 현장을 찾는 등 야당의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 과정서 해병대원이 순직한 사건에 대해서도 “또다시 반복된 인재”라며 “부디 더 이상의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고 언급했다. 이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향하는 관심을 민생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상황은 ‘사면초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다. 워낙 산재해 있는 사건이 많고 검찰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검찰이 한 번 더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이 붙으면 이번에는 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결의는 이미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연일 내린 비로 몇몇 지방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정치적 이슈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갖가지 사건이 언론 지상을 오르내린다. 이 과정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묻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측근의 진술 번복 한 번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측근의 입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락가락’ 이화영 진술 또 번복 “사전 보고 안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입장을 ‘또’ 번복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1일 낸 옥중 입장문서 “저 이화영은 쌍방울(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 없다.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옥중 입장문에서 주장 그러면서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 개최 국제대회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서 이 대표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고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북한과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니)이 대표의 방북도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에 대해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내 마약은 대부분 동남아서 유통된다. 최악의 마약 생산지대를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접경지역으로 한정됐던 영역은 캄보디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지로까지 넓혀졌다. 1년에 발견되는 마약의 양만 최소 2t에 육박한다. 옥중 거래가 상당해 규제조차 쉽지 않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말부터 필리핀 현지 마약 사건과 범죄인 인도조약 문제, 유명 한국인 범죄자들의 최근 상황을 들여다봤다. 필리핀에는 여러 교도소가 있다. 그중 추방을 목적으로 하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와 뉴빌리비드(NBP)가 악명 높다. 이곳에는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유명인도 있다. 보이스피싱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직 경찰 ‘김미영(가명) 팀장’ 박모씨와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다. 이들은 한국에 송환되지 않으려 잇단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로 튄 그들 근황은? 마약왕 전세계로 알려진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원대의 마약을 공급하고,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 유명인에게까지 이어졌다. 박왕열은 필리핀 대법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해 8월 박왕열이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외곽인 문틴루파에 위치한 NBP 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뷰를 시도한 바 있다. 최근 다시 접촉을 시도했으나 직접 대면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복수의 재소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그가 여전히 마약을 유통하면서 VIP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박왕열이 외부로 마약을 유통하는 과정에는 조력자가 여럿 있었다. 그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지난해 12월 NBP에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박왕열은 이들과 교도소 접견, 휴대폰 영상통화 등을 통해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현재 창원지법서 구속 상태로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전세계’ 박왕열 뉴빌리비드 수감 중 마약 거래 내부 조력자 10여명 “교도관도 관리 포기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을 암묵적으로 돕고 있는 조력자들은 교도관을 포함해 약 10명이다. 소규모로 움직이는 이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 필로폰과 코카인을 한국을 포함해 타국으로 밀수출한다. NBP 한 재소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컨테이너가 있다. 그 컨테이너에 적게는 수십kg 많게는 수백kg의 필로폰과 코카인이 들어 있다. 박왕열은 주로 필로폰을 유통하지만 가리지 않고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왕열의 조력자들에 관해서는 한국 경찰도 수사 중이다. A씨 등 3명을 제외하더라도 아직 잡히지 않은 국내 공급·유통책이 있다는 설명이다. NBP 내 조력자들에 관해서는 손쓸 방법이 없다. 한국 경찰은 필리핀서 수사권이 없을뿐더러 현지 경찰이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에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 현지 경찰 관계자는 “박왕열이 감옥 내에서 마약을 여전히 유통 중인 건 사실로 드러났다. 어디서 그런 마약들을 구하는지 미스터리”라며 “NBP 내부에 있는 타 검은 조직과 연결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박왕열을 송환시키지 않는 이상 국내 마약 유통 고리를 끊어도 계속 자라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왕열은 NBP 수감 초기까지만 해도 거물급이 아니었다. 조직폭력배 출신이 아니었으나 두 차례 탈옥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뛰어난 언변으로 마피아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NBP는 수감자의 절반가량이 살인 및 신체적 상해 관련 범죄로 수감돼있다. 특히 연쇄살인범과 마약계 거물 등도 포함돼있다. 이들 대부분이 20년형 이상을 선고받은 재범 범죄자들이다. 어느새 거물급 2021년 11월 기준 수용된 인원은 약 3만명이다. 이상적 수용 인원이 7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과밀화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은 약 20명이 수감돼있다. 그러나 300명도 되지 않는 필리핀 법무부 산하 수정국 간수들이 낮 동안 출입문을 통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처에 나서지 않는다. NBP는 일반적인 감옥과는 다르게 재소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물건을 사고팔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고립된 범죄자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독특한 구조로 NBP는 교도관들이 ‘컨트롤’하기 어려운 교도소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재소자들은 오히려 교도관들이 아닌 거대 조직들이 NBP를 관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언급한 조직은 중국 흑사회, 필리핀 마피아 등이다. 흑사회는 말 그대로 중국 내에 존재하는 뒷세계를 총칭하는 말로서 특정 범죄조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흑사회에는 폭력조직뿐만이 아니라 도둑, 매춘, 강도 등의 범죄도 포함된다. 중국에서는 단순하게 조폭이란 의미로 쓰인다. 삼합회는 중국과 홍콩, 마카오, 대만 인근서 활동하는 흑사회 부류의 특정 조직이고, 조폭이란 의미는 전체적으로 흑사회라고 불린다. 보이스피싱 ‘김미영 팀장’ 박모씨 비쿠탄 수용소서 수상한 동향 포착 필리핀 마피아는 타 마피아와는 달리 독특한 문화가 있다. 정치 가문 단위로 파벌이 갈리듯 범죄조직임과 동시에 각 가문의 사병부대이기도 하다. 바할라 나 갱(Bahala Na Gang)과 아카얏 바하이(Akyat Bahay)가 필리핀 내에서도 정치권과의 관계가 깊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서 제대로 된 승리를 거머쥐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 필리핀 마피아는 마약 유통뿐만 아니라 청부살인도 겸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필리핀 마피아였던 한 인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필리핀 정치인들이 마피아를 사병화하거나 고용해 살해한 인물들은 사업가, 언론인 등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왕열이 위 세력들과 친분을 쌓았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NBP 내에서 마약 유통을 통해 많은 돈을 벌면서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한 재소자는 “박왕열의 앞니가 은으로 바뀌었다. 수백 수천만원을 벌지 못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NBP의 여러 가건물에서는 마약과 흉기는 물론 TV, 전기 프라이팬,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 가전제품과 현금 뭉치, 자위 도구, 건설장비 등이 발견된다. 재소자들은 밀반입한 물품 사용을 숨기려 불법 구조물들을 지었고 영향력 있는 재소자들이 교도소 직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상선이 마피아? 흑사회 언급도 이 때문에 2019년에는 NBP 직원 353명이 직위 해제됐다. 최근에도 NBP 교도관들이 대거 직위가 해제되면서 여성 교도관 수십명이 채용됐다. 부족함 없이 살던 박왕열은 최근 새로운 건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코리안 데스크와 한국 법무부 관계자들이 NBP 측에 항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옥중 마약 유통을 막을 현실적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박왕열만큼 유명한 인물은 또 있다. 보이스피싱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미영 팀장’ 박씨다. 그는 현재 박왕열이 탈옥했던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돼있다. 박씨는 전직 경찰로 사이버 수사 담당자로도 근무했다. 그러나 수뢰 혐의로 2008년에 해임됐다. 백수가 된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하는 괴물이 됐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정보를 넘겨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당시 위치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처럼 국내에 송환되지 않으려는 인물은 또 있다. 아내 살해·유기 후 도주 강주천 탈옥해 마약 유통하다 다시 체포 지난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아직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강씨는 지난달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다시 체포됐다. 체포 당시 1kg의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 역시 박씨처럼 일부러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더 머무르기 위해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필리핀법상 외국인이 마약을 거래하면, 종신형에 처해져 국내법상 처벌이 어렵다. 강씨가 마약범으로 종신형을 받게 되면 박왕열이 있는 NBP로 가게 된다. 그가 NBP에 가게 된다면 제2의 박왕열이 될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하다. 재소자들은 NBP서 마약을 유통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한 재소자는 “하루에 1끼의 식사가 제공된다. 살아있는 생쥐를 슬라이스로 잘게 썰어서 던져준다”며 “이걸 먹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 한다.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NBP서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내부 조직들의 말을 듣고 마약을 유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재소자는 “박왕열이 마약 유통을 꽤 잘하다 보니 돈도 그만큼 많이 번 것이다. 실제 박왕열 주변인들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부유해졌다”고 설명했다. NBP 내에 있는 국제 범죄조직들은 한국 마약 시장을 고수익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정원은 일본 야쿠자와 중국 범죄조직이 한국 마약 밀반입·유통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 놓은 한국 경찰 2021년 국내서 적발한 마약류는 1295kg으로, 2020년 321kg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154kg의 마약을 적발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8배 이상 폭증했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은 0.03g이다. 쉽게 말해 4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서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박왕열이 판매했던 필로폰은 당시 시가로 1g에 60만원 가까이 됐다. 한 달에 유통한 마약이 최소 30kg이라고 가정한다면 약 20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수수료를 뗀 마약 판매 수익률이 절반이라고 해도 박왕열의 손에 들어가는 자금은 한 달에 최소 50억원이 넘는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1조7695억원. 2조원 가까이 되는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여전한 ‘네 탓’으로 특혜 의혹서 정치권 싸움으로 번지며 이전투구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15년 동안 추진해온 국책사업은 짧은 한마디에 무너져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점이 쌓여만 갈 뿐 해결되는 건 없다.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두고 여전히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고속도로’ 의혹으로 시작해 현재는 ‘김건희 게이트’ ‘더불어민주당 게이트’로 나뉘어 여론전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리스크로 확정짓고 또다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똥 볼’을 찬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쏟아낸다며사과 없이는 국회 일정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날이 갈수록 쌓이는 의문 여야의 쏟아지는 네거티브 속에서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진행했고,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먼저 의혹을 제기한 측은 민주당이다. 앞서 민주당은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한 것을 이유로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민주당의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며 물러서지 않자 여야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떠오른 핵심 사안으로 김 여사의 토지 보유 시점, 노선 변경 당시의 상황 등이다. 캐면 캘수록 자꾸만 김 여사 일가에 대한 의혹이 터져나오자 원 장관은 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해버렸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간판과 직을 걸고 한판 붙자”는 식으로 맞불을 놨다. 그도 그럴 것이 원 장관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캠프서 공약을 담당하는 정책본부장을 맡았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이 같은 발언은 대선주자로 나서기에 앞서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석된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양평IC~중앙고속도로 홍천IC 간 약 40㎞ 구간의 고속도로 건설을 약속했다. 해당 사업은 경기 양평군 옥천면 일대에 있는 양평 IC와 강원 홍천군 홍천읍 일대 홍천 IC를 잇는 사업이다. 현재 국민의힘 전진선 양평군수 역시 서울양평고속도로 조기 완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민주당이 이런 사안을 지적하자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 시절에도 해당 공약이 변경됐다는 식으로 맞받아쳤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처음 제안된 시기는 2008년으로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다. 2017년 당시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서는 중점 추진사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누가 왜 갑자기 바꿨나 예비조사 뭉갠 인물은? 당초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평가 조사와 관련해 2021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예타 평가 조사안(양서면 종점안)을 냈다. 조사안에 따르면 상습 정체구간인 6번 국도(경기 남양주~양평)의 교통정체 해소를위해 인근 경기 양평군 양서면에 분기점을 만들어 교통량을 분산할 필요성이 언급됐다. 경기 동남권 간선 도로망 확보 등 서울과 양평의 접근성 향상이 목적에 담겨있다.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이유도 이 같은 목적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안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됐던 사안이다. 발주는 문재인정부서 시작됐으나 윤석열정부 들어 당초 KDI의 예타 평가 조사안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면서 여러 쟁점들이 추가됐다. 이 지점서 드는 의심은 예타 평가 조사안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낸 게 과연 누구인지다. 일각에선 예타 조사, 변경안 등 사안이 모두 문정부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따져보면 양평고속도로의 예타 조사 착수가 시작된 시점은 지난해 3월이다. 이 시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막 가동된 때다. 이후 윤 대통령이 취임한 시점인 지난해 5월경 양평 예타 조사 착수 보고회가 열렸다. 당시에는 예타 조사 결과 노선의 문제점 분석 및 검토 방향이 보고된 시기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지난해 7월 국토부는 사업 추진을 위해 예타 평가에 대한 관련 부처, 해당 지자체와 협의에 들어갔다. 양평군은 국토부에 강하IC가 포함된 3개의 노선을 제안했는데 이때 종점 강상면 안이 등장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원안은 경기 하남시 감일동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발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는 안이 등장했다. 지난해 3월 예타 조사에 착수한 뒤 조사기관을 통해 조사와 검토를 거쳐, 양평군이 강상면 종점 변경 대안을 제시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수장인 원 장관은 여전히 민주당의 가짜 뉴스로 몰고 있다. 문정부서 민간업체에 맡겼고, 노선 변경이 문정부서 맡긴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여야 평행선 첨예한 대립 올해 1월에는 국토부가 양평군에 대안 노선을 제시했고, 2월 초 양평군은 검토 의견을 회신한 바 있다. 양평군은 통과 노선에 IC 설치 등 양평군 주민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도록 노선 계획 수립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및 설명회가 개최 공고가 났고, 지난 5일은 송파구와 하남시, 6일은 양평군과 파주시가 계획돼있었으나 설명회와 의견수렴은 중단된 상태다. 현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야가 대립 중이다. 처음 의혹이 터졌을 때는 여야 관련 인사들의 땅 문제로 불거졌다. 민주당이 최초 제기한 의혹도 변경안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변경안 일대 김 여사 일가 땅만 해도 축구장 5개 규모다. 강상면 IC와 양평JCT 반경 5㎞ 안 토지 29필지를 김 여사 일가가 소유했다는 게 드러났다. 이는 재산 공개 때보다 훨씬 많아졌으며, 12개 필지는 상속으로, 17개 필지는 매매를 통해 취득했다. 또 지목 대부분이 변경돼있고 김 여사,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 등이 소유하고 있다. 앞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부동산 개발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 역시 땅을 가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김 여사 일가의 땅 일부가 접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접도구역이란 도로 구조의 손괴, 미관 보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지정한 구역을 뜻한다. 이 과정서 편법(변경한) 사례가 발견된 것. 돌고 돌아 다시 네 탓 공방만 “장관 혼자 결정할 사안 아냐” 토지의 지목 변경, 등록 전환 등을 위해서는 합당한 인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현재 지목은 창고 ‘용지’든, ‘대’든, 건축물대장 용도란에 다 표기가 돼있다. 지목 변경, 등록 전환을 위해서는 관할인 양평군청에 관련 서류들을 첨부해야만 한다. 따라서 김 여사 일가가 군 민원실에 어떤 방식으로 인허가를 받았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반면 원안 종점에는 전 양평군수인 정동균 전 양평군수(민주당)와 정 전 군수 친척들의 땅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정 전 군수와 친척들 소유 토지 중 상당수가 원안상 종점을 기점으로 1.6㎞ 정도 거리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아 공동 소유 중인 땅과 함께 정 전 군수가 1998, 2004년에 각각 매입한 땅도 일부 포함돼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탓에 결국 원안과 변경안을 두고 서로 특혜 시비가 벌어졌고 정치적 문제로까지 확전됐다. 결국 피해는 오롯이 양평군민의 몫이 됐다. 국토부의 해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종점 변경안을 제시한 게 양평군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용역 의뢰를 받은 설계 회사라며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뒤집었다. 개발 가능성이 없다는 선산이라고 해명했던 부분도 거짓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건희 일가에 막대한 이익을 주려고 작정하고 저지른 범죄로 본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며 “원안 백지화냐 아니냐를 두고 민주당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 김 여사가 답을 해야 하는 사안인데, 백지화 논란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 인허가 받았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지점은 또 있다. 여전히 왜 종점이 바뀌었는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변경하려고 했다며 주장하고 있지만, 변경 이유는 여전히 베일에 쌓인 상태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있던 강상면 종점 노선이 예타 조사를 통과한 원안 대신 채택된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만일 사업이 대안 노선으로 추진된다고 해도 서울양평고속도로는 다시 예타 조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재예타가 필요 없다는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단순히 변경되기 전에 이미 예타 조사가 끝난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전국 고속도로 24건 중 14건이 시작점 또는 종점이 변경됐다는 부분을 강상면 종점 변경 가능 근거로 내세웠을 뿐이다. 예타 조사는 국가재정법 38조 및 동법 시행령 13조 규정에 따라 예산편성과 기금 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실시하는 검증과 평가다. 사업 구간을 특정한 후 해당 구간에 대해서만 비용편익분석(B/C)을 하는 행위다. 앞선 예타 조사는 변경안이 나오기 이전에 시작됐고, 완료된 사안으로 그 어디에도 강상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후 등장한 변경안이 제시됐다면 변경된 부분에 대해 다시 예타 조사를 시행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 게다가 양서면서 강상면으로 노선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거리도 짧지 않으며 지나는 지역도, 도착 지점도 완전히 다르다. 큰 축이 흔들렸고, 노선의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재예타가 필요한 셈이다. “간판 걸고 한판 붙자” 종점 게이트 열리나 일각에선 변경안의 경우 2㎞가 추가 연장되고, 사업비는 1000억원이 더 든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6일 새 노선 사업비 증가액이 140억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변경된 노선을 두고 예타 조사를 거치지도 않은 상황서 사업비 증가액이 산정된 경로도 의문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고시 이전에 재예타 면제를 위해 종점 구간 변경 및 사업비 증액을 사유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했는지다. 협의했다면 협의한 사유는 무엇인지, 기재부가 협의해준 내용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기재부 역시 “노선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 사전에 국토부와 기재부 사이에 협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대목서 불거지는 의문점 중 하나는 과연 원 장관의 단독 결정이 맞느냐는 부분이다. 2조원에 육박하는 사업을 국토부 장관이 마음대로 백지화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원 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사안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본다. 임세은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7월3일의 입장과 7월7일 입장이 너무 확연하게 다르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백지화를 선언했던 지난 6일에도 원 장관이 용산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증언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도 “계속 교감이 있었다는 제보와 증언이 있었다. 원 장관(제보에 대해) 반응이 있다면 동선을 공개하라고 하겠다”고 전했다. 윤·김 부부 여전히 침묵 만일 원 장관이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닌 ‘지시’를 받고 한 결정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원 장관은 대통령실 출입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이며,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해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통령실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해 거리를 두는 모습만 보인다. 한 정가 관계자는 “사태의 본질을 다시 파악해야 한다. 현재는 원안 찬반 여부로 논쟁이 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 여사 특혜 문제가 아니라 여야 간 책임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제2의 바이든 날리면 사태와 다름없는 작전”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평 논란’ 민주당 작전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쉽게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국정조사’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상을 은폐하려는 윤석열정부의 거짓말이 곳곳서 드러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정쟁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국정조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히려 문재인정부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양평 고속도로 국조가 필요하다면 대상은 문재인정부”라며 맞받아쳤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