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이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혁신 기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 지난 13일 취임 50일을 맞이했다. 원 위원장은 표류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마지막 희망이다. 취임 후 많은 성과를 냈지만 아직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기에는 갈 길이 멀다. 원 위원장은 과연 표류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구해낼 수 있을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지난 7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한민국 주요기관 11곳 중 국회가 신뢰도 꼴찌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여론조사에서 신뢰도 꼴찌를 차지했던 국회는 올해 신뢰도가 0.46점이나 더 떨어져 10점 만점에 2.85점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12년 총선부터 지금까지 치러지는 선거마다 연전연패 중이다. 내부의 자중지란까지 겹치면서 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다. 뭐 하나 잘한 것 없는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연이은 자살골로 손쉽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원 위원장도 자신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원 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원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정치혁신실천위원장 취임 50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으셨습니까?
▲ 무엇보다 제1야당 몫의 국회도서관장 지명권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회도서관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위를 통해 이러한 기득권을 내려놓게 되면서 국회도서관장 자리에 정치권 인사가 아닌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미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 학계 전문가 6명이 참여해 국회도서관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올해 말까지 우리나라의 최고 지성을 국회도서관장으로 모셔올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새정치 혁신위는 비례대표 공천 및 전략공천 혁신, 현 출판기념회 제도가 개선 될 때까지 출판기념회 개최 금지, 세비조정위원회 및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적인 외부기관으로 설치,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의 공천금지 등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 지난 11일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발표한 9개의 혁신안이 당내 의총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 말로만 혁신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런 혁신은 국민들이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그래서 우리 당의 혁신위는 이름부터 혁신‘실천’위원회로 정한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혁신안은 ‘일단 막 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그래서 당내 반발에 직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우리 당은 작지만 혁신안들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결정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 하지만 김문수 위원장은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반면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언론 노출 빈도가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새정치연합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혁신안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새누리당의 혁신안은 일단 막 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언론의 관심을 끌기는 참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발표한 혁신안이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해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가 이목 끌기용이나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됩니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질 때 의미가 있고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원 수 감축과 세비 삭감은 혁신 아냐"
"새누리당 혁신안은 '아니면 말고' 전략"

- 정치혁신 과제 중 상당수는 여당과 함께 합의해야 성사될 수 있는 것들인데 여야 간 의견차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특히 선거제도를 바꾸는 문제는 여야의 합의 없이는 성사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여야가 함께 모여 정치 개혁을 논의할 수 있는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발족을 새누리당에 제안해 놓은 상태입니다. 모든 문제는 만나야 풀립니다. 야권에선 이미 이에 대한 합의가 끝난 만큼 김문수 위원장께서 답할 차례입니다.

-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1곳의 주요 사회 기관 중 국회의 신뢰도가 ‘최하위’ 평가를 받았습니다.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무척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여야 간 대결적 갈등구조와 소통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막말, 방탄국회, 게리맨더링(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획정) 등 낡은 기득권 구조와 도덕성 문제도 불신의 원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회가 국민들에게 수많은 약속을 하고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위원장께서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의원 수 감축’과 ‘세비삭감’은 정치혁신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혁신은 의원 수 감축이나 세비삭감 같은 것들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혁신과 시각차가 너무 큰 거 같습니다.
▲ 의원 수를 줄이고 세비를 삭감하는 것은 당장 국민들의 화풀이는 되겠지만 정치 혁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의원 수를 줄이면 거대한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 할 수 없게 되고, 세비를 삭감하자는 것은 돈 있는 사람만 정치하라는 뜻입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정말 믿을 수 있고,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반 국민들은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왜 세비가 부족하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세비를 인상하기보단 저효율 고비용의 선거제도, 지역구 사무실 운영 경비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저효율 고비용 선거제도나 지역구 사무실 운영 경비 등의 문제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세밀하게 다뤄야 할 사항입니다. 그보다 먼저 세비 문제의 본질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세비를 직접 결정하는 현재 시스템에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세비산정위원회’를 설치해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세비가 결정되도록 할 것입니다.

- 지난 10일 열린 혁신위의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혁신안’ 토론회에서 박수현 의원이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데 새정치연합이 국민감정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다양한 의견도 수렴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의원정수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헌재의 선거구 헌법 불일치 결정을 계기로 달라진 사회 환경과 시대변화 등을 고려해 정치와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인데 전반적으로 혁신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저는 이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혁신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기득권으로 보이는 것들은 모두 내려놓고,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실천하겠습니다. 우리 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기득권에 안주해 혁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거마다 연패를 거듭했지만 변화의 몸부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바꾸지 않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했던 것 자체가 오만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소한 부분이지만 정치혁신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이 각종 회의에서 자리를 너무 많이 비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의원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일 안하고 노는 것 같습니다. 당장 당 차원에서 소속 의원들의 출석을 관리할 수는 없습니까?
▲ 회의출석은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18대 국회부터 본회의 출석률 등을 공천심사 때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국회법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 할 경우 세비를 삭감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그 액수가 1회에 3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패널티로서 효과가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혁신위에서는 현행 청가서 허가 및 결석계 제출 요건을 강화하고 회기 중 한 차례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참하면 특별활동비 전액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임기 내 계파청산만큼은 반드시 달성"
"국민 눈높이에서 기득권 모두 버려야"

- 현재 새정치연합에서는 비례대표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례대표 제도는 공천헌금, 낙하산 공천 등의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 한 때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밀실공천, 자기사람 심기, 나눠먹기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결국은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우선, 세대와 계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는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전문가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과거처럼 지도부가 밀실에서 뽑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만들 예정입니다.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는 절차적 공정성과 민주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 혁신위 과제에 개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국회 내에 개헌에 대해 공감하는 의원들은 많지만 구체적인 개헌방식에 대한 의견은 천차만별입니다. 김 위원장께서는 어떤 방식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개인적으로 대통령은 직선으로 선출하되, 내각은 국회 다수의 지지를 받는 사람으로 구성해 권력을 나누고 상호 협력하면서 견제하는 분권형 권력구조가 가장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새정치연합 내 계파청산도 중요한 정치혁신 과제입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계파청산을 수도 없이 선언했지만 잘 안됐습니다. 계파청산보다는 차라리 계파갈등을 줄일 수 있는 차선책을 찾아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지요?
▲ 계파 청산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계파가 형성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공천’입니다. 특정계파가 당권을 잡게 되면 전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계파에 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권력이 제도 위에 있지 못하도록 당 운영시스템을 개혁할 생각입니다.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전횡을 일삼거나 쉽게 뜯어고치지 못하도록 당 시스템에 권위와 독립성을 부여하겠습니다. 공천을 비롯해 당이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하 민정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옵니다. 현재 민정연은 당권이 교체되면 말단 직원까지 교체될 정도로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아 중장기 정책 발굴이 어렵고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비교해 정책 개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동안 연구소의 인력과 예산이 연구 활동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민정연은 인사권과 예산권이 중앙당에 예속돼있어 연구의 자율성 및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고,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연구위원도 부재한 상태입니다.

사실상 싱크탱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민정연을 아예 대한민국 진보진영의 싱크탱크로 발전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민정연 개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을 확보해 상시적으로 정책 개발을 하고, 중장기 선거 전략수립 및 데이터의 축적 등으로 민정연이 제대로 된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혁신위원장 임기 내 반드시 마무리하고자 하는 과제는 무엇입니까?
▲ 앞서도 언급한 계파청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 제도를 혁신해야 됩니다. 지금은 당권을 가진 사람이 공천도 자기 마음대로 하다보니까 계파가 생기고 계파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공천 제도를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게 확립해서 정치혁신위원장 임기 내에 반드시 계파청산만큼은 마무리하고 물러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원혜영 위원장 프로필>

▲ 풀무원식품 창업자
▲ 민선 제2, 3대 부천시장
▲ 제14, 17, 18, 19대 국회의원
▲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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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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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