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 진 ‘문심’ 어디로 향할까?

손만 잡아도 50% 먹고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이낙연·조국이 홀로서기에 나섰다. 한 목소리로 “윤석열정부 심판”을 외치면서도 화합과 견제를 반복한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서 여의도를 바라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속마음이 아리송하다. 보이지 않는 그의 손이 과연 누구의 뒤를 받쳐줄지 눈길이 쏠린다.

2017년 5월10일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직후 집권한 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이 때문일까?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코로나 팬데믹, 부동산정책 등 온갖 악재를 겪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는 평이 나온다. 2022년 청와대를 떠났지만 중요한 일을 앞둔 야권 인사들이 하나 같이 평산마을을 찾아가는 이유기도 하다.

건재한
영향력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4일, 경상남도 양산시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이들은 30여분간 회담한 뒤 지도부와 함께 오찬을 가졌다. 총선을 60일 앞두고 성사된 만남인 만큼 문 전 대통령은 당의 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파 다툼을 비롯해 선거제 개편 문제를 놓고 당내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던 때였다.

1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제1야당을 사수하기 위해 병립형으로 마음이 기운 듯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이유에서다. 당시 민주당 핵심 관계자조차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병립형을 선택할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진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5일,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언했다.

이날 이 대표는 “거대 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맞은 편 역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며 “선거 때마다 반복될 위성정당 논란을 없애고 준연동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이 악순환을 피하려면 위성정당을 금지해야 하지만 여당이 반대한다. 그렇다고 병립형 회귀를 민주당이 수용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병립형으로 가닥이 잡히던 상황을 단숨에 뒤집을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은 180석을 경험했던 만큼 이 대표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줬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역시 ‘정치 입문’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을 찾았다. 조 대표는 지난달 12일,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정부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조 대표의 신당 창당 계획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조 대표는 곧바로 부산을 찾아 창당을 공식 선언한 뒤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중대 발표 전 찾는 필수 코스
평산마을서 어깨동무 ‘찰칵’


새로운미래를 이끄는 이낙연 공동대표 또한 지난해 7월 신당 창당을 시사하기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미국서 귀국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공동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2시간가량 만찬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큰 실마리를 남기지 않았다. 예방 직후 이 공동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별도 당부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있었지만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이 공동대표는 지난 1월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새로운미래 창당 과정에 돌입했다. 앞서 이 대표와 회동을 통해 이견을 조율을 시도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민주당을 떠난 것이다.

세 명의 대표는 각자의 고민을 안고 평산마을을 찾았다. 저마다의 길을 택하면서 지금의 총선 구도가 형성된 만큼 문 전 대통령의 입김이 여전히 여의도의 기류를 바꿀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재명·이낙연·조국 대표는 모두 민주당이라는 뿌리로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자신만의 둥지를 틀었지만 결국 문 전 대통령과 필연적으로 얽힐 수밖에 없는 관계다. 친문(친 문재인)은 지난 정부서 180석을 구성했던 세력이다.

따라서 친문 세력을 조금이라도 적으로 둔다면 곧바로 지지율이 고꾸라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해석이다.

하지만 위 주장이 무색하게 친문과 친명(친 이재명) 세력은 총선을 앞두고 여러 차례 충돌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만남을 거듭하며 화합을 중요시했지만 지지자와 계파 간의 갈등을 봉합하지는 못했다. 결국 공천 과정서 설훈·홍영표 등 다수의 친문계가 컷오프당하거나 경선서 탈락했고 이는 줄탈당으로 이어졌다.

공천 파동의 뇌관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당의 뜻을 수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나 싶더니 이번에는 경기 안산갑에 공천을 받은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이 파문에 휩싸였다.

양 후보는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 불량품’이란 제목의 칼럼을 작성했는데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쓴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오월동주
여의도

이 밖에도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이란 칼럼서 “낙향한 대통령으로서 우아함을 즐기는 노무현씨에 대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양 후보의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도부는 발언 대상이 사회적 약자 등이 아닌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유세 현장서 양 후보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발언이 지나쳤다”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공천 유지 입장을 밝혔다.


양 후보와 경선서 맞붙어 패한 친문계 전해철 의원은 SNS를 통해 “양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수박, 바퀴벌레, 고름이라 멸칭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해 왔다”며 “대통령님에 대한 비난의 발언은 그 빈도와 말의 수위, 내용의 문제서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잠시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자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이 문제는 일단 정리하고 이제 총선 승리라는 한 가지 목표로 매진하는 게 옳을 것 같다”며 “한 목소리를 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 매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화약고와도 같은 친문·친명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전부터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명문(친명·친문이 서로 화합하는)’ 정당을 거듭 강조해 왔다. 하지만 상황이 극으로 치닫자 명문 정당은 두 사람이 각자의 이익을 거두기 위한 ‘립서비스’뿐이라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친문 세력이 끌어들이는 지지층을 보장받고자 하고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세력을 보호해줄 ‘장치’를 원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이 지나고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이가 껄끄러워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 대표는 무리하게 공천을 진행시켰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 없이도 총선서 승리를 거둘 것이란 자신감이 어느 정도 깔려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 지지도는 ▲조국혁신당 10% ▲개혁신당 2% ▲새로운미래 2% ▲녹색정의당 1%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 없음·모름·무응답’은 21%였다.

민주 진영
새로운 바람

지역구 투표 정당 역시 ▲조국혁신당 5% ▲개혁신당 2% ▲녹색정의당 1% ▲새로운미래 1%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8.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을 견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공동대표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을 두고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의 지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호남 사람에게 있어 민주당을 탈당한 사람은 ‘가출한 아이’와 똑같다”며 “게다가 개혁신당과 손을 잡지 않았나. 이는 광주 민심에 호소하기 어려울뿐더러 문 전 대통령 또한 선뜻 손을 들어주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새로운미래에 힘을 실어준다면 친명계와 친낙(친 이낙연)계의 계파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것으로도 예상했다.

이 공동대표가 현재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이 공동대표는 다른 후보에 비해 늦게 출마를 선언했다. 현장을 찾아 지역주민과 스킨십을 한 기간이 비교적 짧았던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을 마냥 닫을 수 없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반면 가장 늦게 출발한 조국혁신당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창당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지율이 오름세를 기록하며 이번 총선의 돌풍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힘을 입은 듯 조 대표 또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추세다. 당초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야권의 본진이라는 점을 강조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지민비조’를 표어로 내세웠다. 유권자의 교차 투표를 격려함으로서 민주당과 상생의 관계로 거듭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역시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는 듯했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서 만나 “윤정부 심판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며 총선 연대를 강조했다. 조 대표가 “윤석열 탄핵”을 가감 없이 외친 덕에 ‘정권 심판론’이 한층 두드러지는 효과도 한몫했다.

공천 파동? 사법 리스크?
미운 놈 떡 하나 더 줄까?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위협하자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민주당이 “지역구도 비례도 민주당을 찍어 달라”며 ‘몰빵론’으로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에 조 대표는 “뷔페에 가면 여러 코너가 있지 않나”라며 “음식을 보고 본인 취향에 맞는 것을 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지민비조에서 더 나아가 “조국혁신당을 찍는 김에 민주당을 찍으라”는 ‘비조지민’으로 전환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으로 문 전 대통령의 긍정 메시지가 소폭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창당을 앞둔 조 대표가 평산마을을 찾았을 때 문 전 대통령은 이 공동대표와 달리 격려의 말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에게 있어 조 대표는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문 전 대통령이 조 대표를 당시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기 때문에 ‘집중적인 정치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조국혁신당에 마음이 반발 앞선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서로의 이해타산이 성립했다”고 평가했다.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서 실형을 받은 조 대표는 총선 출마를 통해 정치적 부활을 노리고 있다. 친문 세력은 민주당서 대거 컷오프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조국혁신당의 몸집이 커질수록 친문 세력을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하지만 자신의 세력이 22대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물밑서 움직이지 않겠냐는 설명이 뒤따른다.

문제는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현재 이 대표는 일주일에 2~3번씩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똑같이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조 대표까지 집중을 받는다면 정부·여당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격 대상이 된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의 관계에 선을 긋는 분위기도 이어진다. 마음의 빚을 진 문 전 대통령이 사람 대 사람으로서 격려의 말을 했을 뿐, ‘조 대표의 신당 창당에 크게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오히려 22대 총선서도 민주당이 제1야당을 이어가기 위해 전적으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무용론’도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임기가 끝난 정치인의 영향력은 총선 판세를 뒤엎을 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닫힌 문?
열린 문?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 전 대통령의)메시지가 (특정 당의)지지율에 크게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는 ‘이미 지나간 세력’이라는 점을 들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전 정부의 영향이 여의도 담을 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은 ‘전 정부 심판’이 아닌 ‘현 정부 심판’으로 치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에 악재가 찾아올 때마다 문 전 대통령이 자칭타칭 구원투수로 소환된다. 총선 결과를 떠나 4월10일 이후 문 전 대통령의 첫 메시지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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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