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신당 추진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

"새정치연합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정당"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민모임발(發) 정계개편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통령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돌연 탈당을 선언하고 국민모임에 합류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겉으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던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는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이 대대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드디어 실체를 드러낸 국민모임은 과연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올 수 있을까?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하 국민모임)’이 정치권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던 진보인사들은 국민모임을 통해 종북과는 철저히 선을 긋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로 했다. 국민모임의 최종목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리고 우리나라 제1의 진보정당으로 우뚝 서는 것.

당초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평가절하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자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정동영 상임고문이 국민모임에 합류한 이후에는 국민모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과연 국민모임은 60년 전통의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리고 야권 개편의 태풍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국민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나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먼저 국민모임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 국민모임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의 약칭입니다. 통합진보당 식의 종북노선에 반대하고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학계와 재야 진보인사 105명이 모여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함세웅 신부, 명진 스님, 김상근 목사, 김중배 전 MBC 사장,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신학철 화백, 정지영 영화감독 등이 공동대표단을 맡고 있습니다.

- 국민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입니까?
▲ 국민들의 삶이 척박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일자리는 언제 잘릴 지 불안합니다. 임금은 더 적게 받고, 일은 더 많이 해야 하고, 해고는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보다 새정치연합을 보며 더욱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과 민생 후퇴, 민주주의 파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제대로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새정치연합을 통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보았습니다. 지금의 야당으로는 국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는 진보적 가치와 방향성을 가진 새로운 정당이 필요합니다.

"새누리보다 제1야당 보며 절망"
"이제 와서 쇄신? 절대 불가능"


-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 후 국민모임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정동영 전 의원의 신당 참여를 적극 환영합니다. 정 전 의원이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진보적 정치가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해온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국민모임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정 전 의원이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국민모임이 추구하는 목표는 ‘정동영 신당’이 아닙니다. 국민모임은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시민사회, 노동계, 진보정당 등 모든 정치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 새정치연합에서는 정 전 의원 외에 국민모임에 참여할 현역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혹시 정 전 의원 외에도 거물급 정치인의 참여 계획은 없습니까?
▲ 국민모임에 거물급 정치인이 얼마나 많이 참여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창당 과정에서 거물급 정치인을 많이 불러 모으는 데 치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야권분열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민모임은 새정치연합과는 구분되는 대안적 야당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노선과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거물급 인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진영에서는 천정배 전 장관이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습니다.
 

-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신당이 성공하려면 시대정신과 이에 걸맞은 대의명분,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국민모임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 우리 국민모임은 이미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미약한 세력이지만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새정치연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30석이나 되는 의석을 가지고 있음에도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국민모임에 대해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신당을 창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 선거에 출마하고 싶은데 공천받지 못해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무조건 다 받아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인물들이 국민모임에 대거 합류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 야권에선 그동안 여러 차례 신당이 창당됐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했습니다. 과거 신당들과 국민모임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과거 추진된 신당들은 진정한 대안정당이 아니었습니다. 기존의 신당들은 대의명분이 부족했고 정확한 타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당은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대중에게 뿌리를 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과거 신당들과는 달리 튼튼한 지지기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 새정치연합에서는 국민모임 창당에 대해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안에서 고쳐나가야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 당을 만들면 안 된다. 분열하면 새누리당만 좋아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새정치연합에 혁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니까 이제 와서 자기들도 혁신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새정치연합은 혁신이 불가능한 조직입니다. 그리고 이미 사람들은 새정치연합을 ‘새누리 2중대’ ‘제2여당’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야권분열이라는 표현도 부적절합니다. 새정치연합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정당이고 국민모임은 야권교체를 위한 신당운동입니다.

- 그렇다면 국민모임의 정치구상은 다당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것입니까?
▲ 그렇습니다. 우리는 보수정당과 정면대결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야당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본적으로 양당구조로 가야 합니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진보정당도 아니고 보수정당도 아닙니다.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오는 4월 재보선에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보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정치연합과의 단일화 가능성은 없습니까?
▲ 기본적으로 재보선에 후보를 내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후보를 낼 수도 있고 기존 후보 중에 누굴 지지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광주 선거에는 반드시 우리 후보를 출마시켜 새정치연합과 대결을 해보고자 합니다.

- 4월 재보선에서 단 한 석이라도 차지한다면 창당에 탄력이 붙겠지만 반대로 전패한다면 창당 작업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한데 너무 성급하게 재보선 참여를 결정한 것은 아닌가요?
▲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광주에서는 워낙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거세서 우리가 좋은 후보를 낸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정치권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이 광주에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 정 전 의원은 이번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광주뿐만 아니라 타지역 선거에도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 전체적으로 호남색깔이 너무 강합니다. 일각에서는 국민모임이 전국적인 정당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호남 지역정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 국민모임은 결코 호남 지역정당으로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영남에서도 과거 수차례 진보정당 인사가 당선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 인사들과 연대해 전국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정당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국민모임을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민모임은 '정동영 신당' 아냐"
"정의당 포함한 진보 빅텐트 구상 중"

- 그렇다면 국민모임과 기존 정의당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우리 당이 정의당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진보파라든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인사들을 통합해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국민모임은 정의당까지 참여시켜 진보진영의 빅텐트 정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현재 정의당과의 연대도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요?
▲ 국민모임이 출범한지도 얼마 안 됐고, 아직 신당추진위원회 구성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창당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정의당과 만나서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 국민모임에서는 야당이 선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새정치연합 정대철 고문의 경우는 야권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중도와 중도우파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저는 그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노선은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새정치를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안철수 의원이 결국 몰락한 이유는 정대철 고문처럼 애매한 보수노선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안 의원이 추구하는 노선을 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한 중간쯤 되는 모호한 보수노선입니다. 처음에 안 의원에게 열광했던 사람들은 취업 전망이 어둡고 비정규직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런 안 의원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길로 가야지 그런 길을 택하지 않고 표의 확장성이라는 허상을 쫓다보니까 젊은이들이 ‘저 사람은 우리의 염원을 실현시켜줄 사람이 아니구나’하고 실망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수준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라 언제 폭발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로는 항상 좌클릭했다가 실제 정책에서는 우클릭한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 국민모임에 기대를 거는 많은 사람들은 국민모임만큼은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 건강한 진보정당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모임 창립 멤버 중 통진당 해산 반대 원탁회의에 참석했던 인물들이 있습니다.
▲ 통진당 해산 반대 원탁회의에 참석했던 분들은 통진당 노선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진당을 해산시키는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던 것뿐입니다. 국민모임은 기존 통진당 노선과는 철저히 선을 그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 오늘날 우리 국민들은 극심한 양극화로 절망하고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점점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정치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모임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김세균 공동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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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