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56
								
				ELS 사태로 원금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은 ‘국민의 등에 칼 꽂은 은행’을 향해 울분을 토한다. 그러면서 손실 위험 고스란히 품은 금융상품의 설계 제조 책임은 왜 아무에게도 묻지 않을까? 정작 수수료 듬뿍 얹어주며 판매를 맡긴 ELS 제조사, 설계자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피해자들은 그들이 누군지 알 수도 없고 고발조차 하지 못한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이 기형적 상황은 누구 책임일까? 이 비극적인 금융 테러 사건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1980년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은 거셌다. 미국 투자은행이 처음 ELS를 선보인 것도 그쯤부터다.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다며 시장에 자유를 선물했다. 투자은행, 상업은행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파생 금융상품을 출시했고 자본시장의 외형은 급격하게 커졌다. 1990년대엔 유럽의 상업은행도 가세했고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에게 ELS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가 지나고 2000년대를 맞았을 무렵, ELS는 한국에 상륙했다. 정부는 ‘자본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삼았다. 국가 자원과 역량으론 재벌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데 급급하면서도 정작 시장 안정화엔 전문적 지식과 정보 접근성
								
				영화 <서울의 봄> 후속편, <여의도의 봄>이 개봉한다면 극중 전두광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은 아마도 이런 대사를 칠 것이다. 홍콩 H지수 연계 파생증권, ELS 상품 가입자의 대량 손실 사태가 현실이 됐지만 감독 당국은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만 따지고 있다. 당국의 대응이 은행의 불완전판매보다 더 불완전하다. 본질적인 원인을 규명하려면 누가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판 건지, ELS 상품 자체를 먼저 분석해봐야 한다. 은행은 열심히 팔아서 짭짤한 수수료를 챙겼을 뿐, 정작 상품을 만든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추정 피해 금액이 5조니, 10조가 넘을 거라느니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조차 없다. 마침 금융감독원장도 검사 출신이건만 수사 의뢰는 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압수수색 영장이 오만 천지에 넘치거늘, 왜 이 대목에선 딴청일까? 소비자 피해 사건은 수도 없이 많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었지만 우리 법률 시스템은 제조기업의 책임을 묻는 데 인색하다. 15년 전에 벌어진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 온전한 피해자 보상은 아직 요원하다. 그렇다면 조희팔 사기 사건은 어떤가. 40%가 넘는 고수익을 보장하며 끌어들인 투
								
				홍콩 H지수 파생 연결 증권, ELS 상품 투자자들에게 대량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손실을 피할 수 없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사라지고 은행의 불완전판매만 논란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사회 일반의 몰이해에 기댄 금융사의 부도덕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그들이 선의를 가지고 금융상품을 설계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은행의 책임감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돈을 둘러싼 뺏고 뺏기는 싸움에 개인은 언제나 패배자다. 왜 이런 불행이 끝나지 않는 걸까? 옵션(파생상품)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가격의 상승(Call Option) 또는 하락(Put Option) 가능성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옵션은 다른 어떤 상품과도 다르게 가격결정 모델이 불완전하다. 노벨상을 수상한 블랙과 숄즈의 모델을 보편적으로 사용하지만 가격도(Moneyness)가 특정 시간, 가격대서 급격히 변하는 ‘비선형성’을 극복하지 못한다. 애당초 시간의 가치 변화를 정확히 측정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옵션가격 변동성은 본질 가치의 변화보다 가격이 변하는 속도 자체에 더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옵션의 위험은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