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이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혁신 기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 지난 13일 취임 50일을 맞이했다. 원 위원장은 표류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마지막 희망이다. 취임 후 많은 성과를 냈지만 아직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기에는 갈 길이 멀다. 원 위원장은 과연 표류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구해낼 수 있을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지난 7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한민국 주요기관 11곳 중 국회가 신뢰도 꼴찌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여론조사에서 신뢰도 꼴찌를 차지했던 국회는 올해 신뢰도가 0.46점이나 더 떨어져 10점 만점에 2.85점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12년 총선부터 지금까지 치러지는 선거마다 연전연패 중이다. 내부의 자중지란까지 겹치면서 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다. 뭐 하나 잘한 것 없는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연이은 자살골로 손쉽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원 위원장도 자신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원 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원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정치혁신실천위원장 취임 50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으셨습니까?
▲ 무엇보다 제1야당 몫의 국회도서관장 지명권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회도서관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위를 통해 이러한 기득권을 내려놓게 되면서 국회도서관장 자리에 정치권 인사가 아닌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미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 학계 전문가 6명이 참여해 국회도서관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올해 말까지 우리나라의 최고 지성을 국회도서관장으로 모셔올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새정치 혁신위는 비례대표 공천 및 전략공천 혁신, 현 출판기념회 제도가 개선 될 때까지 출판기념회 개최 금지, 세비조정위원회 및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적인 외부기관으로 설치,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의 공천금지 등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 지난 11일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발표한 9개의 혁신안이 당내 의총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 말로만 혁신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런 혁신은 국민들이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그래서 우리 당의 혁신위는 이름부터 혁신‘실천’위원회로 정한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혁신안은 ‘일단 막 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그래서 당내 반발에 직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우리 당은 작지만 혁신안들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결정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 하지만 김문수 위원장은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반면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언론 노출 빈도가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새정치연합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혁신안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새누리당의 혁신안은 일단 막 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언론의 관심을 끌기는 참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발표한 혁신안이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해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가 이목 끌기용이나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됩니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질 때 의미가 있고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원 수 감축과 세비 삭감은 혁신 아냐"
"새누리당 혁신안은 '아니면 말고' 전략"

- 정치혁신 과제 중 상당수는 여당과 함께 합의해야 성사될 수 있는 것들인데 여야 간 의견차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특히 선거제도를 바꾸는 문제는 여야의 합의 없이는 성사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여야가 함께 모여 정치 개혁을 논의할 수 있는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발족을 새누리당에 제안해 놓은 상태입니다. 모든 문제는 만나야 풀립니다. 야권에선 이미 이에 대한 합의가 끝난 만큼 김문수 위원장께서 답할 차례입니다.

-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1곳의 주요 사회 기관 중 국회의 신뢰도가 ‘최하위’ 평가를 받았습니다.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무척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여야 간 대결적 갈등구조와 소통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막말, 방탄국회, 게리맨더링(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획정) 등 낡은 기득권 구조와 도덕성 문제도 불신의 원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회가 국민들에게 수많은 약속을 하고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위원장께서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의원 수 감축’과 ‘세비삭감’은 정치혁신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혁신은 의원 수 감축이나 세비삭감 같은 것들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혁신과 시각차가 너무 큰 거 같습니다.
▲ 의원 수를 줄이고 세비를 삭감하는 것은 당장 국민들의 화풀이는 되겠지만 정치 혁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의원 수를 줄이면 거대한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 할 수 없게 되고, 세비를 삭감하자는 것은 돈 있는 사람만 정치하라는 뜻입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정말 믿을 수 있고,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반 국민들은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왜 세비가 부족하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세비를 인상하기보단 저효율 고비용의 선거제도, 지역구 사무실 운영 경비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저효율 고비용 선거제도나 지역구 사무실 운영 경비 등의 문제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세밀하게 다뤄야 할 사항입니다. 그보다 먼저 세비 문제의 본질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세비를 직접 결정하는 현재 시스템에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세비산정위원회’를 설치해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세비가 결정되도록 할 것입니다.

- 지난 10일 열린 혁신위의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혁신안’ 토론회에서 박수현 의원이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데 새정치연합이 국민감정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다양한 의견도 수렴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의원정수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헌재의 선거구 헌법 불일치 결정을 계기로 달라진 사회 환경과 시대변화 등을 고려해 정치와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인데 전반적으로 혁신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저는 이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혁신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기득권으로 보이는 것들은 모두 내려놓고,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실천하겠습니다. 우리 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기득권에 안주해 혁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거마다 연패를 거듭했지만 변화의 몸부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 것도 바꾸지 않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했던 것 자체가 오만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소한 부분이지만 정치혁신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이 각종 회의에서 자리를 너무 많이 비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의원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일 안하고 노는 것 같습니다. 당장 당 차원에서 소속 의원들의 출석을 관리할 수는 없습니까?
▲ 회의출석은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18대 국회부터 본회의 출석률 등을 공천심사 때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국회법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 할 경우 세비를 삭감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그 액수가 1회에 3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패널티로서 효과가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혁신위에서는 현행 청가서 허가 및 결석계 제출 요건을 강화하고 회기 중 한 차례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참하면 특별활동비 전액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임기 내 계파청산만큼은 반드시 달성"
"국민 눈높이에서 기득권 모두 버려야"

- 현재 새정치연합에서는 비례대표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례대표 제도는 공천헌금, 낙하산 공천 등의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 한 때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밀실공천, 자기사람 심기, 나눠먹기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결국은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우선, 세대와 계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는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전문가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과거처럼 지도부가 밀실에서 뽑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만들 예정입니다.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는 절차적 공정성과 민주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 혁신위 과제에 개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국회 내에 개헌에 대해 공감하는 의원들은 많지만 구체적인 개헌방식에 대한 의견은 천차만별입니다. 김 위원장께서는 어떤 방식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개인적으로 대통령은 직선으로 선출하되, 내각은 국회 다수의 지지를 받는 사람으로 구성해 권력을 나누고 상호 협력하면서 견제하는 분권형 권력구조가 가장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새정치연합 내 계파청산도 중요한 정치혁신 과제입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계파청산을 수도 없이 선언했지만 잘 안됐습니다. 계파청산보다는 차라리 계파갈등을 줄일 수 있는 차선책을 찾아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지요?
▲ 계파 청산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계파가 형성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공천’입니다. 특정계파가 당권을 잡게 되면 전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계파에 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권력이 제도 위에 있지 못하도록 당 운영시스템을 개혁할 생각입니다.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전횡을 일삼거나 쉽게 뜯어고치지 못하도록 당 시스템에 권위와 독립성을 부여하겠습니다. 공천을 비롯해 당이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하 민정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옵니다. 현재 민정연은 당권이 교체되면 말단 직원까지 교체될 정도로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아 중장기 정책 발굴이 어렵고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비교해 정책 개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동안 연구소의 인력과 예산이 연구 활동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민정연은 인사권과 예산권이 중앙당에 예속돼있어 연구의 자율성 및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고,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연구위원도 부재한 상태입니다.

사실상 싱크탱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민정연을 아예 대한민국 진보진영의 싱크탱크로 발전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민정연 개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을 확보해 상시적으로 정책 개발을 하고, 중장기 선거 전략수립 및 데이터의 축적 등으로 민정연이 제대로 된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혁신위원장 임기 내 반드시 마무리하고자 하는 과제는 무엇입니까?
▲ 앞서도 언급한 계파청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 제도를 혁신해야 됩니다. 지금은 당권을 가진 사람이 공천도 자기 마음대로 하다보니까 계파가 생기고 계파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공천 제도를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게 확립해서 정치혁신위원장 임기 내에 반드시 계파청산만큼은 마무리하고 물러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원혜영 위원장 프로필>

▲ 풀무원식품 창업자
▲ 민선 제2, 3대 부천시장
▲ 제14, 17, 18, 19대 국회의원
▲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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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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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