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실패하면 사기, 성공하면 투자?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4.01.29 15:20:59
  • 호수 1464호
  • 댓글 33개

영화 <서울의 봄> 후속편, <여의도의 봄>이 개봉한다면 극중 전두광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은 아마도 이런 대사를 칠 것이다.

홍콩 H지수 연계 파생증권, ELS 상품 가입자의 대량 손실 사태가 현실이 됐지만 감독 당국은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만 따지고 있다. 당국의 대응이 은행의 불완전판매보다 더 불완전하다.

본질적인 원인을 규명하려면 누가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판 건지, ELS 상품 자체를 먼저 분석해봐야 한다.

은행은 열심히 팔아서 짭짤한 수수료를 챙겼을 뿐, 정작 상품을 만든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추정 피해 금액이 5조니, 10조가 넘을 거라느니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조차 없다.

마침 금융감독원장도 검사 출신이건만 수사 의뢰는 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압수수색 영장이 오만 천지에 넘치거늘, 왜 이 대목에선 딴청일까?


소비자 피해 사건은 수도 없이 많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었지만 우리 법률 시스템은 제조기업의 책임을 묻는 데 인색하다.

15년 전에 벌어진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 온전한 피해자 보상은 아직 요원하다.

그렇다면 조희팔 사기 사건은 어떤가.

40%가 넘는 고수익을 보장하며 끌어들인 투자자들에게 5조원 이상의 손실을 끼치고 도피한 범죄자는 영원히 사라졌다.

당국의 사망 발표를 진실이라고 믿는 피해자는 거의 없다. 비교해보면 ELS 상품 대량 손실 사태는 조희팔 사기 사건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보다 훨씬 지능적이고 악랄해 보인다.

만일 ELS 대량 손실 사태에 어떤 범죄성이 개입됐다고 가정한다면 그 동기는 단연 ‘돈’일 것이다.

ELS 가입자의 손실 금액은 상품의 설계자 또는 설계자와 파생 계약을 맺은 거래 상대방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피해자들의 돈이 흔하디흔한 홍콩인 이름 마이클 챈의 계좌로 들어갔는지 누가 알겠는가? 

포기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판매수수료를 얻었다는 점에서 판매 은행의 공모 여부도 당연히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다. 범죄의 동기를 설명할 의도성과 사실관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면 의심은 확신이 될 것이다.

상품 설계 단계서 홍콩 H 지수의 등락에 따른 손실 규모는 판매 시점서 이미 확정적으로, 정확하게 알 수 있다.

ELS 상품이 어떤 파생상품 조합으로 구성했는지, 어떤 조건과 가격으로 파생 계약을 했는지, 옵션 매수자와 매도자간 주고받은 프리미엄(옵션 가격)은 얼마였는지 모두 밝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은행의 수수료 수입의 원천이 누가 지불한 돈에 기인한 것인지도 드러날 것이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정황은 너무도 많다. 사실 일반인으로선 설명을 들어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파생상품이긴 하다.

그럼에도 가능성으로서의 홍콩 H 지수의 단계별 손실 규모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가입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상품설계의 세부 구조와 구체적인 장외 파생 계약 내용까지 가입자에게 자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았다.

가입자는 자기가 투자한 피 같은 돈으로 누가 어떤 계약을 통해 무슨 상품을 만들었는지, 그 과정과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얘기다. 

모든 판매자가 과연 ELS 상품의 파생 구조와 위험을 명확히 알면서 설명하고 권유도 했던 걸까? 

“파생상품은 현대 금융의 대량 살상 무기”라고 했던 워런 버핏조차 오죽하면 “파생 구조는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고 고백했을까? 

은행이 스스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을 팔았던 것이라면, 내 부모형제에게 권하기도 어려운 복잡하고 위험한 금융상품을 손님에게 팔았다면 그건 범죄가 아닌가? 도대체 무슨 짓을 더해야 범죄가 된단 말인가?


애당초 잘못된 물건을 만든 제조사의 오류를 밝히지 않는다면 ELS 사태는 미래에도 반복될 불행의 예고편일 뿐이다.

수만명의 피해자가 생겨난 대량 손실 사태서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만 묻고 일부 보상하는 방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되는 이유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과거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국가의 비참해질 미래를…

[조용래는?]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또 하나의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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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