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한 달 맞은 김경재 청와대 홍보특보

"친노와 앙숙? 진정한 대화는 적수와 하는 것"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던 김경재 전 의원이 박근혜정권의 홍보특보를 맡게 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박 대통령은 김 특보에게 야당과의 소통을 주문했지만 김 특보는 친노계와 앙숙관계로 유명하다. 때문에 임명 당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활동을 시작했던 김 특보는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냈을까?

김경재 청와대 홍보특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인물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에 참여하긴 했었지만 그런 그가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홍보특보까지 맡게 된 것은 의외다.

한편 김 특보는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해 낸 정치권의 홍보전문가다. 일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여러 차례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러나 김 특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서 그 점을 오히려 큰 장점으로 활용했다.

집권 3년차. 박근혜정부는 지금 민심이반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특보는 과연 박근혜정부를 향해 쌓여있는 세간의 오해들을 시원하게 걷어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임명 당시 화제를 모았던 김 특보를 취임 한 달 만에 다시 만나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지난 2월27일 청와대 홍보특보에 임명된 후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었나?
▲ 제가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임무는 정부의 정책이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미진한 것이 있으면 잘 풀어서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일부 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또 제가 야당을 잘 아니까 야당과의 소통을 주문하셨고, 지금 호남이 이번 정부 들어서 소외됐다고 하는데 호남뿐만 아니라 국민여론을 종합해 가감 없이 보고해달라고 하시더라. 지금까지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께서 소통이 안 된다는 말을 자꾸 들으셨는데 제가 일을 시작한 후 소통문제가 많이 해소 된 것 같다.

- 야당과의 소통을 임무로 받으셨는데 김 특보께서는 제1야당의 당권을 쥐고 있는 친노계와는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진정한 대화라는 것은 적수와 하는 것이다. 친구끼리 하는 게 단합대회지 대화인가? 예를 들면 서희가 북방민족이랑 대화하는 것 그런 것이 협상이다. 그리고 친노 하고는 10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마찰 때문에 사이가 벌어진 것이지 현재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세상이라는 게 재밌다. 10년이 지나니 싹 바뀌었다. 예를 들어 천정배, 정동영 두 사람은 노무현정부에서 장관했던 사람들인데 친노와 각을 세우고 탈당하지 않았나?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제가 문재인 대표나 친노계와 대화를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 홍보특보는 국정홍보의 역할도 하게 된다. 청와대는 민심이반 현상이 일어난 것이 홍보 부족의 문제라고 보고 있는데 현재 국민들에게 가장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예를 들어 지난해 벌어진 연말정산 논란은 정부의 의도하고 언론보도나 국민들의 이해와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 또 공무원 연금 문제 같은 것도 지금 하루에 80억씩 국민의 혈세가 연금을 메우기 위해 들어간다. 이걸 고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하루에 100억씩 든다고 한다. 그래서 이걸 고쳐야 하는 것은 정치권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데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께서는 공무원 입장에서 권리를 빼앗겼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잘 설득하시려고 한다.

- 민심이반 현상이 일어난 데에는 정부의 잘못도 분명히 있지 않나?
▲ 솔직히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시행착오가 없을 수 있겠나? 그러나 본의가 곡해된 점도 상당히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금 정부가 사정작업을 벌이는 것을 두고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몇 년 된 사건을 왜 이제 와서 수사하느냐?’ 이런 말씀들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말이 안된다. 그땐 그런 사실들을 몰랐으니까 못한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정작업은 이렇게 일시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성역을 가리지 않고 상시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비리를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 호남 출신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지역편중인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지역탕평인사를 건의할 생각은 없나?
▲ 물론 있다. 당연히 해야 한다. 대통령께서는 배신의 트라우마가 있다. 자신이 잘 아는 사람들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국정 3년차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국정에 자신감도 생겼고 이제는 탕평인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도 이제는 탕평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더라. 대통령인들 임기가 끝난 후에 탕평인사를 하지 않고 일부 사람만 썼다는 비판을 받고 싶겠나? 저도 좋은 사람이 발견되는 대로 서슴없이 천거하고 지역탕평인사를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 이미 지역탕평인사에 대한 건의를 했나?
▲ 그건 비밀이다.(웃음)

"대통령이 불통? 저한테 먼저 전화 주시는 분"
"정부 잘못도 있지만 사실 곡해된 것도 많아"

- 박 대통령은 불통이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청와대 홍보특보로서 대통령과 소통은 잘되고 있나? 중진 친박계 인사조차 이른바 문고리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을 거치지 않고서는 박 대통령과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는 정설처럼 되어 있다.
▲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분들과 인사는 했지만 그 분들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급한 일이 있어 부속실에 전화하면 직통으로 바꿔주시고 대통령께서 틈틈이 저한테 전화도 먼저 해주신다.
 

- 그렇다면 왜 소통이 안된다는 말이 나왔다고 생각하나?
▲ 사람들이 자기 입장에서 많이 생각한다. 감히 저와 대통령을 비교해서는 안 되겠지만 예를 들어 저만 해도 청와대 홍보특보가 된 후 별별 전화가 다 온다. 전화가 100통이 온다고 하면 95통 정도는 개인 청탁이다. 전화기에 이름이 뜨면 벌써 무슨 전화인지 감이 온다. 그래서 받지 않으면 대통령이 전화도 안 받고 소통이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100통 전화 중 주옥같은 5통의 전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소통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대통령과 무엇을 소통하고자 했는지 먼저 반성해봐야 한다.

- 가장 최근에 홍보특보로서 박 대통령에게 건의 드린 사항은 무엇인가?
▲ 아이러니하지만 제가 대통령께 요즘 너무 소통이 잘돼서 문제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막 웃으시더라.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분이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냐고. 그래서 양쪽 면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씀드렸다. 대통령은 너무 다 까발려져서는 안 된다. 지도자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지면 국민들이 지도자에게 관심을 안 가진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한다. 대통령에 대해 막 소설을 쓰고 복잡하게 만든다. 대통령은 정말 인기 없는 고난의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아우라랄까? 신비주의적인 경향이 좀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 김 특보께서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해 낸 정치권의 홍보전문가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홍보할 것인지 획기적인 복안이 있나?
▲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여러 차례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었다. 흠이라면 흠이었는데 저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서 오히려 큰 장점으로 만들었다. 당시 슬로건이 굉장히 대중들에게 잘 어필됐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번의 전국 순회경선을 거쳐 후보가 됐는데 그래서 ‘국민의 후보’라는 슬로건을 생각해 냈다. 저는 박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 시대를 여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다. 메르켈 같은 인물로 만들고 싶다. 이슈는 통일로 잡으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DMZ를 공동 개발하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서로가 총으로 겨누고 있던 곳을 산업화 시켜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자. 동족상잔 비극의 상징이었던 DMZ를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만들자는 것이 나의 복안이다.


-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모양새다.
▲ 개헌의 필요성은 있지만 지금 개헌 논의를 하면 현 정부는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개헌을 논의하더라도 임기 마지막 해에 하는 것이 좋다. 그때 논의를 해서 차차기에 적용한다면 국민들도 공감해줄 것이다. 저는 개헌보다도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현재 선거제도는 실력 있는 인물이 정치권에 진입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다. 국회에 들어가려면 맨날 인사권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거나 만날 술사고 밥 사고 그러고 다닌다. 비례대표라는 것도 당대표가 사실상 자기사람 챙기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를 이끌어갈 만한 인재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런 훌륭한 사람들이 국회로 진입하지 못해 아쉽다.

- 앞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나는 대통령하고 운명을 같이하려고 한다. 국회의원을 8년 했는데 자기자랑 같지만 국회에 있을 때 입법활동 같은 것들을 착실하게 했다. 8년 동안 매년 최우수 국회의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할 만큼 했다. 이제는 젊은 후배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되고 임기가 끝나면 통일운동에 매진할 생각이다. 또 지금까지 책을 몇 권 썼는데 퇴임하면 글 쓰고 여행하고 그렇게 지내려 한다. 뭐 하러 다시 국회에 들어가겠나?


<mi737@ilyosisa.co.kr>


<김경재 청와대 홍보특보 프로필>
▲ 공군사관학교 교관
▲ <월간 사상계> 정치담당 편집자
▲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보
▲ 제15~16대 국회의원
▲ 제18대 대통령인수위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